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소개 : 저는 한 손과 두 다리 없이 태어났습니다. 엄마는 4살 때 그런 저를 입양했습니다. 그리고는 약속을 해주셨습니다. '너를 꼭 걷게 하겠다'고. 엄마의 약속대로 저는 지금 잘 걷습니다. 게다가 장애인국가대표 수영선수이기도 합니다. 오늘 제 모습이 꿈 같습니다. 물론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노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큰 꿈을 꿉니다. 다리 없는 사람들, 그리고 다리 없는 세상에서 떨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튼튼한 '다리'가 되겠다는 꿈을 꿉니다. 그 꿈의 계획을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게시일: 2014. 1. 1.
안녕하세요?
저는 열 여섯살 로봇다리 수영선수
김세진이라고 합니다
혹시 여기 오신 분들 중에서 자신이, 자신의 꿈이 얼마나 가치 있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이 두 다리는 이 두 다리만 해도 2천만원이 넘습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해도 1억이 넘고요
그렇다면 저 보다 좋은 다리를 가지신 여러분들은
얼마나 가치 있고 얼마나 그 가치가 높을까요?
적어도 1억 이상은 버신 것 같아요
저와 엄마의 만남은 조금 특별합니다
제가 살고 있던 아기집으로 자원봉사로 온 엄마는 저를 보고 첫눈에 반하셨다고 해요
그렇게 너무나도 저를 사랑하시는 엄마는 가슴으로 저를 낳아주셨습니다
어렸을 때에 말을 배우기도 전부터 늘 들어왔던 말이 있어요
동네를 지나가면 할머니들이, 또 친구들이
친구들 어머니가 쟤 좀 보라고, 쟤 말 안 들어서
거짓말 해서 착하게 안 살아서
저렇게 다리도 없이 불쌍하게 피노키오로 태어난 거라고
그래서 매일 밤 울면서 기도 했어요
나 거짓말 안 할 거예요
나 착하게 살 거예요
나 엄마 말 잘 들을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매일 밤 울면서 기도했어요
그런데 바닥에서 앉아서 바라봤던 세상은
너무나 높고 무섭고 친구도 없이 외로웠어요
친구들과 함께 걷고 싶고 뛰고싶고
놀이터에 가서 놀고 싶고 자전거도 타고 싶은데
늘 혼자 놀아야만 했어요
그런 저를 업고 엄마가 병원 이곳 저곳을 다니셨는데
하루는 제게 말씀하셨어요
세진아 너 엄마가 반드시 걷게 할 거야
그 말을 들은 순간
아 나 이제 걸을 수 있구나
아 이게 희망이구나라고 했는데
그게 죽음의 문턱으로 부르는 안내이더라고요
죽음의 문턱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 계신 저희 엄마와 열흘만 사시면 됩니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그런 거지만
저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 있었는데요
걷고싶었어요 너무나도 걷고 싶었어요
정말 걷고 싶었는데
걷기 위해서는, 의족을 하기 위해서는
여섯 번의 뼈를 깎는 수술이 있었습니다
수술 중에서도 가장 아픈 수술이 뼈를 깎는 수술이라고 하잖아요
네 살의 어린 나이에 시작된 그 아픔과 수술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걷고 싶었기에, 걷고 싶다는 의지가
너무나도 강했기에
참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술실에 들어가면
울고불고 난리가 나요 제발 안 아프게 해 주세요
제발 잘 되게 해 주세요
어린 나이에 엄마가 하도 너무 많이 우는 거예요.
엄마를 바라보면서
엄마 나 코 자고 나면 예뻐질 수 있지요
나 코 자고 나면 걸을 수 있지요? 이러고 담담하게 눈을 감고 들어갔다고 해요
지금은 이것이 담담하다 해야 할지 아니면 뻔뻔하다 해야 될지
수술실에 모자 쓰고 주사 마취 꽂고 이러고 들어가요
들어가면 의사 선생님한테 물어 봐요
식사는 하셨어요? 안 피곤하세요?
예쁘게 해 주세요
또 옆에 온 환자들한테는
뭐 때문에 오셨어요? 어디 수술하세요?
