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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인 업스테이지 부대표, 코딩 못하는 문과생이 AI 국가대표가 된 비결 | 세바시 20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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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17. | 세바시 2054회 | 손혜인 (업스테이지 공동창업자·AI교육 부대표)

 

 

엔비디아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국가대표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부대표가 된 손혜인. 그러나 그는 코딩을 못하는 문과생입니다. 기술의 전문가가 아니라 '문제의 전문가'가 AI 시대를 어떻게 개척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손편지를 바꾼 후원기관 담당자부터 700만 건 데이터를 다룬 금융팀까지, 생생한 사례로 '나만의 중심'을 찾는 법을 들려줍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엔비디아 출신 문과생, AI 업계에서 살아남다
2. 프랑스에서 그림 그리던 사람이 AI 한복판으로
3. 손편지를 바꾼 후원기관 담당자
4. 아이들을 지킨 교사와 SafeAI Kids
5. 금융팀이 700만 건 데이터로 만든 것
6. AI 시대에 지켜야 할 나만의 중심

 

 

세바시 2054회 손혜인 타이틀
세바시 2054회 손혜인 타이틀

 

 

🎬 엔비디아 출신 문과생, AI 업계에서 살아남다

 

엔비디아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지금은 '국가대표 AI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업스테이지의 공동 창업자이자 AI 교육 부문 부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 경력을 들은 많은 분들이 비슷한 질문을 던지십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그럼 엔비디아 주식은 아직 가지고 계세요?'입니다.

두 번째로 많이 듣는 질문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셨나요, 석사나 박사까지 마치셨나요?'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답을 내놓습니다.

저는 학부만 졸업한 문과생이고, 지금도 컴퓨터하고만 대화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AI 기술의 생태계를 만들고 확장하는 일은 어느새 저의 업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도 10년 전의 저처럼 '내 일이 AI로 대체되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코딩을 배워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붙잡아야 할까요.

오늘은 제가 직접 경험한, 기술의 전문가가 아니라 '문제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 프랑스에서 그림 그리던 사람이 AI 한복판으로

 

지금의 저를 보면 애초에 IT에 관심이 많았으리라 생각하시지만, 저는 프랑스에서 그림을 시작해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불안한 마음에 남들처럼 기업에 지원했고, 결과는 '광탈', 즉 광속 탈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탈락의 과정에서 저는 오히려 역설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회사가 던지는 질문이 아니라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저는 A4 용지 한 장을 꺼내 저에 대한 크고 작은 키워드를 써 내려갔습니다.

 

구글 드라이브 '자소서' 폴더에 국민은행·기아차 등 기업별 자소서 파일이 가득한 화면
구글 드라이브 '자소서' 폴더에 국민은행·기아차 등 기업별 자소서 파일이 가득한 화면

 

그 가운데 마음에 크게 와닿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것과 그림을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키워드를 조합하자 문득 '예술 경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저는 존경하던 교수님이 만드신 화가 협동조합에 인턴으로 지원하며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출근 일기를 쓰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습니다.

나는 언제 살아 있다고 느끼고 어떤 일에 에너지를 쏟는가, 또 무엇을 힘들어하고 싫어하는가.

이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사람은 어느 순간 자기만의 패턴을 발견하게 됩니다.

제가 진짜 잘하는 일은 사람을 연결하고 아이디어를 기획하며 새로운 것을 실현해 가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나를 분석하는 힘'이 바로 엔비디아 인턴 기회를 잡고 AI 시대 한복판으로 뛰어들게 한 유일한 발판이었습니다.

컴퓨터를 이기려 코딩하기보다 나를 이해하고 내가 잘하는 일을 치열하게 찾는 것, 그것이 코딩 없이도 10년간 AI 업계에서 살아남은 저만의 전략이었습니다.

 

말라위 아이의 손편지를 디지털 텍스트로 전환한 비교 화면
말라위 아이의 손편지를 디지털 텍스트로 전환한 비교 화면

 

 

영문 편지를 한글로 번역해 빠르게 전달하는 화면
영문 편지를 한글로 번역해 빠르게 전달하는 화면

 

 

💌 손편지를 바꾼 후원기관 담당자

 

그렇다면 '나를 분석하는 힘'과 도메인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은 AI 시대를 어떻게 개척하고 있을까요.

첫 번째는 비영리 후원기관의 사례입니다.

이 기관은 후원 아동이 손으로 쓴 감사 편지를 받아 후원자에게 전달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뽑아 새로운 후원 기획으로 만드는 일을 합니다.

문제는 수많은 손편지를 번역하고 정리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정작 가장 시급한 아이들의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AI 개발자가 아니었습니다.

후원 기획 담당자는 이를 인력의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로 바라봤습니다.

손으로 쓴 편지를 AI로 디지털 전환하고, 아이들의 뉘앙스를 살려 번역한 뒤,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따로 정리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든 것입니다.

