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소개 : 구작가의 소소하고 평범하지만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지는 버킷리스트. 버킷리스트는 꼭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반드시 이뤄야하는 강박관념보다는 이루고 싶다는 희망을 담은 버킷리스트. 추가할 수도 있고, 삭제할 수도 있고, 변경할 수도 있는 나만의 희망 이야기. 2016년 새해. 당신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 참 좋은 때입니다.
게시일: 2016. 1. 25.
안녕하세요 구작가입니다
여러분은 제가 누군지 잘 모르실 거예요
저는 구작가라는 이름으로 '베니'라는
토끼 캐릭터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두 살 때부터 열병으로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죠
3년 전 저에게 망막색소변성증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어셔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청각장애와 망막색소변성증이 함께 있는 병이에요
저는 지금 시력에는 문제가 없고
시야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시야는 대략 동그랗게, 8센티미터로 보여요
진행이 빠른 사람도 있고
오래오래 유지하는 사람도 있어요
사람마다 참 달라서
아무도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몰라요
시야가 8 . 7 . 6 . 5
이렇게 좁아지는 게 아니라
8센티미터로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 계단 내려가는 것처럼
다음 단계인 5센티미터로 좁아진대요
5센티미터 다음은 2센티미터
지금의 시야, 8센티미터는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마지막이라고 보면 돼요
그래서 천천히 생각해봤어요
후회하지 않게 살 순 없더라도
덜 후회할 수 있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버킷리스트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 그런데 어떤 분이 세바시 신청 댓글에
구작가님 강연을 통해 많이 배우고 싶다고 하셨는데
저 많이 부담스러워요 ~
사실 오늘 여러분께 드릴 이야기는
대단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주 평범한, 누구에게든지
들을 수 있는 이야기랍니다
자, 시작해도 될까요 ?
첫 번째 이야기는 '살빼기' 입니다
어느 날 어떤 분을 만났어요
그 분이 저를 보시더니
"구작가님, 베니랑 정말 닮았네요"
그러는 거예요
저는 웃으면서
"네, 자주 들어요."
라고 했더니
그 분이 진지하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얼굴 말고 몸매가 정말 닮았네요"
아, 살 빼야겠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라며 실제로 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그래도 괜찮은 하루> 라는
첫 책이 출간되었고
둘째 이모가 그 책을 보시고 다이어트를
진짜 할 마음 있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저는
"당연하지!"
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둘째 이모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제대로 각오하라는 거예요
며칠 후, 다이어트 약을 택배로 보내주신 거예요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말고
그 약을 물에 타 마시기만 하라고
그걸 잘 지키면 일주일 만에
10킬로 빠진다는 거예요!
오, 솔깃했어요
이번에 제대로 맘먹고 해볼까
그래서 야침 차게 시작했는데
배가 너무너무 고픈 거예요
결국 4일 만에 포기했어요
할 게 못 돼요
그래도 일주일 중에 나흘이나 했으면
10킬로는 아니더라도 5킬로는 빠지지 않을까요 ?
약간 기대하면서 체중계에 올라갔는데
달랑 2킬로 빠졌어요
허무했어요
그리고 '살빼기'를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고!' 마음껏 먹다가
어느 날 엄마가 저에게 헬스를 다녀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시는 거예요
뭐에 홀린 것처럼 바로 과감하게
난생 처음으로 1:1 PT를 끊었어요
평소에 집에서 작업만 하고
거의 움직이지 않아서 체력이 많이 안 좋아요
첫날, 달랑 10분 운동하고 토할 것 같았어요
그래도 예뻐지고 싶어서 이를 악물고 계속 나갔어요
점점 살이 빠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괜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건강에 대해 더욱 관심이 생기게 되고
오랜만에 다시 한 번 줄기세포에 대해 검색을 해봤어요
제가 알기로는 줄기세포가
10년 안에 나오는 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검색해보니 어떤 사람이 10년 전에도
10년 안으로 나온다고 했지만 또 10년이 흘렀다고
그거 다 소용없다는 식으로 올린 거에요
갑자기 너무 속삭하고 많이 우울해졌어요
며칠 후, 망막색소변성협회 회장님을 만났어요
회장님께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정말 줄기세포가 10년 안으로 나오나요 ?
누가 그러는데, 안 나온다고 하던데요"
그랬더니
회장님이 걱정 말라고 땀을 많이 흘리고
운동을 많이 해두라고 격려해주시는 거예요
그 때는 어리둥절하고 긴가민가했는데
다음 날 아침, 뉴스에 나오는 거예요
'뛰어 놀아야, 눈 건강에 좋다' 라고
아, 정말 열심히 운동을 해야겠다
제가 너무 단순한가요 ?
처음엔 다이어트로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이제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게 됐어요
더 큰 목적을 갖고 하게 되니까
힘든 운동도 열심히 할 수 있게 됐어요
저에게 운동은 '희망'이 되었어요
지금은 3개월 됐는데 거의 10킬로 가까이 뺐어요 !
