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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세바시 764회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 김민식 MBC PD


강연 소개 : 저는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오랜 세월을 고민해왔습니다. 제대 후에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예능 PD가 되었고, 드라마 PD도 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다니는, 20년간 이직의 달인으로서 저는 열심히 일을 해왔는데요, 그랬던 제가 어느 날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징계 3종 세트를 받게 됩니다. '정직 6개월', ‘대기발령', '신천 교육대' 발령까지, 그렇게 5년 동안 드라마 PD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연출하지 못했죠. 

그렇다면 사실 저는 무척 불행해야 맞겠죠. 하지만 나름 저는 그 안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게시일: 2017. 4. 24.




(박수와 환호)

안녕하세요 MBC 드라마 PD 김민식입니다


행복 심리학자이신 서은국 교수님은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인간은 자연 선택과 성 선택을 통해서 진화해 왔다고 말하십니다

말인즉슨,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맛있는 것을 먹거나 아니면 매력적인 이성을 볼 때마다

행복을 느낀 선조님들 덕분입니다




저는 1987년에 대학 입학을 했는데요

대학 1지망 똑 떨어지고 2지망 합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학교 전공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과 공부 대신 저는 과팅이라던지 미팅, 소개팅을 하고 다녔어요 그러니까

20살 시절의 저는 생존보다는 번식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열심히 소개팅, 미팅, 과팅을 다녔는데

한 번도 되지 않았어요

심지어 저는 20번 연속 차인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으흠! 하여튼 음!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하여튼 20번 연속 미팅, 소개팅 차인 어느 날 제가

학교에서 연애의 고수로 유명한 선배님을 찾아갔습니다

선배님, 제가 소개팅, 미팅, 과팅 다 합해서 20번 연속 차였습니다

저에게 가르침을 좀 주십시오

그랬더니 선배가 이러는 거예요 

"야, 20번 연속 차였다고?"

"노노노노! 너는 20번 연속 실패한 게 아니야"

"20번 연속 제대로 들이대고 싶은 상대를 못 만난 것뿐이지"

(오~~~~)

"너는 왜 ..." (환호와 박수) 하하하

"너는 왜 미팅, 소개팅 이런 데를 나가니?"

"너 미팅에 나갔을 때 어떤 상대가 나오는지 니가 정할 수 있어?"

"못 정하죠"

"미팅, 소개팅 나가는 건 너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거야" 

"그럼 뭘 해야 하나요?" / "헌팅을 해, 인마! " 

(웃음) 

헌팅을 하면 무조건 니가 마음에 드는 상대를 딱 보고

찍어서 거기에 대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선배님께 "그럼 제가 헌팅을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헌팅을 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가 있단다"

"나이트클럽이라고 많은 여자들이 그곳에 와서"

"친구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술을 마시면서"

"멋진 남자를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어, 그곳에 가자"


저는 그 전까지는요

나이트클럽 그러면 약간 날라리나 딴따라들하고 그런

약간 불온과 타락의 온상인 줄 알았는데 뭐

짝짓기에 유리한 곳이라고 하니까 그곳이 사냥터라고 하니까

제가 그 선배와 함께 나이트클럽에 갔습니다

가서 열심히 이렇게 춤을 추면서 와~ 정말 신세계가 펼쳐졌습니다

이야~ 예쁜 여자들도 많고 와 하는데 선배가 저를 보더니

"넌 말이야 외모가 많이 부족하잖니?"

