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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세바시 335회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 김창옥 서울여대 기독교학과 겸임교수


강연 소개 : 삶이 언제나 즐겁고 평탄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거친 오르막 길을, 때로는 메마른 사막 같은 곳을 지나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가족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친구로 인해 상처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세월의 흔적들이 켜켜히 쌓여 온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그래도 잘 왔습니다. 잘 견디고, 이겨내고 잘 왔습니다. 여러분 여기까지 잘 왔습니다.


게시일: 2013. 11. 24.




감사합니다

제가 세바시 하면서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어머니가 저보고 결혼했느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저랑 할꺼냐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아니 뭐 딸을 주시려고 그러는거냐

저랑 재혼을 하려고 그러시는거냐

그리구 이제 두번째 질문은 저보고

아 우리 김선생은 그냥 말을 그냥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재밌게 하려고 그러는거 같은데

사는게 강의처럼 날마다 재미있냐라고 저에게 물어보시는게 있어요


여러분 오늘 저 아까 이렇게 다섯분 하는거 다 이렇게

네분하는거 다 들었는데 여러분 계속 웃고 즐거워 하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런데 솔직히 여러분 삶이 날마다 오늘처럼

웃고 즐겁고 신이 나나요 솔직히

날마다 이렇게 즐거운 사람들을 광녀라고 하죠

머리에 꽃 꽂아야죠


저는 사실 날마다 즐겁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날마다 즐겁겠습니까

그리고 오늘 여덟번 째 강의입니다

그러면 전 뭘 생각하냐하면

안겹치게 어떻게 말할까

전에 좀 겹쳤더니 유튜브에 겹친다는 

그런 글을 올린 놈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이제 뭐 어떻게 안겹치게 할까 고민을 많이 하죠

그리고 이제 제 딴에는 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저는 이제 일한 지가 올해 십일년 된거 같더라구요

근데 한 오년 육년을 정말 재밌게 강의했습니다

재미도 있고 사람들도 웃어주시고

그리고 제또래보다 조금더 뭔가 앞서 나가는것 같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칠년정도 육년에서 칠년이 넘어가니까 우울증이 오기 시작하더라구요

제가 어떤 분이 우울증이 걸릴 확률이 높은지 소개할께요

어설프게 착한 사람들이 우울증에 잘 걸려요

그 어설프게 착한 사람들이 있다구요

완전 착한 건 아니구요 어설퍼요

그리고 이제 며느리들 중에서도 착한 며느리들이 우울증에 걸려요

시어머니한테 말대꾸 못하는 며느리들이 있어요

그분이 나이가 먹어도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나이만 먹었지 할줄아는게 없네요 어머니 죄송합니다

이런 며느리들은 시댁에서는 그렇게 하고 꼭 이런 모임에 와서는

또 아는 사람들 만나면 얼굴표정 어떻게 할까요

웃는다구요 어머 안녕하세요 잘지내시죠

저는 다음주에 자살합니다 하하

요런 분들이 있다구요

그러니까 회사다니시는 분들은 아실거에요

회사에서 중간관리자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구요

위로는 부장님 차장님한테 막 치여도 절대 말대꾸 안하는 과장님들이 있어요

아 부장님 차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화이팅

그리고 대리들 모아놓고 우리가 좀 열심히 해봅시다 다들 잘 지내죠

저는 저번주에 이혼했습니다

요런 사람들이 있다구요


그런 사람들은 속이 속이 아니죠 사는게 사는게 아니에요

그렇지만 요즘 기업문화가 많이 달라졌더라구요 현장에 가보니까

요즘 기업의 신입들은 자기할 말 해요 그냥 하고싶으면

부장님이 뭐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뒤에서도 안해요 그냥 앞에서

부장님 처음부터 부장은 아니셨잖아요

시간지나면 다되는거 뭐 대단한 거라고

이런 대리들은 지 속이 지 속이라고 보면 되요

속병이 없어요

부장님만 속병으로 뒤지죠

대리는 백세 건강해요


요런걸 이제 심리학 전문 용어로 감정노동이라 한대요

개인의 감정은 지치거나 피곤하거나 우울하거나 짜증이 나있는데

자기의 역할이나 자기의 성격이 그래서 남한테 항상 밝게 대하는 사람을 말하는거죠

저도 제 직업이 저는 지식노동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지식은 필요하지만 저는 감정을 아주 제 감정을 섞지 않고 이 무대가 필요로 하는 감정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아마 그런 분들이 계실겁니다

