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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세바시 452회 지루한 일상에 양념치기 | 이신혁 Project SH 치프디렉터


강연 소개 : 저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뻔한 이야기들에 약간의 양념을 가미해 초단편영화를 만듭니다. 술자리를 전쟁터로 바꾸기도 하고, 볼펜 똑딱이는 소리로 뮤지컬을 만들기도 합니다. 일상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우리는 보통 따분함을 느끼지만,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도 조금만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으면 때때로 일상은 기꺼이 우리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쏟아내어 줍니다. 익숙함에 그 가치가 가려진 것 뿐입니다. 저만의 방식으로 일상에서 찾은 소소한 즐거움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게시일: 2014. 8. 10.



네 반갑습니다 

자 여러분들 컴퓨터로 문서작업이나 과제 같은 것들이 많이 아시죠? 그쵸 ?

지금부터 한번 상상을 해보세요 

피곤해서 졸려 죽겠는데 

막 시간은 거의 세벽 3 4 시가 되가는데 

이렇게 밤세워서 작업을 하고 있다가 

이제 결국에 다 끝내고 

마지막에 저장버튼으로 손이가는 순간 

이런 소리와 함께 프로그램이 멈춰버립니다 

(window 에러 음)

불행하게도 제가 세바시 원고를 쓰다가도 한 두어 번 정도 들었던 소리이기도 하구요 

머리속에 하얘지면서 떠오르는게 아무것도 없죠? 

근데 돌아버리겠습니다 

아무리 뭘 눌러도 소용이 없어고요 

(window 에러 음) + (window 경고 음)

(window 에러 음) + (window 경고 음)

(window 에러 음) + (window 경고 음)

급기야는 애꿎은 키보드에 화풀이를 합니다 

(window 에러 음)

(window 종료 음)

이때 그런데 이때 들리는이 때 나오는이 짜증나고 공허한 상황에서 나오는 이 불엽화음들을

살짝만 비틀면 이런게 탄생합니다 

(멜로디)


(박수)

재밌죠? 재밌지 않으세요?

(제미있어요 ~)

네 저는 이렇게 약간 평소에 겪는 흔한 경험 들이나 

아니면 평소에 듣는 흔한 소리들을 이렇게 살짝 각색해서 이런저런 작품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서 여러분들께 한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남들한테 내세울만한 뭐 특별한 사업 성과라든지 거창한 연구성과 같은 것도 없고요 

파란만장했던 인생역전의 이야기도 사실 저에겐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께 드릴 이야기는 

여러분들이 모두 겪고 계시고 

여러분들이 모두 알고 계시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뻔한 한 단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상입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 중에서 밤중에 한 밤중에 배가 고파서 야식을 드셔 보신 분 계실 겁니다 

아니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졸아 보신분도 분명히 계실거구요 

또 아니면 늦잠을 자서 중요한 약속에 늦어 보신분도 분명히 계실겁니다 

다 모두가 한 번쯤 겪어본 이야기죠 

제가 주로 하고 있는 일은 굉장히 짧은 분량의 초단편영화를 만들어서 

인터넷에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SNS 상에 올리고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제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이자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모든 작품들이 여러분이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이야기에 살짝 양념만 쳐서 살짝 각색만해서 탄생했다는겁니다 


네 제가 예전에 만들었던 작품들로 그 예를 좀 보여드릴께요 


제가 고등학교때 만들었던 작품인데요 

고등학교 일상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공부를 방해하는 주변 소음 들입니다 

뭐 볼팬 똑딱이는 소리라던지 아니면 

쉬는 시간에 복도를 뛰어다니는 소리 라든지 

그런 소리들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흔하게 듣는 소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소리들이 언제나 듣기 편한 소리인것 만은 또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소음들이 어쩌면 더 큰 음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고요 

그 풍경을 비틀어서 이런 걸 만들었습니다 


제목은 하이스쿨잼입니다



(박수)


네 이런걸 만들었었구요 

그 제가 요즘에 혼자 살다 보니까 

좀 적적해서 취미로 요리를 배우고 있습니다 

요리를 배우다가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뭐 식객 같은 

요리 관련 만화 에도 굉장히 많이 관심을 두게 됬는데 되게 신기한게 

그 만화들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주인공을 혼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세요 

'너는 지금 이 재료를 100% 활용하기 못하고 있다' 

네지는 

'너는 이 재료를 조금 더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오늘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도 이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들께 여러분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숨겨진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가능성을 제시 하고 싶습니다 

네 우선 

여러분들이 과연 여러분들의 일상을 온전히 만긱하고 계신지부터 여줘보고 싶습니다 

이야기에 범위를 살짝 좁혀 보겠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의 출퇴근 길 혹은 등 하교 길에서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셨는지 혹시 기억하시나요 

뭐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으셨는지 혹시 기억하시는 분이 많을지 혹시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대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까 말씀해 주셨듯이 스마트폰을 보시거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요 

그렇게 하면 그 자리에 온전히 있게 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버스에 있다 아니면 지하철에 있다 

그 있다라는 단어 자체에 최소한의 의미만 가진체로 그 장소에 살짝 발만 디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스물한살입니다 

놀라시는 분들 네 제가 세월의 풍파를 그냥 그대로 맞아서 그렇습니다 

네 21살이구요 

그래서 저도 스마트폰 보는 거 굉장히 좋아하구요 

이어폰으로 음악 듣는 거 굉장히 좋아합니다 

어디인가 가려고 지하철에 타자마자 이어폰 꽂고 스마트폰 보는게 제 일상이자 습관 이였습니다 

그런데 되게 아이러니 한게요 

지하철에 탔을때 그 떠드는소리 라던지 이런저런 소리들이 항상 듣던 소리라 

그게 항상 지겨워서 이어폰을 꼈던 거였는데 

정작 이게 습관이 되고 나니까 

나중에는 그 이어폰은 들리는 음악 소리들이 

그런 다른 소음소리 보다 훨씬 더 지루하게 틀리더라구요 

한마디로 질리는 거죠 

그렇게 해서 어느순간부터 제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을 뺐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제가 그동안 듣지 못했던 그 주변에 소리들이 제 귀에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뭔가 마시는 소리도 들렸고요 

핸드폰 벨소리도 들렸고요 

이어서 이런 저런 통화하는 소리도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 

뭐 이를태면 엄마와 싸우는 여고생 목소리 

'아니 오늘 늦게 끝난다고 했잖아'

회사원 목소리 

'아 예 예 부장님 안녕하셨어요?'