"춤에 좀 더 공을 들여야겠어 춤 연습을 많이 해"

제가 그다음부터 춤 연습을 이렇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선배가 

"아니야, 넌 춤연습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들으면서 해 봐"

그래서 저는 집에서 이렇게

디제이 리믹스 이런 테이프 같은걸 들으면서

이게 리듬을 타는 게 되게 중요합니다

런던 나잇 짠! 이렇게 하는 거예요

(박수와 환호)

할렘 디자이어 쨘! 이렇게

그러니까 이게 그 음악마다 리듬이 있고 포인트가 있거든요


이거를 저는 걸어 다니면서도 항상 "어 그렇지~ 런던~ 예~"

막 이러면서 이제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을 알게 되니까

나이트클럽 가서 춤을 잘 추게 되고 그런데

나이트클럽을 매일 갈 순 없지 않습니까

돈이 부족하니까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집에서 거울 보면서 

"런던 나잇"

그러면서 이렇게 막 하기 시작했습니다



막 했더니 그 선배가 그다음에 또 가르쳐 주는 거예요

"자, 근데 말이야 너는.." / 그런데 제가 선배님한테

"선배님, 제가 이제 춤은 좀 늘은 거 같은데요"

"여전히 작업은 안됩니다, 형"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했더니 선배님이

"상대와 눈을 마주치지 마!"

"상대의 시선이 니 얼굴에 꽂히게 하지 말고"

"눈이 마주칠 것 같으면 고개를 돌려" (휙~ 휙~)

(박수와 환호) 막 그러는 거예요

그러더니 선배가 그러는거예요 "넌 아무래도"

"춤을 좀 더 화려하게 춰야 할 것 같아"

"상대의 시선이 니 얼굴 근처로 오지 않게"

"아예 그냥 현란한 발동작" 막~~~

(박수와 환호)

막~~ 그냥 현란하게 막~~~그래서

"절대 상대가 니 얼굴을 보게 하지 마!" 라고 그랬어요

제가 열심히 열심히 집에서 연습을 하고

춤이 많이 늘었는데도

끝끝내 나이트클럽에서 여자는 못 꼬셨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왜 그런지는 음..




제가 재밌는걸 깨달은 게요

이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 나오는 얘긴데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겁니다


우리는 춤을 출 때 행복이 휘황찬란한 이 조명과

쿵쾅쿵쾅하는 그 스피커 음악 소리

그 나이트클럽에서 예쁜 파트너와 함께

크~ 맛있는 술, 안주 이런 걸 먹으면서

그때 우리는 행복할 거라고

춤의 행복은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아니더라고요 그런 어떤 큰, 강도 높은 조건은

매번 오는 게 아닙니다

나이트클럽에 매번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예쁜 파트너와 춤을... 전 한 번도 못 춰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춤이 즐거웠습니다


춤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더라고요 그 즐거움은

집에서 혼자 음악 틀어놓고 거울 보면서 추는데

흥겨운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기분이 좋아서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춤을 추다보면 기분이 그냥 좋아지는 거예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때 저는 춤이

우리가 몸으로 표현하는 몸으로 즐거움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제가 열심히 이렇게 춤을 추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제가

학점이 시들시들 시들시들 떨어지는데

평점이 한 2.0 정도? 이러다가 이제 취업이 안 되겠다

취업을 하기 위해선 뭘 해야 할까?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혼자 했습니다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제가 혼자 독학으로

국내에서 영어공부를 해가지고 외대 통역대학원도 가고

제가 MBC 입사하고 난 다음에 선배들이 가끔 찾아와요

명색이 통역사 출신 PD라 그러니까 와서 물어봅니다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니?

제가 그때 이제 항상 드리는 얘기가 있습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영어책 한 권만 외우면 영어는 절로 된단다

후배들이 와서 물어보면 꼭 이렇게 얘기를 해줍니다




이 영어공부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그릇된 믿음이 있어요

영어는 첫째, 미국에 가야 배울 수 있다

둘째, 원어민에게 배워야 한다

셋째, 돈을 많이 들여야 한다

자, 영어 공부도 강도가 아니라 빈도입니다

이런 큰, 조기유학, 어학연수, 교환학생,

이런 큰 조건이 맞춰져야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

강도보다 빈도, 그냥 매일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10분, 20분씩 문장 10개를 외우는 겁니다