직업이 그런 분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 분

그래서 저는 강연을 한 육년 칠년할 때 어려움을 겪기 시작해요

그때 어떤 일이 있었냐 하면은요 항상 저보고 강의를 재밌게 해달라는 거에요

근데 그때 그 노사분규로 해서 파업하는 회사에 강의를 간거죠

갔더니 앞에 노조 위원장님하고 간부님들이 빨간조끼에 투쟁이라는 띠를 두르고 계셨어요

그리고 벽에는 플랭카드 죽음으로 하나되자 라고 써 있었어요

이거는 뒤에는 전무님 상무님 사장님이 오신거죠

그 분위기 아시겠죠

노사가 극한으로 대치되는 상황이었는데

교육 담당자가 저에게 마이크를 주면서 노사가 하나되는 강의를 해 달라는 거에요

지금 이 상황 죽음으로 하나되자인데

어 그 일은 저는 열심히 했고 나름 잘했는데 저도 한 개인이다 보니

이제 그렇게 자꾸 하다보니까 제 마음의 관절이 나가버린것 같아요

더이상 충격을 흡수를 못 하겠더라구요


그런데 그때 아버님이 대장암 판정을 받으셨어요

그 전화를 받고 저는 그날 강의 두번을 제 감정을 섞지 않고 매우 재밌게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더이상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제 감정을 팔고 사람들에게 웃고

또 돌아서서 또 혼자 이렇게 가는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람들의 로망 있잖아요

직장생활하다 힘들면 고향으로 내려가서

직장생활 이제 안하고 뭔가 자연을 상대하고 그래서 저는 이제 귤농사를 짓던 해녀를 하던

어 아 해남이네요 해남을 하든 귤농사를 짓던 자연과 만나는 일을 해야되겠다 라고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으로 한번은 제 문제를 해결하고 내려가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제주도에서도 또 힘들어지겠죠

여러분 그렇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주위에 직장생활 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잖아요

여러분 주위에 또라이가 있나요 없나요

저는 이 안에 또라이 가득하다고 생각합니다

또라이가 강의를 좋아하더라구요

자 그러면 이 직장에서 또라이가 있어서 다른 직장으로 갔습니다

그럼 거기 또 있다는 거죠

서울에서 힘들어서 제주도 내려가면 제주도에도 무언가 있을 거라는거죠

그럼 저는 어디로 갑니까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번 해결은 해보고 가야 되겠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리면 우울한 삶의 날이 오면 어떻게 되나 알아 봤더니

아주 간단한 몇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대표인걸 소개하겠습니다

그 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저는 이렇게 책을 찾다 보니까

아 이게 상담을 받으면 도움이 된다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상담을 받으려고 알아 봤습니다

그런데 안 되겠는거에요

제가 왠만한 유명한 병원에서는 이미 강의를 해버린거죠

의사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모아놓고 소통강의 엄청 재밌게 하고

그 다음주에 우울증 접수하고

자살 충동에 동그라미치고

저는 챙피해서 못 하겠더라구요




그 즈음에 기적처럼 성당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성당인데 신부님들 70분 80분 정도 특강을 해 달라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아 저 죄송합니다

제가 종교적인 내용은 강의를 못합니다

그리고 성당을 안다녀서 분위기를 모릅니다

그랬더니 강사님 아침마당 봤는데요

아줌마들한테 한거 똑같이 해주세요

신부님들도 좋아하실거에요

순간 저는 신부님한테 상담받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님은 왠지 제 얘기를 남에게 안하실것 같은거에요

저녁에 혼자 주무시잖아요

신부님이니까요

목사님한테 하기 싫더라구요

사모님하고 얘기를 나눌 거 같았거든요

제가 사람 잘 안 믿거든요

그래서 그런 회관에 딱 갔는데

신부님 70명 80명이검정색 신부님 옷을 입고 있는데

정말 분위기가 묘하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분이 인상이 좋으신가 하고 봤는데

저 쯤에서 한 신부님이 계속 저를 보고 웃으시는거에요

마음이 열려서 강의가 끝나자마자 저도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자존심을 내려 놓고 말씀 드렸죠

신부님 저는 말만 재밌게 하려고 하는거지

우울증이 좀 있는거 같습니다.

