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자막 세바시 482회 | 세계일주 22개월, 사람의 향기를 그리다 | 김물길 아트로드작가


강연 소개 : 저는 22개월간 400여장의 그림을 그리며 세계 배낭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여행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삶의 태도와 모습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리 없이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것. 그 사람에게 다가게도 하고 멀어지게도 되는 것. 그것은 바로 ‘향기’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 그림과 앞으로의 제 인생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제가 느낀 그 향기로운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게시일: 2014. 10. 26.




(박수)

여러분, 여기 보이시는 그림 어떠세요?

(예뻐요)

괜찮나요? 

(네) 

아, 감사합니다


저는 이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지난 2011년 12월부터 작년 2013년 10월까지

22개월, 정확히 673일 동안 5대륙 46개국을 여행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이 드레스가

제가 여행하면서 입었던 가장 아끼는 옷이에요


이 그림은 제가 여행 초반에 그렸던 그림들인데요

이 그림은 뭐 한가지가 빠져있습니다

중요한 것이 빠져있어요 그게 뭘까요?

전혀 모르시겠죠? 그게 당연한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 15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분께 제가 여행을 했던 22개월 동안 깨달았던 가장 중요한 것

바로 그것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여행 초반 3개월 정도 아시아 여행을 마치고요

검은 대륙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아프리카 여행을 할 때 저 이런 얘길 들었어요

택시를 타고 가다가 신호에 멈추면 무조건 택시 의자 밑으로 들어가래요

왜냐면 그 짧은 신호 시간에도 강도의 공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공항에서 나가서 십여 미터를 아무런 사고 없이 걸어갔다면

'너는 참 운이 좋은 여행자야' 라는 소리를 듣는

그런 도시도 있었습니다


제 배낭이 앞뒤로 총 한 20kg가 됐거든요

그렇게 배낭을 메고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어요

그러면 중간에 화장실 가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보통 한국은 그냥 가잖아요

근데 다시 그 20kg 배낭을 다 앞뒤로 메고

화장실을 갔다 와야 했습니다

그 자리에 물건을 두고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그 물건을 잃어버리는 거와 같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아프리카 여행은 만만치가 않았어요

저를 항상 긴장시키는 그런 대륙이었습니다




제가 여행을 시작한지 143일차가 됐을 때

그런 만만치 않은 아프리카에 있는 케냐 아시죠?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로 향하는 버스 맨 뒷좌석에 제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버스 안에는 흑인들로 가득했어요

그리고 여행자는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까만 피부를 가진 흑인들 사이에서 제 손등이 유난히 하얗게 보이는데

그 상황이 그렇게 유쾌하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그 버스가 분명히 나이로비에 밤 5시, 6시쯤 도착한다고 했었는데

연착이 돼서 거의 밤 9시가 넘은 시각에 나이로비에 도착을 했습니다


여러분 나이로비라는 도시는요

다른 아프리카 도시들과 다르게

더 크고 큰 대도시고 굉장히 위험하기로 유명한 곳이에요



그런 위험한 도시에 배낭을 앞뒤로 메고

누가봐도 어리버리해 보이는 동양 여자애가 어쩔 줄 몰라서 헤메이는데

당연히 범죄의 타겟이 됐겠죠?

전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제 가방을 툭툭 치고요 막 말을 걸어대고

주변에 보이는 하얀색 눈동자가 다 저를 향해 있었어요

그리고 앞에 옆에 조금씩 한 두명씩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말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고

'나 여기서 잘못하면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겠다'

라는 두려움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확- 누가 제 팔을 낚아채는 거예요

깜짝 놀라 쳐다봤는데

머리 곱슬곱슬한 한 흑인 아주머니셨어요


그 아줌마 이름이 '로즈메리'라는 아줌마였습니다

로즈메리 아주머니는

"지금 여기 혼자서 뭐해요? 빨리 내 옆에 와 숨어요"

하면서 저를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주셨어요

너무 감사해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께서 "지금 밤에 숙소를 먼저 찾냐?"고 하면서

같이 숙소를 찾는 것을 도와주셨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마땅한 숙소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근데 로즈메리 아주머니가 저한테 이러시더라구요

"지금 너무 늦은 시간이니까 오늘 밤은 우리집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밝을 때 한번 숙소를 찾아보는 건 어떻겠니?"

