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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세바시 758회 축적의 시간, 능력자의 시대 | 이정동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강연 소개 : 기술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보통 사람들이 놀라운 기술혁신의 결과물을 보고 나면

'정말 마술처럼 환상적이다'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결코 환상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제가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키워드는 ‘능력자’와 ‘축적’이라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축적’의 개념과, ‘능력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 지금 말씀드리겠습니다.


게시일: 2017. 3. 26.




안녕하십니까? 이정동입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기술혁신'. 그러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십니까?

지금 이 사진에 나와 있는 그림은


'화성에 인간이 사는 정착촌을 한 번 건설해보자.'


이렇게 황당하게 이야기를 하고


'지금 쏘는 인공위성 발사 비용보다 10분의 1밖에 안 되는 비용으로 정말 한 번, 새롭게 한 번 해보자.'


이런 이야기를 한, 엔론 머스크(Elon Musk), 그가 세운 '스페이스X'라는 회사의 로켓입니다.


정말 놀랍죠?

이런 이야기를 보고 또 이런 결과들을 눈 앞에서 보다 보면, 이건 정말 환상적인 마술과 같습니다.


이럴 때, 저같은 기술 혁신 연구자가 나타나서 '사실은요, 알고보면 그렇게 놀랄 것이 아니라, 이런 거에요.'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는 거죠.


그게 제 꿈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사람들이 놀라운 기술 혁신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환상들, 고정관념, 착각, 이런 것을 하나하나 골라서 소위 '부수기' 하는 것. 

그게 제 소명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그 중의 한가지 착각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할까 싶습니다.


세상을 바꿀 그런 놀라운 혁신, 도전하면 어디서나 이루어진다!


너무 자명하지 않습니까?

사실 이런 자명한 문장을 가지고, 착각으로 제가 오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한 번 생각을 해보죠.


지금 여기 사진에 자랑스럽게 이렇게 자기가 만든 풍력발전기 위에 서 있는 친구.

이 친구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 '말라위'라는 나라의 청년, 이름이 윌리엄 캄쿠완바라고 합니다.

발음도 참 어렵습니다. 

윌리엄 캄쿠완바인데, 14살에 돈이 없어서 중학교를 중퇴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어떻게 하다가 발전기에 관한 책을 하나 구하는데,

그때부터 이제 본인 스스로 읽어보고 또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여기 보는 것처럼 주변에 폐차장에 가서 뭐 이렇게 재료도 가지고 오고 자전거 바퀴도 하나 붙이고

그런데 중요한 건? 만들었어요.

전기가 나왔다는 것 아닙니까.

결국 이 걸로 집에 불 켜고

이웃 사람들의 휴대폰 충전해주고 그렇게 했다는 거죠.

아, 감동적이죠. 놀랍습니다.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가 테드를 통해서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책도 썼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말로 번역도 되었습니다.


지금은 저기 사진에 나오는 있는 것처럼 전 세계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정말 감동적이죠? 저도 정말 감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편은 이런 생각을 언뜻 해보게 되는데요,

이런 정말 놀라운 비전과 의지를 갖고 불굴의 의지로 무언가를 만들어 낸 이런 친구.

대단하죠?

그런데 왜 만들어 낸 물건이 다소 겉으로 보기에 좀 허술해보이는 이런 풍력발전기일까요?

높이 한 100미터쯤 되는 그런 어마어마하고 미끈한 풍력발전기가 아니라,

왜 이런 발전기로 안타깝게도 귀결이 되었을까요?


사실 이런 질문은 어떻게 보면 좀 너무 자명한 것처럼 보여서

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왜냐하면 답이 너무 뻔하잖아요


이 친구가 지금, 이 것을 만들 때 주변에 뭐가 있었겠습니까?

전기라고는 본 적도 없는 뭐, 우리 말로 '동네 아재들', 뭐, '폐차장'. 그런 게 다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놀라운 비전이 있더라도 결국 이렇게 귀결이 된 것입니다. 