조용히 상담을 좀 받고 싶습니다.

이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신부님이 먼저 저에게 우울증 상담을 받고 싶으시다는거에요

제가 얘기를 할라고 하고 있는데

제가 얘기를 하려고 하고 있는데

신부님이 신부를 안하고 싶으시다고 먼저 저한테 얘기를 하시는겁니다

혹떼러 갔다가 혹을 붙이고

저는 제 얘기 하지도 못하고 예 신부님 기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저도 죽겠습니다

왜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하세요




그리고는 다시 6개월이 지났습니다

수도원에서 전화와서 나왔습니다

수도원에 계신 은퇴하신 수사 신부님이신데 연세가 상당히 많이 드셨더라구요

그런데 우리 김선생 얘기를 내가 전해전해 들었는데

조용히 올라와서 상담받고 내려가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한마디를 드렸습니다 신부님 그런데 제 얘기 다른 사람한테 하시면 안됩니다

신부님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겁니다

나이가 여든이 넘으시고 아흔이 넘어가시면서 놀라운 일이 펼쳐졌는데

친구들이 다 죽었다는겁니다

저는 순간 이거 성당 유머인가 내가 이거 이해못하는건가

근데 웃기더라구요 웃으면 안 되는데 웃기더라구요

저는 그 분이 뭐 할렐루야 형제님 이랬으면 전 안 갔을겁니다

근데 그 분이 그 말씀을 하시는데 희한하게 마음이 녹더라구요

그래서 찾아갔죠 머리는 백발 후드가 달린 하얀 옷을 입고 계셨습니다

문제가 뭐야 말을 재밌게 해야하는 강사인데요 사는게 재미가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눈을 감으시더니 한 마디를 하시더라구요

침묵을 배워 침묵을 배워

저는 순간 마음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 이게 무슨 말일까 여기에는 반드시 뜻이 있을텐데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강사한테 침묵을 배우라는게 과연 무엇인가

그래서 신부님 말을 재밌게 해야하는 강사입니다 침묵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했더니

신부님이 말씀하시는거에요

자존심의 꽃이 떨어져야 인격의 열매가 맺힌다는 겁니다

언제까지 세상을 니 잘난 맛으로 살수 있느냐는 겁니다

침묵을 배우라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침묵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프랑스에 있는 수도원으로 들어 가라는 겁니다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님 프랑스 말을 모르는데 어떻게 프랑스를 가나요

프랑스 말을 모르니까 프랑스 가면 침묵이 된다는 겁니다

니 말에 답이 다 있는데

그래서 그해 겨울 저는 6년 동안 여름 겨울 휴가 한번 안 간 저에게

2주의 시간을 주고 프랑스 리옹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리옹에서 다시 마콩이라는데로 들어갔죠

그리고는 아주 적지않은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거기에서는 아침에 산책을 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걸어라 이러지 않으시고 몸으로 땅을 만나보고 마음이 편안해지면

기도하고 싶은 사람은 기도를 하고

자기랑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대화를 하랍니다

근데 저는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일주일정도가 지나서 포도밭에 앉아있는데

신부님이 알려준건 두가지였습니다

첫번째 기도를 하든 자기와 대화를 하든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두번째 짧게하라는겁니다

그래서 저는 포도밭에 이렇게 앉아있는데 제가 말을 못걸겠더라구요

시간이 좀 지나니까 정말 제 마음 속 누군가가 명확하게 저에게 한마디를 하는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 소리를 마음으로 명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 여기까지 잘왔다

아 그런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음 제가 오늘 여러분들께 한마디로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여러분 여기까지 여기까지 그 많은 시간 거쳐서 잘 오셨다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여러분 자신에게 언젠가 여유가 있으면

여기까지 힘들게 온 자기를 한번만 봐주고 앉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침 저녁에 시간이 되면 5분 10분 정도 핸드폰 끄고 산책하고

산책의 끝에 마음이 편안해지거든 저희도 거짓말 하지 말고

짧게 자기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나 기도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여러분 여기까지 잘 오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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