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에서 가장 중요한 건 브레이크입니다." 김해 진영의 감나무집 촌놈이 KBS 22기 개그맨이 됐다가, 잘 되다 안 웃겨지는 슬럼프 끝에 우연히 본 레이싱 경기에서 두 번째 출발선을 만났다. 〈네 가지〉·〈선생 김봉투〉·〈닥터 피쉬〉의 양상국이 카트 출신들 사이에서 경운기 출신으로 전국대회 1등을 하기까지, 그리고 그 모든 결승에서 그가 길어 올린 한 문장 — "잘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더 오래 멀리 간다"는 21분의 자기 고백.
📌 한 줄 요약
개그맨 겸 레이서 양상국의 21분 — 감 따기 싫었던 진영 촌놈이 50만 원 들고 서울에 와 KBS 22기 세 번째 도전에 합격하고, 슬럼프 끝에 우연히 본 레이싱 경기에서 두 번째 출발선을 만나 카트 출신들 사이에서 전국대회 1등을 하기까지. 결론은 "잘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더 오래 간다."
⭐ 추천 점수
★★★★★ 5/5 — 슬럼프와 두 번째 도전 이야기를 한 사람의 입에서 가장 솔직하게 듣고 싶다면 이만한 21분이 없다. 박장대소와 눈물이 동시에 나오는 자리다.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잘 되다 갑자기 안 풀리는 슬럼프를 만난 분
두 번째·세 번째 직업 전환을 고민 중인 분
개그콘서트 〈네 가지〉 양상국의 비하인드와 레이싱 전향 이야기가 궁금한 분
📑 목차
3. 50만 원 들고 서울로 — KBS 22기 세 번째 합격
5. 잘 되다 안 웃겨지던 어느 날 — 우연히 본 서킷
잘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더 오래 간다 — 양상국의 21분 자기 고백
1. 출발선의 두려움 — 레이싱 슈트의 자신감 너머
"안녕하십니까. 개그맨 겸 레이서로 활동하고 있는 G레이서 양상국입니다." 그는 무대에 레이싱 슈트를 입고 등장한다. "이 옷을 입으면 자신감이 좀 많이 생겨요. 근데도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레이싱을 할 때 출발선에 섰을 때 많이 겁이 나요.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지? 내가 다시는 안 해야지.'"


"근데 신호등이 5-4-3-2 빵! 하는 순간 — 우와 재밌다 하고 미친 듯이 달리거든요. 그 순간에는 겁이 사라지고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확 듭니다." 그는 청중에게 자기를 이렇게 정리한다. "사람들은 제가 개그맨에서 레이서로 전직했다고 하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가 바뀌었을 뿐, 여전히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나 자신을 증명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2. 감 따기 싫었던 진영 촌놈, 창원으로 가다
"저는 진짜 시골에서 태어났는데, 태어나서 눈을 떠 보니까 그냥 감밭이더라고요." 김해 진영에서 자란 그는 가을이 너무 싫었다. "다른 애들 단풍 구경 가고 놀러 다니잖아요. 저는 가을 내내 감을 따요. 학교 끝나면 감 따러 가야 되고, 주말에는 당연히 감 따러 가야 되고."

봄에는 가지치기, 여름에는 농약, 겨울에는 거름까지. "그렇게 사니까 저는 진짜 농사가 너무 싫었어요. 농사가 싫으니까 시골도 싫더라고요.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고등학교 갈 때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어머니, 저는 유학을 가겠습니다." 어머니가 "얘가 미쳤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그는 해냈다. 창원으로 유학을 갔다.
"진영 읍에서 창원으로 가는 것 자체가 — 맥도날드가 있고 파리바게트도 있고. 저한테는 엄청난 곳이었거든요." 그런데 가 보니까 거기서도 촌놈이라고 놀렸다. 그때 그의 첫 무기가 생겼다. "제가 그래도 조금 웃기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아, 신이 나한테 하나는 뺏아 갔지만 유머를 줬구나." 개그맨이라는 작은 씨앗이 그렇게 품어졌다.
3. 50만 원 들고 서울로 — KBS 22기 세 번째 합격
"유학을 가겠다. 제 꿈을 찾아서 서울로 왔습니다." 단돈 50만 원을 들고 올라왔다. 그런데 서울에서 잡은 월세집의 월세가 50만 원이었다. "내가 한 달 만에 내려가야 되나, 큰일이다." 정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KBS 개그맨 시험 첫 번째 도전 — 떨어졌다. 두 번째 도전 — 또 떨어졌다. "세 번째 또 도전을 했습니다. 이번에 안 되면 진짜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를 지어야 된다." 또 밤을 새 가며 아이디어를 짰다. 세 번째 도전, 합격이었다.