뭐 남자친구와 싸우는 여성분에 목소리 

'나 아직 화 안풀렸다'

아니면 대학교 조별과제에 조장님 목소리 

'다음 주에 저희 발표 자나요' 

네 직접 들어봤는데 굉장히 암 걸리시기 직전 이더라구요 


이런저런 다양한 소리들을 듣게 됐습니다 

굉장히 재밌었던 사실은 

그 전까지는 그저 항상 보던 풍경 

항상 듣던 소리라고 생각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자세히 보니까 하나 하나 차이점들이 있더라는 겁니다 


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생김새도 항상 달랐구요 

뭐 저쪽에서 커플들이 싸우는 내용도 달라구요 

이렇게 이런저런 일상의 소소한 차이점들을 찾기 시작하면서 

저는 제 일상속 지금 이순간을 온전히 만끽해보려는 노력을 하게 됬습니다 

이것이 제가 제 일상을 온전히 즐길 수 있고 거기서 두근거림을 찾을 수 있었던 마음가짐이였습니다 


다음으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아니면 가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실마리는 알고 보면 항상 일상 곳곳에서 우리를 스쳐지나 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발견한 바로는 그 실마리에 대부분은 사소하고 초라해보이는 

한 마디 혹은 한 짤막한 생각에 모습을 띄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냥 내버려 두면 그대로 떠내려 간다는 겁니다 


이 떠내려 갈만한 실마리를 아이디어로 승화시킬 수 있는 열쇠는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그런 생각들도 한번 건져내 보는 그런 과감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농담을 좋아합니다 

특히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실없는 농담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근데 이제 제가 스무 살 때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던때가 있었습니다 

뭐 이제 대학생들이라면 으례 그렇듯이 술 게임을 하면서 이렇게 재밌게 놀고 있다가 한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야 술 잘 마시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한 군데 다 모아놓고 술게임으로 한번 싸움을 붙여 보면 어떨까 

어떨까 

보통 이런 허무맹랑한 소리에 답변하는 유형이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 유형은요 이게 정말 실없는 소리라고 생각해서 그대로 웃어 넘겨 버리는 겁니다 

이게 무슨 또라이같은 소리야 하면서요 

그리고 두 번째 유형은 그 또라이 들입니다 

네 제가 속한 부류기도하구요 

이사람들은 필받으면 잡고 안놓습니다 

술로 전쟁을 벌려보자라는 그 친구에 대한 그 친구의 말에 대한 저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다음 주까지 건강챙겨오라고요

네 그렇게 만들어진게 이 작품입니다 

제목은 알코올 전쟁입니다



아직 이런 거에 웃으시면 안 돼요 

그리고 여담이지만 실제 술을 마시면서 촬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요 

이렇게 건져낸 이야기들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삶의 이야기를 녹여 내보면 

굉장히 재밌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술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일주일에 한 8일 정도 마십니다 

8일정도 마시는데

하지만 만약 제가 그렇게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술게임으로 전쟁을 별여 보자는 그런 사소한 아이디어를 살려낼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만약 영상이 아니라 그림을 좋아하는 그림을 공부하는 디자이너 였다면 

알콜 전쟁은 아마 이런 모습 이였을 겁니다 

이럿틋 아무리 똑같은 생각 아무리 똑같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거기에 어떤 삶의 이야기를 녹여내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물은 천차만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께 예술가가 돼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 결과가 이렇게 꼭 예술작품의 형식이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아이디어의 삶의 이야기를 녹여내는 결과가 삶의 

삶의 그 생활습관에 변화도 좋고 

아니면 그냥 일상의 작은 깨달음 이여도 좋습니다 

어찌 됐든 그 순간 여러분들의 삶은 조금 더 재밌어졌고 조금 더 색달라 졌기 때문입니다 


오늘 여러분들께 일상에서 두근거림을 찾을 수 있는 저만에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드렸습니다 

일상속 지금이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고 

그곳에서 찾은 작은 아이디어의 

나만의 삶의 이야기를 녹여내는 것이 어찌 보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절대 아닙니다 

일상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반복적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루하루가 똑같아 보입니다 


그것은 아마 우리가 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일정한 하모니나 일정한 비트가 일상에서는 찾기 어려운 때문일 겁니다 아마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일상 속에는 매일매일 아주 소소한 차이점을 있고 

거기에서 비롯된 아주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도 있습니다 

단지 매번 그렇게 집중해서 바라보기 힘들 뿐이고 

그러다보니 일상은 그저 지루하고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에 뒤덮혀서 그 가치와 두근거림이 가려진 것뿐입니다 


무심히 지나가는 것들을 우리가 가끔씩 돌아 볼 수 있다면 

멀리 가지 않고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충분히 삶을 조금 더 재밌고 색다르게 유쾌하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이렇게 지하철에서의 소음도 



이렇게 바뀔지도 모릅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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