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소개 : 요즘 따라 나 자신이 왠지 초라하게 느껴진다고요?
하찮게 보이고 버려지는 것들의 역습이 필요한 때입니다
제가 요즘 코미디 할 의욕을 잃어버렸는데요, 누구 때문일까요?
강동원이 저에게 고마워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불쑥 찾아오는 불안감들을 반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5년 만에 다시 세바시 무대에 섰습니다.
이제 ‘당신’의 언어로 ‘당신’을 위한 이야기를 우리 자신이 시작해야 합니다.
코미디에 관한 철학부터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 우리가 되찾아야 할 헌법 속 권리까지, 웃기지만 진지한 김제동식 화법으로 담았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려면,
이 글을 읽는 ‘당신’부터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게시일: 2017. 4. 25.
(박수와 환호)
애썼습니다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진짜 중요한 사람들이거든요
이 마이크도 마찬가지고
마이크는 원래 말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거든요
이게 제꺼 같으면
마이크가 생겨난 이유는
사람들 귀에 들리라고 생겨난 거 거든요 이게
그래서 원래 주인은
이 마이크의 원래 주인은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박수는 저한테 치시는 게 아니고
그래도 뭐라도 한번 들어보겠다고
또, 들어주겠다고
여기 앉아서 이 무대가 가능케 한
여러분들한테 치는 것이 옳고 타당하다
그러니 옆 사람들에게 치시길 바랍니다
네
(박수)
--- 25초 즈음 침묵 ---
참기 어렵죠?
지금 1분도 침묵하지,
1분도 안됐습니다
어렵습니다
근데 역설적으로 사람을 웃기기 가장 좋은 방법이
앞에 서서 아무 말 안 하는 겁니다
한 1분만 했는데도
웃죠?
자기가 주인이 되는 시간이 돼서 그렇습니다
누구 말 안 들어도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은 모든 것을 압니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놔둬도 웃깁니다
다 돼요
그래서 오늘 제가 여러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버려지거나 힘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역습에 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역습입니다
첫째, 불안입니다
불안, 불안해도 되나?
당신은 불안해도 되나? 나는 불안해도 되나?
네
제 생각은 우리는 불안해한 것들의 후손이기 때문에
불안해해야 됩니다
원시 시대 때
바깥에서 들려오는 짐승의 울음소리를 듣고
불안해하지 않은 우리 조상들은
다 죽었습니다
'저 소리 뭐지?' 나가본 사람들은
다 물려 죽었어요 다 죽었어요
그때
밝으면 나가보자
조금 있어보자
이렇게 얘기한 것들의 후손이 우리에요
그래서 우리는 불안해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근데 불안해하거나 소심해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역습을
그들에게 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대범한 것들에게 "니가 돌연변이야"
"원래 넌 살아 남았으면 안 되는 종족이야"
"소심한 우리가 살아 남았어야 하는 거지"
그렇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건 대범한 것들이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고
소심한 우리의 감정에 지원군을 보내줘야 될 때가 됐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나타나면
무찌르지 말고 거기에 지원군을 보내주자
옳다, 니가 나를 살리러 오는구나
실제로 불안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니까
둘째,
외형적으로 가보면 과연
못생긴 것은
실제로
세상에 해악을 미치는가
어떤 것들이 그런 기준을 만들었는가
눈은
몇 센티미터가 되어야 큰 것인가
헌법에 나와있는가
3cm냐 4cm냐 5cm냐
기준이 없다
근데 왜
눈이 큰 것들은
이렇게
사회적으로
사슴 같은 눈망울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대우받고 있는가
우리는 왜 뱀 같은 눈이 되어야 하는가
그럼 뱀은 실제로 나쁜 아이인가
사슴은 정말로 좋은 아이인가
이렇게 역습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거는 눈이 큰 것들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고
저는 역습할,
우리 눈이 작다고 치부되어 온 것들이 역습할 수 있어야
우리 사회가 공평해 질 수 있고 웃음이 있는 사회가 된다는 거예요
우리는 고구려 기마 민족의 후예입니다
눈이 큰 것들은
이 나라 이 민족을 지키는 데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말 타고 달리면서 전쟁을 할 수가 없어요
눈에 계속 먼지가 들어오는데?
