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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과학자 최영진, 당신이 햄버거를 못 끊는 진짜 이유 | 세바시 210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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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6. 22. | 세바시 2105회 | 최영진 (욕망 과학자)

 

 

누구에게나 끊기 힘든 '최애 음식'이 있습니다. 먹고 나서 후회하면서도 다시 손이 가는 그 욕망은 정말 내가 선택한 것일까요? 내분비내과 의사에서 욕망을 연구하는 과학자로 변신한 최영진은, 우리의 식욕이 타고난 것이 아니라 '설계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욕망을 다시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당신의 '최애 음식'은 선택이 아니라 설계된 것
2. 진료실을 떠나 욕망을 연구하기로 결심하다
3. 욕망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학습된다
4. 욕망은 다시 설계할 수 있다
5. 내 욕망, 아이들 욕망, 세상의 욕망을 설계하라

 

 

욕망 과학자 최영진 세바시 강연 타이틀카드
욕망 과학자 최영진 세바시 강연 타이틀카드

 

 

당신의 '최애 음식'은 선택이 아니라 설계된 것

 

여러분 모두 자기만의 최애 음식이 하나쯤 있습니다.

먹고 나서 후회하면서도, 한번 욕망이 들어오면 '햄버거, 햄버거, 햄버거' 하고 머릿속을 가득 채워 이기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욕망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

여러분이 스스로 선택한 걸까요?

그렇게 태어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욕망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설계당한' 것입니다.

저는 욕망 과학자 최영진입니다.

제 인생의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가 특정 음식을 이토록 강렬하게 원하는 마음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제가 어떻게 욕망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진료실을 떠나 욕망을 연구하기로 결심하다

 

저는 원래 내분비내과 의사였습니다.

당뇨병,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환자들을 진료하다가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심근경색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혈당 조절법을 배우려 입원한 대기업 임원이 있었는데, 아무리 인슐린을 조절해도 갑자기 고혈당이 치솟았습니다.

밤 열한 시에 병동을 찾아 서랍을 열어보니 온갖 과자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욕망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었습니다.

아주 뛰어난 영어 강사였던 한 원어민 분은 자신의 성공 비결로 '파워 음료'를 꼽았습니다.

매일 아침 설탕, 향신료, 카페인, 탄산을 넣어 직접 만들어 마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의학적으로 조언하려 하자 그분은 '지금까지 수많은 의사가 도전했지만 나는 이 신념만은 용납하지 않는다'며 단호하게 자리를 떠났습니다.

똑똑한 사람도 왜 이렇게 사는지, 이 욕망을 제대로 연구해 세상을 바꾸겠다고 결심하고 진료실을 떠났습니다.

 

욕망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학습된다

 

먹는 욕망은 본래 건강한 힘입니다.

배고프면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요.

인류와 모든 동물이 진화 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벌인 생존 경쟁은 '먹을 것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석기 시대를 거치며 수많은 돌연변이 중에서도 설탕에 가장 큰 쾌락과 욕망을 느낀 개체만 살아남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 뇌에는 강력한 먹는 욕망이 설계되었고, 이것이 구석기 시대에는 우리를 생존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이 욕망은 '해킹'당했습니다.

제 어릴 적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유치원 시절, 미국의 유명한 음식점이 이태원에 새로 생겼다며 온 가족이 찾아가 크게 웃으며 행복하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버거킹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제게 햄버거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온 가족이 사랑하는 순간이 담긴 소울 푸드가 되었습니다.

비행기가 폭풍에 갇혀 수 시간을 굶으며 공포를 느낀 뒤로는, 공항 근처만 가도 배가 고파 가방에 과자를 챙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어린 시절 굶주림을 경험한 아이들은 '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신념이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결국 제 식욕은 태어날 때 결정된 것이 아니라, 어릴 때의 경험으로 학습된 것입니다.

동물 실험도 이를 증명합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쥐의 쾌락과 욕망에 관련된 도파민 신경을 유전자 조작해 레이저 빛으로 켜고 끕니다.

학습 신경을 켠 상태에서 토마토 향 젤리를 주면, 그 쥐는 평생 토마토 젤리를 좋아하게 됩니다.

