"저는 셰프이기도 하지만 농부이기도 합니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 언덕의 작은 레스토랑 '피오또(Fioto)' 셰프가 강연 무대 위에서 그렇게 자기를 소개한다. 피오또는 한국에서 단 세 곳뿐인 미슐랭 그린스타 레스토랑이고, 아시아 최초로 그린스타와 원스타를 동시에 받은 곳이기도 하다. 그 별 두 개를 동시에 받은 비밀은 시장이 아니라 경북 영천의 한 농장에 있다. 강연 15분은 그 농장에서 부산의 식탁까지, 푸드 마일을 어떻게 줄였고 자연이 어떻게 셰프의 동료가 되었는지를 풀어낸다.
📌 한 줄 요약
부산 해운대 달맞이 언덕의 미슐랭 그린스타+원스타 레스토랑 '피오또' 셰프가 풀어내는 팜투테이블 이야기 — 매주 휴무일마다 경북 영천 농장으로 가서 직접 채소를 기르고, 그 한 주 분량으로만 메뉴를 짠다는 그 작은 식탁이 도착한 자리.
⭐ 추천 점수
★★★★★ 5/5 — 미식과 환경, 지역과 세계를 동시에 잇는 가장 단단한 한국 레스토랑 이야기. 식문화·지역 농업·지속 가능성에 관심 있는 분께 강력 추천.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팜투테이블·로컬 푸드·지속 가능한 미식에 관심 있는 분
부산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새로운 식문화의 무대로 보고 싶은 분
미슐랭 그린스타·노마(Noma)·토종쌀 같은 단어들에 한 번이라도 끌려 본 적 있는 분
📑 목차
미슐랭 그린스타와 원스타를 동시에 받은 부산 피오또 — 흙에서 시작하는 한 접시
1. 미슐랭 그린스타란 무엇인가

"혹시 여러분, 그린스타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미슐랭 스타 음식점은 많이 들어 봤어도, 그린스타는 낯설다. 미슐랭 그린스타는 2020년 프랑스에서 처음 공개됐다. 단순히 음식 맛이나 기술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요리하는 레스토랑에게 주는 별이다.

"환경을 생각하고, 땅을 지키고, 사람과 자연의 순환을 고민하는 레스토랑에게요." 한국에서 이 그린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은 단 세 곳뿐. 부산의 피오또가 그 중 하나다.
2. 셰프이자 농부 — 흙에서 시작하는 요리
"그것도 아시아 최초로 미슐랭 원스타와 동시에 받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그 별을 동시에 받았어요?" 그의 답은 이렇다. "저는 셰프이기도 하지만 농부이기도 합니다."

피오또의 요리는 시장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저희의 요리는 흙에서 시작해요." 경북 영천의 선호 농장에서 직접 채소와 과일을 기르고, 재료가 자라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메뉴를 구상한다. 매주 레스토랑 휴무 날마다 농장에서 농부로 일하고, 한 주 동안 사용할 농작물만 수확해 그 주의 메뉴에 쓴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저희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채소와 과일이 100% 저희 농장에서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자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희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힌트이기도 해요. 피오또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내는 식당이 아닙니다. 사람과 자연이 다시 이어지는 장소 — 그게 저희가 꿈꾸는 피오또라는 레스토랑의 모습이에요."
3. 푸드 마일과 복숭아 경매장
"혹시 푸드 마일이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 있으실까요?" 한 음식 재료가 우리 식탁에 오기까지 이동한 거리. 거리가 길면 길수록 탄소 배출은 많아지고, 신선도는 떨어지고, 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자라는지도 모르게 된다.

셰프는 선호 농장의 뿌리이자 땅 주인이신 시부모님 이야기를 꺼낸다. 시부모님은 복숭아 농사를 지으신다. 복숭아 경매장에 가면 그 동네 복숭아들을 모두 볼 수 있고, 그 자리에서 가격이 정해진다. 수확한 복숭아는 마트나 시장에 진열되기 전 최소 3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친다. 수확→경매장→도매상→소매상. 그 시간 동안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엔 한계가 있고, 처음 수확했을 때의 아로마는 점점 바뀌어 간다.

"그건 환경에도, 건강에도, 지역에도 썩 좋은 일이 아닐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고민했습니다. 가장 짧은 푸드 마일, 가장 맛있고 신선한 향이 있는 채소로 요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이 바로 농장과 주방을 직접 연결하는 것이었습니다."
4. 농장과 주방을 직접 연결하기로 결심한 이유
처음부터 그가 직접 농사를 지을 생각은 없었다. 레스토랑 초기에는 부산 지역의 다양한 농장에서 식재료를 공수했다. 대저의 짭짤이 토마토, 명지 대파, 기장 쪽파, 김해 가지.

"직접 농장에 가서 농부님들을 만나고, 작물이 자라는 땅을 보고 이야기를 들었죠. 그런데 점점 어떤 의문이 생겼어요. 나는 이 식재료를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이 채소가 어떤 흙에서 자랐고, 비를 얼마나 맞았고, 어떤 시기에 수확됐는지조차 셰프인 제가 모른다는 게 문득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결심했다. "직접 키워 보자." 시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남편과 함께 경북 영천에 선호 농장을 열었고, 이후 3년째 레스토랑에 쓰이는 채소와 과일 100%를 자기 농장에서 직접 작업하고 있다. 파종부터 수확·저장까지 모두 그의 손으로.

