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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세바시 451회 삶은 어느 조각 하나 버릴 것이 없다 | 강윤정 더플레이컴퍼니 대표


강연 소개 : 철 지난 잡지책, 구형 노트북, 낡은 옷들부터 불필요한 인간관계, 스트레스 등 우리주변에는 참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조차나름 존재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흔히 삶은 모자이크 같다고 합니다. 작은 조각 하나 하나가 대단한 존재감을 갖지는 못하지만, 조각들이 모여 그림이 완성될 때, 어느 조각 하나 허투루 버릴 것이 없습니다. 작은 조각 하나의 소중한 재발견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게시일: 2014. 8. 5.



제가 시킨 건 아닌데

저런 플랜카드까지 준비한 분들에게 영광을 돌리고싶습니다

안녕하세요 더플레이컴퍼니강윤정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수)


제가 오늘 저의 개인적인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저는 8년 전에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나와서 더플레이컴퍼니라는 회사를 창업을 했습니다

사실은 '역사에 큰 획을 긋겠다'

이런 큰 뜻을 품고 회사를 차린 게 아니죠


그냥 뭔가 재밌는 게 하고 싶었고요

내 맘대로 하고 싶었어요

근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내 맘대로 살수 있을까 고민을 했더니

가장 좋은 방법은

제가 대장이 되는 것이었어요

대장질하면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대장이 돼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퇴직금을 탈탈 털어서 창업을 했습니다

실제로 저희 회사에서는 저를 대장이라고 불러주고 있어요 다행히


그래서 대장질을 했는데요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시죠?

저는 노는 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놀면서 재미있게 뭔가를 배울 수 없을까?'


이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간단하게 사진 몇 장으로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보이시죠?

뭐 하는 것 같으세요?

게임하는 것 같죠?

하지만 저분들은 굉장히 심각하게 교육을 받고 있으십니다



저는 사람들이 보다 더 즐겁고 재미있게 놀면서 무언가를 배우고

그리고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내고 몰입하고

뭔가 변화하는 것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에도 '플레이'를 계속 넣죠


근데 중요한 건

남들은 너무 재밌고 즐겁게 배우고 바뀌고 이러는데

저만 개고생을 하는 거예요

개고생을 계속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생각만큼 별로 재밌지 않았습니다

별로 재밌지 않더라고요

아무리 작지만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에 대한 엄청난 스트레스들이 있었고요

그리고 딴에는 멋진 대장 노릇을 좀 하려고 하다 보니까

마음 고생도 굉장히 많이 했죠


그리고 좋은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퀄리티를 유지를 해야 되겠기에

남들 다 자는 시간에 3~4시간 밖에 못 자면서

공부하고 자료를 모으고

이랬던 시절들을 계속 어쩔 수 없이 보내게 되다 보니까

저는 계속 힘들고 지쳐만 가더라고요



이제 그런 와중에 어느 날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는 겁니다

허리가 막 통증이 심하다기 보다는 약간 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동안은 파스를 이렇게 붙이고 살았어요

근데 파스를 붙인다고 이게 낫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가지고 병원에 갔어요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 찍고 검사를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거예요

척추도 멀쩡하대요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어요

저는 나름 스트레스가 많아지니까 당연히 저와 같이 성장하는 게 있죠? 뭐예요?

몸무게가 같이 성장을 하는 거에요, 저랑

그러다 보니까 살도 많이 쪘고

그리고 강의를 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서 있는 시간이 많잖아요

그래서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갔나 보다 싶어가지고

그렇게 크게 심각하게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조금 통증이 오면 병원에 가고 그랬는데


주말 오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어느 날 주말에

약간 느지막이 일어나서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있었어요

근데 갑자기 제가 쓰러졌어요

근데 제가 기절한 게 아니에요

멀쩡하게 눈 똑바로 뜨고

거품, 비누 거품을 얼굴에 바른 상태에서 쓰러졌는데

그 느낌이 어땠냐면

하반신 마비가 온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다리를 제 마음대로 못 움직이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너무 무서워서 엉엉 울었어요, 화장실에서

조금 지나니까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또 다시 일어났어요

그리고 바로 응급실, 동네병원으로 가서

'무슨 문제가 있다 이거 진짜 심각하다'

'나 이러다가 하반신 마비되는 것 아니냐'

또 검사를 했어요

또 아무렇지도 않대요 미쳐버리는 거죠

나는 아픈데 계속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뭔가 나는 스스로를 치료해야겠기에

용하다는 한의원 다니면서 침도 맞고 지압 센터, 마사지도 받고

좋다는 것은 다 수소문해서 다니기 시작했어요


근데 어느 날 저의 남동생이 제 남동생이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누나 여자가 허리가 아플 때는 정형외과에 가지 말고'