"소속사 대표님이 전화하셔서 '상국아, 수고했다' 그러시는데 — 진짜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그 사장님이 해 준 것도 없어요. 근데 그 '수고했다' 한 마디가 — 부모님 앞에서도 운 적 없는데." 울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는 또 떨어진 줄 알고 "괜찮다, 내년에 또 보면 되지" 하셨다. "그게 아니고 합격했다" 하니까, 1초도 마(間) 안 뜨고 "아이고, 우리 아들 잘했다." 슬퍼서 우는 줄만 알았던 그가 기뻐서도 운 첫 순간이었다.
4. 진영 읍에 걸린 7개의 플래카드
합격 후 진영 읍에 플래카드가 7개 걸렸다. "양영동 박순란 차남 KBS 22기 합격." 아버지 택시 회사에서, 형님 동창회에서, 자기 동창회에서 — 7개가 동네 곳곳에 붙었다.
"고등학교 때 창원에서 꿨던 그 작은 꿈을 드디어 내가 해냈구나. 그 날이 제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했던 날이었습니다." 〈네 가지〉·〈선생 김봉투〉·〈닥터 피쉬〉·〈서울메이트〉. 그는 개그맨 치고는 그래도 잘 됐고,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5. 잘 되다 안 웃겨지던 어느 날 — 우연히 본 서킷
"한참 사람이 웃긴 게 잘 되다 보니까 어느 순간에 제가 안 웃기더라고요. 저는 웃기는 사람인데 제 자신이 안 웃기더라고요." 웃음이 재미가 아니라 의무처럼 느껴졌다. 점점 자신이 안 행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인생의 첫 슬럼프였다.

그러다 우연히 레이싱 경기를 보러 갔다. "서킷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엔진 소리가 있거든요. 그 소리에 제 심장이 그냥 터질 것 같은 거예요. 아, 이게 살아 있다는 느낌이구나. 무대 위에서 웃음을 터뜨렸던 짜릿함이 약간 그 엔진 소리로 바뀌어서 다시 저한테 돌아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경운기를 몰던 시골 촌놈이 이제 레이싱에 도전하게 됐죠. 그게 제 인생의 두 번째 출발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선이 따라왔다. "촌놈이 서울에 올라가서 뭘 하냐"는 시선도, "개그맨이 무슨 레이서야, 그냥 홍보용으로 뽑아 놨겠구나"라는 시선도. 처음에는 웃어 넘겼지만 마음속에 계속 남았다.
6. 카트 출신들 사이의 경운기 — 전국 1등 포디움
"보여 주자. 레이싱은 성적으로 보여 주는 스포츠거든요." 그날부터 미친 듯이 연습했다. 시뮬레이터 기계로 밤새 연습하고, 저녁에는 영상으로 데이터 분석. "요즘에는 그냥 막 타는 게 아닙니다. 어디서 브레이크를 10%·15% 밟았냐, 핸들을 2도·5도 돌렸냐 — 데이터를 다 분석해서 자동차의 움직임을 분석하거든요."
최선을 다한 결과 전국대회 2등을 했다. "다른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 레이싱에도 부르주아들이 있거든요. 카트 출신들이 있어요. 카트 출신들 사이에서 경운기 출신이 2등을 했습니다." 포디움에 오르는 게 그의 소원이었다. 그런데 1등만 인터뷰를 했다. "2-3등은 그냥 팀들하고 수고했어 하고 끝." 다음에는 1등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비슷한 일은 〈네 가지〉 때도 있었다. 연예대상 코너상을 받을 줄 알고 멤버들이 다 짜고 앉아 있었는데, "올해 코너상은 — 용감한 녀석들"이 호명됐다. "엉덩이가 반쯤 일어났는데. 자존심이 많이 상했거든요." 그 한 끝 차이가 그에게 다음의 연료가 됐다. "레이싱에서도, 방송에서도, 인생에서도 그 한 끝 차를 좁히기 위해서 더 독하게 준비를 해서 — 결국 대한민국 레이스 정상에 섰습니다." 전국대회 1등이었다. "무대는 바뀌었지만 그래도 나는 승부사고 여전히 도전한다."
7. 레이싱에서 가장 중요한 건 브레이크
레이싱 10년 차인 그에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몇 km 나와요?"다. 그의 답은 늘 같다. "레이싱에서 가장 중요한 건 브레이크입니다."


"서킷에서 액셀만 밟잖아요. 그러면 서킷을 벗어나요. 코너에서 잘 멈출 수 있어야 다음 코너에서 더 속도를 내서 탈출할 수 있고 좋은 기록을 낼 수 있거든요. 멈추지 못하면 서킷을 벗어나고 사고가 나거나 차를 손상시킵니다."
자동차와 타이어가 낼 수 있는 능력치는 100. 100.1을 내는 순간 벗어난다. "99.9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이 가장 빨라요. 99를 쓰는 사람은 느려요." 예선에서 1초 안에 15대가 들어온다. 0.1초 싸움이다. "잘 멈출 줄 알고 잘 탈출해야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어요."

