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소개 : 여행은 자신만의 속도로 마주하는 세상입니다. 일상의 상식과 속도로부터 벗어나 때론 피부와 언어와 국적이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마주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여행은 돌아와 새로운 일상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희 부부가 967일 동안 여행한 세상 이야기와 10여명의 청소년들과 함께한 여행학교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여행과 삶 사이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게시일: 2011.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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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김향미입니다
저하고 함께 여행하고 책을 쓴
저의 반쪽 양학용씨 저기 사진에 나와있는
나와야 되는데 제주도에서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고요
20년 전에 저하고 같이 대학을 다닐 때는
결석을 밥 먹듯이 했었거든요
근데 이제 철이 들었는지
결석을 죽기보다 싫어합니다
대신 이따가 동영상으로
여러분께서 만나실 수 있을겁니다
우선 저희 부부가 함께 나눈
꿈 이야기부터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리겠습니다
저희는 94년도에 결혼을 했고요
신혼여행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호텔을 예약하지 않고
그냥 비행기 표만 달랑 끊어가지고
아주 씩씩하게 여행을 떠났죠
그런데 태국-방콕 거기 도착해서
저희 부부가 처음으로 한 게 혹시 뭔지 아세요?
부부싸움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잘 몰랐죠
그래서 공항에서 호객꾼들한테 잡혀가지고
호텔을 예약했는데
3일씩이나 한 거에요
3일을 해야지 할인을 해 준다고 해서
혹해가지고 넘어간 거죠
근데 호텔에 직접 가서 보니깐
사진하고 너무 딴판인거에요
그래서 서로 네 탓이다 내 탓이다 티격태격하다가
신혼 첫날 밤 등을 돌리고 자버렸답니다
근데도 그 때 여행이 참 좋았나봐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저희 부부는
10년 안에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자
이렇게 약속했거든요
그래서 매월 20만 원씩 3년 짜리 적금도 들었어요
그런데 계속 시간이 가면서 전셋값이 엄청 오르더라고요
그래가지고 저희 부부의 꿈이
전세 자금으로 점점 사라져갔죠
물론 바쁘게 지내느라고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어요
그러다 2003년이 왔습니다
그때 저희 부부의 나이도 서른 다섯살이 됐고요
'인생의 절반 쯤 살아왔다' 이렇게 생각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저희 부부도
앞만 보고 10년 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 내가 잘 살고 있는건가?'
'뭘 위해서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날 밤
남편에게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잠시 쉬어가면 좋겠다고요
그랬더니 남편이
돈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전세집을 빼면 되지"
어차피 우리가 여행갈려고
매월 모은 돈이 거기 들어가 있으니까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나면 되는 거라고 우겼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딱 3일만 생각해 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나서는
물론 오케이였죠
그 당시 무슨 생각으로 오케이를 했는지 한 번 들어봤습니다
(동영상)
양학용 여행작가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은 우리 꿈이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에는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잖아요
지금 우리가 정말로 하고 싶은 무언가에
솔직해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가 찍어가지고 동영상 상태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저렇게 나올텐데
양해하고 너그럽게 봐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2003년 10월 15일에 세계 배낭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여행이 저희는 처음에
그렇게 길어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희 책, 첫 번째 책 서문에도 적었지만
저희의 길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스스로 막 길을 만들어 갔어요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또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됐고요
그 사람들을 만나면서
계획에 없던 마을도 가게 되고
또 계획에 없던 시간들도 보내게 됐어요
그래서 처음엔 1년을 계획했는데
그게 1년 반이 되고, 2년이 되고 3년 가까운 시간 967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까 사회자님이 걸어서 967일 이렇게 이야기하셨는데
그런 건 아니고요
967일 동안 중국으로 배를 타고
그 다음에 육지를 통해서 쭉 돌아다니는 여행을 했습니다
이 책 혹시 읽어보신 분 계신가요?
나름 베스트셀러였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오신 분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것 같네요
저희 책을 읽어보신 분들이
보통 저희 부부여행에
'사람을 만나는 여행'
이렇게 이름표를 붙여주시더라고요
예, 맞습니다
저희는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저는 어느 대학에 다니는 누구입니다'
'저는 어느 직장에 다니는 대리 누구입니다'
누구 엄마, 누구 아내 이런 이름표를 다 떼고
오직 나라는 자신의 이름만으로
사람을 만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하고 친근한 내 자리에서 좀 멀리 떠나서
낯선 곳에 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그게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여행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도 만나지만 또 다른 내 모습도 보게 되는 것 그게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저희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 드리면
느리게 걷고 천천히 느끼는 여행입니다
저희 두 번째 책 제목, 오늘 강연의 제목 '시속 4km의 행복' 처럼요
그런데 저희가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땐 그러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일년을 계획했기 때문에
일년 안에 세계 한 바퀴 다 돌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 도시에 가면 삼일 저 도시에 가면 며칠
일정에 따 놓은 계획표 대로
막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여행을 했죠
그러다가 네팔 여행을 하고 인도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정신없이 다닐꺼면
그냥 일을 하지 왜 여행을 떠났어?
그런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그래서 '아, 계획표 때문에 그렇구나'
'계획표를 내려놓자!'
