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2. | 세바시 2052회 | 김희찬 (유튜브 '희야기' 운영자)
세계 곳곳에서 300명이 넘는 사람을 인터뷰해 온 유튜버 김희찬은 한때 사람을 끝없이 의심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묻고 경청하는 습관이 쌓이면서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없고, 다만 이해하지 않는 사람만 있을 뿐'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짧은 영상과 짧은 댓글이 오해를 키우는 시대에, 서로 묻고 듣는 시간이 왜 필요한지를 이야기합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세계를 돌며 300명을 인터뷰한 유튜버
2. 조심할 사람부터 찾는 불신의 시대
3.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당사자성'이 있다
4. 출산율 논쟁, 양쪽 입장을 직접 들어보니
5. 짧은 영상과 짧은 댓글이 만드는 오해
6. 사랑은 남아 있다, 다만 표현이 필요할 뿐

🎤 세계를 돌며 300명을 인터뷰한 유튜버
안녕하세요.
저는 유튜브에서 인터뷰 채널 '희야기'를 운영하고 있는 김희찬입니다.
혹시 이 채널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제 채널의 대표 영상들을 가져와 봤습니다.
그중 한 영상은 조회수가 800만 회를 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저는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300명이 넘는 사람을 인터뷰해 왔습니다.


오늘은 그 인터뷰들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여러분께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 조심할 사람부터 찾는 불신의 시대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결혼할 때 조심해야 할 사람과 결혼하면 좋은 사람, 둘 중 어떤 이야기를 더 듣고 싶으신가요?
유튜브 조회수로 확인해 보면 '조심해야 할 사람'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옵니다.

이 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좋은 사람을 찾으려는 시도보다 조심해야 할 사람을 먼저 피하고 의심부터 하는, 불신이 가득한 세상이라는 뜻은 아닐까요?
이 사람이 내 뒤통수를 치지는 않을까, 이상한 사람은 아닐까 하며 끊임없이 따지게 되는 것이죠.
사실 이런 걱정과 불안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사람을 수도 없이 의심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300명의 이야기를 듣고 개개인에게 질문하고 경청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그 의심이 많이 완화되었고, 덕분에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제가 얻은 가장 큰 배움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이해하지 않는 사람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당사자성'이 있다
제가 처음 영상을 올린 2019년, 당시 제 나이는 스무 살이었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좋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던 시절이었죠.

스무 살이 대학생 앞에서 '인생을 이렇게 사세요'라고 조언한다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만큼 설득력을 갖긴 어렵겠죠.
그렇다면 스무 살은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터뷰 채널을 운영하며 느낀 것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당사자성'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사자성이란 그 문제를 피부로 느낄 만큼 경험했거나, 타인이 보기에 납득할 만한 경험과 성과가 있는 것을 말합니다.
3세에서 7세 아이의 사교육 문제는 그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청년의 우울과 자살 문제는 그 누구보다 청년이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환경과 경험 속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각자 다 다른 입장을 가지고 말이죠.

문제는 요즘처럼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서는 이 당사자성이 서로를 이해하는 힘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마치 '내가 더 힘들다, 네가 더 힘들다'며 다투는 것처럼요.
👶 출산율 논쟁, 양쪽 입장을 직접 들어보니
2년 전쯤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겁게 논쟁이 된 주제는 출산율이었습니다.
SNS에서 20대는 '결혼도 쉽지 않은데 출산까지는 생각이 안 간다'고 했고, 5~60대는 '그래도 출산해야지, 육아가 얼마나 좋은데'라고 했습니다.
두 댓글은 서로를 향한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답글로 이어졌죠.

궁금했던 저는 20대를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의외로 많은 분이 '아이를 낳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만 취업도 생존도 어려운 상황에서 잘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고, 자신이 겪은 힘든 입시를 물려주고 싶지 않으며, 출산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출산을 압박받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했습니다.
반대로 5~60대를 만나니, 결혼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추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함께 어려움을 겪으며 조금씩 갖춰 가는 과정에서 단단해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의 배경에는 6·25 전쟁을 직접 겪은 부모 세대에게서 '나라가 없으면 개인도 없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 환경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충분히 들어 보면 이해되지 않는 입장은 없습니다.
다만 이해하려 하지 않고 각자 자기 입장만 늘어놓았을 뿐이죠.
📱 짧은 영상과 짧은 댓글이 만드는 오해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서로를 오해할까요?
저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쇼츠를 휙휙 넘기다 보면 하루에도 수백 개를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몇 초짜리 영상과 한 줄짜리 문장만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예전에 미국으로 이민 간 분들을 1분짜리 쇼츠로 소개하면 '돈 벌려고 갔구나', '한국이 싫어서 갔네' 같은 댓글이 쉽게 달렸습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의 10분, 20분짜리 이야기를 본 분들은 '회사에서 야근을 시키면서도 돈을 주지 않아 고민이 시작됐구나', '저 사람에게 미국은 축구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 도전하듯 꿈의 무대였구나'라고 이해했습니다.

한 명문대생에게 '경제적 목표'를 물었더니 졸업 후 몇 년 안에 돈을 모아 대출을 끼고 집을 사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댓글에는 '명문대생의 꿈이 고작 집이냐'는 비판이 쏟아졌죠.
저는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경제적 목표를 물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짧은 영상과 짧은 댓글의 조합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에 훨씬 더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이런 것들만 보다 보면 세상에 사랑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최근 인터뷰한 한 탈북민은 7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이 나라엔 사랑이 있네'라는 점이 가장 신기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미디어를 보면 서로를 미워하고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는 영상이 너무 많아진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 사랑은 남아 있다, 다만 표현이 필요할 뿐
그래도 저는 한국에 사랑이 아직 남아 있다고 믿습니다.
유튜브를 하면서 그것을 직접 피부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2년 전 첫 해외 인터뷰로 미국에 가려 했을 때, 비행기와 숙박비를 예매하고 남은 돈이 딱 4만 원이었습니다.
27일을 버텨야 했기에 컵라면 서른 개를 쪼개 캐리어에 넣었죠.

출발 한 시간 전 공항에서 응원과 후원을 부탁했는데, 당시 구독자는 3천 명 남짓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애틀에 도착해 통장을 확인하니 여러 사람이 보내 준 200만 원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한인들은 밥과 숙소, 교통을 내어 주었고, 에어비앤비 호스트였던 NASA 엔지니어는 저를 사무실 미디어룸으로 데려가 인터뷰에 응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이 세상에 분명히 아직 사랑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엔 사랑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그 무렵 국제 연애를 한 분들에게 한국과 미국의 연애 문화 차이를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미국에는 원하는 것이 있으면 먼저 묻고 표현하는 '애스크 컬처(ask culture)'가 있다고 했습니다.
생일이면 인스타그램에 '내 생일이야'라고 올려 축하를 청하니, 서로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게 되어 오해가 잘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반면 한국에는 상대가 알아서 헤아려 주길 바라는 '게스 컬처(guess culture)', 즉 눈치와 맥락을 읽어야 하는 문화가 있다고 했습니다.
추측하는 문화 속에서는 서로 화가 나 있어도 왜 화가 났는지조차 모르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그중에서도 서로 묻고 듣는 시간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강연 처음에 약속했던 '결혼할 때 조심해야 할 사람'의 답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가 들은 답은 대화를 회피하고 자기 당사자성만 중요하게 여기며 다른 사람의 입장은 들어 보려 하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가장 오해하고 있고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람에게 다가가 질문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그때 여러분의 세계관이 가장 빠르고 가장 넓게 확장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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