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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세바시 84회 | 성인식 없는 사회에서 어른으로 산다는 것 | 김학철 교수


강연 소개 : 오늘날 한국 사회는 '거대한 유치원'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유치원에는 나이로는 어른이 되었어도 부모의 품을 떠나지 못하는 '캥거루' 어른아이와 다 자란 자식들 위를 맴맴 도는 '헬리콥터' 부모들이 있습니다. 이 강의는 어처구니없는 희극과 대책 없는 이기심이 가득찬 유치원 사회에서 어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여러 종교의 성인식을 통해 제시해 봅니다.


게시일: 2011. 12. 1.



안녕하십니까 연세대에서 가르치는 김학철이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성인식 없는 사회에서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어른이 된다는 건 무슨 뜻인지 같이 한 번 생각을 해보려고 합니다




벌써 몇 년 전 일인데요 

제가 연구실에 앉아있었습니다

전화가 한 통 왔어요 

전화를 받으니까

'김학철 교수님이신가요?' 

이렇게 한 중년의 여인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네'  하고 대답했더니

'제가 치원이 엄마인데요'

'교수님 과목을 듣습니다'

'네, 무슨 일이세요?'

'치원이가 오늘 아파서 학교엘 못 갔어요'

이렇게 전화를 주십니다

이런 종류의 전화는 대략 무슨 내용으로 이어질지 뻔합니다


그런데 이분이 '교수님, 우리 애가요'

그렇게 얘기할 때 저는 좀 무례한 줄 알지만 거기서 말을 끊습니다

'어머니, 치원이는 애가 아닙니다'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저는 이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막 대학으로 들어와서 생기는 일인 줄로 알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신문은 이런 에피소드를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한 중년의 여인이 회사를 들어옵니다

그리고 한 부장님의 이름을 대면서 그 부장님의 책상이 어디인지 묻습니다

마침내 그 부장님의 책상을 발견했죠

그 중년의 여인이 그 책상 앞에 서더니 갑자기 두 무릎을 딱 꿇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합니다

'부장님 우리 애가 치원인데 제가 치원이를 잘못 키워서 부장님을 그렇게 심려케 해드렸습니다'

회사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제가 제목을 '어느 한 헬리콥터 부모의 여행일지' 이렇게 했는데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헬리콥터 부모란 어떤 사람들입니까?

아이들, 자기가 볼 땐 다 컸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 위를 빙빙빙빙빙 날아다니면서 온갖 물자를 공급합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만약에 우리 애를 누가 위협하거나 겁박하거나 혹은 상하게 하면

바로 위에서 기관총을 쏴대죠


여러분, 뉴스 듣지 않으셨어요?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 어느 아버지가 찾아가서 학생들 다 보는 앞에 교사의 뺨을 때렸다

우리나라 교권이 무너졌다 그러지만

이게 실상 교권의 문제인지 사회 전반적인 문제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건 한국만의 일인가?

아니더라고요 아니더라고요



미국 대학 입학식에 붙어있던 문구를 하나 제가 갖고 와봤습니다

학생 여러분, 대학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밸크로(Velcro) 부모들은 집으로 돌아가 주세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벨크로가 뭔지 아시죠? 찍찍이

신발 같은데 찍찍찍 하는 것 있잖아요?

일본에선 캡슐 모자라고 그런답니다

약 먹을 때 캡슐 뚝 캡슐 모자라고 그런답니다




아~ 생각해보게 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왜 부모는 이 자기의 자식들을 성인으로 키워내지 못했을까

재미있는 것은 이 헬리콥터 부모들이

작은 헬리콥터를 낳는 게 아니라 캥거루들을 낳는 데에 있습니다

기계가 동물을 낳았는데요

보시면은 이게 지금 캥거루족이 사는 영역입니다

우리 얘기하고 싶죠? 이 캥거루한테

'야, 나와라' '엄마 배 찢어진다' 이렇게

지금 캥거루 아기 주머니 안에 다 크고 이제 엄마보다 더 큰 캥거루

새끼라고 해야 되나요?

캥거루가 가서 엄마의 주머니 안에 앉아 있습니다

'캥거루족의 안온한 삶의 기록' 제가 이렇게 했는데요

이 캥거루족, 저는 또 이것도 우리나라만의 문제인 줄 알았어요


우리나라가 좀 유별나니까 이렇게 캥거루족도 많고 그럴 거야


여러분 캥거루족 아시죠?

나이가 다 찼는데도 불구하고 직장을 구하기를 거절하고

어머니, 아버지가 아니지 엄마 아빠랑 살기를 원하는 다 큰 성인 아이

우리나라만 있는 줄 알았거든요?