다른 비슷한 놀라운 비전을 가진 사람을 보기 위해서 지구 반대 편으로 가보지요.



이게 좀 전에 이야기 했던, 황당한 상상을 하는 엔론 머스크라는 사람이 만든 스페이스X.

그 회사에서 쏘고 있는 재활용 가능한 로켓의 모식도입니다.

원래 로켓이라는 건, 1단, 2단, 이렇게 연결되어 있어서 1단의 연료를 다 쓰면, 원래 1단의 엔진은 바다에 떨어집니다.

그럼 배가 가서 그 것을 회수하지요. 그래서 버립니다.

'쏘고, 떨어지면 주워서 버린다.' 

이게 기본 모델입니다.


그런데 이 '스페이스X'에서 황당한 이야기를 하지요.

'그걸 왜 버리냐?' '다시 쓰자!'

그래서 여기 있는 것처럼, 원하는 곳에 이렇게 앉혀서 다시 청소한 다음에, 다시 주입해서, 다시 쓰자는, 이게 재활용 로켓입니다.

아, 정말 마술같은 일 아닙니까?


그런데 2015년 12월에 성공을 합니다.

지금까지 6번 이상 제대로 안 됐습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그런데 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 놀라운 혁신을 만들었던 엔론머스크는 놀랍게도 로켓 전문가가 아닙니다.

페이팔이라고 하는 결제서비스를 만들어서 돈은 많이 벌었는데,

그러니까 굳이 이야기를 하라 그러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이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로켓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런 친구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놀라운 마술을 부릴 수 있었을까요?

궁금하지 않습니까? (청중들 '예!' 대답 함 ㅎㅎ)

저도 이제 궁금해졌습니다. (청중들 웃음 ㅎㅎㅎ 아마 대답을 유도하셨었나 봄.)

그런데

사실 가만히 보면요,

이 놀라운 아이디어를 내고 처음 도전을 시작할 때,

모였던 사람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무릎을 치면서, '아! 그럴 수밖에 없구나!'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도전을 시작했을 때, 

로켓을 만들고, 쏘고, 신뢰성을 평가하고, 그 모든 제어, 그 모든 분야 분야마다 

수십년 간의 시행착오 경험을 했던 초절정 고수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 사람 이름은 '톰 뮐러(Tom Muller)'라고 합니다.

이런 추진체 전문엔지니어도 같이 조인(join)을 했습니다.


이 '톰 뮐러'라는 사람은, 정말 신기하게도요,

어릴 때부터 추진체가 너무 좋은 거에요. 좀 이상하지요?

그래서 뒷마당에서 친구들하고 추진체를 만들어서 쏘면서 놀았어요.


전공을 추진체 관련 전공을 한 다음, 회사에 취직했는데 회사 이름이 TRW에요. 추진체 만드는 회사입니다.

15년 동안 추진체를 만들면서, 시행착오라는 시행착오는 다 겪으면서 이제 점점 고수가 되어 갑니다. 

프로가 되죠.

그런데 정말 놀라운 건,

일과 시간에 출근해서, 추진체를 만들지 않습니까?

추진체를 만드는 회사에서 추진체를 만들고, 퇴근해서 집에 옵니다.

퇴근해 집에 오고, 휴일에 휴가를 내서 그 시간에 

정말 회사에서 해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놀라운 추진체,

이걸 만들어 봐야 되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회사에 가서 추진체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동호회를 만듭니다.

아주 유명한 동호회를 이끌어요.

좀 이상하죠?



이런 초절정고수, 온갖 실패와 시행착오 경험을 온 몸에 흉터처럼 가득 가지고 있는, 그런,

우리로 말하면, 뭐라 그럴까요

'능력자'!

'덕후'!



이런 사람들이 가득 모인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스페이스X'가 갖고 있던 놀라운 마술의 비밀. 이런 능력자들의 집합에 있습니다.



세상을 바꿀 놀라운 혁신은, 도전하면 아무 데서나 이루어 진다?