"농사라는 건 단순히 작물을 기르는 게 아니더라고요. 흙을 만지고, 바람을 읽고, 계절을 몸으로 기억하는 일이에요. 작은 새싹이 고개를 내미는 순간부터 전쟁이에요. 이걸 어떤 방식으로 조리해야 가장 맛있을지 상상하게 돼요. 그러니까 요리는 밭에서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는 거예요." 채소를 직접 길러 보니 그전엔 몰랐던 식재료의 진짜 얼굴이 보였다. "아 이건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 될 수 있는 식재료구나."
5. 수박무 사례 — 자연은 셰프의 동료
"한 번은 가을과 겨울 메뉴에 수박무를 주제로 한 메뉴를 준비한 적이 있어요." 수박무는 붉은 속과 초록 겉, 수박의 시원한 향을 가진 채소다. 밭 상태도 좋고 발아도 잘 돼서 수확량이 꽤 될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수확해 보니 크기는 작고 수확량은 씨를 뿌린 양의 반도 채 되지 않았다.

"그 해 여름이 유달리 길어서, 날짜상으로는 가을이 됐어도 온도·습도는 아직 여름이었고, 땅속이 가을이 되지 못한 것을 저희는 미처 계산하지 못한 거죠." 셰프 입장에서는 큰일이었다. 앞으로의 예약은 다 차 있는데 미리 짜 둔 메뉴와 작물이 맞지 않았다.

"자연이 아니다 하는 날에는 우리는 계획을 바꿔야 합니다." 수박무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가야 했다. 수확량은 줄었지만 그래도 수확은 한 거니까. 수박무를 말려 우유에 은은하게 끓여 소스로 사용하기로 했다. 기존의 발효 저장 재료와 조합해 밸런스를 맞추고, 접시의 색감과 구성과 그 계절의 무드에 맞게 조정했다.

"그 과정을 몇 번 거치고 나니, '자연 때문에 셰프는 늘 새로운 메뉴를 내놓느라 힘들겠다'라는 말이, 오히려 '자연은 늘 새로운 메뉴를 주는 셰프의 동료'라는 말로 바뀌게 돼요. 이런 예측 불가능한 날들이 결국 피오또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6. 저장의 미학과 토종쌀 리조토
보통 레스토랑은 식재료를 그때그때 시장에서 구입해 조리한다. 하지만 피오또는 다르다. "저희는 다음 계절의 식탁을 지금부터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요리를 해요."

여름에 수확한 토마토는 바로 생으로 메뉴에 쓰기보다는, 일부는 소금 발효, 일부는 말려 파우더로, 일부는 건조해 응축된 맛으로 버터를 만들어 쓴다. 어떤 토마토는 페스토로, 어떤 토마토는 콤부차로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저장 식재료는 겨울이나 초봄, 재료가 귀한 시기 '피오또의 보릿고개'에 다시 접시에 올라온다.

"1월부터 5월, 노지 재배인 선호 농장 땅에서 자라는 채소가 거의 없을 때, 저희는 이 저장해 둔 식재료들을 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해요. 그 시기 피오또의 요리는 식재료의 가능성과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시기예요." 손이 훨씬 많이 가고 시간과 실험도 필요하지만, 재료가 자라던 계절의 공기·햇살·땅의 기운까지 함께 담긴 식재료들은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되고, 손님과 나눌 수 있는 작은 자연의 기록이 된다.

피오또에서 농장 재료 말고 손님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재료는 토종쌀로 만든 리조토 메뉴다. 토종쌀은 조선시대 재배되던 종자를 복원하여 시중에 구매할 수 있도록 재탄생한 쌀이다. 피오또는 이 토종쌀을 손님께 소개하며 한 달에서 두 달 간격으로 쌀 품종을 변경해 가며 리조토를 구상한다. "재배하시는 분들의 수고를 생각하며 수요가 많아져야 이런 사업도 지속될 수 있다 생각하여, 관심 가지시는 손님분들께는 구매처를 알려드리며 가정에서도 드셔 보시라고 추천드립니다."

피오또의 리조토 메뉴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쌀뿐 아니라 문화도 담겨 있다는 점이다. 리조토이지만 한국의 토종쌀이고, 평평한 접시가 아닌 한국의 밥공기에 담겨 있고, 포크가 아닌 피오또가 새겨진 나무 숟가락이 제공된다. 한국의 밥 문화를 담은 가장 피오또스러운 리조토.
7. 덴마크 노마, 그리고 부산이라는 식탁
부산은 서울 외 외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도시다. 피오또 오픈 초 단골 손님의 절반이 부산에 사시는 외국인이었다. 그중 한 덴마크 부부는 피오또의 식재료 이야기를 좋아하셨다. 그분들이 해 주신 이야기가 셰프에게 오래 남았다.