이렇게 생각을 한 거죠
그렇게 했더니
비로소 안 보였던 것들이
저희들 눈에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작은 골목길들이 보이고
그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보이고
그리고 사람사는 냄새를 맡기 시작한거죠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저희 부부가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첫 날은 무조건 하루종일 걸었습니다
걷다가 힘들면 좀 쉬다가 걷다가
그렇게 돌아다니다보면
그 도시의 어떤 인상 같은 것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러면 그 기억들이 참 가슴에 남고 좋았어요
그러다가 유럽에 가서는
중고차를 한 대 샀어요
차 뒤에 의자를 눕혀 가지고 매트리스를 깔고
차안에서 잠도 자고, 밥도 해 먹고
그렇게 유럽만 다섯 달 동안 돌아다녔습니다
제가 사진을 몇 장 보여드릴텐데요
이 사진들은 저희가 차를 대고 잠을 잤던 곳입니다
로마 콜로세움 많이 가보셨지만 이 앞에서 잠을 잔 사람들은 아마 좀 드물거에요
그리고 여기는 보름달이 떠오르는 지중해 바다고요
그리고 여기는 노르웨이의 빙산이 녹아서 만들어진 피오르드 호수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우물이 너무 예뻤던 체코의 시골 교회 마당이고요
그리고 여기는 프랑스 산골 마을의 잔디구장입니다
어떻게 많이 부러우신가요?
하지만 여행의 달콤함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잖아요
누구든 여행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니까요
저희 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후에 일상 이야기들을 해드리겠습니다
이 내용은 저희 책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에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이 글을 직접 쓴 저희 남편에게 한 번 들어봤습니다
(동영상) 양학용 여행작가
3년 만에 돌아왔을 때
우리는 다시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갈 수가 없었어요
이미 지나가버린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죠
세상을 다 돌아봤다는 만족감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괴리감이 우리를 힘들게 했어요
그리고 아내가 아팠어요
그래서 괴산의 한 교육공동체로 귀촌했는데요
마음이 맞지 않아서 곧 그만두게 됐죠
그때 참 힘들었어요
그때처럼 막막했던 때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 참 힘들고 막막했는데
그때도 다 지나가더라고요
그리고 지금은 제주도에서 정착하고 살고 있는데요
어떻게 정착하게 됐는지 얘기도 들어보겠습니다
(동영상)
제가 학부모를 하면서 되게 힘든데요
남편한테 적극적으로 동의를 할 수 있었던 거는
바로 방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방학을 하면 같이 여행을 가고
또 방학 동안에 저희가 하고 싶었던
여행학교를 할 수 있으니까요
여행학교가 뭔지 좀 궁금하시죠?
(동영상) 양학용 여행작가
저희 부부가 여행을 다녀와서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은
'아이들을 위한 여행학교'였잖아요
그런데 그때 괴산에서 얻은 것이 있었어요
어릴 적 제 꿈을 기억해 낸 거죠
교사는 프랑스 특파원, 세계 일주와 함께
몇 안 되는 제 꿈 중의 하나였어요
교사를 하면서 방학 때에 여행학교를 하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수능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 제주교대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난 1월달에
중.고등학생 11명하고 제주교대생 2명과 함께
라오스에 한달 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라오스라는 나라를 잘 모르시고
'라오스에 뭐 특별한게 있나?' 이렇게 생각하시는데
라오스는 오히려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여행자들이 찾아가는 그런 곳입니다
그냥 향토빛 누런 메콩강이 흐르고요
그 강을 따라서
순박한 사람들이 단순하게 그리고 욕심 없이
느리고도 평화롭게 살아가는 그런 곳입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들이 거기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지금도 그 곳에서 보냈던 아주 행복했던 날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무엇이 그 아이들에게 매력이었을까요?
저희 부부는
여행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종일 걷고, 밤새워서 장거리 기차, 버스, 배를 타고요
그리고 숙소를 구하고 또 이국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는 것
이런 여행 자체를 즐기는 것이지
다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저희가 새로운 도시에 도착을 하면
아이들에게 조별로 움직이게끔 했습니다
저희가 2-3일치씩의 여행경비를 나눠 주고요
아이들이 조별로 알아서
숙소도 구하고 식당도 찾아가고
그리고 관광지도 자기들끼리 의논해서
가고 싶은 곳을 가도록 했습니다
숙소를 구하고 나서
'5시까지 어디 광장에 모여라' 이런 식으로 여행을 했죠
저희 아이들이 처음으로 숙소를 구하고 나서 어땠는지 아세요?
광장에 모였는데 난리가 났습니다
자기들이 자 본 호텔하고 자기들이 가 본 식당의 음식하고
막 자랑하면서 이야기 하는데요
세상에, 모래사막에 무슨 신도시라도 세운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여행은 우리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저희가 여행을 떠날 때는 일상에 쫓겨서 정신없이 여행을 떠났는데
정작 여행하고 나서 돌아와 보니까
일상이 참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지금 여기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 현재 이 순간
제가 밥을 먹거나 친구들하고 수다를 떨거나
또는 강연을 하거나, 강연을 듣는
이 순간들이 참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희 부부는 일상을 여행처럼 살고 싶어요
그리고 언제나 여행하는 삶을 살면서
대한민국의 아이들에게도
여행이 소중하다고 하는 것을 알도록 하는 게 저희 부부의 꿈입니다
오늘 이 강연에 함께 하신 여러분들
정말 반가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END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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