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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세바시 383회 세상의 소리보다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 한상혁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재학생


강연 소개 : "장애인이 어떻게 대학수업을 들어?" 교수님의 입만 바라보고 수업을 따라갈 수 있냐는 질문일 것입니다. 대학 생활을 하며 아르바이트도 하고, 기업 인턴도 하고, 또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지금의 제 삶에 많은 사람들은 호기심과 의문을 던집니다. 대화가 힘드니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없지 않겠냐는 편견에 저는 대답하고 싶습니다. 장애인으로서 교육을 받고, 장애인으로서 사람을 만나고, 장애인으로서 당당하게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요. 저는 저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모두 이러한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한 첫 시도로 제가 제안하는 것은 '스스로를 응원하라'라는 것입니다. 응원가와 함성소리없이 침묵 속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방법.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게시일: 2014. 1. 24.




안녕하세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23살 농인 한상혁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이야기 할 것은 바로 소통에 대한 것입니다

소통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간단한데 농인들에게는 정말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저 같은 구화를 하는 농인들에게는

1:1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완벽에 가까운 대화를 하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 사이에 껴있으면 정말 어려워집니다

제가 지금 끼고 있는 보청기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해 줄 뿐이지

제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구화를 하는 농인들도 이렇게 어려운데

수화를 하는 농인들은 정말 더 안타깝게도

수화를 할 수 있는 극히 일부 청인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자기와 동일한 부류인 농인들과 서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소통이 잘 안되면 어떻게 될까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게 되고

결국 제 자신의 사회성이 부족해지게 됩니다


이것 때문에 사람들과 오해가 생기게 되고

안 좋게 되면 불화가 생기고 제 자신이 위축되죠 


저는 사람들과 대화하려고 하지만 

저는 결국에는 대화하는 법을 모르니까요


이게 바로 사회성의 부족입니다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까 사회에서는 

제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리고 

나아가서는 결국 제가 나이를 먹어도 

나중에 무엇을 할 지 모르게 되는 것 입니다 


저는 대학교 이전까지는 

그렇게 공부도 잘하지도 않았지만은 

그저 남들과 이야기도 안하고 그저 앉아서 

묵묵히 공부만 해도 제 자신을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성적표에 적혀진 몇 개의 숫자만으로 

저 자신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간 후에는

상황이 완전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성적표에 적힌 숫자만으로 

제 자신을 표현 할 수 없었고요 

또 사회랑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대학이니까 

그때서야 제 사회성이 정말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 정말로 저는 사회성과 말하는 법이 

정말 부족하다고 절실하게 느꼈는데요 


한 가지 제일 안 좋았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저는 1학년 때 제가 정말 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에 

만화동아리를 들어갔는데요 

그 만화동아리에서 한 학기 만에 바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원인은 바로 접니다 

저는 선배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선배들에게는 

제가 이야기 하는 방법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고 

또 제가 이야기하는 사도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죠 

근데 어떻게 보면 사회성이 부족해서 그런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은 할 수 있으나 

말을 하는 법을 몰랐던 것이죠 

그 때 처음으로 제가 '왜 이렇게 살기 어렵지'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발악하듯이 소통을 

일반인처럼 정말 열심히 하려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진흙탕에서 구르면서 

정말 열심히 노력 할 필요는 없었고 

저 또한 정말 그러지 싫었습니다 

정말 피곤하니까요 


솔직히 누구나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은 존재하고 

그 벽은 사법시험과도 같다고 보면 됩니다 

누구는 10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누구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1년 공부하고 

바로 공무원 돼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처럼요 

누구나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은 있고 

4차원의 벽은 

청인이 아닌 농인인 저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었습니다 


그 동아리에서 나가기 위해 

저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 정말 어렵고 피곤해서 

차라리 제 자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해도 안 되니 

차라리 내 자신에게 집중해서

내 눈에 보이는 벽을 직접 뚫지 않고 우회해서 

돌아가겠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현실을 외면한 것이지만 

이것은 또 다른 말로 하면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렇게 해서 어떤 커다랗고 원대한 목표를 

설정해서 달려가는 것이 아니고

그때 그때 매일 매일 바뀌거나 

매일 매일 저에게 생기는 새로운 흥미를 찾아서 

그 목표를 달성한 다음에 

제 자신을 채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경제학과에 입학한 뒤에 다른 사람들이 

경영학과와 수학과를 복수전공하면서 

꿈을 이루고 꿈을 향해서 달려 나가는데 


저는 경제학과에 경자도 들어가지 않는 꿈을 가지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말 그대로 멋대로 사는 것이었습니다 


고스펙의 시대에 차라리 

날 유니크하게 만들고 싶다는

그런 모자란 생각이 

언제부터 들었는지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정신을 차려보니 

제 마음 속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점차 저는 전공과 멀어지고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했기 때문에  

첫 번째로는 카메라를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제 핸드폰에는 개통한지 6개월 만에 

3000장 정도의 사진이 들어있었고요

그 정도로 저는 사진을 찍는 것 보는 것 

어떻게 하면 좀 더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런 것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DSLR을 샀고요 

또 6개월 만에 9000장의 사진을 찍었고요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이 사진들을 페이스북에 계속 올렸고요

여기 있는 사진 일부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진들이 

제가 동아리 활동하면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올린 이 사진들로

저는 서강대학교 그룹에서 

무려 900개 이상의 라이크를 받아내었습니다

이것은 단지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되

그것에 빠져있어서

결국 그것으로 소통하는 것을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활동으로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사진이 

제가 하는 사진 몇 장으로

서로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을 찍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영상하나 보여드릴 건데요



제가 학교 홍보 공모전에 제출한 영상입니다

저는 이 영상을 한 달 동안 편집하고 

촬영하고 또 편집하여 공모하였습니다


(홍보UCC)

끊임없이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얻기에 좋은 장소죠.