아니더라구요 전혀 그게 아니더라고요

온갖 언어로 온갖 용어가 있더라고요


프랑스에서는 '탕기족'이라고 그런답니다

그래서 이 족들은 어떤 족들이냐

밖에 나가서 살다가 너무 힘들어 그래서 집에 다시 돌아와

엄마아빠 침대 가운데서 자

여기 보세요 저기 보면 '탕기족'이라고 쓰여있는 거기 그 영화 포스터인데

이게 프랑스의 한 영화입니다


또 영국에서는 말이죠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키퍼스'라고 부른답니다

키퍼스가 뭐냐면 부모의 퇴직연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저한테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제 아들이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됐는데 저랑 이제 말놀이를 시작했어요

'야, 너 이거 안 하면 나 이거 안 해줘'

그랬더니 걔는 그 말을 받아서

'아빠가 이걸 안 주면 자긴 이걸 안 해줘'

'그럼 니가 그걸 안 해주면 난 이걸 안 해줘'

맨 마지막에 장난으로 막 즐거운 맘으로 했는데 맨 마지막에 뭐라고 그러냐면

'아빠가 그거 안 해주면 내가 아빠 나중에 퇴직연금 뺏을 거야'

그러는 거에요

그런데 갑자기 이 밑으로부터 이 분노

내가 어떻게 해서 평생을 살았는데 퇴직연금을 뺏는단 말이야?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오늘날 사회를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캥거루족헬리콥터 부모들이

우리나라 사회를 거대하게 유치원 사회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는 지금 유치원 사회입니다

어른이 되지 못하는 유치원생들이 가득가득한 사회입니다


유치원생의 특성이 뭐죠?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의 특성이 뭡니까

이기적입니다 무책임합니다

자기 욕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화를 냅니다 짜증을 냅니다

그리고 자기가 어린아이라고 생각하고 용서받을 걸로 당연히 생각합니다


책임이라는 건 없습니다


왜 이럴까요?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됐을까요?

이게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면

도대체 이런 일이 왜 벌어졌을까요?

이게 별다른 일일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이 주제를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저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더라고요

제가 군대를 갔다 왔습니다

군대를 갔다 와서 스물 셋인가 넷이 됐을 때에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밥을 차려 줬죠

그런데 저희 어머니가 그때 저한테

'아가, 많이 먹어라' 그러는 거에요 군대 갔다 왔는데

저는 그때까지 별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형이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우리가 도대체 몇 살인데 아직까지 아가라고 부를 거야?'


도대체 왜 부모는 자기 자식을 성인으로 보내지 못하고

왜 이 젊은 사람들은 성인이 되지 못할까

오늘날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세계 유수의 종교들은 부모와 자식이 자식을 가만 놔두면

건강하게 서로를 분리해서 성인이 될 수 있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뭘 했냐 세계 여러 종교들은 뭘 했냐

이른바 성인식이라는 걸 했습니다



우리나라 오늘날의 성인식이 있나? 있지요 뭐냐? 이런 겁니다


'그대여, 뭘 망설이나요'


그리고 오늘날의 성인식은 뭐죠? 성인식 했다고 하면 이런 것을 합니다


장미, 향수, 그다음에 키스


종교의 눈에서 보면 장미, 향수, 키스의 성인식

그게 성인식이냐? 사람을 망친다 그렇게 얘기할 겁니다


실상 어른이라는 말이 뭐 이런 것들이 정 어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면 어떤 국어학자들에 따르면

어른이라는 말은 얼운이라는 말에서 기인했다네요

그리고 얼운이라는 것은 성관계를 가졌다라는 뜻이래요

그런데 그거 한 면만 너무 부각 되어 있죠?

마치 성인이 되면 뭐 하는 거야?

잠자리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이냐

술집에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들어갈 수 있다는 걸 확인받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성인이란 도대체 뭘까요?




세계 유수 종교들은 성인식이 단지 말 뿐이 아니라

하나의 아주 정교한 제2의 절차를 거쳐서

성인 됨의 의미를 몸으로 깨달으라고

1, 2년 교육하는 게 아닙니다

오랜 시간 동안 성인으로 키워내는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우리 한반도에 있는 역사기록을 볼 때

제일 오래된 성인식은 마한시대 기록으로 남아있더라고요



보니까 마한시대의 사진을 구할 수 없잖아요, 없죠?

