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이 경쟁력입니다." 16년 동안 플라스틱 빨대만 만들던 동일프라텍이 거북이 코에 박힌 빨대 영상 한 편을 보고 생분해 친환경 빨대 회사로 바뀐 뒤, 회사 안 사람들의 삶도 같이 바꾸기로 했다. 매일 1시간 일찍 퇴근하는 단축 근무제(4.5일제) 도입기와, 워라벨 대신 '워라핏(Work-Life Fit)'이라는 단어를 새로 꺼내 든 김지현 대표와 노승현 차장의 15분 이중창.
📌 한 줄 요약
동일프라텍 김지현 대표 + 노승현 차장의 15분 — 16년 플라스틱 빨대 회사에서 친환경 회사로의 전환, 매일 1시간 일찍 퇴근하는 4.5일제 도입, 회계팀 시어머니 식탁과 마케팅팀 하원, 물류팀 자격증 공부의 변화. 결론은 "단축 근무는 복지가 아니라 투자다."
⭐ 추천 점수
★★★★☆ 4.5/5 — 중소 제조업 단축 근무 실증 사례를 한 자리에서 경영자·실무자 양쪽 입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강하다. 야근 = 열정이라는 한국 직장 문화에 대한 정면 도전이 15분 안에 깔끔하다.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중소기업·스타트업에서 단축 근무·주 4.5일제를 검토 중인 분
"워라벨이라는 단어가 뭔가 어색하다" 느낀 적이 있는 분
친환경 제품·ESG·지속가능 경영의 실제 사례가 궁금한 분
📑 목차
1. 거북이 코의 빨대 — 16년 차 플라스틱 회사의 결정
2. 제품은 지속 가능해졌는데, 사람은? — 4.5일제의 시작
4. 10년 전 겨울 — 여직원 퇴근길에서 시작된 실험
7. 살아가며 일할 수 있는 회사 — 워라핏의 진짜 결론
단축 근무는 복지가 아니라 투자다 — 동일프라텍 4.5일제 15분
1. 거북이 코의 빨대 — 16년 차 플라스틱 회사의 결정
강연은 두 사람의 인사로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친환경 빨대를 만드는 회사 동일프라텍 대표 김지현입니다." — 김지현 대표
"안녕하세요. 저는 동일프라텍 총무기획팀 차장 노승현입니다. 저희는 오늘 일과 삶이 잘 맞는 회사 이야기를 나누러 왔습니다." — 노승현 차장



"사실 저희 회사는 원래 플라스틱 빨대를 만들던 곳이에요. 16년 동안 한결같이 빨대만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 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힌 그 영상 많이 보셨죠? 저도 그 영상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는데요. '혹시 저게 내가 만든 빨대는 아닐까?' 그 죄책감이 정말 너무 컸습니다."
그날 이후 김지현 대표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빨대 하나가 지구를 아프게 한다면, 빨대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생분해 소재를 사용한 친환경 빨대를 개발했다.
2. 제품은 지속 가능해졌는데, 사람은? — 4.5일제의 시작
"제품을 바꾸고 나니까 새로운 고민이 또 생기더라고요.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지속 가능해졌는데 — 정작 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은 지속 가능한가?" 그 질문이 단축 근무제의 출발점이었다.