두 번째 이야기는 '셀프웨딩' 입니다
저는 결혼을 할 수 있다고 믿지만 못 할 수도 있잖아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나도 여자고
나도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싶어서
혼자서라도 셀프 웨딩을 찍어보자고
버킷리스트에 적게 되었어요
그리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찍을까
장소는 제가 태어나서 자란 집이 아직도 있어요
그런데 그 집이 오래돼서 곧 허물 예정에 있었어요
추억이 가득한 집이 사라지기 전에
그 앞에서 왠지 찍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날짜는 벚꽃이 피는 시기로 잡았어요
다른 날에 웨딩사진을 찍어도 아름답지만
벚꽃은 잠시 피다 사라지는 꽃이기에
그 순간에 꼭 함께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4월, 벚꽃이 피는 날
어렸을 때 자랐던 집 앞에
가벼운 드레스 하나 입고 소박하게 찍어보자고
이렇게 계획을 잡았어요
친구 중에 사진작가가 있는데
멀리 사는데 일부러 와서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어요
또 다른 친구도 와서 촬영 보조를 해주기로 했어요
그리고 연락을 자주 못 해서 미안했던 동생에게
염치없이 메이크업을 부탁했는데 흔쾌하게 해주겠대요
이렇게 웨딩 촬영 준비를 하나하나
해 가는데 마음이 정말 바쁜 거예요
그 느낌이 내가 결혼을
진짜로 준비하는 것 같았어요
촬영을 준비하다 보니
정신없어서 메신저 연락이 많이 밀렸어요
"웨딩 촬영 준비하다보니 답이 늦었어 미안해"
라고 답장을 보냈더니 모두 반응은 똑같았어요
"너 결혼해 ?"
뭔가 마음이 묘했어요
어째든 드디어 그 날이 되었어요
그런데 날씨가 엄청 흐렸어요
벚꽃은 비가 많이 내려서
이미 절반이나 졌고
화장도 평소와 달라서 너무 어색하고
그래도 포토샵의 힘을 믿고 찍었는데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계속 드는 거예요
뭐가 부족한 거지 ?
친구와 함께 골똘히 생각을 해보니
왜 '웨딩사진'인지 알겠더라고요
아무리 모든 걸 준비해도
혼자로는 한계가 있었던 거예요
웨딩사진은 남녀가 모두 있어야 했어요
소품 없이 그냥 가만히 서서 손만 잡아도
웨딩사진이라는 느낌이 딱 오잖아요
아, 정말 아쉬웠어요
친구와 저는 서로 다독이면서
"괜찮아, 오늘의 사진은 미리 웨딩사진을
연습해본 거야 아주 좋은 경험이었어"
그 후로 친구가 작업한 사진을 제게 보내줬어요
맘에 드는 사진 하나 골라서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해놨더니 여럿에게 연락이 왔어요
"너 결혼해 ?"
아, 또 뭔가 마음이 묘했어요
진짜로 머지않아 결혼할 것 같은 느낌 !
참 나쁘지 않았어요
진짜로 웨딩사진을 찍어도
이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전 연습을 한 번 해 봤잖아요
세 번째 이야기는 '운전면허 따기' 입니다
이건 아직 안 했는데, 앞으로 해보려고 해요
사실 필기시험 문제집을 사놓고
벌써 2년이나 흘렀어요
평소에 워낙 암기에 약하거든요
남들은 문제집을 하루면 다 본다고 하는데
저는 계속 봐도 또 봐도 뭔지 모르겠어요
매일 매일 새로운 책을 보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해보려고 해요
운전은 귀도 안 들리고 시야도 보통 사람보다
조금 좁아서 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운전면허증을 꼭 갖고 싶어요
그래서 운전이 목적이 아니라
운전면허증을 목표로 도전할 거예요
아마 시간이 조금 많이 걸릴 수 있겠죠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제 손에 꼭 넣고 싶어요
지금 새해가 되었잖아요, 2016년
여러분의 희망을 담은 버킷리스트를 써보기
참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버킷리스트는 꼭 대단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한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버킷리스트는 계속 추가할 수도 있고, 삭제할 수도 있고
그리고 변경할 수도 있다고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명언이 있어요
독일의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의 명언인데
'하루는 작은 인생이다' 라고
'하루는 작은 인생이다'
그 말을 참 좋아해요
저는 제 삶이 참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가 모여 이루어지는 제 삶
오늘 저는 제 삶도 소중하지만
여러분의 삶도 소중하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소중한 여러분의 삶,
여러분의 2016년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신 : 여러분의 '공감' 클릭은 제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YouTube > 세바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바시 636회 | 사랑의 돌봄은 기적을 만든다 | 故 김수지 정서 심리적 약자 지원을 위한 '좋은의자'이사장 (0) | 2018.03.11 |
---|---|
세바시 634회 | 그림그리기를 포기한 당신에게 | 크리스틴 뉴튼 미술교육자, 아티스트 (0) | 2018.03.10 |
나, 정답을 묻다 |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 자막 세바시 632회 (0) | 2018.03.10 |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미쳐야 한다 | 한유정 할리우드 미술총감독 | 세바시 629회 (0) | 2018.03.09 |
세바시 623회 | 내가 산, 바다, 하늘에서 배운 것들 | 오현호 부시 파일럿 (3) | 2018.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