'산부인과에 문제가 있을 때도 허리가 아프대'

그래서 '산부인과 가봐' 이러는 거예요


정말 재밌는 건 저희 친정 아빠와 제 남동생은 정형외과 의사예요

절 못 고칠 뿐이죠


그리고 괜찮아질 거라고

계속 저에게 정신과 의사처럼 심적인 안정을 줄 뿐이었어요



그래서 딴에 의사니까 믿어야겠다 싶어 가지고

월요일날 동네 산부인과에 갔습니다

동네 산부인과에 가서

'뭔가 허리가 아픈데 이유를 모르겠어요' 라고 했더니

초음파 검사를 하시더라고요

그리고서는 이제 검사 결과를 진료실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환자분, 어휴- 대단하다고

'왜요?' 그랬더니

'이거 한 3년 키운 것 같은데요'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뭘요?' 했더니

제 뱃속에 지름이 13cm나 되는 혹이 있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 혹이 잘 감이 안 오실까 봐

아까 그렇게 그렇게 집어던져 버리신

깜짝 놀랐어요

이 패대기쳐진 얘를 가져왔어요 제가

뒤에서 열심히 불었는데 그걸 던지시더라고요



요만해요

물론 이렇게 완벽하게 구형은 아니지만 이만큼 크다는 거죠

이게 제 뱃속에 있는 거예요


의사선생님이 놀래시는 거예요

'아니 그걸 몰랐냐고 뱃속에 그만한 게 있는데'

이게 웬만한 태아 머리통 만하대요

그게 있는데 몰랐냐고 그래서 제가 얘기했죠

똥배인 줄 알았다고

'이건 제 똥배인데요' 

그렇게 얘길 했어요

당장 떼야 된다는 거예요

당장 떼야 된다 이거 3년 키웠다, 이거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하면 되냐고 여쭤봤더니


일반적으로 그런 혹을 '자궁근종'이라고 해요

근데 저는 자각증상이 전혀 없었죠

그냥 허리만 아플 뿐이었어요

'나는 왜 몰랐을까요?' 라고 여쭈어보았더니

일반적으로 자궁근종은 자궁안에 있는데

저는 바깥에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자각증상이 전혀 없었던 거죠


'그래서 니가 몰랐을 거다'


근데 문제는 보통 2~3cm 정도만 되면 보통 간단하게 수술로 처치를 하는데

너는 너무 커서 전신마취를 하고 개복수술을 해서

애 낳듯이 빼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너무 놀랬죠


그래서 우선 알았다고 하고 집에 돌아와서

가족들한테 이 사실을 알리고요

결국 수술은 3주 뒤에 잡혔습니다

3주 뒤에 수술이 잡혔어요

3주를 기다리는 동안 제가 막 포기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밀린 일들부터 시작해서

제가 한 일주일 입원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일도 다 미리미리 해치워야 되니까

오히려 더 바쁜 거예요


정신없이 일들을 해치우고 있었는데

수술 날짜 딱 일주일 전이였어요

일주일 전에 그러니까 전 주에

미팅을 하고 있는데 정말 갑자기

배가, 허리가 아니에요 배가 너무 아픈 거예요

그래서 수술을 곧 해야 되니까 아픈가 보다

이런 생각이 단순하게 들어서

회사 친구한테 부탁을 했어요 집까지 좀 데려다 달라고요

걸을 수도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가서 진통제 몇 알 먹고 잤어요


저녁 8시쯤인가 일어났어요 탁 일어났는데

정말 아주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내 몸속에서 뭐가 퍽 하고 터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거예요

퍽 하고요

그러면서 따뜻해지는 게 아니라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거에요 온몸이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숨을 못 쉬겠더라고요

그래서 숨을 어떻게 쉬었냐면

'허헉- 허헉- 허헉' 이렇게 쉬었어요

숨 못 쉬니까 어떻게 되겠어요?

말을 못하죠

근데 불은 꺼져있고 침대에 저는 누워있고

그래서 온갖 것 주변에 있는 것 막 집어던지면서

바깥에 있던 마루에 있던 가족들이 왔고요


저는 바로 119에 실려서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응급의가 하는 얘기가 들리는 거예요 저도 말은 잘 못하는데

응급의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저희 엄마랑 아빠가 너무 걱정이 되시니까

'자궁근종 제거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얘가 이런 것 같다' 그랬더니

그런 혹을 제거하는 수술로는 절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대요

그러니까 이 사람은

뭔가 다른 원인이 있어서 지금 이렇게 쇼크 상태가 온거다 라고 해서

검사를 좀 해야겠다 그래서 검사를 몇 개를 했어요

그리고서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죠


첫 번째

제 뱃속에 피가 가득 찼대요


두 번째

제가 임신을 했다는 거예요

더 놀랍죠? 저는 두 번째가 더 놀라웠어요


'예?!'