그냥 한숨 푹 주무시면 돼요
하도 오지랖을 부리니까 다음에 수술하러 들어갈 때는
1번으로 마취시켜버리시더라고요
수술실이 정말 건조해요
팩은 필수입니다
입원하실 때 꼭 가지고 가세요
느낌 아니까! ^^
처음으로 수술을 하고 다리를 했을 때의 느낌은
너무나도 아팠어요 뼈를 깎고
그 곳을 실로 기워 놓은 곳을 송곳으로 쑤시는 듯 한
그런 고통이었어요
하지만 정말 잠깐 몇 초 바라본 세상이 너무나도 멋진 거예요
앉아서 본 세상과 서서 본 세상은 너무나도 달랐어요
그래서 몇 초 봤던 걸 더 보기 위해서
이를 악 물고 참고 그렇게 몇 초 몇 분 몇 시간
그리고 지금 이렇게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박수)
그보다도 정말 정말 제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것은 재활운동인데요
엄마와 함께 타이어를 매고 모래사장을 기어다니고
또 기어서 산을 오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잊혀지지 않는 건
거실에 이불을 쫙 깔아 놓고
엄마가 매일 넘어뜨리셨어요
앞으로 넘어뜨리고 뒤로 넘어뜨리고 옆으로 넘어뜨리고
언제 어디서 넘어질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매일 울면서 그렇게 연습했는데 6개월이 지나고 나니
알게 되더라고요
그제서야 엄마가 제게 하시는 말이
세진아 걷는 건 중요하지 않아
네가 걷다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줄 아는 게 중요해
혹여 못 일어날 경우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야
그걸 어린 4살에 가르쳐주신 독한 어머니가 여기 계십니다
그렇게 걷게 된 저는 다양한 것에 도전하게 됩니다.
축구 승마 드럼 라틴댄스 골프 볼링
정말 너무나도 많은 것에 도전했는데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엄마 저거 하고 싶어요" "가자"
제가 하고 싶다는 건 꼭 하게 해 주셨어요
혹시라도 거절 당하면 엄마의 사정으로 인해 못하게 되면
내 아들이 말할 용기 잃을까봐 집을 팔아가면서까지
아픈 엄마가 링거를 맞아가면서까지
하고 싶은 건 꼭 하게 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배운 승마는 말에서 두 번 떨어지고 그만 뒀고요
라틴댄스는 파트너 이쁜 누나는 정말 예뻤거든요
그만 두더라고요 힘빠져서 같이 그만 뒀습니다
제가 한번은 11살 때 10km마라톤을 완주한 적이 있어요
상금으로 4천만원 가량의 리프트가 장착된 차를
상금으로 받았는데 엄마가 내심 기대하셨대요
저걸 어디다 쓰지 이러셨는데
어린 나이에 11살의 저는, 우리집 차는 지금 비록 폐차 직전이지만
걷고 싶지만 배우고 싶지만 못 움직이시는 분들에게
이 차가 정말 필요하겠다
그래서 엄마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저는 이 차를 장애인 야학에 기증하겠습니다 해서 기증했습니다
엄마 그날 우실 뻔 했어요
뭔가를 갖는다는 건 가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행복한 거라 생각해요
한번은 제가 닉부이치치와 함께 토크쇼,
많은 분들 앞에서 이야기 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닉부이치치는 저보다 더한 장애가 있으시잖아요
그런데도 정말 다양한 것에 도전하셨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가장 부럽고 질투났던 건
자신이 처음 수영을 배울 때
아버지가 욕조에 물을 받아서 머리를 받들고 둥둥 띄워주셨대요
질투나서 한마디 했어요
부럽네요 저희 엄마는 물에 던지셨는데
지금의 저는 수영선수입니다
걷기 위해서 가장 좋은 재활운동이
무리도 없고 부상이 없었던 게 수영인데
물이라면 질색을 할 정도로 싫어했던 아이였어요
그 아이를 물에 던지시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살려고 했던 수영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랬던 수영이 저에게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서
지금은 저에게 꿈과 목표를 가져다주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다음 영상은 제가 수영하는 영상입니다
자료화면(2009)
한 아이가 있습니다
수영 왜 좋아하냐면 제 몸이 자유로워지고
제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꿈을 꿔요
선천성 무형성 장애, 세진이는 로봇다리가 있어야 걸을 수 있습니다
휜 척추를 고치기 위해 재활치료로 시작한 수영
세진이는 수영을 통해 꿈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아니라
세진이와 같이 장애를 안고 있는 친구들에게
희망의 전도사가 되는 것, 더 나아가
세계 속에 희망을 전하는 대한민국의 대표가 되는 꿈
약간의 자랑을 하자면 선수생활 7년 중에 메달이 150개
그 중에 금메달이 120개입니다
지난 9월 21일, 제 인생에서 정말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있었는데요
뉴욕 허드슨 강에서 열렸던 10km 원형
강이나 호수에서 하는 10km수영 마라톤에 도전을 했습니다
이 시합은 300명이 출전한 경기였고요 그 중에 218명이 완주하였고
150명이 엘리트 선수였습니다
원형이라는 종목은 실내 수영과는 다르게
굉장히 위험해요
한번은 제가 8월 5일 통영에서 5km대회가 있었는데
해파리가 너무 많았어요
해파리를 온 몸에 저렇게 칭칭 감아가면서까지 했던 시합이고요
그만큼 위험한 시합이고 지난 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실 정도로 위험한 대회였는데
정말 죽음을 각오하고 도전한 대회였어요
전체 21위 했고요
한국인 최초로 그리고 장애인 최초로 그리고 최연소로
1위 했습니다
사실 너무나도 두려웠던 건 내가 지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맞아?
