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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 You Ok? | 김창옥 서울여대 기독교학과 겸임교수 | 세바시 157회


강연소개 : 고향 제주도에서의 어린 시절은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가난, 다툼만 하는 부모님, 대학진학 실패.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검은 파도가 출렁이는 밤바다에 몸을 던져버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어린 시절의 제 모습을 회상하면, 그 때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던 물음 하나가 생각납니다. 너 괜찮니? 지금 우리 청소년들에게 너무나 필요한 물음입니다. 그 물음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게시일: 2012. 6. 12.




(관객 : 박수)

감사합니다

근데 사실 솔직하게 고백할게 있는데

저 청소년 트라우마가 좀 있습니다

(관객 : 웃음)

전에 청소년 강의 갔다가 상처를 좀 심하게 받았습니다

그때 한 500명이었거든요 중학교 남자애들

완전 나쁜새끼들

(관객 : 웃음)

뭐 욕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근데 500명인데 300명이 저를 이렇게 쳐다보더라고요 앉아가지고

(관객 : 웃음)

그래서 제가 분위기 좀 좋게 하려고 유머 하나 했더니

2학년 애가 저 들으라고

"웃기려고 애를 쓰는구만"

(관객 : 웃음)

그랬더니 또 옆에 있던 3학년 애가

"나이 먹고 고생한다"

그래서 제가 청소년 트라우마가 있는데

오늘 앞에 보니까 청소년이 앉아있는 것 같네요

음.. 청소년 맞죠?

제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건 청소년인 것 같습니다

(관객 : 웃음)




저는 오늘 제 청소년 시기를 좀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그게 초등학교 때 같아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친구를 집에 데려왔어요

저희 아버지는 방송에서 몇 번 말씀드렸던 것처럼 청각장애가 있으세요

그런데 저는 아버지가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 친구가 저희 집에 오기 전까지는

그래서 제가 그 친구를 집에 데리고 왔는데 친구가 인사를 했어요 아버지한테 이렇게

"안녕하세요 저 창욱이 친구입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그 걸 잘 못 보시는 상황이었었어요

근데 이제 보통 귀가 들리시는 분이었으면 소리로 듣고 이렇게 쳐다보고

"어, 창욱이 친구 왔구나 너는 고향이 어디니?" 뭐 이렇게 물어보실 그런 분위기였는데

그런데 그때는 아버지가 귀가 안 들리셨고

그리고 제가 요렇게 가만히 있는데 가만히 이렇게 시간이 약간 멈춰진 상태 같았어요

그리고 이제 저는 아 우리 아버지는 다른 사람의 아버지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어느 날 그런 게 이제 생기기 시작할거예요

청소년이 되면 그런 걸 알기 시작해요

'아 우리 엄마하고 우리 아빠는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으시구나'

'주로 우리 집에서는 K1을 많이 하시는구나'

(관객 : 웃음)

'아빠는 엄마에게 암바 기술을 쓰시는구나'

초등학교 때는 잘 몰라요 근데 이제 중고등학교 때만 돼봐요 안다구요

아 친구의 몸매는 장난 아니고 난 장난이구나

(관객 : 웃음)

어 이거 장난치면 되는 건가 이거?

아 그리고 남자들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남자들이 나를 여자로 보지 않구나

나를 그냥 어떤 인류로 대하는구나 인류

(관객 : 웃음)

보편적인 인류

이제 이런 슬픈 사실들을 청소년 시기가 되면 알기 시작해요

그리고는 이때부터 사람들은 원해서든 원치 안 해서든

이 메이크업을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메이크업 마음의 메이크업

그리고 이 메이크업이 점점 더 심해지면 뭐가 되냐면

가면이 되기 시작해요



저는 고등학교를 특목고를 나왔어요

공고예요

(관객 : 웃음)