라는 말을 하셨고


저는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아주머니와 함께 아주머니 댁으로 갔습니다

한참 버스를 달려서 한참 뒤에 도착한 그 집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왜 놀랐을까요?



도착한 그 집은 말 그대로 이렇게 허름한 판자촌이었거든요

정말 한 평 남짓한 방에 아이들 다섯 명이 자고 있었구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니까

그 판자촌에서 사용하는 푸세식 화장실이 하나 있는데

밤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문 밖에 있는 대야를 요강 삼아서 쓰라고 하더라구요

방에는 굉장히 바퀴벌레도 많아서

'어떻게 억지로라도 오늘 하룻밤만 견뎌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됐어요

그 전날 밤에 저는 당장이라도 이 집을 떠나고 싶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까

없는 살림에도 손님인 저를 대접하려고 식사를 준비하시는 아주머니의 모습과

또 외국인인 저를 너무 신기해 하면서

이것저것 질문하고 재롱부리고 춤을 추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까

그 마음이 눈 녹듯이 다 녹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하루라는 시간을 더 보내게 됐습니다

그 다음날 로즈메리 아주머니께서 저한테

"나 성당 친구가 하나 있는데 좀 되게 잘 살아"

"나 오늘 그 친구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가서 너를 거기서 재워줄 수 있는지 한번 물어볼게"

라는 말씀을 하셨고

저는 그 아주머니와 함께 부자 친구네 집으로 갔어요




딱 집에 가니까 큰 정문에 집도 크고요

첨단 가전제품으로 가득했고 가정부도 있었구요

그리고 심지어 그 부자 친구분은 예전에 서울에 관광을 오신 적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말이 잘 통하겠다'

'금방 친구가 될 수 있겠다' 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대화를 하다가 저녁이 돼서

로즈메리 아주머니께서 그 부자 친구한테

"여기 한국 친구가 사정이 이러하니까"

"하루 이틀이라도 여기 재워주는 건 가능할까?"

라는 질문을 했어요

그랬더니 그 부자 친구가 이렇게 얘기 하더라구요

"아.. 지금 손님을 누굴 재워줄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는데"

"미안해"

이런 말을 하셨어요

저는 어쩔 수 없이 나왔고

저는 로즈메리 아주머니와 팔짱을 끼고

아름다운 가족이 있는 판자촌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게 가족사진인데요


저는 결과적으로 그 아주머니네 집에서 4일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기서 로즈메리 아주머니와 그 부자 친구와는 무엇이 달랐던 걸까요?

계산하지 않고 다가가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어 주었던 로즈메리 아줌마

정말 여유롭고 풍족하게 살지만

정작 공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셨던 부자 친구

누가 진정한 부자일까요?


저는 이렇게 가난한 판자촌에서

누구보다 넉넉한 마음의 크기의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로즈메리 아줌마의 딸

티나와 로즈를 제 스케치북에 이렇게 담았습니다

너무 귀엽죠?

저는 그 때 사건을 계기로 제 여행의 방향이 달라졌어요


돈이 없는 여행자가 되더라도

마음이 부족한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말이죠




그리고 저는 그런 다짐을 하고 케냐를 떠나서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한 커다란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마다가스카르에도 굉장히 작은 섬들이 많아요

그 섬으로 가기 위해서 선착장에서 이렇게 앉아서 기다리는데

아프리카가 항상 그렇듯이 배가 또 연착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심심한 거예요


그래서 옆에 있는 아저씨한테

"아저씨, 아저씨도 저랑 같은 섬 가세요?"

이렇게 물어봤어요

그렇게 시작한 대화가

앞에 있는 아줌마, 옆에 있는 아저씨

뒤에 있는 아기 엄마 또 그 아이들까지 퍼져나갔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그림을 그려주면서 얘기를 했고

아저씨들이랑 아줌마들이랑은 여러 수다를 떨었어요




그렇게 수다를 떨다 보니까 배가 너무 고픈 거예요

그래서 근처 구멍가게를 갔어요

샌드위치를 사려고 딱 봤는데

옆에 꽂아져 있는 초코막대 과자가 있더라구요

이 샌드위치를 살 가격으로

이 초코막대 과자를 여러 개 살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초코막대 과자를 여러 개 사서

선착장으로 돌아가서

저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과 하나씩 나눠먹었습니다

비록 굉장히 값싼 불량식품이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감사하다고 맛있게 그 초코과자를 나눠먹었어요




그리고 배가 도착했고 저는 배를 탔습니다

배에 딱 타서 앉으려고 하는데

어떤 분이 "Hello?" 하면서 제 옆에 앉는 거예요, 여자분이

그 여자분 이름이 '바네사'였는데

저는 바네사와 그 섬으로 이동하는 시간동안 여러 대화를 나눴습니다

섬에 도착을 했는데 바네사가 저한테

"너 숙소 못 구했다고 했지?"