"인생도 똑같더라고요." 개그맨일 때 매주 코너를 짜고 열심히 달렸다. 〈네 가지〉 코너가 10개월 갔다 치면, 10개월을 매주 색을 짰다. 그런데 끝나고 사람들이 묻는다. "왜 안 나와요?" 매주 짜도 대박 코너가 안 나오더라. "잠시 휴식을 갖고 더 넓은 세상을 봤을 때 — 내 인생에 대박 코너들이 나오더라고요."
"인생을 봤을 때 단순히 앞만 보고 액셀만 밟는 일이 아니라, 어떤 시점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거를 많이 느꼈거든요. 가끔은 멈추고, 돌아보고, 지금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 그 목표 앞에서 속도를 줄이는 게 꼭 멈춘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아요. 속도를 줄일 줄 아는 사람이 더 오래 멀리 달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무대에서도 웃음을 만들었고 서킷에서도 기록을 만들었지만, 결국 제가 배운 거는 — 내 인생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이었습니다. 더 빨리보다는 더 오래 가 더 중요하다는 것." 개그맨을 10년 넘게 해도 세바시에서 부르지 않았는데, 개그맨을 멈추고 돌아섰을 때 부르더라는 그의 마지막 농담이 21분의 결론이 된다. "40대인 제가 50대에 새로운 도전으로 60대에도 계속 나오고 싶네요."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무대가 바뀌었을 뿐 — 여전히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나 자신을 증명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레이싱에서 가장 중요한 건 브레이크입니다. 잘 멈출 줄 알아야 다음 코너에서 더 빨리 탈출할 수 있어요."
"더 빨리보다는 더 오래 가 더 중요하다 — 그게 제가 개그맨으로서 그리고 레이서로서 얻은 기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 블로거 한 줄 후기
21분짜리 비교적 긴 강연인데, 한 문장으로 압축 가능하다. "잘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더 오래 멀리 간다."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카트 출신들 사이에서 경운기 출신이 2등을 했다는 한 줄의 자조였다. 김해 진영 감나무집에서 시작해 KBS 22기에 합격하기까지의 흐름이 그 한 줄의 무게를 떠받친다. 어머니의 "아이고 우리 아들 잘했다"라는 1초도 안 뜨고 나온 응답이, 자기 인생에서 슬퍼서가 아니라 기뻐서 우는 첫 순간이었다는 자리는 21분 안에서 가장 단단한 박힘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는 건 〈네 가지〉 코너상을 놓친 자리와 레이싱 포디움 2등의 자리가 한 줄로 이어진다는 통찰이었다. "1등을 해야 인터뷰를 한다"는 한 줄의 자존심이 그를 다음 연료로 밀어 올렸고, 결국 대한민국 레이스 정상에 도달하게 했다는 흐름이 무대를 가리지 않는 한 사람의 승부사다움을 보여 준다. 그리고 마지막 도착지가 "브레이크"라는 한 단어라는 점이 이 강연이 도착한 가장 정확한 마디다. "잠시 멈추고 더 넓은 세상을 봤을 때 — 내 인생에 대박 코너들이 나오더라"는 한 줄은, 슬럼프 한가운데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건네주고 싶은 문장이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한 가지만 잠시 멈춰 본다. 한 시간, 한 끼, 한 끼니라도. 그리고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한 줄로 적어 본다. 양상국이 말하는 브레이크의 가장 작은 단위가 거기서 시작된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양상국의 〈개그콘서트〉 〈네 가지〉·〈선생 김봉투〉·〈닥터 피쉬〉 클립과, 그가 활동 중인 슈퍼레이스 챔피언십(SuperRace) GT 클래스 경기 영상. 카트 출신과 비카트 출신이 어떻게 다른지 보고 싶다면 한국 자동차 경주 협회(KARA) 공식 사이트의 레이스 기록도 함께 보면 좋다. 멈춤과 회복의 통찰을 더 깊이 보고 싶다면 데이비드 엡스타인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Range)〉도 함께 추천한다.
♥ 더 빨리보다 더 오래. 오늘 한 번, 잠시 멈춰서 어디로 가는지 한 줄만 적어 보세요.
'YouTube > 세바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단축 근무는 복지가 아니라 투자 — 동일프라텍 김지현·노승현이 풀어내는 워라핏 15분 | 세바시 2035회 (0) | 2026.06.29 |
|---|---|
| 평균 퇴직 49.4세, 그 다음의 10년 — 일자리재단 대표가 풀어내는 부캐와 제2의 생명줄 17분 | 세바시 2034회 (0) | 2026.06.28 |
| 동태 한 솥이 시가 되기까지 — 늦깎이 시인 김명자의 13분 자기 고백 | 세바시 2032회 (0) | 2026.06.26 |
| 등을 떠밀어주세요 — 박진주가 풀어내는 어머니·이하늬·유재석의 16분 응원론 | 세바시 2031회 (0) | 2026.06.25 |
| 빨리빨리 신호등에서 잠시 멈춘 다문화 대학원생 — 심은혜의 11분 자기 고백 | 세바시 2030회 (0) | 2026.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