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소개 : 대개 글쓰기 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어렵거든요. 글쓰기 전 두려움과 초조함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지, 제가 대통령 연설을 쓰면서 직접 경험하고 체득한 내용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게시일: 2017. 4. 4.
오래 기다렸습니다
사실 이 자리는 정말 제가 꿈꾸던 자리입니다
이유는 청중의 호응이 가장 좋은 강연이라고 강연자들 사이에 정평이 나있습니다
'여기에 가면 강연 못하는 사람도 다 잘할 수 있다' 그 말 듣고 왔는데요
사실은 저는 무대 공포증도 겪었고 지금도 이런 걸 들고 있지 않으면...
(격려의 박수)
이게 술은 아니고요 그냥 물입니다
저도 긴장하면 또 배가 아파요
그래서 제가 무사히 강의를 15분 다 할지 중간에 화장실에 다녀와야 될지
말씀을 시작하겠습니다
글쓰기 얘기인데요 글쓰기 여러분 다 힘드시죠?
(네)
저도 한 26년 글 쓰는 걸로 월급을 받고 살았습니다
근데 여전히 지금도 기고문을 쓰거나 어디 글을 쓸 때
항상 막막하고 초조하고 불안하고
'과연 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거든요
저는 김대중 대통령 3년 노무현 대통령 5년 모시면서
매일매일이 그런 두려움에 직면하는 일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웃음)
매일 평가를 해주셨는데요
글을 써서 드리면 거기에 점수를 매겨 주시는 건 아닌데
얼마나 많이 고치셨느냐로 평가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알았어요 내가 이게 몇 점짜리 초안을 쓴 건지
대개 단어나 문장에 손을 대시면 그건 거의 100점에 가까운 초안을 쓴 겁니다
그 다음에 문단에, 단락이라 그러죠 거기에 물결표시를 하시고 좌우 여백에 쓰시면
그것도 한 80점 정도로 잘 쓴 거죠 문단 옆에 손을 대면
세 번째는 한 쪽을 가위표를 치시고 뒷장에 쓰세요
그게 한 쪽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나올 때까지는 다 가위표예요
그런 경우는 좀 짜증이 나신 거죠
마지막이 문제인데요 종이가 내려오질 않아요
(웃음)
카세트테이프가 하나 내려오는데 대통령께서 직접 육성으로 녹음한 겁니다
'이건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다 내가'
'그냥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구술해서 연설문을 만들겠다'
그걸 우리는 '폭탄'이라고 했는데요
저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근데 한번 받으면요 다음에 또 받는 게 되게 두려워요
손도 얼고 머릿속도 얼고 글이 안 써져요
그럴 정도로 글쓰기가 어려웠죠
노무현 대통령 때는 5년간 연설 비서관이 됐고
더 책임도 막중해지면서 사실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노무현 대통령은 필문필답으로 고쳐주시는 게 아니고 직접 불러서 혼내셨거든요
저는 5년 동안 단 한 번도 칭찬을 대통령께 받은 적이 없어요
대통령은 성실하게 피드백해 주시고 고쳐주시고 저를 가르쳐 주셨어요
근데 그분은 가르쳐 주신 거지만 저는 혼나는 거죠
대통령이 비서관을 혼내지 않습니다 비서관은 대통령이 혼낼 위치가 아니죠
그냥 경제 비서관, 안보 비서관이 올리는 보고서를 참고해서 본인이 판단하고 결정하시죠
근데 연설 비서관이 올리는 보고서는 연설문이에요
본인의 말이에요 이건 손을 안 댈 수가 없어요
손을 안 대고 "잘 됐다" 그러면 그대로 가서 읽어야 되는 건데
맘에 들 리가 없죠 고쳐야 되죠 맘에 들 때까지
그 고치는 과정에 계속 혼이 나는거죠
그럴 때마다 혼나고 다시 쓸 때는 항상 글쓰기가 두려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던 어느 날이었어요
아침 7시에 대통령께서 원고를 보시겠다고 7시까지 가져오라고 그랬는데
새벽 2시가 됐는데 거의 못 쓰고 있었어요
'과연 쓸 수 있을까 7시까지'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때 이 생각을 했어요
'지금이 7시면 어떻게 될까? 지금 대통령께 가야되는데'
대통령께 가서 "저 아직 못 썼는데요" 이런 말을 하는 상황을 상상해 봤어요
(웃음)
그랬더니 그거는 자동으로 그런 상상에 빠져요
그러면 대통령이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씀을 하실지
평소에 많이 겪어봤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이 돼요
그러면 공포감이 확 밀려와요
그 때 시계를 다시 봤어요
"아, 아직 2시밖에 안 됐구나" "쓸 시간이 남아 있구나, 감사하다"
그러니까 공포감과 감사한 마음이 교차하면서 집중해서 썼어요
사람은요 위기감을 느끼면 집중해요
하나는 욕심을 버려요 일단
'잘 써야 되겠다.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보여야 되겠다'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보여야 되겠다'
욕심을 내려 놓습니다
사실은 욕심 때문에 못 쓰는 거거든요
글을 지금 못 쓰고 있다면 욕심 부리고 있는 거예요
자기 아는 만큼, 자기 실력만큼 쓴다면 왜 못 쓰겠습니까? 지금 욕심부리고 있는 거죠