아침에 문장 10개를 외워요

10분, 20분 새벽 한 6시쯤 일어나서 하고

그러고 난 다음에 핸드폰으로 찍어 놓습니다

영어문장 있는 쪽을 한 페이지 한 장 그리고 옆에 해석 한 번

그리고 회사에 출근 합니다


전철 타러 가는 길에 MP3를 들으면서 따라 합니다 중얼중얼하면서

누가 보면 마치 외국인 바이어랑 통화하는 것처럼

ye~ ye~ That's what I talking about, Man~

MP3 막 이렇게 하면서 이제 전철에 탑니다

만원 전철에 타서 가만히 사람들 사이에 껴가지고 눈을 감고

아침에 걸어오면서 외웠던 그 영어문장을 떠올려봅니다

안 떠오르면 핸드폰을 꺼내서 한글 해석 부분을 보고

영어문장을 떠올려 봅니다

그것도 안 되면 다시 영어문장을 봅니다

자, 이렇게 계속 반복하다 보면 영어문장이 외워져요

그리고 이것을 하루에 한 과씩 6문장이나 10문장씩 계속하다 보면

책 한 권을 외우고요, 책 한 권을 외우면 영어는 절로 나옵니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대학교 10년을 영어공부를 하고도

영어가 안 나오는 이유는

문법 이해라든지 단어를 몰라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의 영역은 아주 넓습니다


우리가 CNN 뉴스 자막 같은 거 보거나

아니면 영자신문 보면 대충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다만 그 얘기를 말로 하라고 하면 힘든 겁니다

그러니까 능동적 표현의 양을 늘리는 게 영어공부의 핵심인데

그걸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냥 영어회화 문장을 외우는 겁니다

그것도 고급문장을 외우라거나 어려운 원서를 외우라는 게 아니에요

가장 빈도가 높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초회화를 외우는 거죠




자 이렇게 영어를 한 덕에 나름 이렇게 영어의 고수가 되어서

미국 회사에 제가, 외국계 기업에 입사를 했습니다

3M에 입사해가지고 제가 치과 영업을 다녔는데요

자, 이게 제가 영업사원을 해보니까

치과 영업이 참 힘듭니다

영업사원인 게 너무 티가 나요

다들 치과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으아~~ 이러면서 들어가는데

저 혼자 방긋방긋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선생님~"

딱 그러면 바로 "나가!"

"선생님, 신제품 한번 잠깐 소개해 드리고 가겠습니다"/ "나가!"

제가 정말로 치과 영업 하면서

우리나라의 그 잘나가는 치과의사들에게 

그 어떤 인격적 모멸감? 인격 모독 그런 거 되게 많이 받았습니다


심지어 또 상사도 조금 이렇게 어려운 분이었어요

자, 이렇게 일을 하다가 힘들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저녁에 술을 먹잖아요 안 풀려요

오히려 술을 먹을 때 낮에 내가 그 의사에게 받았던

모멸적인 언사가 다 떠오릅니다

상사에게 받은 그 스트레스가 다 떠올라요

너무 괴롭더라고요




사람이 힘들 때 무얼 하면 되느냐

자신이 평소에 잘하는 걸 하면 됩니다

저의 경우 그게 영어였어요

그래서 저는 당시 6시에 퇴근하면 7시에

종로 외국어 학원에 가서 통역대학원 입시반 수업을 들었어요

낮에는 영업을 다니고 저녁엔 수업을 들어가는데


통대 입시반 수업을 어떻게 하느냐면요

선생님이 그 날 CNN 뉴스 한 꼭지를 틀어줍니다

딱 보여주고 끝나면 Pause 누르고 학생을 딱 지목해요

"방금 꺼, 한글로 옮겨 봐"

막 발표하잖아요, 끝나고 나면 바로 그다음 학생을 지목합니다

"방금 얘기한 거에서 틀린 거나 부족한 부분 있으면 보충"

그러면, 이 수업을 들으려면 전 어떻게 해야 되냐 하면

일단 CNN 뉴스를, 영어 리스닝을 제대로 해야 하고요

그리고 한명 한명 발표하는 학생들의 발표를 다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그 다음 지목을 했을때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두 시간 동안 몰입하면서 수업을 듣지 않습니까

그러면 제가 그 날 낮에 영업하면서 힘들었던 거?

