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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만 가면 끝인 줄 알았는데" 길 잃은 21살을 일으켜 세운 한마디 —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죠', 윤선우가 전하는 자신감의 발견 | 세바시 2044회

2025. 11. 25. | 세바시 2044회 | 윤선우 (대학생)

 

 

놓친 지하철역이 알려준 것 | 세바시 2044회

 

 

재수 끝에 간절히 바라던 대학에 합격했지만, 윤선우 님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실패할까 두려워 지하철역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오열하던 날도 있었죠. 벼랑 끝의 그를 일으켜 세운 건, 멘토링에서 만난 열다섯 살 중학생의 단순한 한마디였습니다.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길을 잃었던 지하철역이 도리어 자신을 안내해 줬다는, 한 대학생의 솔직한 이야기를 옮깁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강의 시작 30분 전, 내리지 못한 지하철역
2. "대학만 가면 끝인 줄 알았는데"
3. 밑바닥에서 다시 켠 노트북
4. 중학생 멘티가 건넨 한마디
5. "하고 싶으면 하면 되죠" — 도전이 재미있어진 순간
6. 놓친 역이, 나를 안내했다

 

 

윤선우 대학생 · 강연 ‘길을 잃은 곳에서 찾은 나의 진짜 자신감’
윤선우 대학생 · 강연 ‘길을 잃은 곳에서 찾은 나의 진짜 자신감’

 

 

강의 시작 30분 전, 내리지 못한 지하철역

 

저는 사실 대학교 1학년 2학기에 꽤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강의 시작 30분 전, 학교에 가려고 도착한 지하철역에서 저는 머뭇거리다 끝내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저 문이 닫히는 소리만 가만히 듣고 있었어요.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친 뒤, 저는 처음 보는 역에서 발을 디뎠습니다.

근처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한 잔 시켜놓고는, 몇 시간을 내내 울었습니다.

사실 저는 정말 좋아하던 강의가 하나 있었어요.

'스피치와 토론'이라는 수업이었죠.

그 강의를 듣고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하게 되어 참 좋았는데, 그날은 그 좋아하던 강의조차 도저히 갈 수가 없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그냥 눈물이 났고, 몸이 어딘가에 얽매여 있는 것만 같았어요.

울다 지쳐 다 식은 커피를 입에 대는 순간, 내가 무언가 위태로운 상태에 도달했다는 걸 느꼈습니다.

 

재수 끝에 합격했지만, 시키는 대로만 살다 보니 목표도 확신도 사라져 있었다
재수 끝에 합격했지만, 시키는 대로만 살다 보니 목표도 확신도 사라져 있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강의조차 갈 수 없게 만든 그 우울함이, 그저 두려웠습니다.

 

"대학만 가면 끝인 줄 알았는데"

 

재수 끝에 들어간 대학이었지만, 막상 입학 후의 삶은 꿈꿔온 것처럼 밝지 못했습니다.

대학만 가면, 시키는 것만 하면, 제 미래가 완벽해지는 줄 알았거든요.

그러나 저는 그저 삶의 목표도 확신도 없는 스물한 살이 되었을 뿐이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 번뿐인 인생, 실패하면 안 된다", "지금 이 선택이 너의 평생을 좌우할 것이다" — 그런 생각들이 제 발목을 너무나 무겁게 붙잡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무언가를 시도해 보자니, "내가 과연 이걸 할 가치가 있나", "나 따위가 무언가를 잘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가장 두려웠던 생각 — "누군가 내 인생을 망쳐버리는 게 아닐까?"
가장 두려웠던 생각 — "누군가 내 인생을 망쳐버리는 게 아닐까?"

 

혹시라도 제가 제 인생을 스스로 망칠까 봐, 그게 가장 두려웠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다 해놓고도 학교 앞까지 와서 뒤돌아 가기도 했고, 지하철역 이름을 보기 싫어 내리지 못한 적도 있었어요.

아마 대다수의 대학생이 저와 비슷한 감정을 겪어 봤을 거예요.

막막한 미래 앞에서, 막연한 진로 앞에서 무심하게 몰아치는 그 답답한 감정 말입니다.

저는 재수를 해서인지, 그 불안이 유난히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밑바닥에서 다시 켠 노트북

 

아무것도 안 하고, 아빠가 주신 커피 기프티콘으로 커피나 마시고 있는 스스로를 더는 봐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밑바닥에서 튀어나온 작은 힘으로 — 어쩌면 그 기프티콘이 줬던 작은 부채감으로 — 저는 학교 공지사항이라도 살펴보려 노트북을 켰습니다.

무슨 대회 참가자 모집, 무슨 도우미 안내 등 수많은 글들을 지나, 단 하나의 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울런 멘토단 참여 대학생 모집'.

"서울런이 뭐지?" 하는 궁금증과, '참여'라는 표현이 덜어주는 부담감.

단순히 그 두 가지에 저는 그 글을 읽어보게 됐어요.

