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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의사 김동현, 강남 병원 팔고 40개국 떠도는 이유 | 세바시 21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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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6. 29. | 세바시 2108회 | 김동현 (안과 전문의·비전케어 대표)

 

 

의대도, 안과 전공의도, 대학 교수도 번번이 떨어졌던 안과의사 김동현. 그는 잘나가던 강남의 병원을 팔고 24년째 40개국을 돌며 백내장 수술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왜 그 위험한 곳에 가느냐고 말리지만, 그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뜻대로 되지 않던 돌아간 길이 어떻게 그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었는지, 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떨어지고 돌아가기만 한 인생, 그런데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2. 천문학자를 꿈꾸던 소년, 꽃동네에서 인생이 바뀌다
3. 아무도 원치 않던 궂은일이 나를 야전형 의사로 만들었다
4. 9·11이 바꾼 방향, 강남 병원을 팔고 파키스탄으로
5. 장비를 압수당하고 암 수술을 받으면서도 멈추지 못한 이유
6. 돌아간 길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

 

 

안과의사 김동현 강연 타이틀카드
안과의사 김동현 강연 타이틀카드

 

 

🌟 떨어지고 돌아가기만 한 인생, 그런데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의대에 지원했다가 떨어졌고, 안과 전공의에 지원했다가 또 떨어졌으며, 대학 교수도 되지 못했습니다.

돌아보면 제 인생은 원하는 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왜 나는 매번 떨어지고 매번 돌아가야 하는가, 그런 생각을 오래 했습니다.

방금 소개받은 안과 의사 김동현입니다.

의사가 좋은 직업이라는 말은 솔직히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환갑을 넘기고 보니 이미 퇴직한 친구들도 있어서, 지금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주변에는 늘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실을 알기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보다 돈을 어떻게 써야 행복할까를 찾아 떠났고, 그 일이 좋아서 24년째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백내장 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에 한국에서 수술하면 돈을 얼마나 벌겠느냐며 말리는 분들도 많고 저 역시 가끔 흔들리지만, 지금도 후회는 없습니다.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세극등 현미경 안과 진료 현장
세극등 현미경 안과 진료 현장

 

 

🔭 천문학자를 꿈꾸던 소년, 꽃동네에서 인생이 바뀌다

 

학창 시절 저는 천문학자나 물리학자를 꿈꿨습니다.

그러나 고3이 되자 부모님도 선생님도 주변 어른들도 모두 의대가 안정적이니 의대를 가라고 하셨습니다.

결국 제 의지와 상관없이 의대에 지원했지만 떨어졌고, 힘들게 재수한 끝에 스스로 선택해 의과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을 마친 뒤 안과 전공의에 지원했지만 또 떨어졌습니다.

왜 나는 항상 이 모양인가 낙심한 채, 군 복무 대신 충북 음성의 꽃동네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마침 모교 안과 교수님들이 무료 개안 수술을 하러 꽃동네를 찾아오셨습니다.

당시 꽃동네에서는 돌아가신 분들의 안구를 적출해 각막을 기증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교수님들은 그곳에 있던 저에게 안구 적출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안과 의사가 되기도 전에 안구를 적출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하찮은 일이라 여길 수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수도자와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저는 그 일을 제대로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 아무도 원치 않던 궂은일이 나를 야전형 의사로 만들었다

 

대학 교수가 되려고 4년을 버텼지만 결국 되지 못했고, 무의촌에서 이동병원 사업을 하는 병원에 취직했습니다.

그러나 선임 선생님들은 저를 믿지 못해 혼자 수술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수술을 해야 더 잘할 수 있는데 기회가 없으니 답답하고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대학 시절 모시던 백내장 수술의 대가 교수님을 병원 세미나에 초청했습니다.

교수님은 여러 선배 의사들 앞에서 수술을 하시다가 갑자기 저에게 한번 해보라며 기회를 주셨고, 제가 덜덜 떨며 한 명을 간신히 마치자 잘한다며 손을 바꾸고 나가 버리셨습니다.

다른 선임들도 따라 나가면서 저는 혼자 남아 백내장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로 선배들이 가기 싫어하는 무의촌 이동병원 사업에 제가 대신 나가며 더 많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힘든 시기였지만, 궂은일을 꾸준히 해낸 그 시간이 결국 현장에 나가 일할 수 있는 야전형 의사로 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백내장 수술 현장
백내장 수술 현장

 

 

'타인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던 시기' 자막
'타인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던 시기' 자막

 

 

✈️ 9·11이 바꾼 방향, 강남 병원을 팔고 파키스탄으로

 

IMF를 지나며 명동에 개업했고, 라식 수술이 막 시작되던 때라 강남역까지 병원을 넓히며 정신없이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다 2001년 9·11 사태가 터졌습니다.

매일 전쟁과 분노, 공포의 뉴스가 쏟아질 때, 저는 오히려 테러와 전쟁이 벌어지는 중동과 이슬람 세계가 궁금해졌습니다.