정신적 스트레스? 상사가 나에게 했던 말?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다 까먹습니다

수업 두 시간 다 끝나고 나면 훠~~억 힐링이 됩니다

너무 행복한 거예요

약간 미친 거 같지만 진짜 그랬어요 

(웃음)


저는 이 영어공부가 주는 몰입감의 즐거움을 느꼈던 거예요

그러고 나니까 영어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데

내가 왜 지금 영업을 다니고 있지?

회사 그만뒀어요

그리고 공부해서 통역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통대에 들어갔더니요 세상에...

거긴 영어 잘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습니까?

저는 국내에서 혼자 영어책을 외워서, 독학해서 통대 갔더니

거기 갔더니 교포 2세라든지, 유학생, 외교관 자녀 너무 많은 거예요

못 당하겠더라고요

이들과 영어로 경쟁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자, 힘들 땐 무얼 한다고요?

자신이 평소에 잘하는 걸 하면 됩니다

저 같은 경우 거기서는 춤을 췄어요 (웃음)

(박수와 환호)

제가 통역대학원에서 MT를 가거나 야유회를 갈 때마다

혼자서 춤을 췄습니다

그리고 제가 거기서 학교 행사 같을 걸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기타 매고 마이크 잡고 막 노래하면서 춤추면서 그랬더니

제가 통대생들 중에서 춤을 제일 잘 췄습니다

그러니까 다들 제가 노는 걸 보더니 친구들이 그랬어요

"야, 이렇게 잘 노는 사람이 그 끼를 평생 통역사로 하기에는 참 아깝다"

"끼가 너무 아깝다, 너는 예능PD 같은 거 하면 잘할 텐데"


그 말에 제가 혹 해서 MBC에 입사를 했습니다

MBC에 입사해서 뉴논스톱하고 막 시트콤 만들면서

되게 즐겁게 했어요 그랬더니

2012년에 제가 노조 부위원장을 어떻게 맡게 되었는데, 

회사에서 조합 집행부에서, 파업을 우리가 6개월 했지 않습니까?

6개월동안 파업 프로그램을 저보고 다 연출 하라는거예요

막 하는데, 어렵더라고요

그 6개월 동안 매일 파업홍보 영상을 어떻게 찍어야 될까?

자, 힘들 땐 뭘 한다고요? 내가 제일 잘하는 거

저는 그때 파업 영상도 춤을 췄습니다

MBC 프리덤~ [영상 바로보기 (새창): https://youtu.be/CZtz7FyYGXU]

집에나 가, 김재철! 집에 갈 땐 지하철! Yo! 이러면서

(박수와 환호)

막~ 미친 듯이~ 막~ 미친 듯이~

아, 이거 혼자 하기 뻘쭘하지 않냐고요?

괜찮습니다 

300명 조합원들과 함께

300명 MBC 조합원들 다 같이 MBC프리덤을 외쳤습니다

이게 이제 유튜브에 당시 저희가 올려가지고요

화제의 동영상이 되었죠 

조회 수 30만을 넘기고

다들 막 우와~ 대박이다

이야~ 세상에 파업 영상을 이런 식으로 만들 수도 있구나


회사에서 저의 이 놀라운 연출력을 다 보고 그 공로를 인정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징계 3종 세트 정직 6개월, 대기 발령, 신천 교육대

(박수와 환호)