근데 위기 상황에 처하면 그걸 내려놔요
대개 그런 상황이, 학교 다닐 때 시험 볼 때 감독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책상 위에 있는 거 다 치우세요" 그려면
가방에 그걸 집어 넣으면서 10초 동안에 이틀 공부할 분량을 봐요
(웃음)
그런 상황이 되는 거죠
그럴 때는 욕심을 내려놓을 뿐만 아니라 직관력이 작동해요
그거는 거의 초능력에 가까워요
잠재역량을 최대한 끌어 올려요
그래서 제가 첫번째 팁으로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시간을 스스로 제약하고 글을 써 보시라는 거예요
대개 글은 마감일이 있어요
언제까지 써라 그러면 그때까지 미루지 마시고
예를 들어서 '10분 내에 써야 되겠다' 그건 짧을수록 좋아요
'5분 내에 써야 되겠다' 누구나 다 쓸 수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님 담화 쓸 때 항상 그런 식으로 썼거든요
'잘 써야 된다는 욕심 다 버리고 시간 내에만 쓰자'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 뇌가 아주 집중해 가지고 욕심을 버리고 씁니다
그게 스스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고요
또 하나는 자기 최면을 거는 겁니다
자기 암시, 저는 세 가지를 항상 주문을 외웁니다
첫 번째는, 남들은 내 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여러분들 결혼식장 가서 주례사 열심히 듣습니까?
(웃음)
주례서시는 분은요 밤새도록 그거 써가지고 벌벌 떨면서 주례사를 해요
아무도 안 듣는데
실제로 여러분들 남의 글을 그렇게 열심히 보십니까?
그렇게 보는 분 없어요
그러면서 자기 글은 남들이 열심히 볼 거라고 착각해요
그리고 혼자 막 벌벌 떨어요
그다지 관심 없거든요
그리고 천하의 명문(名文)을 써야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글 쓸 수 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이에요
지금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또 하나는요, 언제가 써지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는 믿음이에요
여러분들 지금까지 글 쓰면서 단 한 번이라도 못 쓴 글은 없어요
잘 쓰냐 못 쓰냐를 떠나 일기를 썼건 뭘 썼건 간에 결국은 썼어요
제 경험으로는 처음엔 항상 두렵고 막막하지만 뒤로 갈수록 써져요
어느 순간 머리 속이 환해지면서 '아,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줄거리가 터지는 순간이 와요
마치 낱말 퍼즐 맞출 때라든가 그림 퍼즐 맞출 때
처음은 어렵지만 맞추다 보면 뒤에 가서 빈칸이 자동으로 채워지잖아요
그런 식으로 언젠가 써지는 순간이 온다는 믿음을 갖는 게 중요하고요
마지막으로는 몰입이에요
저는 항상 대통령 연설을 쓸때
한 2-3일 간격으로 다음 연설, 다음 연설이 계속 있었어요
하나 행사가 끝나면 그건 딱 잊어요, 끝난 건 잊고
다음에 써야 될 게 뭔가를 생각하면서 계속 그 생각만 했어요
그 생각만 하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밥먹을 때도, 길을 갈때도 저도 모르게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꿈에서도 제가 일주일에 한 2-3일은 글쓰는 꿈을 꿨어요
대개 글을 쓰는 꿈이 아니고 글을 못 써서 혼나거나
아니면 날짜가 됐는데 못 쓰고 있어요, 못 썼어
그리고 또 어떤 경우는 글을 다시 써야 되는데, 다시 쓰라고 그러는데
당장 오늘인데 대통령이 글을 다시 쓰라고 그래요. 뭐 그런 악몽이죠
딱 세 번은 꿈에서 완벽하게 글을 썼어요
사무실이었는데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계속 글을 쓰는 거예요
근데 글이 너무 좋아 제가 꿈인 줄을 알았어요
그래서 '꿈을 계속 꿔야되겠다' 생각을 하고 꿈을 꾸면서 한편으로는
'깨면 잊어버리니까 이걸 외워야 되겠다. 이 글이 너무 좋다"
생각하면서 꿈을 꾸면서 외웠어요
그게 8년 동안 딱 세 번이에요
근데 딱 깨어가지고 자판을 막 두드렸어요 잊어버리기 전에 치려고
그런데 그게 다 복원이 됐고요
그 내용이 내가 한번도 어디서 듣거나 공부하거나 읽은 내용이 아니에요
내 머릿 속에 어떻게 그런 내용이 들어있었나
이게 어디서 나온 건가 할 정도의 아주 좋은 내용이 나왔어요
그래서 그 때를 생각할 때 '아! 이런 게 몰입인가보다'
여러분들 누구나 하나의 주제/과제에 대해 72시간 동안 생각을 하면 답을 찾아낸다고
황농문 교수가 얘기를 하셨죠
딱 두 가지만 하시면 돼요
일단 착수를 하셔야 돼요 한 줄이라도 써 놓으셔야 돼요
그래야 뇌가 그 때부터 작동하기 시작해요, 그걸 작동흥분이론(Work Excitement Theory)이라고 하는데요
시작하지 않으면 뇌가 그냥 놀고 있어요
착수를 하면 그 때부터는 뇌가 다른 일을 해도 뇌는 계속 그 생각을 해요
그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서 자기 나름대로 노력을 해요
그 다음에 한 줄 쓰는 것과 더불어서 해야 될 일은
수시로 그걸 떠올려 보는 거예요 다른 말로 하면 걱정하시는 거예요
'아! 그거 쓸 일이 있지' 그런 걱정을 간간히 해주는 거죠
그걸 잊어버리면 안 돼요
그 정도만 해 주시면 뇌는 계속 혼자 쓴다고요
그러다가 길가다가 갑자기 생각이 탁 나요 "아! 이거 쓰면 되겠네!"