기품있는 건물로부터 고고함을 느낄 수 있으며.

이처럼 해가 떠 있는 동안에 서강대학교의 곳곳이 모두 작품이 됩니다.

밤이 되어도 서강대학교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항상 조용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캠퍼스 디자인은 비로서 서강대학교를 살아 숨쉬게 합니다.

종교학에 철학을 더해 신학이라는 학문을 배우는 사람도 있고.

신촌에서 언제나 느낄 수 있는 에너지가 넘치는 발걸음과

홍대에서 연인과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비로서 당신의 시야를 넓혀줄 것입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캠퍼스, 학생의 내면, 지리적 이 세가지 디자인적 요소를 가진 서강대학교라면


저는 이 영상으로 학교 공모전에서 1등을 했고

최근에 일본학교 교류전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일본친구들을 만들고

많은 소통을 했습니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는 결국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 보니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요

정말 제가 좋아서 했는데도

그 수준이 점차 올라가면 그곳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분명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사람을 얻었습니다



사소한 계기로 시작한 영상과 사진을 오래하다 보니까

제 사진과 영상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생겨나게 되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지금 동아리가 제가 1학년 때

들어갔다가 한 학기 만에 나온 동아리 빼고

제가 지금 2년 6개월 동안 

몸담고 있는 동아리가 있는데요

서강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오는 외국인들과 

같이 친해지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학교생활을 잘하게 도와주는 그런 동아리가 있는데요


저는 1학기 때는 아무래도 1학년 때 악몽 때문에

그냥 저냥 활동했는데

2학기 때부터는 제가 사진을 찍어주면서

친구들을 찍어주고 하다보니까

외국인들도 저를 알아보고 


또 행사 때 매번 찍어주니까

그 친구들도 저를 먼저 알아보고 환영해주더라고요

이게 바로 소통의 시작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죠?

제가 1학년 때 사람과의 소통이

정말 두렵고 정말 어렵고 정말 공포스러워서

동아리에서 나오고 

차라리 제 자신에게 집중하자라는 

그런 비뚤어진 마인드로 제 자신에게 집중했는데

정신 차려보니까 저는 결국 사람들 앞에 제 자신과

동화되고 소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정말 필요했던 것은 사람이고 

정말 필요했던 것은 사람과의 소통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처음에 무섭게 느꼈던 소통의 벽을 

어느 정도 우회해서 넘어갔습니다


아직 저에게 한계는 남아있지만

최소한 제 사진으로 사람들과 연결된다는 것이

농인인 제게는 정말 즐거운 과정이고

또 그게 정말 즐거운 삶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남은 사람과 소통하며 사는 그런 삶이 

정말 궁금하고 정말 기대됩니다


그리고 마냥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하지 말고

처음에 별 생각이 없는 것도

일단 기회가 주어졌다하면

무조건 해보세요


저는 커피를 만드는 것에 정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냥 먹는 것만 좋아했어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이런 건 처음엔 허세로 커피 먹고 사진 찍고 이랬는데 

우연히 마포센터에서 전광수커피의 재능기부로 6개월 동안 커피를 배울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무엇인가를 새로 배운다는 것이 어색했고

또 집과 센터와의 거리도 있어서 고민했는데 

결국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배우다보니 정말 저한테 맞고 

또 이것은 그렇게 되다보니까 

결국 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요소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잠깐 커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제가 왜 커피를 좋아하냐면요 

커피를 배우면서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커피는 그 자체만으로도 종류가 정말 많고요

추출법도 정말 다양해서

결국 무한대에 가까운 맛을 냅니다

단 한가지의 정답이 없다는 거지요


그것은 정말 프리한 소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제가 가진 마인드와 어느 정도 맞다고 생각해서 

정말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뿐만 아니라 저는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하는 그런 관계지향적인 경험이 

저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기회가 되면 해외로 커피여행을 하고 싶을 정도로

아니면 아주 먼 미래에 카페를 창업하고 싶을 정도로

매일 가깝고도 먼 미래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저보다 유명한 사람이 여기보다 큰 무대에 서서

'기회는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습니다 꼭 기회를 잡으세요'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 다니죠

물론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책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를 잡은 것만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고 

기회를 잡아서 후처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냥 즐기고 버리는 것처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버리지 말고 

자신의 일부분이 되게 하세요 


그 일부분이라는 것이 저와 같은 20살이라도  

아니면 5살이라도 아니면 15살이라도 

그때그때 제 자신의 일부가 되게 하세요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그러나 그것들을 위해서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을 

버리거나 내치라는 것은 아닙니다 

나무는 가지를 뻗기 위해서 

자신의 기둥과 뿌리를 더욱더 튼튼하게 합니다 

이것은 청춘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이것은 청춘이며 농인이며 소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소통은 언어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때 저는 소통은 언어로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이런 어려움과 공포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소통의 연결도구로 그냥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도구가 언어일 뿐입니다

저는 그 연결도구로 사진과 영상 그리고 커피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 있습니다 

세상의 무엇에 자기 자신에게 담고 싶은지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습니다 

여러분의 방법으로 소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을 담을지 한번 생각해보고 

결정했다면 바로 지금 시작하세요 


감사합니다.


--- 화면자막 타이핑 ---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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