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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돌봄은 기적을 만든다 | 故 김수지 정서 심리적 약자 지원을 위한 '좋은의자'이사장 | 세바시 636회


강연 소개 : 사람은 36.5도의 체온에서 자연치유력, 항상성이 가장 잘 유지되도록 지음 받았습니다. 체온을 1도 올리면 면역력이 5~6배 이상 증진됩니다. 다시 말하면 몸을 따뜻하게만 해도 병이 잘 안생긴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을 조금만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긴장과 불안과 우울 때문에 점점 차갑게 굳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단 1도씨라도 올릴 수 있다면 어떤 기적이 일어나게 될지 여러분에게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게시일: 2016. 2. 1.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총상을 맞아서 출혈을 많이 해서 실신한 한 학생을 밤새도록 간호한 그 현장을 보고

간호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간호사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제가 간호사로 일하면서 한 가지 얻은 명제가 있어요 

그건 뭐냐하면 

'사랑으로 돌보면 기적이 일어난다' 그런 것입니다 

사람을 어떻게 사랑으로 돌보나? 

그 이론을 개발하게 됐어요 

꿈이 있는 곳에는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어요




1982년 제가 박사학위를 받고 연세대학에서 가르칠 때인데

그때는 우리가 토요일날 일을 했습니다, 반공일이라고

이제 점심을 먹고 집에 가려고 주섬주섬 보따리를 싸는데

바깥이 막 소란이에요 시끄럽고 쿵쾅거리는 소리

"이게 무슨 소린가?"

그러고 문밖을 나가려고 보니까

그냥 제 연구실 문이 확 열리면서 두 사람이 들어오는 거예요


첫 번째 사람은 한 청년인데

그 8월 무더운 여름에 두꺼운 겨울 잿빛 오바를 입고

머리는 얼마를 안 빗었는지 헝클어진 산발에

그러고 씻지 않고 땀 냄새 악취를 풍기는

누가 봐도 그 사람은 정신과 환자예요


그 뒤를 따라오신 분이 수위 아저씨였습니다

'못 가게 들어왔더니 이 사람이 나를 밀치고'

'책상을 뛰어 넘어서 들어가서 잡으러 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저씨 괜찮다"고 그리고 내 보낸 후에 환자에게 잠깐 앉아계시라고

제가 냉수 좀 갖다 드리겠다고 

그래서 냉수를 두 잔을 가지고 왔어요 

근데 이 분이 딱 받더니 꿀꺽꿀꺽꿀꺽 마시는 거예요 

그분이 다 마시고 나서 

"휴~ 살았다" 

그 말이었어요 

"휴~ 살았다" 


그러더니 제가 묻지도 않았는데

정신과 환자로서 지역사회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

막 따지듯이 저에게 대드는 거예요 얘기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날 보면요 동물처럼 우스운 사람처럼 슬슬 피하고"

"집에서는 쉬쉬하고, 학교도 갈 수 없고, 일도 할 수 없고"

"도무지 너무너무 힘든데 그걸 아느냐"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아느냐" 

그러면서 이분이 딱 저에게 손을 착 이렇게 하더니 엄지손가락 

"선생님 그런데 왜 선생님은 입원한 환자만 봅니까?" 

"바깥에 나가보세요 길거리에 저같이 미친 놈들 많아요"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길거리에는 정신과 환자들이 많이 배회하고 있었어요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여성 환자인 경우 거의 배불뚝이가 되어서 돌아다녔어요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한참 후에

"글쎄, 저도 지금 어떻게 할 수 없는데 한번 연구해 봅시다"

그러자 이 사람이 이제 "저 가보겠습니다" 그러고 나가더니 

다시 들어와서 "저 또 와도 돼요?" 그래요 

그래서 제가 오라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토요일 이 시간에 오라고 그랬어요, 오후 3시 

그리고 올 때는 깨끗이 씻고 옷도 깨끗하게 입고 와야 수위들도 막지 않는다고 

그 다음 토요일, 정확하게 3시에 말쑥한 차림으로 나타났어요 


그래서 이제 12주 동안 그분의 정신 사회재활을 중심으로 해서 

간호 계획을 짜고 숙제는 꼭 해 오는 걸 약속하고 시작을 했어요 


4번째 주 아침에 전화가 왔어요, 아침에 

"김수지 선생님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러더니 이분이 전화를 해놓고 막 우세요, 그러더니 

"사실 저는 누구누구 어미 되는 사람입니다"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발병을 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왜 엄마가 나를 낳느냐! 엄마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때로는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고" 

"하다 못해 저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그런 아이였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밥상에서 기적이 일어났어요" 

우리 아이가 "엄마 밥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랬다는 거예요 

제가 그 어머니에게 

"예, 그 고맙다는 말 들었을 때 어땠어요?" 