물이 너무 더러워서 한치 앞이 안 보여요
옆에 지나가는 선수가 물고기인지 사람인지 몰라요
한번은 어떤 분이 제 다리를 쑥 잡아 당기신 거예요
어떡하지 하고 봤는데 제가 발목이 없잖아요
쑥 빠져버리더라고요
저에게 없는 것이 장점이 될 때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게 저이고요
그리고 이 날에는 션 삼촌과 데니스홍 박사님이
응원을 와 주셨습니다
저에게는 다리라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분들에게 다리는 중요한 것 같아요
저처럼 걷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꿈으로 향하는 다리일 수도 있고요
깊은 강을 건너는 다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한 아이의 다리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와인가프라는 물도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섬나라에 사는 아홉살 소년 넬디라고 합니다
이 아이는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고
첫번 째로 했던 기도가 "나는 튼튼한 다리와 튼튼한 형이 갖고 싶어요"
라는 기도였는데 그 당시 저는 컴패션을 통해서
아픈 아이를 후원하고 싶습니다라고 사연을 썼는데
넬디와 제가 딱 만난 거예요
그래서 넬디와 저의 첫 만남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넬디를 만나러 갑니다
많이 떨려요
세진이와 넬디의 발걸음이 반가운 만큼 빨라집니다
영원히 간직될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갔습니다
넬디는 세진이 형을 보고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제가 4년 후 넬디를 찾아가서 물었어요
"넬디야 너 형아를 안 만났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 것 같아?"
라고 물어봤더니
"나는 형아를 안 만났더라면
지금쯤 잠을 자고 있었을 거예요 나는 형을 만나고 꿈이 생겼어요"
지금 넬디의 꿈은 의사선생님이 되어 자신보다 더 아픈 아이를
고쳐주고 싶다고 합니다
너무나도 감사했어요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하루하루 내가 흘려온 눈물과 땀방울이
누군가를 살게 하는 연료가 되고 내일의 나를 태우는
연료가 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어요?
나는 왜 장애인이에요?"라고 물었더니
엄마가 하신 말이
"세진아 너의 몸을 이루는 수천만 가지 중에
너에게 없는 것은 두 다리와 오른손 뿐이다
엄마는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또 누구와 함께 갈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내일의 내 모습이듯이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았느냐가 내일의 나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2038년 제가 만 40살이 되는 해에는 IOC위원이 되어서
많은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이 꿈을 가진 이유는 태극기 사건이에요
저희가 해외 시합을 나가서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를 땄어요
시상식을 하는데 옆에는 일본선수 옆에는 독일선수
각 나라 국기가 올라가는데 우리나라 국기만 안 올라가는 거예요
그리고 애국가마저 안 울려퍼지는 거예요
제가 시상식대에서 놀라서 있으니까
엄마가 사회자를 쫒아가서 물어본 거예요
"왜 태극기와 애국가가 안 올라가나요?"
라고 물어봤더니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엄마와 너, 단 둘이 나와서 그렇게 메달을 딸 줄 몰랐다"
그래서 준비를 안 하셨대요
시상식대에서 제가 울고 있으니까 엄마가 사회자 마이크를 뺏아서
스케치북에 태극기를 그려서 제 등 뒤에 서서
태극기를 들고 애국가를 불러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립박수를 쳐주셨어요
그날 이후로 저희는 '태극기 모자'로 유명해졌습니다
언제든지 '코리아 김세진' 나온다면 '너희나라 태극기 저기 있다'고 보라고 이렇게 얘기 하시고요
앞으로 저는 힘든 세상을 힘낼 세상으로 그리고 많은 아이들에게 무지개 다리가 되어 줄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하지 않고 세상에 기대지 않고
세상이 기대하는 훌륭한 어른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한글자막 : 세바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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