이슬람 선교 세미나에서 파키스탄의 의료 현실을 듣고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결국 2002년 파키스탄을 직접 찾아갔더니, 그곳 환자들도 수술만 하면 좋아질 수 있는 한국과 똑같은 백내장 환자였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제 앞에서 천을 벗고 눈을 보여줄 때, 안과 의사인 내가 이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돌아와서 저는 강남역의 병원을 팔아 버렸습니다.

강남이 좋아지는데 왜 파느냐고 다들 말렸지만, 파키스탄의 환자들을 보며 꽃동네와 무의촌에서 만난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꼭 필요한 곳,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에 가서 무언가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병원 판 돈으로 수술 장비를 사서 어렵게 통관까지 마치고 들어갔는데, 첫날 환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텅 빈 진료실에 앉아 괜히 왔나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명을 수술하고 나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슬람 문화에는 소문은 낙타가 전해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좋아지자 이야기가 순식간에 퍼져 다음 날부터 환자들이 물밀듯이 몰려왔습니다.

안대를 떼는 날, 낯선 의사를 경계하던 얼굴들이 활짝 펴지고 온 동네가 잔치 분위기가 됐습니다.

종교도 언어도 달랐지만 눈이 보이기 시작한 사람들의 표정은 전 세계가 똑같았습니다.

그 모습에 저는 파키스탄에 30번 넘게 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실명예방 NGO 비전케어를 만들게 됐습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시절' 자막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시절' 자막

 

 

'꽃동네' 비석 앞의 안과 의사
'꽃동네' 비석 앞의 안과 의사

 

 

💪 장비를 압수당하고 암 수술을 받으면서도 멈추지 못한 이유

 

그렇게 24년간 40개국에서 자원봉사 의료진과 함께 수술하고 현지 의료진을 교육하는 일을 이어 왔습니다.

좋은 일도 많지만 현장에서는 어려운 일도 많았습니다.

라오스에서는 공항에서 수술 장비를 통째로 압수당해 일주일을 아무것도 못 했고, 어떤 나라에서는 현지 의사들이 밥그릇을 뺏긴다며 정부에 이야기해 수술을 막기도 했습니다.

작년 가을 모로코에서도 허가가 다 된 수술을 못 하게 해 이틀을 기다렸습니다.

결국 이틀 동안 사흘치인 100명 넘는 환자를 밤늦게까지 온 팀원이 함께 수술했습니다.

저 자신도 방글라데시에서 허리를 다쳐 비행기에 실려 왔고, 응급실에 두 번 실려 갔으며, 4년 전에는 암 수술도 받았습니다.

암 수술을 받고 병실에 누워 처음으로 이제 그만해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수술받지 못한 환자들이 많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우리가 더 가지 못해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현지 의사와 의료진을 더 열심히 가르치고 훈련시켜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직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그 감각, 그것이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무의촌' 이동검진 차량
'무의촌' 이동검진 차량

 

 

'가장 온전한 의사가 된 순간' 자막
'가장 온전한 의사가 된 순간' 자막

 

 

'911테러' 설명 자료 화면
'911테러' 설명 자료 화면

 

 

🤝 돌아간 길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

 

지금까지 비전케어가 직접 수술한 환자는 40개국에서 30만 명이 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훈련하고 가르친 의료진이 치료한 환자는 8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제는 훈련된 현지 의료진이 계속해서 그 나라 사람들을 치료하고 수술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저는 제 인생이 실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압니다.

인생이 예정대로 가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는 아니라는 것을요.

남들 보기에 돌아가고 뒤처진 것 같던 순간들이 사실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시간이었습니다.

천문학자도 대학 교수도 되지 못했지만, 대신 남을 행복하게 하고 나 자신도 행복해지는 소명을 찾았습니다.

최근 가나에서 만난 19살 소년 매튜가 있습니다.

비포장 도로를 걷다가 차가 튕긴 돌에 맞아 한쪽 눈을 거의 잃을 뻔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대로 두면 안구를 적출할 수밖에 없어 이 아이 눈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함께 수술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수술보다 이후 관리가 더 어려워 늘 마음을 졸이는데, 한 달 전 현지 의사에게서 매튜가 부작용 없이 잘 회복되었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사진 속 아이는 이제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인생에는 돌아가는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야 하는 길이 있다는 것을요.

만약 제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갔다면 저는 그 소년 매튜를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뜻대로 안 되는 순간에도 내가 어떤 태도로 그 시간을 견뎌내는가입니다.

남들이 피하는 일을 하고 내 몫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 그것이 결국 나의 쓰임을 만듭니다.

백내장 수술은 15분 정도 걸립니다.

세바시도 15분이지요.

지금 뜻대로 안 되는 길 위에 계신다면, 너무 빨리 실패라고 단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지금 여러분 앞에 놓인 그 길이 여러분을 바꾸고 누군가를 살리러 가는 길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간 사람이 결국 누군가의 세상을 바꿉니다.

 

'나눔과 봉사' 자막과 의료진
'나눔과 봉사' 자막과 의료진

 

 

현지 의료봉사 논의 장면
현지 의료봉사 논의 장면

 

 

 

돌아간 길이 나를 바꾼 시간 | 세바시 21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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