이 실험을 통해 저는 깨달았습니다.

욕망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손에 잠깐 앉은 파리가 곧 날아가듯, 욕망도 나와 별개이며 지나가는 것입니다.

 

내분비내과 의사가 만난 두 번째 환자, 쾌활한 성격의 원어민 영어 강사 일러스트
내분비내과 의사가 만난 두 번째 환자, 쾌활한 성격의 원어민 영어 강사 일러스트

 

 

공항 게이트에서 과자를 챙기는 남자, '비행기에서의 배고픈 기억이 새 습관으로' 일러스트
공항 게이트에서 과자를 챙기는 남자, '비행기에서의 배고픈 기억이 새 습관으로' 일러스트

 

 

욕망은 다시 설계할 수 있다

 

물론 욕망이 한번 이글이글 들어오면 참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미리 설계해두면 바꿀 수 있습니다.

욕망의 주권을 되찾고, 우리가 직접 욕망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연구로 보여드렸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20~30대 여성 약 70명을 대상으로 두 달간 쾌락 음식 대신 건강 음식을 선택하도록 코칭했더니, 쾌락 음식 선택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피자를 즐겨 먹던 분들이 자발적으로 당근 같은 건강식을 고르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중독적 식습관 설문 점수도 코칭이 끝난 뒤 넉 달간 계속 좋아졌습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변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과 작은 성공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내 욕망, 아이들 욕망, 세상의 욕망을 설계하라

 

첫째, 내 욕망을 설계합니다.

마음속 흰 개와 검은 개가 싸우는 우화가 있습니다.

어느 개가 이길지는 평소에 내가 어느 개에게 먹이를 주느냐로 결정됩니다.

우리의 욕망도 매일 무엇을 먹이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집니다.

저는 진관사 사찰 음식 체험을 통해 '맛과 건강은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라는 이분법이 무너졌습니다.

얄팍한 쾌락이 아닌 깊은 만족감을 주는 음식을 저는 '만족 음식'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만족 음식은 과식을 부르지 않습니다.

먹다 보면 충만감 속에서 '잘 먹었다' 하고 저절로 멈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콜라 중독자였지만 지금은 탄산수를 상자로 쌓아두고 마시며 단맛 콜라 중독에서 벗어났습니다.

세바시 출연을 계기로는 인생 곳곳에 토마토를 '설치'했습니다.

욕망은 주문할 수 없지만, 토마토는 주문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작은 실천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아이들의 욕망을 설계합니다.

발렌타인 초콜릿은 왜 사랑이고, 생일에는 왜 꼭 케이크일까요?

고생 끝에 보상은 필요하지만, 굳이 음식으로 보상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가끔 과격하게 '차라리 옷이나 고급 자전거를 사라'고 조언합니다.

사랑과 축하, 칭찬을 표현할 때는 음식 대신 따뜻하게 안아주고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셋째, 세상의 욕망을 설계합니다.

이것은 부모만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편의점, 자판기, 친구 등 온갖 환경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저는 보건소와 학교, 어린이집, 부모를 연결해 유치원 시절부터 아이들의 환경과 경험을 바꾸는 시범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초콜릿 대신 진짜 사랑으로 보상하고, 단짠 음식 대신 깊은 풍미의 만족 음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효과가 확인되면 전국으로,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욕망 과학자로서 바꿔 말합니다.

나는 욕망한다, 고로 행동한다.

그러니 욕망을 설계하면 건강하고 행복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햄버거만 찾던 제가 이제는 토마토를 찾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서류에 직접 펜으로 적는 손, '욕망 주권 확보 - 내 욕망을 직접 설계해 위험을 막는다'
서류에 직접 펜으로 적는 손, '욕망 주권 확보 - 내 욕망을 직접 설계해 위험을 막는다'

 

 

코칭 전, 피자·치킨·도넛 등 쾌락 음식 위주로 차린 식단 모습
코칭 전, 피자·치킨·도넛 등 쾌락 음식 위주로 차린 식단 모습

 

 

 

욕망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설계된다 | 세바시 210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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