우리 같은 눈들이 계속 말을 타고 달리면서
앞으로 계속해서 달리면서도 적에게 집중하고
키가 큰 것들은 기마 민족의 후예가 아니에요
말을 타고 달리면서 전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리가 땅에 계속 끌리는데?
말도 힘들고 나고 힘든데?
나 같은 애들이 말에 딱 달라붙어서
눈을 계속 똑바로 뜨면서 적진을 향해 나아갔던 것이죠
그리고 여러분들이 교과서에서 봤던
구한 말의 의병들을
그 사진을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박수)
그래서 눈 크고 키 큰 것들의 시대를 끝내야 된다
그것들을 이 지구상에서 절멸시키자는 것이 아니고
그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야 된다
세상에 소용없고 쓸모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잘생긴 것과 못생긴 것의 차이를 없다 하더라도
백번 양보해서라도 내가 못생겼다면
잘생긴 것들의 존재의 기반은 우리다
내가 없으면 그들도 없다
(박수)
선대인 소장님 아까 70세까지 어떻게 살 거냐
거기에
코미디언으로서 개그맨으로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개인의 역량을 쌓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모두가 마흔이 돼서 은퇴하고 난 다음에는
기본 소득을 위한 투쟁을 함께해야 합니다
그래서 놀면서도
우리 놂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
함께 열어가야
사실은 우리 노후가 함께 보장됩니다
그거 재밌는 일이거든요
그리고 노는 건 왜 이렇게
왜 이렇게 쓸모없다고 평가받아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우리가 함께 투쟁해야 됩니다
우리의 목표는 뭡니까? 뽀로롭니다
노는 게 제일 좋아라고 노래 부를 수 있는 거
그러면서 돈 받는 거
그런 거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든 목표는 뽀로롭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인류의 모든 문화유산은 놀았던 것들이 만들어 냈습니다
모두 사냥하러 나갔을 때
나는 오늘 놀란다 그러고 동굴에 남아있었던 것들이 벽화를 그린 거예요
조금 더 놀아야 됩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거창한 얘기들
잘 모르겠지만 놀아야 됩니다
로봇이 못하는 게 뭔데요? 노는 겁니다
노는 겁니다
그런 노는 것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하는 겁니다
안철수 후보가 하는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대비를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우리말로 해야 될 거 아닙니까
대선후보들 말 잘 알아듣겠습니까?
못 알아 듣겠습니다
당신의 말을 안 해서 그렇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하는 얘기 잘 알아듣겠습니까?
못 알아듣겠습니다
자기들 얘기를 하는 거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 모든 대선 후보들이 어떻게 하고 있느냐 하면
의사들 같이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의사들께는 좀 미안합니다
병원에 가면 이렇게 얘기합니다 x-ray 딱 걸어놓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웃음)
그럼 속으로 어떤 생각이 듭니까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들죠 "모른다"
우리 얘기를 안 해서 그렇습니다
못 알아 듣겠죠? 못 알아 듣습니다
알아들을 방법이 없죠
그래서 모든 메시지는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것들에서부터
진짜 우리의 행복 웃음이 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얘기를 해야 됩니다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얘기
그러니까 당신의 이야기를 해야 됩니다
지금 선거가 그렇지 않습니까
원래 광장에서 우리의 언어로 얘기했던 것이
다시 저들의 언어로 바뀌고 있습니다
돌려놔야 됩니다
닥쳐라
닥쳐라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야 됩니다
정치 얘기 아닙니다 코미디의 얘기입니다
그래서 우리 말을 할 수 있어야 된다
그래서 지금 코미디의 시대죠
여러분 이 코미디언 으로서 절망적인 것은
이제 정치인들보다 웃길 자신이 없다는 겁니다
절망적인 시대입니다
어떻게, 어떻게 더 웃길 수 있냐? 이 말입니다
이제 강력한 라이벌인 최순실 씨도 등장했습니다
최순실 씨가 민주주의를 외칠 때
'아! 내 라이벌은 저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저건 뭐 그거보다 더 웃길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까
근데 그분도 자세히 보면
양심은 있는 거예요
큰소리로 끝까지 외치치 못합니다
그래서 무의식 적으로
'이 내 얘기가, 아이고 이게 앞뒤가 안 맞는 구나' 그래서
제가 그래서 다른 사람 성대모사를 한 개도 못하는데
그분 성대모사는 할 수 있습니다
입이 조금씩 오므라듭니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으으음)'" 이렇게 얘기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다물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그건 그들의 말입니다 우리말이 아니에요
우리말은 어떤 거냐 이겁니다
"염병하네 염병하네 염병하네" 이겁니다
그건 공감도 되고 웃기기도 하죠
그리고 우리 생활에 달인은 바로 그런 분들입니다
진짜 집중 받아야 되는 분들
자기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기의 역할을 다 해내면서
우리말로, "염병하네 염병하네 염병하네"
어떤 정치인의 연설보다 훨씬 더 우리에게 쾌감을 주지 않습니까?