마한시대의 사진을 구할 수 없어서

제가 비슷한 걸 하는 다른 부족의, 인도네시아의 다른 부족의 사진을 가지고 왔는데

어떻게 됐냐면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인이 되고자 하는 마한시대의 청소년들은 등에다가 바늘을 꿰어서

마한시대에 태어났으면 우리도 다 등에 등에다 막 바늘을 꿰어서 줄을 달아가지고

자기가 훈련받을 집을 지었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등에다가 이 꼬챙이를 꿰는 것만 해도 아픈데 거기다 줄을 달고

거기다 자기가 지을 집의 나무들을 끌었다는 거에요 이걸로 그냥

뭘 의미하겠습니까 이게

보니까 이게 지금 들의, 야생의 성인식이라고 이름 붙이는 유형과 매우 비슷합니다


여러분들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뭐냐면 바로 우리가 많이 봤던

아바타라는 영화에 이 성인식의 과정을 아주 잘 묘사한 게 있습니다



제가 볼 땐 이 아바타의 각본 쓴 사람이

이른바 원시 부족의 성인식에 대해서 많이 공부한 것 같아요


이렇습니다 여러분 아바타 보신 분들은 더 잘 제 말씀을 이해할수 있겠는데요

거기보면 그냥 나비족의 책임 있는 성인이 되지 않습니다 일원이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냐면 이렇게 됩니다


훈련을 합니다, 훈련합니다 훈련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머물고 있던 공동체를 떠납니다

떠나서 뭘 해야 되냐면

저기서 불을 퍽퍽 내뿜는 용 한 마리를 봐야 합니다

그리고 두려움을 참고 홀로 용 앞에 서야 돼요

자기의 운명이야

그리고 그 운명을 눈앞에 두고 그 운명에 올라타야 돼요

그리고 자기 머리카락을 가지고 연결하죠 운명과 접속하죠

비행을 하죠? 그리고 땅에 내려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나비족의 마을로 돌아갑니다


떠났다가 돌아오죠?

떠날 때는 아기로 떠났지만

돌아올 때는 용을 한 마리 붙잡은 성인으로 돌아옵니다 전사로 돌아옵니다

이 성인식의 주요한 키워드 핵심단어들이 뭡니까



훈련, 훈련 고통의 감내

홀로, 홀로 두려움과 맞섬 

용기, 자신의 운명을 발견

자신의 운명에 도전 그리고 성취

그리고 자기가 속한 사회의 책임감 있는 전사로 살아가는 겁니다


아까는 들의 성인식이었는데요 이제는 도시의 성인식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유교 시대의 관례계례

모자나 비녀를 꼽아가지고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표시하는 겁니다


여러분 제가 여기 강연하러 나오는데 핫팬츠에 속옷만 입고 나오면 안 되죠?

그러면은 강사를 잘못 불렀거나 잘 불렀는데 제가 그날 좀 이상해졌거나

옷을 바꿔줍니다 옷을 바꿔줘요 뭘 뜻하죠?

이제 다른 사람인 거에요 신분을 옷으로 입혀줍니다

그래서 성인처럼 살아가게 만들어줍니다




여러분,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뭘까요?

결국 새로운 삶, 주체적인 삶

자기 운명과 맞닥뜨린 삶

그리고 거기서 자기 운명을 실현해내는 그런 삶을 살 겁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러한 성인식의 구조하고


이른바 영웅 이야기의 신화 구조랑 매우 닮아있다는 게 발견됩니다



여러분, 뭐 서양의 위대한 영웅 둘만 제가 오늘 소개해드리겠는데



한 명은 헤라클레스고, 한 명은 모세라는 사람입니다


헤라클레스는요 우리가 그냥 힘만 센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힘만 센 사람이 아닙니다

이 사람은 그리스 세계에서 굉장히 위대한 영웅으로 인정받는데

어떤 사람이냐 맨 처음엔 신의 아들, 제우스의 아들로 태어나지만

좀 사람이 미숙해 그리고 실수로 큰 잘못을 저지릅니다

공동체를 떠나서 온갖 업무와 수행하기 힘든 일을 맞서요

그리고 그것을 수행하고 돌아와서는 그 지역의 왕이 됩니다 영웅이 되죠?


모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집트의 왕자인 줄 알고 살다가

이집트를 떠나서 미리암광야에서 훈련과 고통과 자기의 운명과 맞서서

자기 삶의 주제를 가지고 다시 이집트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히브리인들을 출애굽 시키는 영웅이 됩니다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왜 성인식의 이야기 구조와 영웅 이야기 구조가 그렇게 일치하는가



아, 이건 성인이 된다는 건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거구나


성인이 된다는 건 자기 삶의 영웅이 된다는 거구나

만약 성인이 되지 못하면 그럼 뭘 의미하는가?

심지어 자기 삶에도 보조출연자, 엑스트라로 살아가는 거구나

그런 생각을 우리가 하게 되는 거죠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사는 겁니다

그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일 때 이 자기 삶의 주인공은

협소한 자기 자기밖에 모르는 어린아이 자기가 아니라

저 우주의 근본적 원리와 잇닿아 있는 자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동감할 수 있는 자기가 되어서

그 자기가 써내려가는 삶의 영웅으로 살아갑니다

유치원 사회에서 성인식이 없는 사회에서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 같이 한번 노력해보자고 제안 드립니다

우리 성인이 되어서 우리 삶에 영웅으로 살아갑시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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