그리고 이제 고등학교 들어가서 가면이 더 두꺼워져 버렸어요

왜냐면 인문계 다니는 친구랑 저랑 만났는데 중학교 다닐 땐 둘이 똑같았는데

고등학교를 딱 들어가 보니까 친구 가방에서는 영한사전이 나오더라구요

제 가방에서는 드라이버가 나왔어요

(관객 : 웃음)

드라이버하고 인두 납땜 이런 거요

전 그때부터 약간 얼굴에 뻥을 치기 시작했어요

센 척을 하기 시작한 거죠

인문계 다니는 애들이나 부잣집 애들한테 기죽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약간 중고등학교 다닐 땐 좀 이런 스타일이었는데

이제 약간 고등학교 가고 이렇게 되면서 약간 표정이 이렇게 됐어요 이렇게

(관객 : 웃음)

심리학에서는 이런 전문적인 행위를 후까시라고해요

(관객 : 웃음)

참 청소년에게 사용하지 말아야 할 단언데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저는 제 전공을 살리기 위해서 대학을 진학한 게 아니라

열등감을 만회해보고 싶어서 대학을 가고 싶었어요

그리고는 제가 제주도에 있었고 공부를 그리 잘하지 않았죠

서울에 올 만한 실력은 못됐어요

그래서 이제 제주대학교 제주도에서 가장 좋은 학교였었죠

그 대학을 시험을 봤어요


어떻게 됐을까요? 청소년들

여러분 바람대로 떨어졌어요

(관객 : 웃음)

여러분이 바라시고 기도하시고 소망하시고 염원하셔서

제가 떨어졌어요

여러분이 이렇게 바라는데 어떻게 안 떨어지겠어요?

그리고는 저는 이제 재수를 했어요

재수해서라도 꼭 대학을 가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내 비전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저희 집이 2남 4녀였는데

아무도 대학을 못 갔어요

엄마가 막내 하나는 꼭 대학을 가기를 바랬었고

저도 대학이라는 간판에 정체성을 저를 이렇게 넣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4년제 대학을 치면 떨어질 것 같아서

전문대를 보기로 했어요

저쪽 아주 지방에 있는 전문대였는데

정말 겸손한 전문대학이었어요

세상에 자기 대학 이름을 알리지를 않았어요

(관객 : 웃음)

그냥 제가 얘기해도 여러분 아무도 모르는 그런 대학이야

그냥 겸손하게 존재만 하는 대학이었었어요

그 대학을 쳤는데 어떻게 됐을까요?


여러분 바람대로 또 떨어졌어요

(관객 : 웃음)

여러분이 바라시고 기도하시고 염원하시고 소망하셔서

저는 전문대를 또 떨어졌어요



그리고는 21살

21살에 저는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제가 전문대를 재수해서 떨어지고 처음 느낀 건

엄마가 저를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느낌이었어요

그 느낌이 상당히 슬프더라구요

'아 우리 엄마도 이제 나를 부끄러워하는구나'

그리고 친구 엄마들하고 얘기할 때

아예 얘기를 못하시더라구요

처음부터 죽어야지 이런 생각은 아니었고

죽는 거 반 누가 "죽지 마" 그런 말 듣고 싶은 거 반이었어요

그래서 새벽 한시에 제주도에 탑동이라는 바닷가로 갔어요

근데 저는 그전까지 한 번도 남 앞에서 운 적도 없고

얼굴에 슬픈 표정을 한 적도 없어요

제 가면은 사람이 열등감이 생기고 상처가 생기면

크게 두 가지의 종류의 가면을 쓰는데

첫 번째는 센 척 하는가면이나 밝은척하는가면 이에요

저는 이 밝은 척하는 가면을 엄청 썼어요

그래가지고 항상 웃겼어요 남을

그리고 여학생들도 항상 웃겨줬는데

제가 좀 성격이 못돼서 예쁜 여학생만 웃겨줬어요

(관객 : 웃음)

안 예쁘면 웃기기 싫더라구요

참 인격장애 인격장애

(관객 : 웃음)