숨 못 쉬는 와중에도 그럴 리가 없다고 그랬거든요

근데 뭐 지금 상황이 막 너무 급박하니까

바로 이제 응급 수술을 해야 된다고 해가지고

바로 저는 응급 수술을 받게 됐어요

수술을 받으려면 마취를 하죠?

이렇게 호흡기를 대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10부터 1까지 세세요

그래서 제가 외쳤어요 10, 9, 8...

그리고 기억이 없어요



눈을 딱 떴는데

여기는 수술실이 아니더라고요 회복실이었어요

링거병이 이렇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동시에 몸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어요

마취가 풀리면서 아픈 거죠



저녁에 교수님이, 저를 집도해 주신 의사 선생님께서 오셨어요

제가 감사하다, 수술 잘 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인사를 드렸는데

교수님이 상황 설명을 해 주시기 시작하는 거예요

환자분 쇼크가 온 게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환자분이 임신을 했는데

아쉽게도 불행히도 자궁에 임신이 됐던 거예요

그래서 정상적으로 잘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바깥으로 복부 쪽에 큰 동맥 쪽에 붙었는데

보통 그런 수정란들이 착상을 할 때에는

보통은 피를 통해서 영양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혈관에 붙는대요

그러니까 동맥에 이렇게 붙어있었는데

걔가 아무래도 크게 되니까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얘가 떨어져 나가겠죠

그러다 보니까 이제 혈관을 뜯어낸 겁니다

그래서 퐁퐁퐁퐁 동맥이니까 펌프질이 되겠죠

피가 저도 모르게 뱃속에 이렇게 찬 거예요

그래서 아마 그날 저녁에 펑 했던 건 그거였던 것 같아요

피가 차서 쇼크가 왔다 라는 이야기였어요

급하게 수술하지 않았으면 너 100% 죽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감사하다고 막 이랬는데

교수님께서 더 놀라운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사실 그 이야기가 오늘 저를 여기에 있게 만들었습니다


교수님이 뭐라고 하셨냐면요

'그 인사는 나한테 하지 말고 네 혹한테 해'

이렇게 얘길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 혹이요?' 그랬더니

'네 혹이 좀 크냐?' 이만하잖아요, 여기있죠?

저 혹이 원래 혈관이 터지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피가 나온대요

근데 제 뱃속을 꽉 누르고 있었던 혹이

얼마나 꽉 눌렀으면 척추 신경까지 눌렀겠어요?

그래서 허리가 아팠던 거죠

근데 이제 그게 지혈을 한 거예요

그 얘기를 듣는데 정적이 쫘악 흐르면서

죽을 놈을 혹새끼

걔가 무슨 '느님'이 되는거죠 '복느님' 이렇게 되는 거예요

저를 살린 생명의 은인이 된 거예요


옛날에 그 개고생한 저의 그런 슬픈 그게 떠오르면서

그래 내가 그렇게 스트레스 받고 힘들었고 고생했고

이런 것들이 다 나름 의미가 있구나

다 존재의 이유가 있구나

그게 지금의 나를 살렸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저는 굉장히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사실 살다 보면 항상 좋지만은 않잖아요

누구나 마음고생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아요

그리고 생각하기 싫은 상처, 시련 누구나 겪습니다

근데 그것들에 대해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것이냐는 거죠


저는 수술 후에 한 달 반을 쉬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요

정말 회사를 차리고 오랜만에 푹 쉬었어요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푹 쉬었는데

그 뒤로 저는 굉장히 여유로워졌고 편안해졌고

그리고 사람을 더 많이 신뢰하게 됐고 행복해졌어요

저 없어도 회사 잘 돌아가더라고요


그리고 더 많은 것들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삶은 사실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어요

그래서 여러분들 그 말

여러분들도 아마 감동받으실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놀랍지만 아까 보여줄까 했는데 너무 놀래시는 것 같아서

대충 이런 아주 귀여운 덩어리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 저고요


제가 여러분들께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여러분 지금 저랑 이렇게 만난 것도 사실 삶의 작은 조각이죠

이 조각 소중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이렇게 이야기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글자막 : 홍민준 (hmj2815@naver.com)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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