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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변호사, 김앤장 관두고 통역사 된 진짜 이유 | 세바시 210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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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6. 12. | 세바시 2102회 | 박지원 (통역사, 전 김앤장 변호사)

 

 

만 20살에 역대 최연소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8년간 국내 1등 로펌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일한 박지원 님.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던 커리어의 정점에서 통역사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AI로 대체될 일을 왜 하냐는 물음에, 그는 나만의 행복의 공식이라는 답을 내놓습니다. 성취가 아닌 성장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강연입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 그리고 통역사가 되기까지
2. 누구나 선망하는 좋은 직업의 달콤함
3. 정점에서도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
4. 나는 언어가 좋았다, 내적 동기의 발견
5. 나만의 행복의 공식,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
6. 성취보다 성장,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

 

 

박지원 통역사 세바시 2102회 강연 타이틀 카드
박지원 통역사 세바시 2102회 강연 타이틀 카드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 그리고 통역사가 되기까지

 

만 20살에 역대 최연소로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이후 8년간 국내 1등 로펌인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일했고, 지금은 통역사로 살고 있습니다.

제가 변호사에서 통역사가 됐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AI로 대체될 일을 왜 하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1등 로펌 변호사라는 좋은 직업을 두고 왜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했을까요?

그건 바로 저만의 행복의 공식 때문입니다.

 

'AI시대에 번역가의 길을 택하다니' 등 통번역 진로를 걱정하는 댓글 반응
'AI시대에 번역가의 길을 택하다니' 등 통번역 진로를 걱정하는 댓글 반응

 

 

사법연수원(Judicial Research & Training Institute) 건물 앞에서 찍은 사진
사법연수원(Judicial Research & Training Institute) 건물 앞에서 찍은 사진

 

 

누구나 선망하는 좋은 직업의 달콤함

 

부모님이 그토록 제가 법조인이 되길 원하셨던 이유도, 지금 이 순간 수많은 학생들이 로스쿨과 의대에 목숨 거는 이유도 결국 같을 것입니다.

돈을 많이 주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니까요.

그렇다고 이것이 비난할 만한 일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나 소위 좋은 직업을 추구하고 선망합니다.

돈 많이 주고 인정받는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 행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의대진학' 간판이 붙은 거리 현장 (출처_연합뉴스)
'의대진학' 간판이 붙은 거리 현장 (출처_연합뉴스)

 

 

정점에서도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

 

그런데 돈과 사회적 지위를 모두 가졌던 9년 차 김앤장 변호사로서 커리어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저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일이 많고 쉴 시간이 없어서 힘든 거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그게 다는 아니었습니다.

변호사 업무는 드라마처럼 법정에서 멋있게 변론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방대한 자료를 읽고 정리하고 법령을 파고들고 논리를 개발해 글을 쓰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짧으면 수십 장, 길면 100장이 넘는 서면을 밤늦게 또는 주말에 남아 써야 했고, 백지 화면을 쳐다보고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힐 때가 많았습니다.

반면 소위 머리를 크게 쓰지 않는 일들은 다 괜찮았습니다.

회의록을 누구보다 빨리 정리해 돌리고, 번역된 문서를 검토하고, 외국 고객과 직접 통화하거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변호사인데 머리를 쓰기 싫다니, 이거 정말 큰일 아니겠어요?

 

나는 언어가 좋았다, 내적 동기의 발견

 

돌이켜 보면 저는 어릴 때부터 언어를 좋아했습니다.

시키지 않아도 항상 독서를 좋아했고 이유 없이 국어를 잘했으며, 단어 외우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아무리 비슷해 보여도 단어마다 미묘한 의미와 어감, 쓰이는 맥락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통역도 요즘 AI 때문에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동시 통역은 들으면서 실시간으로 말하는, 0몇 초를 다투는 긴박한 작업입니다.

한국어와 영어는 어순이 달라서 아직 동사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추측해서 먼저 말해야 하기도 합니다.

긴박한 와중에 머리가 두 개로 쪼개져서 팽팽 굴러가는 그 기분이 짜릿합니다.

 

통역 부스에서 마이크와 서면을 두고 작업하는 모습 (출처_개인 제공)
통역 부스에서 마이크와 서면을 두고 작업하는 모습 (출처_개인 제공)

 

 

나만의 행복의 공식,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지위는 외부에서 오는 동기라서 외적 동기라고 부릅니다.

반면 어떤 행동을 하는 그 자체가 즐거울 때, 이것을 내적 동기라고 합니다.

외적 동기는 즉각적이고 강력하지만,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걸 쫓아가는 것이라 공허하고 지치기 쉽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가 둘 다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둘 사이의 황금 비율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나만의 행복의 공식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나만의 행복의 공식을 찾으려면 우선 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탄탄하게 쌓여 있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도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내 취향과 한계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떨 때 기쁘고 힘든지 아는 것이죠.

결국 해봐야 압니다.

내 인생은 남이 살아줄 수 없으니까요.

 

'20세 최연소 사시 합격자, 김앤장 관두더니 통역사 준비 왜?' 유퀴즈 방송 캡처
'20세 최연소 사시 합격자, 김앤장 관두더니 통역사 준비 왜?' 유퀴즈 방송 캡처

 

 

성취보다 성장,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

 

직장이나 출산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는 12년 전 폴댄스에 입문해 지금까지 폴을 타고 있고, 유튜브도 미미한 계기로 시작했습니다.

성과는 미미했지만 그 과정에서 저에 대해 전혀 몰랐던 데이터가 많이 쌓였습니다.

뭐라도 해보면 설령 실패하더라도 나만의 데이터가 생깁니다.

저는 최근 1등을 그만두기로 했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제목처럼 저는 평생 1등만 보며 달려왔고, 성취하지 않는 시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이 시킨 1등을 그만두면서 처음으로 과정이 즐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든 해보고 후회하는 게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변호사든 통역사든, 이제는 내가 내린 결정이라는 것 자체가 강력한 동기가 되어 예전처럼 방황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취가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성장은 행복을 느끼면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마음 깊은 곳의 진짜 이끌림 - 언어' 책 읽는 학생 (AI 생성 이미지)
'마음 깊은 곳의 진짜 이끌림 - 언어' 책 읽는 학생 (AI 생성 이미지)

 

 

 

변호사에서 통역사로, 나만의 행복의 공식 | 세바시 210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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