"덴마크에선 길거리 핫도그를 판매하는 푸드 트럭도 그 지역 재료를 사용한다. 그게 바로 전 세계 레스토랑 순위를 선정하는 월드 베스트 50이라는 단체에서 몇 년간 1위를 한 노마라는 레스토랑 덕분이다. 그 레스토랑은 덴마크의 지역 재료만을 사용하면서 지역의 식문화를 바꿔 갔다. 지역 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피오또도 그랬으면 좋겠다며 늘 응원해 주셨어요."

부부가 부산에서 레스토랑을 오픈할 당시 머리를 맞대고 다짐한 게 있다. "지역·숙성·발효. 이 세 가지를 기본으로 메뉴를 구성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푸드 마일이 긴 해외 재료보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신선한 향과 맛을 품은 식재료를 쓰고, 그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낼 수 있는 숙성을 하고, 재료가 자라지 않는 계절을 위한 준비와 감칠맛을 위한 발효를 하여 피오또의 메뉴를 담아내겠다는 부부의 철학.
"부산은 저희가 추구하는 이 가치를 요리로써 세상과 연결하기에 가장 알맞은 도시예요. 흙과 바다를 모두 품고 있는, 지역과 세계를 동시에 향하고 있는 도시. 그래서 저는 생각해요. 피오또가 땅과 식탁을 잇는 공간이라면, 부산은 한국과 세계를 잇는 식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연결 위에 요리가 있고, 그 위에 다양한 세계의 사람들이 앉아 이 땅에서 자란 재료들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다른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듯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거죠. 요리는 늘 오늘의 자연을 오늘의 사람에게 건네는 일입니다. 오늘은 무대에 섰지만, 내일은 원래의 제 자리로 돌아가서 새로운 재료들을 돌보며 주방으로 갑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그 재료가 자라는 흙·바람·햇살의 리듬까지도 요리사의 손끝에 닿아야 진짜 자연을 담은 요리가 가능하다고 믿었어요. 그렇게 요리를 통해 사람과 자연이 다시 연결될 수 있다면, 그 식탁은 단순한 식사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 때문에 셰프는 늘 새로운 메뉴를 내놓느라 힘들겠다라는 말이, 오히려 자연은 늘 새로운 메뉴를 주는 셰프의 동료라는 말로 바뀌게 돼요."
"피오또가 땅과 식탁을 잇는 공간이라면, 부산은 한국과 세계를 잇는 식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블로거 한 줄 후기
미슐랭 그린스타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 본 사람이 절반 이상일 것 같다. 그 별의 정의를 단 한 줄로 요약해 준 자리가 이 강연의 가장 큰 미덕이었다. "환경을 생각하고, 땅을 지키고, 사람과 자연의 순환을 고민하는 레스토랑에게 주는 별." 그 한 줄을 듣는 순간, 부산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이 왜 아시아 최초로 그린스타와 원스타를 동시에 받았는지가 단숨에 이해된다. 매주 휴무일마다 경북 영천 농장으로 가서 한 주 분량만 수확하고, 그 한 주의 메뉴를 그 수확량에 맞춰 매번 새로 짠다는 시스템 자체가 결국 이 모든 별의 정확한 정의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는 건 수박무 일화였다. 길어진 여름 때문에 수확량이 절반도 안 됐을 때, 미리 짜 둔 메뉴와 작물이 맞지 않아도 "자연이 아니다 하는 날에는 계획을 바꿔야 한다"는 한 줄 — 그 한 줄을 셰프가 직접 말하는 자리가 거의 드물다. 자연을 셰프의 동료로 부르기까지의 그 시간이 결국 미슐랭 그린스타의 진짜 내용이라는 걸 이 강연은 정확히 보여 준다. 마지막에 덴마크 노마 레스토랑이 덴마크의 길거리 핫도그 트럭까지 지역 재료로 바꿔 놓았다는 일화와, 피오또가 부산에서 같은 자리에 있고 싶어한다는 다짐이 이어지는 흐름은 단단하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한국과 세계를 잇는 식탁이 될 수 있다는 한 줄이 오래 남는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오늘 마트나 식당에서 만나는 한 가지 식재료의 "푸드 마일"을 한 번 떠올려 본다. 어디서 왔고, 몇 단계를 거쳐 내 식탁까지 왔는지. 부산 근처라면 한 번쯤 피오또의 리조토 메뉴를 — 토종쌀과 한국 밥공기에 담긴 그 한 접시를 — 직접 만나 보는 것도 좋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미슐랭 가이드 한국판 그린스타 레스토랑 리스트. 덴마크 노마(Noma)와 셰프 르네 레제피의 New Nordic Cuisine 매니페스토. 우리나라 토종쌀 복원 사업(농촌진흥청·토종씨드림)에 관련된 자료. 강연자가 운영하는 부산 해운대 달맞이 언덕의 피오또(Fioto)도 직접 방문해 보면 강연의 모든 한 줄이 한 접시 위에서 다시 만난다.
♥ 식탁은 단순한 식사 그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한 끼의 푸드 마일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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