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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웅배 천체물리학자, 별에게 배운 '운을 만드는 법' | 세바시 20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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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9. | 세바시 2051회 | 지웅배 (천체물리학자·과학 커뮤니케이터)

 

 

새해가 되면 우리는 운세를 보고 별똥별에 소원을 빕니다. 그런데 매일 별을 관측하는 천체물리학자에게 운이란 하늘에서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지웅배 천체물리학자는 외계행성을 찾아낸 과학의 방식으로 '운은 설계하고 예측하고 실행해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별똥별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찾아내는 사람이 되는 법을 들어봅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운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2. 마우나케아에서 유성우를 생중계하다
3.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4. 외계행성을 찾는 법: 별빛의 그림자
5. 30명 앞 실패한 강연에서 시작된 변화
6. 별똥별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는 것

 

 

지웅배 천체물리학자 세바시 강연
지웅배 천체물리학자 세바시 강연

 

 

🌟 운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새해가 되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반드시, 어떤 분은 재미 삼아 운세를 봅니다.

포털 사이트에는 새해만 되면 그런 서비스가 엄청나게 많이 생기고, 막상 들어가 보면 나쁜 말을 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기서 희망적인 말을 얻으며 한 해를 기분 좋게 시작합니다.

살면서 운에 얼마나 기대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인류라는 존재는 아주 오래전부터 하늘에 의미를 빌려 왔습니다.

운이든 사주든 별자리든 점성술이든, 우리는 이런 것들에 조금씩, 어떨 때는 많이 기대 왔습니다.

아마도 어떻게 살아야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세상의 풍파에 덜 흔들릴지, 무언가에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운이라는 것은 사실 하늘에서 마냥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우리가 설계하고 예측하고 실행해서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 마우나케아에서 유성우를 생중계하다

 

 

무대 스크린에 '우주 데이터로 증명한 운을 설계하는 공식'이라는 강연 소개 슬라이드가 떠 있는 장면
무대 스크린에 '우주 데이터로 증명한 운을 설계하는 공식'이라는 강연 소개 슬라이드가 떠 있는 장면

 

저는 천체물리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년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는데, 8월과 12월이면 세상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곳 중 하나인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정상의 카메라로 8월에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를, 12월에는 쌍둥이자리 유성우를 생중계합니다.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만 명이 이 생중계를 함께 보며 별똥별이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을 지켜봅니다.

새벽 3시까지 잠도 자지 않고 화면을 응시하는 분들이 그렇게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것은 채팅창의 모습입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 채팅창은 소원들로 가득 찹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하게 해달라, 수능을 잘 보게 해달라,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달라, 올해는 꼭 취업하게 해달라.

각자 원하는 바는 전부 다릅니다.

평소에는 별똥별을 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별똥별을 보는 그 찰나의 순간을 '운'이라고 부릅니다.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별밤 배경에 결혼·수능·취업·건강·행복을 비는 사람들의 소원 문구가 늘어선 슬라이드
별밤 배경에 결혼·수능·취업·건강·행복을 비는 사람들의 소원 문구가 늘어선 슬라이드

 

그런데 저는 천체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이다 보니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심채경 박사님의 책 제목처럼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별을 직접 보기가 쉽지 않고, 대신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컴퓨터 화면만 보며 살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데이터를 통해 모든 것을 연결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언제 어떤 방향에서 별똥별이 떨어질 확률이 높은지를 따져 보는 것이죠.

운이란 그냥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설계하고 예측하고 실행해서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운이 좋아 보이는 사람이 있고 가끔 운이 나빠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합니다.

 

🪐 외계행성을 찾는 법: 별빛의 그림자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6년부터 강연을 시작했는데, 우주 이야기를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바로 외계인입니다.

저는 외계인, 조금 낮춰서 외계 생명체는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계 생명체를 찾으려면 먼저 물을 찾아야 하고, 그들이 살 수 있는 공간, 즉 외계행성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인류가 첫 번째 외계행성을 찾은 것은 놀랍게도 1992년입니다.

그마저도 태양 같은 별이 아니라 중성자별이라는 죽은 별을 돌고 있었습니다.

우리 태양과 같은 별을 도는 외계행성을 처음 찾은 것은 1994년이었고, 그것을 찾아낸 세 분은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1992년 최초로 확인된 외계행성 PSR B1257+12 계와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설명하는 슬라이드
1992년 최초로 확인된 외계행성 PSR B1257+12 계와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설명하는 슬라이드

 

그렇다면 이 외계행성을 어떻게 찾을까요?

