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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는 화장실에서 시작된다 | 조의현 소장 | 세바시 82회


강연 소개 : 이제 화장실은 별도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인생사의 축소판이 되어 생활 속에 일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화장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저는 감히 화장실에도 "화장실도(道, Ethics)" 라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했습니다. 즉 만드는 사람은우리집 화장실, 우리 가족이 이용하는 화장실을 만들자는 개념으로, 유지관리 하는사람은우리집 화장실을 청소한다는 마음자세로, 그리고 이용하는우리 모두는 우리집 화장실이라고생각하면서 화장실을 이용을하자는것입니다. 이름은 거창하게 "도(道, Ethics)라고했지만, 우리집 화장실이라고하면 해답은 무척 쉬워집니다.


게시일: 2011. 12. 1.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저는 조금 생소한 주제 '화장실에서의 작은 변화' 원래 이렇게 이렇게 제목을 정했었는데 지금 막 제목이 바뀌었네요

'세상의 변화는 화장실에서 시작된다'는 내용으로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사진을 몇 장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보시고 계시는 사진들은 저희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공모에서 입상을 한 우수 화장실의 사진 모습들입니다


제주도에 있는 화장실이고


이것은 직지공원에 있는 화장실입니다


그리고 남양주에 있는 피아노 화장실 굉장히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런가 하면 사찰의 화장실이 나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잘 모르실 옛날의 화장실 모습들이 나옵니다


오래되었다고는 하나 불과 2-30년 전 까지만해도 저런 종류의 화장실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은 아마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그 많은 주제 중에 왜 하필이면 화장실과 제가 인연을 맺게 되었을까?

그게 궁금하실 것 같아 그 동기부터 말씀을 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젊은시절 잘 나가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40대 중반 어느 날 갑자기 정말로 본의 아니게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실의에 차있던 중 주위분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직장을 구하게 되었는데 

그 회사가 우연하게도 소변기, 대변기 등을 만들어 제조하는 회사였습니다


마침 그 회사는 일본에 있는 회사와 기술재휴를 맺고 있어서 

업무차 일본을 왕래하면서 화장실에 대한 시야를 조금씩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귀국길에 도쿄 서점에 들려서 화장실에 관한 책을 사서 읽다가 흥미가 생기는 바람에 

끝까지 번역을 해서 무모하게도 자비로 50권을 출간해가꼬 당시 신문사 몇 군데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한 권씩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국가적으로는 2002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를 유치해놓고

국민 기초질서 운동을 범국가적으로 막 시작하려고 하는 시기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우연하게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바로 저와 같은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그러한 과정들을 거쳐 화장실과 인연을 맺게 되었죠


그래서 1988년 우리나라 최초로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하는 화장실 콘테스트 베스트 워스트 화장실 공모 행사에 심사를 맡으면서

화장실 업무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제 회사를 졸업(퇴직)하고 2005년 한국 화장실 연구소라는 조그만 연구소를 만들어놓고 국가 및 민간단체에 화장실관련정보 

그리고 교육 등을 하면서 나름 비교적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화장실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전부 다 아시겠지만 삼상사(三上思)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송나라 시대 구양수가 한 말로 좋은 생각이 잘 떠오르는 곳으로 3곳을 꼽았는데

그것이 침상(枕上), 마상(馬上), 측상(廁上)이 되겠습니다

풀어보자면

잠자리에서, 그리고 말을 타고 가면서 옛날이니까 그랬겠죠 그리고 화장실에서가 되겠습니다

역사적으로 따져보면 한 천 년 정도 전의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이런 경우 저도 비교적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오늘 강연의 줄거리도 대강은 아마 화장실에서 줄거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외신보도에 의하면 뉴요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주택이 과거 매매의 개념에서 주거의 개념으로 바뀌면서

주택 내에서의 주요 공간이 주방, 침실, 화장실에서 이제는 주방이 빠지고 침실과 화장실만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찌되었건 