그 결과 후원자에게는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편지가 빠르게 전달되었고, 기관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나은 후원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돕고 싶다는 담당자의 동기가 AI를 끌어와 혁신을 만든 사례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온전하게 전달하자'는 문제 정의를 보여주는 편지 번역 화면
'아이들의 마음을 온전하게 전달하자'는 문제 정의를 보여주는 편지 번역 화면

 

 

🛡️ 아이들을 지킨 교사와 SafeAI Kids

 

다음은 교육 현장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AI 서비스는 초등학생이 쓰기에는 아직 정제되지 않은 내용이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한 선생님은 'AI가 만든 내용'보다 '사용 환경의 안전성'이라는, 교육자로서의 핵심 문제를 정의했습니다.

그 결과 선생님은 오중 필터링과 모니터링을 갖춘 'SafeAI Kids'라는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아이들이 AI를 자유롭게 활용하되 숙제 대필이나 악성 콘텐츠에는 노출되지 않는, 안전한 'AI 놀이터'를 만든 것입니다.

어른이 놓치기 쉬운 안전 문제를 교사로서 깊이 고민했기에 가능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SafeAI Kids' 로그인 플랫폼 화면
아이들을 위한 'SafeAI Kids' 로그인 플랫폼 화면

 

 

'SafeAI Kids' 로그인 화면과 서비스 소개 문구
'SafeAI Kids' 로그인 화면과 서비스 소개 문구

 

또 다른 예는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만든 서비스입니다.

교육자들은 'AI를 학생에게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를 깊이 고민합니다.

저 역시 한 아이의 부모로서 이 고민에 크게 공감합니다.

 

강사 훈련용 학생 질문 시뮬레이터 'Trainer AI'의 훈련 주제 선택 화면
강사 훈련용 학생 질문 시뮬레이터 'Trainer AI'의 훈련 주제 선택 화면

 

이 서비스는 수백 개의 커리큘럼을 학습한 AI가 '학생'이 되어 선생님에게 질문을 던지고, 선생님의 답변에 피드백을 주는 방식입니다.

기술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진짜 해야 할 '가르치는 일'에 더 집중하도록 돕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 금융팀이 700만 건 데이터로 만든 것

 

이런 사례는 기업에서도 자주 만납니다.

저희 교육 대상 가운데 가장 많은 분들이 기업의 AI 혁신팀이고, 그중 수요가 높은 것이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를 대체할 AI 만들기' 워크숍입니다.

그러다 아주 흥미로운 팀을 만났습니다.

보통은 같은 직무의 사람들을 묶어 드리는데, 이 팀은 금융업의 법률팀, 데이터팀, 상품 기획팀이 섞인 팀이었습니다.

대개 10~15분이면 끝나는 아이스브레이킹을, 이 팀은 30~40분이나 이어 갔습니다.

알고 보니 서로의 업무 병목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법률 검토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 '데이터를 뽑아 달라는데 아직도 안 온다'며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결국 하나의 공동 목표를 세웠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법적 안정성을 갖춘 상품을 빠르게 기획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 아래 서로의 도메인 전문성을 나눴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700만 건이 넘는 고객 청구 데이터에서 핵심 정보를 뽑아 상품을 빠르게 기획하고, 기존 계약서와의 차이를 AI로 신속하게 짚어 법률 검토를 돕는 프로세스였습니다.

이는 법률 전문가와 상품 기획 전문가가 아니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과였습니다.

저는 AI 생태계를 식당에 비유하곤 합니다.

예전에는 레시피를 가진 셰프만 요리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셰프들이 훌륭한 'AI 밀키트'를 만들어 준 덕분에 주방 안팎의 다른 역할을 하던 사람들도 요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 AI 시대에 지켜야 할 나만의 중심

 

AI 시대의 혁신은 기술을 잘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나의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안전을, 후원기관 담당자는 도움의 확산을, 기업팀은 비효율적 협업이라는 현장의 문제를 저마다 정의했습니다.

AI는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자, 사람이 진짜 해야 할 일에 집중하게 해 주는 조력자입니다.

하지만 그 문제를 정의하고 기술을 어디에 적용할지 결정하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창업 10년이 채 안 된 업스테이지가 국가 AI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었던 것도, 법률·인사·마케팅·사업·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원팀으로 치열하게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AI가 점점 똑똑해지는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사람 안에 있는 '중심'입니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떻게 펼칠지, 그리고 그것을 더 잘하기 위해 AI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바로 나만의 중심입니다.

제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해야만 AI 업계에서 살아남는다'고만 생각했다면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각자의 경험이 다른 만큼 답도 다릅니다.

정답을 찾기보다 여러분만의 답을 만들어 가시길, 저도 멀리서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코딩 못하는 문과생이 AI 시대를 사는 법 | 세바시 20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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