비유하자면 서울에서 저 멀리 파리 에펠탑의 등불 앞을 지나가는 모기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행성 자체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별빛을 반사할 뿐인데, 밝은 별에 비하면 너무 작고 어두워 직접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밝은 항성 앞을 검은 외계행성이 가로지르는 모습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밝은 항성 앞을 검은 외계행성이 가로지르는 모습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밝게 빛나는 항성 앞을 작은 외계행성이 지나가는 AI 생성 우주 이미지
밝게 빛나는 항성 앞을 작은 외계행성이 지나가는 AI 생성 우주 이미지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기발한 방법을 고안합니다.

직접 보기를 포기하고 별빛의 그림자를 찾기로 한 것입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별빛이 살짝 어두워지는데, 목성처럼 정말 큰 행성이 가려도 겨우 0.01%가 어두워질 뿐입니다.

월드컵 경기장 전광판에서 LED 하나가 나간 것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항성 표면 앞을 검은 행성이 통과하며 밝기를 가리는 모습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항성 표면 앞을 검은 행성이 통과하며 밝기를 가리는 모습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이 미세한 신호를 잡기 위해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띄워 4년 동안 24시간 쉬지 않고 엄지손톱만 한 하늘 영역만 관측했습니다.

그 좁은 영역에서 별 15만 개를 관측하며 30분마다 밝기를 측정해 데이터를 쌓았습니다.

 

NASA의 외계행성 탐사 망원경 '케플러 우주 망원경'을 소개하는 이미지(2009년 발사, 2018년까지 임무 수행)
NASA의 외계행성 탐사 망원경 '케플러 우주 망원경'을 소개하는 이미지(2009년 발사, 2018년까지 임무 수행)

 

그런데 별빛이 깜빡였다고 곧바로 행성이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별의 흑점일 수도, 지나가는 우주 먼지일 수도, 망원경 자체의 오류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은 패턴이 세 번, 네 번 반복되는지 끊임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공전 주기가 1년인 행성이라면 최소 3년은 기다려야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 지루한 과정 끝에 케플러가 찾아낸 행성은 2662개입니다.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99.99%의 쓸모없는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신호를 걸러낸 지루한 기다림과 노력의 승리입니다.

 

🌱 30명 앞 실패한 강연에서 시작된 변화

 

2016년 저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별의 탄생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전날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코드를 짜고 논문을 읽는 것이 일상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알고 지내던 도서관 사서님께 대중 강연을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너무 하기 싫었습니다.

일도 많았고 논문 제출 직전이었으니까요.

선배들도 하나같이 만류했습니다.

그런 일은 도움이 안 되고 논문 쓸 시간도 없다고요.

실제로 대중 활동은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연구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했을까요?

천문학자는 매일 데이터 속에서 0.01%의 신호를 찾는 사람인데, 그 작은 변화가 저에게 의미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첫 강연에는 30명 남짓이 왔습니다.

저녁 7시, 식사까지 마치고 온 청중은 하나둘 졸기 시작했습니다.

PPT는 학술대회처럼 딱딱했고 대중 강연 경험도 없어 완전히 실패한 강연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중학생 한 명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습니다.

'우리도 다른 행성에서 살 수 있나요?' 그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내 연구가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이 되고, 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내 이야기가, 내 연구가 누군가에게는 꿈과 희망이 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로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낮에 한 연구를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재미있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설명하는 연습을 거듭했죠.

30명이던 청중은 온라인으로 확장되었고, 지금 운영하는 안될과학 채널에 처음 출연했을 때는 조회 수가 하루 만에 10만, 15만으로 늘었습니다.

그렇게 5년이 지난 지금 구독자는 135만이 되었습니다.

 

✨ 별똥별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는 것

 

운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준비된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벼락을 맞거나 로또에 당첨되는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로또조차 당첨되려면 사는 행위 정도는 해야 합니다.

신호를 결과로 바꾸는 것은 꾸준한 노력과 과정입니다.

기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꾸준히 관찰하면 패턴이 보이고, 그 패턴으로 다음 기회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노이즈 속에서 신호를 구분하는 능력은 자연스럽게 길러집니다.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아주 많이 흘러갑니다.

그중에서 신호를 구분해 내면 남들 눈에는 그 순간이 운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신이 들면 실행하는 것입니다.

별똥별을 기다리지 마시고, 별똥별을 찾아야 합니다.

유성우 생중계를 하다 보면 재미있는 패턴이 보입니다.

처음에 취업하게 해달라던 분이 나중에는 리더가 되게 해달라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던 분이 좋은 가정을 이루게 해달라고 합니다.

그분들은 별똥별만 바라보며 기다린 것이 아니라, 몇 년 동안 자신만의 망원경을 만들고 기회를 관측하며 그 기회를 만들어 온 것입니다.

별똥별은 하늘에서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모든 과정입니다.

저는 이제 밤하늘의 별만 연구하지 않고,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누군가의 인생에 과학이라는 별을 띄우는 역할을 합니다.

여러분도 오늘 기다리지만 말고 만들어 가시길, 그래서 기회의 신호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운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 | 세바시 20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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