"아주 감격스러웠죠" 

"예, 그 말씀을, 그 느낌을 아들에게 얘기하십시오" 

12주 동안 잘 끝냈어요 


끝나고 나서 이 사람이 뭐라 그러냐 그러면 

"선생님, 이제 저 안 와도 되죠?" 

"예, 안 와도 돼요" 

처방된 약은 꼭 먹고, 잘 지내면서 가끔가다 전화나 해달라고 했어요 

그러고 이제 나가는데 다시 들어왔어요 

"선생님, 제 친구 데려와도 돼요?" 

제가 데려오라 그랬죠 


그러고 같은 이 시간에 오라고 그랬어요 

그 다음 토요일, 저는 한 사람의 친구를 기대했습니다 

근데 세 사람을 데리고 왔어요 (웃음) 

그 다음 주에는 13명 (웃음) 

그런데 저를 놀라게 한 것은 이 친구들을 소개하는 거예요 

"얘는요, 청량리 정신병원에서 제 룸메이트였어요" 

"얘는 양산병원, 얘는 대전성심병원, 그리고 얘는 기도원에서" 

그 13명 중에 한 사람만 여자고 12명이 다 남자였어요 

그런데 다 같은 진단을 받은, 정신분열증이라는 요새는 '조현병'이라 그러는데 그 환자였어요 

그 사람들의 병력을 보니까 평균 발병한 기간이 14.9년 

그리고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자살을 시도했어요 


저는 그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14년, 15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그래서 이제 제가 라이프 스토리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그 평균 15년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그런데 참 놀라운 것은 그 분들이 이야기하는 중에 생애 변환점이 있더라고요 

"제가요, 자살하려 그랬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겼어요" 

"누가 나를 이렇게 돌봐줬어요" 그런 얘기에요 

그래서 이제 돌봄 '누가 나를 이렇게 돌봐줬다' 

그 '돌봄'이란 게 뭔가 '간호'라는 게 뭔가 

이런 것을 실제 예를 들어가면서 얘기를 했어요 

198 가지의 단어가 나왔어요 

그것을 '요인분석'이라는 고급 통계를 사용해서 10개의 독립된 영역이 나왔어요 

그것이 알아봐 줌, 동참해줌, 나눔/공유함 적극 경청해줌, 칭찬해줌,

안위해줌, 희망 불어넣어줌 용서해줌, 용납함, 이런 10가지였어요




제가 이제 이 '알아봐줌'에 대해서 한 가지 예를 들려고 해요

'알아봐 준다'는 것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식하는 행위, 스킬입니다 스킬(skill)

상대방의 존재를 인식하는 스킬

여기서 '스킬'이라는 것은 그냥 할 줄 아는 게 아니에요

아주 고도로 능숙된 형태로 잘하는 것 그러니까 연습을 많이 해야 돼요

그게 스킬이에요

그런데 이 알아봐 주는 것도 그냥 알아봐 주면 '알아봐줌'이 아니에요

관심을 가져야 돼요

언제 관심이 생기나

사랑을 가지면 관심이 생겨요

관심이 있으면 그 사람의 필요가 뭔지 보여요

아, 이 사람은 대단히 소중한 사람

얘는 지금은 이렇지만 장래가 보이는 아이

잠재력이 대단히 큰 아이

그 사람이 그것 때문에 잠재력을 더 키울 수가 있고

대단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살 수가 있어요




제가 이 사람들을 데리고 돌보기 시작했어요

제일 먼저, 저 혼자 돌볼 수가 없으니까

정신보건 간호사라고 전문간호사 과정을 1년짜리를 만들어서

1년에 30명씩 양성을 했어요

정신과 병원에 3년 이상 경험한 사람으로서 1년 과정을 밟는데

30명, 30명, 2년 해서 60명을 키워낸 다음에는


이분들에게 실제로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서 장소를 구하는데

다들 장소를 주질 않아요

제일 먼저 서울 성북구 보건소에 탈의실을 하나 내어 받고

그래서 월/수/금 오전 반, 오후 반 화/목/토 오전 반, 오후 반

그래서 간호사들 20명이 "우리는 이 시대에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

각서까지 쓰고 이 분들을 돌보기 시작했어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가지고 환자들이 너무 몰려드니까