이건 착각입니다. 


정말 인정하기는 싫지만, 

(혁신은) 정말 이런 임팩트 있는 혁신은 온 몸에 시행착오의 경험이 잔뜩 축적되어 있는

초절정 고수들이 우글우글 모여있는 곳에서만 생깁니다. 


이건 대단한 착각을 하나 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방금 우리가 이야기 했던 '엔론 머스크'.

공통점이 뭔지 아시겠죠? 모두 중퇴자들입니다.


학교를 그만 두고, 혁신의 시도를 해서, 

정말 세상이 깜짝 놀랄, 그런 혁신을 만들었지요. 

그러면 지금도 우리가 

학교를 그만 두기만 하고, 

도전을 하면 이런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중퇴자들이 아니라, 

주변에 시행착오의 경험을 가득 축적한 고수들속에서 그들과 손을 잡고 

정말 능력자와 덕후들만 할 수 있는 그런 도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기회를 가졌던 사람들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를 요즘 되돌아 보게 되는데,

가끔 우리 젊은이들은, 

우리 사회에서는, 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그런 놀라운 도전들, 

이런 도전들을 왜 하지 않느냐 도전 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들을 가끔 듣습니다. 


저는 그런 이야기들을 한 귀로 들을 때마다 어떤 느낌이 드냐 하면

윌리엄 컨쿠암바가 생각 납니다.

우리 사회가 정말 능력자들, 프로들, 

시행착오를 끝까지 버텨낸 그런 사람들을 키우고, 

유지하고, 보존하는 시스템과 문화가 되어 있지 않은데, 

그런데, '괜찮다! 도전해라!' 

라고 혹시 우리가 등을 떠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윌리엄 컨쿠암바가 되라고 등을 떠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 됩니다. 


도전. 

그렇죠. 마음의 문제고, 의지의 문제입니다.

분명합니다.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 보면

내가 도전하고자 할 때 내가 동원 가능한 

우리 주변의,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 

고수들이 많은가-라는 환경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최근 우리 사회에, 덕후의 붐이 불고 있습니다.


능력자들의 붐이, 바람이 불고 있죠.

정말 잘 된 일입니다.

이제 우리 나라도 그렇게 할 때가 됐다는 뜻입니다.


정말 남 눈치 안 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모든 시행착오와 실패를 끝끝내 버티면서

그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고수가 되는 것.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런, 그런 능력자들이 가득한 곳. 

그 곳이 바로 기술 선진국입니다. 


거기서만 세상을 깨우는 혁신이 나옵니다. 

지금부터 해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고수가 되기 위한 노력? 

개인이 열심히 해야지요. 

그런데 동시에 우리 사회도 같이, 고수가 되기 위해서 같이, 

그 위험을 품어주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어야 합니다.


여러분, 순환보직이라는 말 아십니까?

이 일 조금 하다가, 시간 조금 지나면 저 일 하다가, 

그 다음 또 다른 일 하다가, 시간 얼마쯤 지나고 나면, 

자기가 갖고있던 특장기가 별로 없이 그냥 시간이 지나가는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배출해 내는 시스템. 

그걸 우리가 순환보직이라고 하죠. 


이런 시스템과 문화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2만7천불이 넘도록 정말 눈부시게 발전해 왔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발전상을 볼 때마다 정말 가슴이 벅찹니다. 


이제는 능력자를 기르는 체제로 바뀔 시기가 왔습니다. 

그 정도로 발전을 했습니다. 

오늘 이 짧은 시간에 여러분들이 기술 혁신에 대해서 비법이라고 생각하시고 

하나의 착각을 깨고 가시기 바랍니다. 


놀라운 기술혁신. 절대로 그냥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간부터 모두가 같이 능력자가 되기 위해서 

하나씩 하나씩 애쓰시도록 하고 우리 사회가 그런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는 데에 

모두 마음을 더 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자막 작성자 : Sujin Jang, 최유리 ---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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