김지현 대표는 세 아이의 엄마다. 초등학교 6학년, 2학년, 그리고 갓 돌 지난 막내. "아이가 어리다 보니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일하고 퇴근하면서 늘 시간을 쫓기곤 했어요. 어쩌다 한 번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그 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던지." 그래서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이 한 시간을 우리 구성원 모두에게 돌려줄 순 없을까?" 매일 한 시간씩 일찍 퇴근하는 단축 근무제 — 일명 4.5일제 — 가 시작됐다.
노승현 차장의 첫 반응은 솔직했다. "솔직히 처음엔 좀 어색했습니다. 한 시간 일찍 퇴근해서 뭘 할까? 그런데 막상 해 보니까 인생이 좀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미혼이라 부모님과 사는 그는 그동안 잠만 자고 출퇴근하는 하숙생 같았는데, 일찍 퇴근하는 덕분에 부모님과 저녁 식사도 같이 하고 대화가 늘어 사이가 좋아졌다고 한다. "이제 장가만 가면 될 것 같습니다." 김지현 대표가 옆에서 웃으며 거든다. "이 강연 보시는 여성분들 참고해 주세요. 제가 보증을 서는 1등 신랑감입니다."
3. 워라벨이 아니라 '워라핏'
대화는 자연스럽게 단어 하나로 옮겨 간다.
"저는요, 워라벨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슬프게 들릴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일과 삶을 나눈다는 말 자체가 — 마치 일하는 시간에 내 삶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 김지현 대표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요. 일할 때는 내 시간이 아닌 거죠. 그래서 퇴근 후에야 비로소 진짜 나로 돌아오는 느낌이랄까요?" — 노승현 차장
김지현 대표가 새로운 단어를 꺼낸다. "저는 워라벨과 조금 다른 개념인 워라핏(Work-Life Fit)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워라벨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거라면, 워라핏은 나에게 맞는 일과 삶의 조화를 찾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과 삶을 따로 떼어 놓는 게 아니라 서로 잘 어울리게 핏 되게 하는 거예요." 노승현 차장이 정리한다. "일을 삶에 억지로 끼워 넣는 게 아니라, 내 삶에 맞게 일을 설계한다는 거네요."

"누구에게는 아이를 돌볼 1시간, 누구에게는 자기계발 1시간, 또 누구에게는 그냥 쉴 수 있는 1시간 — 그 한 시간들이 각자에게 다르게 핏 되는 거예요." 김지현 대표가 정리한 워라핏의 정의다.
4. 10년 전 겨울 — 여직원 퇴근길에서 시작된 실험
"저희가 단축 근무를 처음 시행했을 때는 사실 10년 전이었어요." 그 당시 회사가 꽤 외진 곳에 있었다. 겨울철 6시면 깜깜해지는데, 여직원들이 퇴근길이 무섭다고 한 시간만 일찍 가면 안 되겠냐 해서 겨울철 한정으로 5시 퇴근을 시작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솔직히 두려움이 컸어요. 업무가 제대로 돌아갈까, 성과는 떨어지지 않을까. 오히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손해 보는 게 아닐까." 그런데 막상 시행하니 그 걱정이 기우였다. 업무 공백도 없었고 성과도 그대로였고, 오히려 집중도가 더 높아졌다. "시간을 줄였는데도 효율은 더 높아질 수 있구나." 그 깨달음이 이번에는 경기도 일자리재단의 지원을 받아 회사 전체 제도로 확장됐다.
노승현 차장의 변화도 솔직하다. "근무 시간이 줄면 급여나 성과에 영향이 들어갈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시행되니 정반대였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일을 끝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우선순위를 정하게 됐어요. 회의도 간결해지고, 불필요한 보고나 잡담이 줄고요." 그리고 그가 강조한 한 줄. "예전에는 하루가 출근–업무–퇴근–취침으로 딱 끊겨 있었다면, 지금은 그 사이에 삶이 들어왔어요."
5. 식탁·하원·자격증 — 1시간이 만든 변화
한 시간이 만든 변화는 개인마다 달랐다. 노승현 차장이 직원 사례를 풀어낸다. 회계팀의 한 직원은 시어머니와 함께 산다. 정시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식사 준비가 빠듯해 늘 죄송했는데, 한 시간 일찍 퇴근해 저녁을 차리는 게 여유로워졌다. "식탁에서 어머니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신다고 하더라고요. 그 시간 덕분에 가정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들었습니다."
김지현 대표가 마케팅팀 과장의 이야기를 더한다. "아이가 어려서 어린이집에 맡기고 계셨는데, 예전에는 늘 우리 아이만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하세요. 단축 근무 덕분에 이제는 여유 있게 하원도 하고, 아이의 손을 잡고 집에 가는 게 참 행복하다고 합니다."