"지금 성수기라서 숙소비가 굉장히 비싼데"

"숙소비도 아낄 겸 그냥 우리집에서 지내는 건 어때?"

라는 말을 먼저 하더라구요




저는 얼떨결에 바네사네 집에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말 먹는 것부터 관광하는 것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셨어요

너무 신기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습니다

"바네사, 우리는 배에서 만났던 게 첫 만남이고"

"대화도 그렇게 오래 하지 않았는데"

"나를 어떻게 믿고, 또 이렇게 베풀어 줄 수가 있었던 거야?"

라는 질문을 했더니 바네사가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구요


"어? 나는 너를 배 위에서 처음 봤던게 아닌데?"

"네가 선착장에 있었을 때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처음 봤고"

"그때부터 마음이 열렸던 것 같아"

"너는 참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야" 라는 말을 했습니다


제가 선착장에 있었을 때

바네사가 저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던 거예요

제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즐기려고 했더니

저의 향기가 아름답게 퍼져서 저를 좋은 길로 인도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사람의 향기라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것은 제가 판자촌 로즈메리 아주머니를 통해 깨달은 작은 변화가

이렇게 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준 셈이죠



이게 바로 바네사

저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계신 분이 바로 바네사입니다




그렇게 저는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 돼야지' 라는 걸 깨달은 이후

그냥 '돈 아껴야지'라고 생각을 했던 히치하이킹을 할 때도

단지 돈이 아니라 진짜 사람들이랑 소통하고

진심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짧은 거리든 긴 거리든

저를 태워준 운전자에게 작지만 초상화를 그려 선물도 했구요



저를 하룻밤이라도 재워준 현지인에게는

돈은 부족하지만 재료를 사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근데 그런 작은 변화가 정말 큰 결실을 만들더라구요

처음에 얼마 길이 겹치지 않는다고

오래 못 태워줄 것 같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던 운전사는

저를 내려줄 때가 되자

"네가 가는 데까지 데려다줄게" 하면서

자신의 길이 아님에도 저를 끝까지 데려다주시기도 하셨구요


길 위에서 만나서 저를 집으로 초대했던 한 부부는

일주일간 저를 딸처럼 보살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또 어떤 가족은 제가 이동하는 도시의 지인에게 연락을 해서

저를 소개시켜 주시기도 하셨구요


정말 이런 모든 것이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저한텐 정말 마법같이 느껴지더라구요





여기서 다시, 제가 여행을 하면서 그렸던 그림을 다시 보여드릴게요

아까 처음에 보셨던 그림이랑은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여기 인물들 얼굴 주변에 퍼지는 색감 보이시죠?


바로 이 색감이 제가 '사람의 향기' 라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제가 처음에 보여드렸던 그림이 바로 이건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빠졌다고 했죠?

이 그림은 제가 로즈메리 아줌마바네사를 만나기 전에 그렸던 그림입니다


여러분, 향기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향기는 작은 틈새만 있어도 새어 나가고

아무리 넓은 공간도 채울 수 있구요

고맙게 바람이 불어준다면 더 그 영향력은 커지겠죠


순간순간 제 여행길에서 저를 도와주었던

그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사람들의 얘기가

바람을 타고 그 향기가 퍼지듯이

그 큰 바다를 건너서 제 입을 통해서 이렇게 여러분께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평생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어요

그리고 향기로운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제가 그러한 사람이 먼저 돼야겠죠

저는 지금 제가 어떠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다짐하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질문 하나 하는 것으로 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어떤 향기를 가지고 계시나요?

지금까지 김물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에게 기업가정신이란 [ 자연스러움 ] 이다

나무에 열매를 맺기 위해서 나무를 베어오면 그건 금방 썩지만

그 나무가 진짜 열매를 맺을 때까지 기다려야

진정한 나의 열매를 가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신 : 여러분의 '공감' 클릭은 제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아트로드
국내도서
저자 : 김물길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2014.07.21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