놀라운 건 이걸 보고 또 나라에서 그냥 있을 순 없죠

이런 훌륭한 인재를, 이런 친구는 우리가 국립대학에 모셔서

숙식을 좀 제공하고 싶다라고 강력한 의사를 표현하시더니

구속영장 두 번 청구하시고

이 친구는 단기투숙으로 모셔서는 안 돼

장기숙박으로 모시고 싶어 그래서

검찰이 저에게 징역 2년형을 구형했습니다


막 이제 이렇게 되고 나니까

물론 재판에서 무죄는 났지만 힘들었습니다

파업 끝나고요, 제가 지금 2012년에 파업하고

2017년 지금까지 5년째

제 이름으로 된 프로그램을 한 번도 못하고 있습니다

5년째 못하고 있어요


박수치지 마세요 이거 뭐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고요

여러분 박수치면 나 울지도 몰라요


난 오늘 웃기려고 나왔는데 하여튼,

심지어 2년 전에는 회사에서 저를 비제작 부서로 전출했습니다

가봤더니, 제가 간 그 부서에 주조정실, 송출실이라는 데인데

거기에 그 PD수첩 만들던 한학수 PD도 있고 

뉴스타파 만들던 해직PD 이근행 선배도 있고 


제가 가서 그랬습니다 

아니, 이곳은 MBC 스타 언론인의 산실이 아니던가 

나 같은 딴따라가 감히 여기에 끼어도 되는가 


어,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하는 게

저의 삶의 가장 큰 낙이었는데 코미디 연출을 더 이상 못하게 되니까요

너무 괴롭더라고요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드라마 연출이라고 하는, 논스톱이라든지 내조의 여왕

이런 대박 드라마를 연출하는 그 조건은

사실 PD 인생에 자주 오지 않습니다

몇 년에 한 번 오는 기회예요


이거에 내 행복을 맡겨 버리면 난 너무너무 불행한 겁니다

난 무엇을 하면 될까? 앞으로 난 이걸 갈 수가 없는데


매일 아침 일어나서 블로그에 글을 올렸습니다 [ 김민식PD님 TISTORY 블로그 바로가기(새창) : http://free2world.tistory.com/ ]

한편씩 한편씩 글을 올렸습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여러분, 괴로울 때는 무엇을 하면 좀 마음이 풀리는지 아십니까?

자랑질을 하면 됩니다 자기 자랑을 하면 돼요

내가 얼마나 잘난 놈인데

내가 혼자 독학으로 영어 공부해서 외대 통역대학원을..

그냥 자랑질만 하면 재수 없고요

이걸 약간 정보로 이렇게 꾸며서 글을 올렸는데

그걸 이제 출판사에서 보고 책으로 내자고 해서 나왔던 게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고요

책 나온 지 3개월 만에 35쇄 찍었습니다

(박수와 환호)


제가 이렇게 교보문고 갈 때마다 부끄러운 게요 

자기계발서 부문 1위예요, 이 책이 

그런데 자기계발서에 보통 처세술 이런 책들이 올라오는데 

정작 저자 자신은 처세술에 능하지 못해서 

온갖 징계를 다 받는 사람이... 




생각해보면 제 인생은 사실 실패로 점철된 인생입니다 

저는 여자를 꼬시고 싶어서 춤을 배웠는데

전혀 여자를 꼬시기는커녕 춤만 늘었고요 그리고 

통역사를 하려고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는데 

엉뚱하게 코미디 PD가 되어 있고요 코미디 연출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지금은 블로거가 되어 있습니다 


여자를 꼬셔서 내가 행복한 게 아니라 

전 사실 춤의 행복은 여자를 꼬셔서가 아니라 사실은 

매일매일 조금씩 연습하는 그 순간이 저는 행복했어요 

통역사가 돼서 행복한 게 아니라 저는 사실 

매일매일 문장 10개씩 외우면서 

내 영어 실력이 하루하루 늘어가는 그 순간이 저는 즐거웠어요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매일 블로그에 글 한 편을 올리고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읽는 게 저한테는 즐거움입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 입니다 


고맙습니다 


(박수와 환호) 


한글자막 : 박진희 (jinee10.park@gmail.com) 

한글검수 : 김대연 (linkgori@gmail.com)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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