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막 세바시 845회 직원처럼 일하던 사장이 깨달은 것 | 김선희 써니언니네 즉석떡볶이 사장 | 배달의민족 장사 강의 강연 영상 듣기


강연 소개 : 40살, 두 아이의 엄마로 살다 새로운 꿈을 품고 즉석떡볶이 가게를 개업했습니다. 처음엔 장사가 잘 됐습니다. 하지만 곧 하락세에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장이 사장처럼 일하지 않고 직원처럼 일했기 때문입니다. 좌충우돌 끝에 다시 매출은 성장세를 그려갔습니다.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장의 길, 제가 진짜 ‘사장’이 되기까지 겪었던 일들을 전하고 싶습니다.


게시일: 2017. 11. 16.



안녕하세요

써니언니네를 운영하고 있고 팟캐스트 먹장먹사를 진행하고 있는 김선희 입니다


몇 해 전 저희 아이가 저에게 가정통신문을 하나 가져왔는데요 

아이의 장래희망을 묻는 가정통신문 이었습니다 

아이가 바라는 장래희망과 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장래희망을 적어오라는 가정통신문 이였는데요 


저희 아이는 저에게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그래 네가 원하는게 됐으면 엄마도 좋겠어' 라고 얘기를 했죠 

그랬더니 아이가 뜬금없이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거예요 

'엄마 엄마는 뭐가 되고 싶었어?'

그래서 저는 '엄마? 엄마는 엄마가 됐잖아' 라고 얼버무렸죠 

그랬더니 아이가 

'아니 엄마 엄마 말고 아빠처럼 엄마도 어떤 직업이 갖고 싶었냐고' 라고 묻는 거예요 

사실 저는 그때 아이에게 확실한 대답을 해주지 못 했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여기 혹시 자신이 뭐가 되고 싶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시는분 높이 손 한번 들어 주시겠어요?

왜 이렇게 없어요?

누군가는 기억하고 누군가는 그렇게 기억하지 못하죠? 

엄마들은 특히 더 그런 거 같아요 

아이들을 기르면서 자신을 희생하고 포기하고 헌신하면서 

정작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었는지 뭘 할 수 있는 존재인지 자신을 점점 잃어가는것 같습니다 

저도 그날에 먹먹함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는 추석이 다가왔는데 추석 때 좀 여러분 살짝 부부싸움 하시잖아요 

저도 신랑이랑 살짝 싸웠습니다 

사실 살짝 싸웠는데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신랑에게 '자 우리 이제 그만 끝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먹고 살 일이 너무 막막했거든요

'내가 돈을 벌 수 있을까?'

'내가 돈을 벌어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

아니면 

'집은 어떻게 하지?'

뭐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그 작은 한마디 말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보니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저는 이런 결심을 했어요

'그래 나도 언젠가는 꼭 돈을 벌어야겠다' 라구요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마세요 

지금은 잘 안 싸웁니다 

좀 싸웁니다

(ㅎㅎ)


그렇게 하고 저는 친구하고 즉석떡볶이 집에 갔는데요 

제가 거기에서 정말 신기한 걸 보게 됐어요 

손님들이 접시에 담겨져 나온 떡볶이를 끓여 먹는 거예요 

정말이거다 싶었죠 


정말 하루에 3회전만 하면 내 용돈 벌이는 충분히 할 수 있겠구나

이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저는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게를 얻습니다 



단 7일 만에요 

그리고 저 스스로 해보겠다는 생각에 대출도 3천만원 땡겼습니다

그렇게 가게를 시작하고나니 그래도 장사가 좀 되더라구요 

왜냐하면 동네 즉석 떡볶이 집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신랑에게 자 집에 보태써 라면서 500만 원도 보태주고 

저희 부모님에게 용돈 드리고 

그리고 해외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서 후원 약정도 했습니다 

'아 장사 쉽네 역시 내가 하면 잘 될 줄 알았어' 라고 생각한 건 사실 단 몇 개월이였습니다 


갑자기 세월호사건이 안타깝게도 터지고 

게다가 저의 옆 옆 가게에는 프랜차이즈에 경쟁업체까지 들어오게 되더라구요 

그러면서 거짓말처럼 저희 매장은 조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저희 가게를 손님들이 찾지 않을까?