예나 지금이나 화장실의 중요성은 계속 거론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죠


재미삼아 여러분들에게 퀴즈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하루 중 과연 그러면 얼마나 화장실에서 머물게 되는가? 한 번 생각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개인 성별과 식생활 습관 등에 따라 차이는 있겠습니다마는 정답은 15분 내외가 되겠습니다


스위스인들은 여성 18분, 남성 15분 정도 하루 화장실에서 머물게 된다고 하고

우리나라의 조사도 여러 군데서 조사자료가 나왔습니다만 종합을 해보면

대략 하루 15분 정도를 화장실에서 보내게 된다고 합니다


이를 다시 일생으로 환산을 해보면 

우리가 사는 동안 한 1년 정도를 화장실에서 보내다 저 세상으로 간다고 합니다


하루에 화장실에서 보내는 15분은 우연하게도 지금 우리가 진행하고있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프로그램 시간과도 우연하지만 아주 일치하게 됩니다


그 15분의 활용이 개인의 기분을 좌우하기도 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본이 되기도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화장실 자체가 깨끗하고 아름다워져야 함은 필연이겠으며 

이용자인 우리 모두는 화장실 이용문화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면 화장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말씀을 좀 더 드리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화장실의 생성과정입니다

화장실은 인간이 배설한 분뇨를 처리하기 위하여 모으는 장소의 필요로 탄생이 되게 되었습니다

우리 동양권이 분뇨를 필요물로 인식을 해가꼬 

농사에 활용하기 좋은 방법으로 화장실을 만들어서 발전을 시켰다면

서양은 이를 폐기물로 인식하고 분뇨를 위생적으로 처리하기에 편리한 방법을 찾아 

화장실을 만들어서 변화와 발전을 시켰다는 것이죠


두 번째 화장실의 발전과정입니다

화장실은 그 위치가 인류생활과 가까워지는 만큼 변화와 발전을 해왔다는 것이죠

단적인 예로 지금 여러분 댁의 화장실은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까?

집안으로 들어왔음은 물론 안방, 침실, 그 근처로 접근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세 번째로 우리나라의 화장실은 대규모 국제행사의 유치 및 개최와 더불어 한 단계 씩 발전을 해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한 단계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우리는 화장실이 장족의 발전을 하는 경험을 다 같이 하게 되지 않았습니까?


네 번째로 화장실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진을 보면서 제가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저렇게 여성들은 깨끗한 파우더룸에서

화장을 고치면서 휴식과 재충전을 하기도 하고

또 시와 그림을 감상하기도 합니다

이건 제가 화장실 심사를 나갔다가

어느 화장실 안에 저렇게 책까지 꽂혀있는 것을 봤습니다

그 뿐 만이 아니라

어린이 및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설이 확충되면서

복지개념이 향상되고


등산로 또는 공원입구의 화장실들은

만남의 장소

또는 정보제공의 장소 등으로 활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냥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다섯 번 째로 화장실은 그 기본을 좀 더 들어가보면

그림에서 나오겠습니다만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관리주체인 주인, 설계자 그리고 유지관리자

그리고 이용자라는 4대 요소가 존재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까

4대요소간의 업무분담이 필요하게 됩니다

크게 화장실을 잘 만들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정부나 관련단체의 몫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용자가 되는 우리 국민들이 담당해야 할 몫은 소프트웨어에 속하는 화장실 이용예절을 잘 지키는 일이 되겠지요

그런데 현재의 상황을 보면 어떻겠습니까?

하드웨어부분에 속하는 화장실의 건물 설비수준 등은 현재 가히 세계최고수준이라고 하겠습니다마는

소프트웨어에 속하는 이용예절에는 아직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죠 


질서를 안 지키고, 물과 휴지 등을 마구 낭비하며 지저분하게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가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마치 소프트웨어부분을 못 쫓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IT업계의 현실과도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방향을 조금 바꾸어

그동안 제가 화장실문화운동을 하면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잠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 번은 서울대학교 대학신문사로부터 캠퍼스내의 화장실을 한 번 점검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대학신문기자와 같이 교내의 화장실을 돌아보면서 제가 개선사항을 이야기 해준 적이 있지요

