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4. 20. | 세바시 2091회 | 데니스 홍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 로멜라 소장)
13년 만에 다시 세바시 무대에 오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이 그동안 개발한 56대의 로봇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아무리 밀어도 넘어지지 않고 두 다리로 뛰어다니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르테미스, 그리고 빌 게이츠까지 반하게 만든 로멜라 연구소의 여정입니다. 다섯 번의 로보컵 우승과 코로나, 산산조각 난 로봇까지, 수많은 실패를 디딤돌로 삼아온 도전의 기록을 만나 보세요.
📖 이 강연의 순서
1. 13년 만에 돌아온 로봇공학자, 그가 만든 로봇 56대
2. 로보컵 5연패와 루이비통 트로피, 그리고 은퇴 선언
3. 아르테미스, 넘어뜨릴 수 없고 두 발로 뛰는 로봇
4. 빌 게이츠가 먼저 찾아온 로봇
5. 로보컵 복귀와 중국의 규칙 변경, 그리고 비공식 경기
6. 6년의 도전과 실패, 그 모든 것이 디딤돌이었다

13년 만에 돌아온 로봇공학자, 그가 만든 로봇 56대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데니스 홍이고, 미국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이자 로봇 연구소 로멜라(RoMeLa)의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세바시에 정말 오랜만에 나온 것 같습니다.
무려 13년 전에 한 번 이 무대에 섰었죠.
오늘 강연을 들으시고 나중에 13년 전 강연을 다시 보시면, 그동안 로봇 기술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제가 개발한 로봇들을 세어 보니 쉰여섯 개가 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사람처럼 두 다리, 두 팔, 몸통과 머리가 달린 휴머노이드 로봇만 열여섯 개 이상을 만들었습니다.
아마 이 세상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장 많이 만든 연구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로보컵 5연패와 루이비통 트로피, 그리고 은퇴 선언
13년 전 강연에서도 로보컵(RoboCup) 이야기를 했습니다.
로보컵은 사람이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로봇들이 서로 공을 차며 겨루는 국제 로봇 축구 대회입니다.
이 대회의 공식 목표는 2050년까지 로봇 축구팀이 인간 월드컵 우승팀과 경기를 해서 이기는 것입니다.
2011년 저희는 로보컵에서 처음으로 우승했고, 우승 트로피로 세계에 단 하나뿐인 루이비통 컵을 받았습니다.
제가 본 가장 아름다운 트로피였죠.
그런데 이 트로피는 1년만 보관하고 돌려줘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돌려주기 싫어서 2012년에 또 우승했고, 그렇게 2013년, 2014년, 2015년까지 내리 다섯 번을 우승했습니다.
한 번 우승하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섯 번을 이겼으니, 저희는 이제 다른 팀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로보컵에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무도 보지 못한 입이 쩍 벌어질 새로운 로봇이 나올 때 다시 출전하겠다고 약속했죠.

아르테미스, 넘어뜨릴 수 없고 두 발로 뛰는 로봇
그리고 8년이 지난 2023년, 저희는 완전히 새로운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합니다.
이름은 아르테미스(ARTEMIS)입니다.
이 로봇은 아무리 차고 밀어도 넘어뜨릴 수가 없습니다.
집어 던져도 끄떡없고, 5cm 높이의 장애물도 눈으로 보지 않고 반사적인 제어만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아르테미스는 학계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최초로 두 발로 뛸 수 있습니다.
뛴다는 것은 오른발과 왼발이 동시에 땅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로봇은 레이저 센서를 쓰지 않고 카메라 두 대로 세상을 봅니다.
카메라가 두 대이면 3차원 공간을 판단할 수 있죠.
로봇은 거리를 색깔로 표현해 주변을 인식하고, 그렇게 스스로 판단하며 움직입니다.





빌 게이츠가 먼저 찾아온 로봇
2023년 로보컵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갑자기 SNS 팔로워가 3천 명이나 늘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파란 인증 딱지가 붙은 진짜 빌 게이츠가 저를 팔로우한 것이었습니다.
빌 게이츠가 팔로우하는 사람은 100명도 되지 않는데, 그중 하나가 저였습니다.
다음 날 빌 게이츠는 아르테미스가 움직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렇게 우리 연구소의 팬이 된 그는 비밀리에 로봇을 보러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비밀이라 아르테미스의 허벅지에는 빌 게이츠의 사인이 붙어 있었죠.


로보컵 복귀와 중국의 규칙 변경, 그리고 비공식 경기
2024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열린 로보컵 결승에서, 저희는 숙적 독일 팀 님브로와 다시 맞붙었습니다.
아르테미스는 장애물과 사람을 스스로 피해 달려가 상대의 공격을 막고, 곧바로 기회를 잡아 골을 넣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다시 한번 로보컵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2025년 로보컵은 브라질에서 열렸는데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회 세 달 전에 갑자기 규칙이 중국 로봇에 유리하게 바뀌고, 경기 방식도 2 대 2에서 3 대 3으로 변경됐습니다.
아르테미스는 세상에 단 두 대뿐이라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저희를 비롯한 많은 팀이 보이콧하며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2025년 우승팀은 칭화대학교였습니다.
오래전부터 결승에서 늘 우리에게 졌던 그들은 이번에 우리를 이기려 벼르고 있었지만, 정작 우리가 나오지 않아 크게 실망했다고 합니다.
결국 칭화대 팀이 로봇을 들고 우리 연구소로 찾아왔고, 비공식 경기에서 저희가 이겼습니다.
물론 서로 감정이 나쁜 것은 전혀 아니고, 로봇 커뮤니티는 서로 협업하고 존중하는 사이입니다.
2026년 로보컵은 바로 우리나라 인천에서 열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6년의 도전과 실패, 그 모든 것이 디딤돌이었다
아르테미스는 6년이 걸린 로봇입니다.
2018년, 기존 방식으로는 안 될 것 같았지만 수학과 물리로 풀어 보니 가능하다는 답이 나왔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많은 분의 후원을 받아 개발을 시작하려는데, 하필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연구소 문을 닫아야 했지만 학생들과 저는 각자의 기숙사에서 24시간 화상으로 연결해 분산 연구를 이어 갔습니다.
2021년 하체가 완성되고, 2022년에는 처음으로 일어서고 균형을 잡고 첫발을 뗐습니다.
수많은 실패 끝에 안정적인 이족 보행에 성공했고, 11월에는 로봇을 처음 밖으로 가지고 나갔습니다.
로봇은 연구소 안에서는 늘 잘 작동하지만 밖에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야외 테스트는 아주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그런데 12월, 큰 사고가 났습니다.
워낙 파워풀한 로봇이라 갑자기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죠.
실패해서 포기하면 거기서 끝이지만, 배운다면 그것은 다음 단계로 가는 디딤돌이 됩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어떤 안전장치가 필요한지 분석한 덕분에 2023년 1월에는 뛰는 것이 가능해졌고, 3월에 아르테미스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실패는 언제나 성공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입니다.
정답이 있다는 걸 알고 하는 것은 숙제이고, 가능한지 아닌지 모르면서 도전하는 것이 바로 연구입니다.
지난 13년 동안 우리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통해 아르테미스를 성공시켰습니다.
앞으로 13년 후, 로봇 기술은 또 얼마나 발전해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도전과 실패를 하게 될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세바시에서 여러분과 다시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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