하루 12시간 그리고 한 달에 두 번 쉬면서 일했습니다

당연히 가정도 가게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죠

그래도 가끔 찾아주는 단골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버텼는데요 

'야 그래도 너네도 떡볶이가 훨씬 맛있어' 

아니면 

'저 집은 불친절해'

이런 이야기들이 저에게는 

'아 고객들이 언젠가는 내 가게로 다시 찾아올 수도 있겠구나' 라는 희망을 주더라고요 

하지만 희망은 희망일 뿐이었습니다 

점점 가게는 한산해 지고 저는 점점 더 할 일이 없어지게 되더라고요

점점 할 일이 없어지자

저는 매장에서 그냥 책을 보던가 페이스북을 뒤져보는 일들을 했었는데요


그 페이스북을 한번 뒤져 보다가 무료로 매장을 점검 해 준다는 한 줄 글을 읽게 됩니다 

그리고 무료라는 말에 선뜻 글을 남겼죠 

20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그 친구는 저를 알아봐주고 저를 기억해 주고 한 걸음에 달려와 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저희 매장에 와서 한번 쑥 훑어본 후 저와 몇 마디를 나눈 다음에 저에게 이렇게 얘기해 줬습니다 

'아 이 가게 망했네' 라구요 

하지만 저는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야 내 통장에 그래도 100만 원은 남는 것 같아' 라고 얘기했죠 

사실 100만 원이 남는지도 정확하게 알 수 없었거든요 

그저 통장에 100만 원 있으니까 저는 100만원이 남는다 라고 생각을 했죠 


하지만 여러분 잘 생각해 보세요 

하루에 12시간 한 달에 두 번 쉬면서 통장에 100만원이 있다면 그거야말로 망한거라는걸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겁니다 

참 고마운 친구죠 

제가 망한걸 깨닫게 해줬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대대적으로 리뉴얼을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장사였기 때문에 장사가 뭔지 정말 제대로 배워 보고 싶은 오기가 생겼거든요 

그렇게 대대적인 리뉴얼을 한 후 저에게는 세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튀김기 입니다

이전 가게에 오셨다면 저희 가게에서는 고소한 튀김은 맛볼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튀김기가 없었거든요


사실 저는 그 지금의 튀김기가 있던 자리에 쇼파가 있었습니다 

저의 예쁜 두 딸과 제가 할 일이 없어 쉬던 쇼파였는데요 

주방 한켠에 쇼파가 있다니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만 해도 매장 좀 예쁘게 꾸미고 

설렁탕집처럼 한 메뉴만 떡볶이 하나만 팔더라도 우리 가게는 줄을 쓸 거야' 라고 오만한 생각을 했죠 

정말 오만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 쇼파를 치우고 튀김기를 들이면서 새로운 메뉴를 할 수 있게 됐는데요 

새로운 메뉴가 늘어나자 매출은 조금씩 늘어나게 됐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변화는 바로 식기세척기 인데요 

사실 창업자본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저는 식기세척기를 사지 않았습니다

'그냥 몸으로 때우면 되지 뭐 식기세척기가 필요해

그냥 바쁘면 한쪽에 그릇들을 좀 쌓아 놓고 내가 천천히 설겆이 하면 되지' 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사장님들을 종종 목격하게 되더라고요 

깨끗이 설거지를 하느라 정말 사장으로써 해야 할 일들은 하나도 하지 않고 있더라고요 

그저 손님들을 받고 설겆이 하는 일에 몰두하느라 정말 매출을 올리는 일은 정말 하지 않고 있었더라고요 

설겆이 말고도 사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그 큰 변화는 바로 제 이름을 딴 써니언니네 라는 브랜드를 가진 일인데요 