노승현 차장은 물류팀 주임 이야기를 꺼낸다. "퇴근 후에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퇴근하고 에너지가 남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예전에는 피곤해서 공부는커녕 집에 들어가서 주무신다는 얘기만 들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활력이 생긴 거죠." 회사 안 사내 영화 동아리 '파고 앤딩' 활동도 훨씬 활발해졌다. "함께 모여 영화를 보고 직원들끼리 영화 얘기도 나누고 — 자연스럽게 팀워크가 좋아진 것 같아요."
6. 야근이 열정이 아니라, 회복이 경쟁력
"예전에는 야근이 열정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회복이 경쟁력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 노승현 차장

"무조건 오래 일하는 게 아니라 —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드는, 저는 그것이 진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김지현 대표
노승현 차장의 한 줄이 강하다. "사람들이 이 제도를 복지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 복지가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 시간을 돌려줬더니 그 시간만큼 에너지가 다시 회사로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김지현 대표가 받는다. "사람이 지치지 않으면 회사도 지치지 않습니다. 결국 조직의 체력은 사람의 체력에서 나오니까요. 단축 근무로 일의 시간은 줄였지만 그 덕분에 성과의 질은 더 단단해졌고 조직의 분위기는 더 유연해졌습니다."
7. 살아가며 일할 수 있는 회사 — 워라핏의 진짜 결론
김지현 대표가 강연 후반부에 한 줄을 박는다. "사람에게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야말로 회사의 성과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결국 회사의 경쟁력은 제품이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니까요. 직원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삶을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그 마음이 다시 회사로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를 근무했던 직원들의 이름 모두를 제가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들의 이력서에 평생 남아 있을 동일프라텍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이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노승현 차장이 받는다. "단축 근무제는 회사의 정책이 아니라 내 삶을 되찾는 원칙이라는 겁니다. 시간이 줄어든 게 아니라 — 삶이 돌아왔습니다."
"회사는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 살아가며 일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요." — 김지현 대표
"여러분의 일은 여러분의 삶과 잘 맞고 있나요? 그 조화를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워라핏입니다." 강연의 마지막 한 줄이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제품은 지속 가능해졌는데 — 정작 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은 지속 가능한가?"
"예전에는 야근이 열정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회복이 경쟁력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는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살아가며 일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 블로거 한 줄 후기
15분짜리 두 사람의 이중창인데, 한 단어로 압축 가능하다. "워라핏."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춘다는 워라벨이 두 개를 잘라서 나란히 놓는 그림이라면, 워라핏은 두 개를 서로 끼워 맞추는 그림이다. 동일프라텍이라는 16년 차 빨대 회사가 거북이 영상 한 편을 보고 친환경 제품으로 옮겨 갈 때 같은 결로 사람의 삶도 옮겨 가야 한다는 김지현 대표의 사고가 일관되어 좋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는 건 노승현 차장의 한 줄 — "예전에는 야근이 열정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회복이 경쟁력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 이었다. 한국 직장 문화 한가운데에 박혀 있던 '야근 = 열정'이라는 등식을 회복이라는 단어로 바꿔 놓는다. 회계팀 시어머니 식탁, 마케팅팀 어린이집 하원, 물류팀 자격증 공부, 사내 영화 동아리 파고 앤딩까지 — 1시간이 만든 변화 사례 네 가지가 통계 수치 한 줄보다 훨씬 정확하게 단축 근무의 의미를 보여 준다. "단축 근무는 복지가 아니라 투자다"라는 한 줄은, 비슷한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모든 중소기업에 그대로 건네주고 싶은 문장이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오늘 한 시간을 일찍 끝내고 그 한 시간을 어디에 쓸지 한 줄로 적어 본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 한 끼, 동네 산책 한 바퀴, 미뤄 둔 책 한 챕터. 김지현 대표가 말하는 워라핏의 가장 작은 첫걸음이 그 한 줄에서 시작된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동일프라텍 공식 홈페이지와 친환경 빨대 제품 라인업, 그리고 거북이 코의 플라스틱 빨대 영상(2015, 코스타리카 해양생물학자 크리스틴 피그너 촬영). 단축 근무·주 4일제 실험 사례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주 4일제(2019), 아이슬란드 주 4일제 실험 결과, 영국 4 Day Week Global 시범 사업 보고서를 함께 보면 좋다. 한국에서는 경기도 일자리재단의 중소기업 단축 근무 지원사업 안내가 가장 가까운 후속 자료.
♥ 여러분의 일은 여러분의 삶과 잘 맞고 있나요? 오늘 한 시간, 그 조화를 한 번 들여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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