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6. | 세바시 2093회 | 김유남 (배우)
세 살 때부터 수술대에 올랐고, 스물세 살에는 무대 위의 자유가 끝났다고 느꼈던 배우가 있습니다. 선천적 희귀병 연골무형성증을 앓는 저신장 배우 김유남은 자신을 세상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 소개합니다. 엄마, 동기, 동료라는 세 친구가 허물어 준 벽을 넘어 그는 무대에 섰습니다.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왜 약함이 아니라 더 멀리 가는 힘인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세상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 저신장 배우
2. 첫 번째 친구 엄마, 그리고 '엄마가 나 대신 아팠으면'
3. 두 번째 친구, 나를 지켜준 동기들
4. 세 번째 친구, 벽을 허물어준 동료들
5. 내 동생 찬혁이, 그리고 일곱 난쟁이의 꿈

세상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 저신장 배우
그는 자신을 "세상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 통칭 저신장 배우이자 자칭 난쟁이계의 배우 김유남"이라고 소개했다.
대표작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으로 대극장 무대에 섰고, 최근에는 이찬혁과 함께한 청룡영화제 축하 무대 '비비디바비디부'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선천적으로 희귀병인 연골무형성증을 앓는 저신장 장애인이다.
다양한 합병증과 함께 종아리와 허벅지를 여러 차례 수술했다.
"모두의 친구가 되고 싶다니 조금 건방질 수도 있지만, 저는 수많은 도움을 받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도움을 받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불쌍한 사람은 아닙니다.
도움을 통해 친구가 되는 사람입니다."

첫 번째 친구 엄마, 그리고 '엄마가 나 대신 아팠으면'
김유남의 첫 번째 친구는 엄마다.
어릴 때부터 엄마와 단둘이 살았고, 동네 노래자랑에서 상을 싹쓸이할 만큼 끼가 넘쳤던 엄마에게서 자신의 재능이 왔다고 그는 믿는다.
그의 장애는 어머니에게서 유전된 것이었고, 엄마는 세 살 때부터 시작된 수술과 오랜 병원 생활을 정성으로 함께했다.
그러나 대학교 4학년, 졸업 공연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다리를 딛지 못하게 됐다.
수술밖에 방법이 없었고, 세 살·아홉 살·열한 살 때도 견뎠던 수술이 스물세 살에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팠다.
졸업 공연은 무산됐고, 평생 보조기구를 짚고 살 수도 있다는 말에 그는 무대 위의 자유가 끝났다고 느꼈다.
한참을 울다 그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모진 말을 했다.
"엄마, 미안한데 엄마가 나 대신 아팠으면 좋겠어." 그러자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래, 엄마도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더 아픈 말을 할 수 있더라고요.
상처가 될 말을 했지만, 오히려 제 마음속에 더 큰 구멍이 생긴 기억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장애를, 그리고 엄마를 원망했던 순간이었다.
그는 찢어졌을 엄마의 마음까지 치유해 주고 싶어, 그때 받은 사랑의 바통을 이어가겠다는 책임감으로 살아가고 있다.
두 번째 친구, 나를 지켜준 동기들
두 번째 친구는 학창 시절 동기들이다.
축제마다 개그 공연을 하던 대학에서 그는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콩트를 짰지만, 한 선배는 "유남이가 주인공을 하면 좀…"이라며 그의 가능성을 잘라냈다.
그가 짠 콩트는 잘리거나 주인공이 바뀌었고, 친했던 선배들마저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회피를 택해 외부 작업을 다니던 그를, 동기들은 끝까지 곁에서 지켜주었다.
"우물 안 개구리보다 외부에서 인정받는 네가 낫다"는 응원이 그가 지금까지 꿈을 지킬 수 있게 한 힘이었다.
훗날 선배가 졸업하자, 그를 무시했던 이들이 돌아와 사과했다.
알고 보니 "쟤는 장애를 이용하는 애니 도와주면 안 된다"는 그 선배의 말 때문이었다.
김유남은 이를 선의를 가장한 가스라이팅이라고 말한다.
"장애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장애를 '사용할 줄 아는' 친구입니다.
장애를 이용하지 않지만, 기꺼이 도움을 받는 친구입니다."

세 번째 친구, 벽을 허물어준 동료들
세 번째 친구는 함께 일한 동료들이다.
졸업 공연을 놓친 그때, 저신장 인물과 입대를 앞둔 인물이 서로의 신체 등급을 부러워하는 연극 '급이 다르다'의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고, 그렇게 그는 배우로 데뷔했다.
하지만 지하에 있던 공연장은 계단이 좁아 전동 스쿠터로 내려갈 수 없었다.
그때 연출과 배우들이 매번 스쿠터를 들어 오르내리게 해 주었다.
"도움을 받는 순간, 저는 약해진 게 아니라 더 멀리 갈 수 있는 힘을 깨달았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을 터뜨리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자, 연출은 방석을 힘껏 내리치며 대사하게 하는 훈련으로 굳어 있던 감정을 풀어주었다.
그날 그는 남 앞에서 처음으로 펑펑 울며 한층 성장했다.
그 인연으로 그는 예술의전당 무용극 '대심 댄스', 영화 '위디언 숍', 충무아트홀 뮤지컬 '바넘'까지 무대를 넓혀 갔다.

내 동생 찬혁이, 그리고 일곱 난쟁이의 꿈
최근 그는 '내 동생'이라 부르는 이찬혁과 청룡영화제 무대 '비비디바비디부'를 함께했다.
뮤지컬에서 만난 배우 형의 추천으로 서게 된 무대였다.
촬영장에 휠체어를 미리 마련해 둔 찬혁의 배려에 그는 더 열심히 임했고, "이 사람은 왜 안 지쳐요?"라는 말에 "너무 좋아서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두 사람은 전시회와 콘서트, 생일까지 함께하는 친구가 되었다.
그는 도움을 빌리고 갚는 것이 아니라, 바통을 넘기듯 이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받은 도움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흘려보내며 사는 것, 그것이 그의 삶의 방식이다.
"도움을 받으면서 저는 저를 알게 되었고, 도움을 주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세상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의 꿈은 저신장 배우 일곱 명을 모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누군가는 난쟁이 역할을 대신 연기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을 그대로 무대에 올린다.
현재 자신을 포함해 다섯 명을 모았고, 이제 두 명이 남았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서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삶은 선택할 수 없을 때가 많지만, 태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태도를 결정하는 핵심은 결국 내 마음을 읽는 감각이라는 것을, 그는 자신의 삶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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