나만의 이름에 맞게 제가 틈틈이 짬짬이 그림을 그려 왔던 그림들을 매장에 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만의 색을 입히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언니가 해 주는 맛있는 한끼라는 슬로건을 만들면서 작지만 작은 매장이지만 나만의 가치를 만들려고 노력을 하자 

고객들에게는 그것이 신뢰와 믿음으로 비춰지기 시작하더라구요 

자 봤지? 엄마는 이제 사장이 됐어

라고 제가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요 

뒤돌아 생각해보니 저는 사장이 아니라 직원으로써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도 아주 일 못하는 직원처럼 그렇게요 

2년 동안 제가 한일은 매장에서 정말 그냥 바닥을 쓸고, 소스를 만들고, 음식을 내 오고, 설거지를 하고 

그다음 그저 오매불망 손님을 기다리는 일이었죠 

사람 세 명에 몫을 하느라 홀로 주방으로 뛰어 다녀야 했거든요 



생각을 한다는 것 

그것이 진짜 사장이 되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제야 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매출이 떨어진다면 그 저기 한숨을 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 수 있는지 

내 매장에 문제는 무엇인지 판단하고 어떠한 결정들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죠 

그것이 비록 성공할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들은 그런 결정들을 해야 합니다 


장사가 안 되면 사실 속으로 이걸 접어, 말어를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 되뇌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제 식당은 음식만 파는 곳이 아닙니다

식당은 연극무대와 같이 하나의 예술에 가깝죠

(연극무대에) 멋진 무대와 그리고 훌륭한 배우와 그리고 드라마틱한 시나리오와 그리고 호응해 주는 관객이 필요한 것처럼 

식당도 컨셉있는 인테리어와 그리고 활기 넘치는 스텝들, 나만의 스토리가 있는 음식 그리고 맛있게 먹어주는 고객이 필요한 것이죠 

이 모든것들은 기획하고 감독하는 것이 바로 사장 여러분들이 해야할 몫입니다


내가 하면 다 잘 될 것 같은 오만한 생각으로 시작한 식당이였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경험도 없이 그렇게 무작정 창업을 하고 버텨야만 했습니다 


물론 장사가 자리를 잡으려면 좀 버텨야 하는 시간들이 꼭 필요한 줄도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의 도움이나 조언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쯤 매장 문을 닫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 혹시 갈 길을 몰라 헤매고 계신 사장님들이 계시다면 

보다 좀 장사를 잘 하시는 사장님들을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내 매장을 살짝 벗어나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장사 하는지 살펴보고 공부하시기 바라겠습니다 

그렇지 않고 살아남기에는 현실이 너무 치열합니다 



저는 작은 분식집을 차리고 자신만만하게 나만의 일을 시작했지만 

너무 힘들 때는 '아 ~ 내가 왜이 일을 사서 고생을 하지' 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하지만 시도하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일들을 겪으면서 제가 알지 못했던 또다른 세상을 경험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외롭게 삶과 싸우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 힘든만큼 성장 하겠죠 

그래서 저는 도전하는 제가 좋습니다 

사장으로서의 길은 참 외롭고 두려운 길인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울 때는 답이 있는 문제를 풀 잖아요 

하지만 사업은 그렇지 않아요 

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어떨때는 그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고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장님들 있다는 걸 알고 

아 그러면 이러한 것들을 방송으로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팟캐스트를 시작한지 1년이 되었고요 100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 순위 100위 안에든 기험(?)을 통한 적도 있는데요 

식당 사장님들이 이 방송을 들으신다면 사장님들의 눈과 귀를 열어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식당 사장이 되면 무조건 행복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진짜 제가 행복해져야 진짜 사장이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여러분들도 먼저 행복해지세요 

감사합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신 : 여러분의 '공감' 클릭은 제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