다 우리가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수요일에 '사랑의 집'이라는 곳에 세를 내가지고

거기도 월/수/금, 화/목/토 오전, 오후 반

그런데 이 분들에게 재활 프로그램을 하고 여러가지 작업요법을 하려니까

이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돈을 모금하는 중에 어떤 분이 그러세요

UNDP 한번 가 보라고




그래서 UNDP를 갔어요 그 분들을 만났어요, 대표를 만나서

"우리가 이런 이런 일을 하려고 그러는데 좀 도와주십시오" 그랬더니

"얼마를 원하십니까?"

그 당시 80만 원은 천 불이에요 제가 일 년에 천 불만 도와달라 그랬어요

그랬더니 이분이요, 버마 사람인데 저를 이렇게 보더니

"아니 지금 하시겠다는 일 들어보니까 그 돈 가지고 안 되겠는데요?"

"영어로 프로포절(제안서)을 쓰세요 UN 본부에다 쓰세요"

그래서 제가 "저는 풀타임 교수에 영문으로 프로포절을 쓸 시간이 없습니다"

그랬더니 이분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린 전문적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써주는 프로페셔널 그랜트 라이터가 있다" 는 거예요

그래서 그분이 저하고 반나절을 보낸 다음에

30만 불 (2억 4천만 원)의 프로젝트를 따주셨어요

(박수)


그래서 이제 이 분들하고 그 돈을 받아가지고

2년 동안 무려 환자를 거의 3백 명 그리고 보호자 가족들 한 9백 명

그리고 80명의 대학생 봉사자들에게

'사랑의 돌봄' 이론 열 가지를 가르치고 적용하도록 했어요




그리고 실험군 두 군하고, 대조군 세 군을 해서 유사 실험 설계로 연구를 했습니다

[실험군 1]은 그냥 똑같은 사회 재활 프로그램이에요

그리고 [실험군 2]는 그것을 열 가지

아까 이야기한 사랑의 돌봄, 사람을 어떻게 우리가 사랑으로 돌보나 그 열 가지를 적용하면서 했어요

그런데 2년 후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어요

환자의 자존감, 그 다음에 가족 부담감 자기 돌봄, 대인관계, 사회적 기능, 삶의 질

여러 가지가 굉장한 차이가 나는 거예요


근데 가장 중요한 것은 평균 입원 횟수예요

이 분들이 일 년에 보통 13.2회 입원을 했어요, 입원을 했다가 퇴원하고

그리고 평균 일 년에 입원한 날 수가 240일 거의

그런데 2년 후에 이것이 0.2회로 줄고

그리고 재원 일수가 13일 엄청난 변화죠, 엄청난 변화

그렇게 해서 이제

(박수)

UN에서 이걸 한 거기 때문에

제가 그 프로젝트를 가지고 36개국을 다니면서

이 사람 돌봄, 사람을 어떻게 지극 정성으로 돕나 그것을 했어요




얼마 전에 '심리 사회적 약자'라고도 해요, 그런 약자를 돕기 위해서

그분들이 정말 얼마나 힘들게 사나

그분들의 아픔을 같이 하면서 그분들과 같이, 관심을 가지고

이 분들이 밝고 건강하게 사회에 적응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좋은 의자'라는 재단이 설립됐어요

이 '좋은 의자'에서는 

가정이라던지, 직장이라던지 학교 그리고 교회 이런 여럿 다양한 생활공간에서 

심리적, 사회적으로 약한 그런 분들을 잘 도와서 정말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그렇게 도울 거예요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조 모임을 지원하고 

이분들에게 여러가지 직업, 사회적인 기능을 도와주기 위해서 

직업 활동이라던지 재능기부를 통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을 시키고, 인식개선을 하고 홍보를 하고, 그리고 교류 사업을 하고 

사회적 기업이라던지 협동조합의 형식으로 이 분들을 잘 돕는 그런 일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바라기는 많은 분들이 이 '좋은 의자' 활동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오늘 인사말 한 가지를 끝으로 제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우리가 많이 전화를 하고 있어요 문자를 많이 보내는데 

끝에 '감사함' 요거예요 '감사함' 

감 - 감사해요 

사 - 사랑해요 

함 - 함께해요 

여러분 우리 옆 사람을 보면서 한번 감사함으로 해 봅시다 

감사함으로 


감사합니다 




END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 듣고 잘못 옮겨 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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