결국은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절실하면 절실할수록 자주 떠올라요
여러분들이 지금 글을 못쓰고 글쓰기가 두렵고 그러시다면 착수하지 않아서 그렇고요
다른 하나는 간절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제가 대통령의 글쓰기를 할 때의 얘기를 드리겠습니다
2개월 간 휴직계를 냈어요
와이프가 또 무슨 일하기 싫으니까 쫌병이 났냐고, 당신이 무슨 책이냐고
그때 제가 책을 처음 써보겠다고 했을 때니까
그래서 제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앉은뱅이 책상을 하나 샀어요
내가 이제 집필에 써야되겠다 그래서 거실에 딱 놓고
한 두 달 중에 이십 몇 일을 계속 글 쓰는 걸 시도를 했는데 한 꼭지도 제대로 못 썼어요
근데 그 이십 몇 일 동안 계속 했던 일은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하나 사와서
집에 와서 샤워를 하거나 머리를 감고
그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서 글 쓰는 걸 계속 시도했어요
와이프 눈치가 보여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웃음)
안 써져도 계속 쓰는 체는 해야 됐기 때문에
그런데 놀랍게도 한 이십 몇 일이 지난 시점에 글이 봇물 터지듯이 써지는 거예요
그 땐 그게 이유를 몰랐어요
나중에 알아보니까 그게 습관의 힘이라는 거예요
뇌는 계속 글쓰는 거, 공부하는 거, 이런 거를 방해하고 안 할려고 저항하고 계속 그래요
그런데 어느 시점에 가면 '저항하는 것도 힘들다'
'아, 이 친구 내가 그렇게 저항을 하는데도 계속 시도를 하니까'
'언제까지 내가 이걸 해야 돼 차라리 도와주고 끝내자'
(웃음)
이렇게 마음을 바꿔먹어요
(박수와 환호)
그런 순간이 저 같은 경우는 이십 몇 일 만에 온 거고요
길게 가는 분은 삼 개월, 이 개월 씩
뇌가 아주 독하고 질기면 계속 방해하는 거예요 계속
근데 뇌가 이런 변곡점을 맞으면, 특이점을 맞으면
산책을 제가 나가잖아요 이십 몇 일쯤 나가면
뇌가
'아, 글 쓰려나 보다' 이렇게 생각해요
그러면 한편으로는 '그래도 안 쓰면 좋겠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딱 사잖아요
'아 정말 쓰는구나' '빼도 박도 못 하는 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체념해요
그리고 저항하는 뇌가 도와주는 뇌로 바뀝니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면요 막 던져줘요
'이것도 써 봐라 저것도 써 봐라' 빨리 자기도 끝내고 싶어서
더 좋은 건요 일정한 시간을 지켜서 글을 쓰시고 끝나고 나면 보상을 해 주면 더 좋아요
저는 막걸리 한 통을 마셨어요
제가 보상해 주려고 마신 게 아니라 저는 그냥 힘들어서 한 통씩 마셨는데
나중에 듣고 보니까 그걸 아주 잘 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 습관으로
글쓰기를 일정한 시간에 매일 일정한 시간 만큼 일정한 장소에서 계속 시도하는 게 중요하고요
그거 하기 전에 뭔가 자기가 의식을 치뤄야 돼요
제가 산책하고 아메리카노 커피를 사듯이
그걸 운동 선수는 '루틴(Routine)'이라 그래요
그걸 행사하면서 단계를 밟아서 들어가면 뇌가 빠져들어요
그래서 큰 저항 없이 글쓰기에 들어가요
그걸 심리학에서 단계적 둔감법 (Systematic Desensitization)이라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제가 다른 책을 보면서 알았던 것들이에요
이 중에 여러분들에게 맞는 내용을 골라서
(웃음)
여기까지, 정말 소심하고 찌질한 제가 글쓰기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말씀드렸습니다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신 : 여러분의 '공감' 클릭은 제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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