딱 우리말이죠
근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염병은 전염병의 일종으로서
그런 말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이따위 얘기들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그냥 그럴 때는 염병하네가 가장 좋은 사자성어인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염병하네'는 뒤에 한글 어미가 뭐, 한글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사자성어가 아니다
이따위 얘기는 좀 집어치워 두고
염병하네 염병하네 염병하네
이 쓸어 담다가 좀 있으면 최순실 씨까지 쓸어 담을 기세로 가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LG에서 새로운 전기청소기가 나오면 이름이 '염병하네'면 좋겠습니다
염병하네 염병하네 염병하네 염병하네.. 이렇게
그런 사람들 한테는 좀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버려진 학력들
초졸
중졸
고졸
이런 사람들에게 정말로 우리가 고마워해야 될 때가 됐다
이 사람들 출신 중에 나라 망친 비율은 거의 없습니다
여러분 초졸이 나라 망친 경우 봤습니까?
중졸이 나라망친거 잘 봤어요?
지금 나라 망친 사람들은 거의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학력이 하늘이에요
SKY입니다
싹 다 거의
그래서 애가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 그러면
겁내셔야 됩니다
'내 아이가 나라 망칠 가능성이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셔야 됩니다
애가 중학교까지 다니다 그만두겠다 하면
최소한 나라에 피해는 안 끼치겠구나
니 갈 길 가라
그래야 된다 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무리 짓자면 이렇습니다
당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 어떤 말에도 우리는 저항할 수 있어야 됩니다
눈이 크다! 남과 비교해서 얘기하는 겁니다
눈이 작다는 남과 비교해서 얘기하는 거죠
이런 말에 우리는 저항하고 반항할 수 있어야 됩니다
정치인들이 하는 "국민을 통합 시키겠다"에 반항해야 됩니다
니들이 뭔데 우리를 통합시키겠다 만다 얘기하는지
우리는 지구상에 이때까지 이렇게 통합된 적이 없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역사 이래로
91%가 탄핵에 찬성했습니다
이렇게 통합돼있는데
자기들이 뭔데 자꾸
선의
선의 찾다가 우리 인생 다 갔습니다
이렇게 반항하고 저항할 수 있어야
저는 그게 진짜 웃음이고 우리에게 힘이 있는 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부통령 선거다
대통령들은 이미 확정돼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손발 오그라드는 얘기 같죠?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그렇게 돼있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 국민은'
'대한민국은' 이 아니고 '대한국민은' 이렇게
한 명씩 한 명씩 한 명씩 찍어 놨습니다
'당신' 이렇게 찍어 놨습니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여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의 더욱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
그러니까 당신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당신의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고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당신, 그러니까
국민의 생활에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 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 함으로서
누구를 위해?
우리와 당신과
누구를 위해?
우리 자손의 안정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우리 헌법에 제일 많이 나오는 구절이 뭔지 아십니까?
모든 국민은
누구든지 누구든지
각 개인
누구든지
모든 국민은, 헌법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개인은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과 자유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렇게 돼있습니다
개인! 누구든지!
그러니까 우리가 우리 개인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직장생활의 행복하고 뭔 상관이 있냐
있습니다
창업자 사진만 걸지 말고
여기 지금 실제로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 사진도 복도에 좀 걸어놓자
제발 좀! 제발 좀!
제발 좀 걸어놓자
그 사람들 어록만 걸어놓지 말고
여러분들 어록도 좀 함께 걸어놓자
당신에게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 하다!
그래서 오늘 제목은 '당신'입니다
그리고 편집하는 당신에게 말씀드립니다
내 알 바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박수와 환호)
한글자막 : 홍지혜 (h.pisces0225@gmail.com)
한글검수 : 박진희 (jinee10.park@gmail.com)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신 : 여러분의 '공감' 클릭은 제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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