저 같은 사람이 되지 마세요

항상 웃겼어 막 애들 친구들 앞에서 막 하하

선생님이 막 "야 새치기하지 마" 그러면

"새를 치냐? 새를 쳐?" 막

와 진짜 지금 생각해도 오그라드는 그런 유머를 하면서 엄청 막 맨날 웃었어요 그냥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어요

왜냐? 가만히 있으면은 내 삶에 현실과 마주쳐야 한다는 걸 어린 나이에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근데 자살하기 전에 바닷가에 빠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한번 해보고 싶더라고요

제일 친한애

그 친구에게 전화해서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은 뭘까요? 청소년들

오 죽지마 죽지마

딱 그 한마디를 저는 듣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화를 했어요 새벽 한 시 정도 됐죠

여보세요? 했더니

거기서 아 너무 늦은 시간이니까 "아 왜"

"아 나 지금 대학 전문대 재수해서 떨어지니까

엄마가 나를 너무 부끄럽게 생각하는것 같아 아 진짜 죽을라고 진짜"

늘 밝던 형이 새벽에 전화해서 갑자기 죽겠다고 하니까 한 번도 듣지 못 했던 목소리 톤으로요

아무 말도 못하더라고요

그리고 제 인생을 바꿀 영화와 같은 대사를 해줬어요

그 대사가 오늘의 저를 있게 한 거예요

"하던 대로 하라고~"

(관객 : 웃음)

(관객 : 박수)

지금 박수 칠 때와 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 전혀 못하고 있어요

그래가지고 전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죽어야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관객 : 웃음)

방금 전까지는 죽고 싶은 거 반 위로받고 싶은 거 반 이었는데

그 소리를 듣고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아 난 친구가 없구나'

나는 사람은 내 주위에 많았는데 뭐가 없다고요? 친구가 없구나

그래 죽자



그리고는 방파제에 가서 앉았어요

이렇게 이렇게 방파제가 이렇게 있었어요

그리고 떨어지면 그냥 이렇게 죽는 거였어요

그리고는 앞을 보고 있었죠

새벽 두시 가까이 됐고

'아 떨어지면 엄마가 조금 슬퍼하다가 나는 잊혀지겠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는 이제 마음이 점점 이렇게 뒤에서 무언가가 저를 미는듯한 느낌이었죠

그런데 제가 여기 있는데 저 카메라 정도에 어떤 젊은 여자분이 이렇게 방파제에 서있더라고요

근데 머리는 짧고 그 젊은 분이었어요

한복 같은 거를 위아래로 입으셨는데 하얀색이었어요

근데 저는 제가 너무 심각한 상태니까 그분이 서있던지 뭘 하던지 그게 큰 그건 없었어죠

'아 죽어야지' 그러는데

그분이 갑자기 치마를 무서운지 자기 얼굴까지 이렇게 딱 덮더라고요

그러니까 이렇게 얇은 치마가 하나가 또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는 뒤로 살짝 빼더니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다로 뛰어내렸어요

저는 이제 '아 죽어야지' 이러고 있다가 옆에서 뭐가 빠지니까 '어억'

(관객 : 웃음)

이랬는데 정말 영화에 한 장면처럼

사람의 완벽한 형체가 있었는데 공중에서 중간 즈음에서

컴퓨터 그래픽처럼 싹 하고 사라져버렸어요

그리고 바다에 보니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새벽 두시 저는 완전한 형체도 봤는데

바다에는 풍덩 소리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순간 무슨 생각이 드냐면

안 무서운 데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 : 웃음)

죽기는 죽어도 여기 말고 좀 편안하고 안 무서운 데서 죽어야지

여기 무서우니까 못 죽겠더라고요


그리고는 삼수를 했어요

(관객 : 박수)




여기 오신 청소년이나 우리 어른들께 꼭 얘기하고 싶습니다

여기 혹시 여기 와서 웃고 박수 치지만 웃는 게 아닌 아닌 사람이 있을 거예요

저는 여러분에게 꼭 얘기하고 싶습니다

죽지 말라고 꼭 얘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여러분은 소중하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부모님이 사이가 좋던든 안 좋든