텅 비어 있던 제 내면에서 딱 한 구석, 마지막까지 빛나던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재수까지 했으니 학교 생활과 입시는 내가 좀 알지."

그런 작은 믿음으로 저는 서울런 멘토단에 참여했습니다.

 

중학생 멘티가 건넨 한마디

 

제 멘티는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중학생이었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멘티의 수학 과외와 진로 상담이었는데요.

중학 수학과 오답노트 쓰는 법을 가르치기도 하고, 예체능 고등학교 진학 방법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멘티는 아주 다양한 꿈을 갖고 있었어요.

지금의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새로운 일들이었죠.

그런데 멘토링은 제가 일방적으로 멘티를 지도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멘티에게 상담을 받은 적도 있었거든요.

멘티의 그 당당함이 너무 부러워서, 저는 별 생각 없이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꿈이 많고, 다 확신이 있어?"

멘티는 고민도 없이 답했어요.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중학생이 할 법한, 정말 쉽고 단순한 대답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대학생이었기에 오히려 떠올리지 못한 말이기도 했죠.

저를 얽매고 있던 그 무언가에 금이 가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 어린 상담사에게 다시 물었어요.

"괜히 했다가 잘못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러자 멘티는 또 고민 없이 답했습니다.

"그럼 또 해보든지, 다른 거 하면 되죠."

저를 얽매던 그 두려움이 흩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되죠" — 도전이 재미있어진 순간

 

멘토링이 끝나고, 집에 가는 버스에서 저는 한참을 생각했어요.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괜히 시작했다가 실패할까 봐 두렵다" — 그 크고 부정적인 감정 앞에서, 저는 다시 한번 그것을 마주하고 섰습니다.

그 벽 앞에 무너져 고개 숙이고만 있다가, 다시금 고개를 들어 벽을 마주한 순간이었죠.

기분이 꽤 상쾌했고, 또 굉장히 명쾌했습니다.

"하고 싶으면 그냥 해도 되는 거구나."

그날 저녁 저는 다시 노트북을 켜고 학교 공지를 천천히 살폈고, 오전에 봤던 토론대회와 유학생 도우미 모집 신청서를 적어 제출했습니다.

그때 살면서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마음먹은 대로 모든 일이 갑자기 술술 풀리지는 않았어요.

아쉽게도 토론대회는 5점 차이로 떨어졌으니까요.

그래도 준비하는 내내 꽤 재미있었고, 토론이 좋아지는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외국인 유학생 도우미로 만난 친구들 — 직접 부딪치며 알게 된 즐거움
외국인 유학생 도우미로 만난 친구들 — 직접 부딪치며 알게 된 즐거움

 

반면 외국인 유학생 도우미는 꽤 잘 끝냈다고 말하고 싶어요.

 

프랑스 친구가 건넨 행운 부적 키링은 여전히 내 가방 한쪽에 매달려 있다
프랑스 친구가 건넨 행운 부적 키링은 여전히 내 가방 한쪽에 매달려 있다

 

프랑스 친구에게 받은 귀여운 행운 부적 키링은 지금도 제 가방에 매달려 있고, 독일 친구가 마로니에 공원에서 피아노를 치던 모습도 가끔 떠오릅니다.

이후로도 저는 꽤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여러 번 실패하기도 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제게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찾아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현재는 생명공학을 복수 전공하며, 또 하고 싶은 일들에 새로이 발을 디뎌보고 있습니다.

 

놓친 역이, 나를 안내했다

 

저 말고도 많은 사람이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너지는 감정을 분명 겪어봤을 거예요.

"내가 뭘 좋아하는 걸까", "이 길을 가도 될까", "갔다가 실패하면 어떡하나" — 그런 질문 앞에 고개 숙일 때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한번 강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그때 분명 한 지하철역을 놓쳤습니다.

가야 할 곳을 잃었고,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어요.

"내가 드디어 잘못을 저지르는구나" 싶었죠.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제가 놓쳤던 그 지하철역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공부에 대한 자신감으로 저를 친절히 안내해 줬습니다.

제 방황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 준 순간이었죠.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중학생 멘티의 이 단순한 말이 저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며 움츠리는 것보다, 도전하고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길을 잃었던 그 지하철역에서 시작된 방황이 결코 잘못이 아니었던 것처럼요.

그곳에서 발견한 작은 자신감이 제 삶을 일으켜 세웠고, 새로운 길의 전환점이 되어 주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생각합니다.

그 길을 잃은 끝에 발견한 작은 자신감, 그 작은 힘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고요.

돌이켜 보면, 그때 그 커피는 분명 다 식은 커피였지만 제 삶에 대한 열정만은 그때까지도 식지 않고 버티고 있었던 것 같아요.

조용히, 제가 다가오길 기다리면서요.

여러분 중에도 어쩌면 지금 차가운 커피 앞에 앉아 계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는 모두 마음속 깊은 곳에, 마지막 남은 삶에 대한 열정과 그로부터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놓친 역이 있었기에 제 길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느 역 앞에 서 계신가요?

지금까지 윤선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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