그 다음 주에 발행된 대학신문에 

'관악의 화장실은 근심을 해결하는 해우소가 아니라 근심을 끼치는 해우소'

라는 제목으로 특집기사가 게재되고

그 후에 서울대학교 교내 화장실이 전체적으로

개선이 되었다는 반가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화장실문화운동을 하다보면 사진 등 자료들을 많이 구해야 됩니다

그러다보면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많이 생기게 된답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가족들과 같이 노스캐롤라이나주 에쉬빌에 있는 밴더빌트의 기념관 빌트모어하우스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화려하고 좋고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곳입니다

소장품을 돌아보던 중 갑자기 벤더빌트 일가가 생전에 사용하던 당시의 화장실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곳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아까운 마음에 동행했던 우리 막내아들에게 제가 범법행위를 강요하게 되었지요

밀린 관광객들 사이에서 휴대폰을 밑에 감추고

몰래 사진을 찍느라고 똑같은 장소를 세 번 씩이나 돌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이 사진이 그 때 우리 막내가 지금 여기에도 앉아있습니다만은 찍어둔 사진입니다

대략 한 150여 년 전

미국의 부호들이 이용했던 화장실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또 한 번은 말레이시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단체 관광 중 들리는 관광지마다 화장실만 가면 제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동행했던 한 분이 한 번 퉁명스럽게 물었습니다

'선생은 왜 화장실에 오면 볼일은 안 보고 사진만 찍는거요?'

'아,예 죄송합니다 제가 화장실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 자료를 좀 모으느라 그러는데 혹 방해가 되셨나요?'

잠시 겸연쩍어하던 그분은

'아닙니다, 그런 일들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 후부터 그 분은 제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앞장서서 밀리는 사람들을 앞뒤로 막아주며

제 사진촬영을 도와주는 동업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저의 화장실자료수집에는 가족, 친구, 친지 등 많은 사람이 동원되게 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께서도 혹시 화장실과 관련된 귀한 자료를 접하게 되면 저희 연구소로 꼭 연락을 주십시오

보답은 아주 충분하게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화장실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보고 배우면서 터득하게 되는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화장실은 언뜻 보면 그 ...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는 단순 구조물에 불과해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수도와 전기 등 건축의 모든 부분을 포함하게 됩니다


이용예절측면을 봐도 화장실에서의 이용 에티켓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이용예절을 모두 포함하게 됩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나게 되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지만

지저분하고 악취 풍기는 화장실을 접하게 되면 괜히 짜증이 나기도 하죠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화장실은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했듯이 화장실만 보면 

그 식당 또는 그 회사의 분위기를 대충은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역사학자들은 화장실 유적지를 발굴하면서 그 시대의 생활상을 알아내기도 하죠


이렇듯 이제 화장실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의 모든 것, 이용예절의 모든 것 그런 것은 물론이고 

인생의 희노애락까지 함축된 인생사의 축소판이 되어 생활 속의 일부로 완전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인생의 축소판이 되어 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을 한 화장실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결론은 간단하지요 더욱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꿔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감히 화장실에도 화장실의 道라고 하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즉, 만드는 사람은 우리집 화장실을 만든다는 자세로

그리고 유지관리하시는 분들은 우리가족이 이용하는 화장실을 청소하고 관리한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이용자는 우리집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면서

우리집 화장실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화장실을 이용하자는 것이지요


제가 이름은 거창하게 '道'라고 붙였습니다마는 우리집 화장실이라고 생각하면 대답은 아주 쉬워지게 된답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의 시간이 행복해지는 작은 변화를 우리 모두가 조금씩 더 느끼게 된다면

그게 바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선진사회 좋은 세상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이제 여러분이 제 강연 이후 화장실을 이용하실 때 

이런 생각들을 조금씩이라도 하면서 화장실을 이용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기쁨이 될 것 같습니다

화장실과 더불어 또 하나의 행복을 찾아내는 일상의 주인공들이 모두 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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