여러분의 성적이 괜찮든 괜찮지 않든

여러분의 얼굴에 질서가 있든 질서가 어긋났든

몸이 장난이 아니든 장난이든

그런 것과 상관없이 우리는 상당히 소중한 사람이란 걸 얘기하고 싶어요




일본에 장훈이라는 선수가 있었어요

한국 사람이었는데 야구를 1970년대 전후로 해서 최고로 잘하는 선수였었어요

장선수가 하도 야구를 잘하니까 귀화하라고 했어요

귀화가 뭐예요? 청소년들

한국 사람인데 일본 사람으로 국적을 바꾸라는 거예요

장선수가 귀화는 안 하겠다고 했어요

이유가 뭐냐고 물었죠

와타시와 간코쿠진 데쓰

무슨 말이예요?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여러분 저 한국 사람입니다

우리는 한 민족이라고 얘기했죠?

그랬더니 일본 사람들이 미워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유가 와타시와 간코쿠진 데쓰

자기 뿌리에 대한 프리이드예요

어느날 장선수가 타석에 딱 섰는데

일본 관중석에서 한 사람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조센진 가라

그러니까 또 다른 사람들이

조센진 빠가야로

빠가야로 무슨뜻이예요?

바보 멍청이인데 그걸 이렇게 얘기했을까요?

조센진! 빠가야로!

이렇게 얘기했을까요? 이렇게 얘기했겠죠

빠~가~야~로~

(웃음)

아주 나쁜 말이에요

장선수가 게임을 진행할 수 없어서 들어갔어요

조용해지니까 다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관중석 관객선을 향해서 한마디를 했어요

뭐라고 했을까요? 같이 욕을 했을까요?

예? 거기다 대고 욕했으니까

니혼진 빠가야로

(웃음)

이랬을까요?

아니에요 그러지 않았어요

관중석을 향해서 한마디 했어요


그래 나 조센진이다


그리고는 배틀을 잡았죠

그때도 지금처럼 아무도 말하지 못 했을 거예요

그리고는 타석에서서 배틀을 들고 투수가 던진 거를 쳤는데

뭐가 됐을까요?

장외 홈런이 됐어요


전 그 얘기를 듣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는 제가 처음 저한테 얘기했죠

'그래 우리 아버지 청각장애 있다'

'그래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사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래 나 공고 나왔다'

'그래 나 삼수하고도 대학 못 갔다'

So, what?

무슨 뜻이에요?

뭐? 뭐? 뭐? 뭐? 뭐?

So, what?

여러분 이거 누구한테 말하는 걸까요?

오케이 조센진 빠가야로라고 얘기한 사람은 일본 사람이 아니예요

우리의 열등감과 상처에 대해서 손가락질하는 건 밖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 나 자신이에요

그 나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그래 모든 환경을 인정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냥 가만히 있는 거예요 아니면 타석에 서는 거예요?

오케이 그걸 인정하고 내 삶의 타석에 서는 거예요

중학생이면 중학생의 타석이 있고 고등학생이면 고등학생의 타석이 있어요

그럼 거기에서서 삶이 주는 공을 어떻게 하는 거예요?

잘 보고 멋지게 한번 홈런 치는 거예요

그 장선수가 홈런 치고 일루 이루 삼루를 들어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여러분 삶은 크게 두 가지예요

응원하는 가운데에서 야구를 하는 사람이 있고

비난받고 사람들이 야유를 퍼붓는 가운데서 야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는 지금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은 응원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는 마지막 아주 중요한 이야기는

응원 받는 가운데서 홈런을 치는 것보다 야유받는 것 가운데서 홈런을 치는 게 백배 멋있는 삶이라는 거예요

우리 청소년들 혹시 여러분의 삶이나 환경이 여러분을 야유하고 비난하고 있다면

인정하고 그리고는 여러분의 삶의 타석에 서서 삶을 향해서 멋있게 어떤 홈런이요?

장외 홈런 한 번 때려주세요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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