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학폭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입니다ㅣ@dalzi 초등학교 교사, 유튜버 | #영화 #학교 #유튜버 | 세바시 1495회
혹시 여러분 내가 가해자의 가족이 되는 경우를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실까요?
조금 더 깊고 넓게 들여다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여 버리는 경우도 많아요.
대표적으로 가해자가 과거의 다른 학교 폭력에서 피해자였던 경우가 있습니다.
차라리 무슨 만화 영화처럼 악역 나쁜 역할과 착한 우리 주인공이 뚜렷하게 구분되면 좋을 텐데 현실은 도무지 그렇지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달지라고 합니다.
네 저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과 학교 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먼저 한번 여쭤보고 싶어요.
과연 우리 중에 학교 폭력과 관련된 경험이 전혀 없는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많은 분들이 분명 학창시절에 학교 폭력의 장면들을 직접 목격하셨을 것 같은데요.
교사인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 어릴 적 기억으로는 중학교 때가 가장 심했던 것 같은데
부끄럽게도 저는 나서지 못했으면 물론이고 그때 다들 모른 척하고 웃어 넘기는 그 상황 속에서 혼자 튀거나 고립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같이 웃고 있었던 기억이 나요.
그 기억은 제가 정말 떠올릴 때마다 '아 내가 선생님을 할 자격이 있나' 싶은 생각을 할 정도로 너무너무 부끄러운 기억인데요.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저는 제 소중한 사람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요 정말 참담한 기분이었어요.
몇 날 며칠을 분노했고, 그녀를 위해 지금의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이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굉장히 혼자 깊은 무력감을 느꼈죠.
과거의 제 자신은 더욱 더 부끄러워졌고요.
여러분들 중에도 분명 저와 같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용기가 없었던 어린 날의 죄책감과 부끄러움, 이 괴로움을 우리는 계속 품고 살아가고 있는 거죠.
며칠 전에는 영화를 하나 봤는데요.
제목이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였어요. 강렬하죠. 내용도 그렇습니다.
한 아이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안타까운 시도를 합니다.
이유는? 학교 폭력 남겨진 편지에는 4개의 이름이 쓰여 있었고요.
가해자로 지목된 이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학부모, 선생님, 학교 관계자와 목격자까지
등장 인물들은 각자 선택의 기로 앞에 서게 되는데, 앞장서서 옳은 길을 선택하는 게 누구에게도 쉽지가 않아요.
이기적이고 추악한 어른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보 아 지금 이든이 담임이 경찰한테 뭐라고 하는데?"
"건우야 니가 죽으면 우리 애도 끝이다."
독특하게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부모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요.
그걸 보면서 저는 학교 폭력을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넓은 시선으로 떠올려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지금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문제가 이렇게 지독하게 얽혀 있구나.
학교 폭력은 바로 우리의 문제고 우리의 이야기구나.
지나간 일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는 꽤 많은 학교폭력 상황들을 직접 마주하게 될 겁니다.
뭐 저는 선생님이니까 물론 당연하겠지만 여러분들은 어떨 것 같으세요?
우리는 학교 폭력 사건을 직접 경험하는 일들이 생길까요?
저는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분명히 자녀가 있으신 분들은 학부모가 되어서 내 아이들을 통해 혹은 또 자녀가 없는 분들도 마찬가지죠.
소중한 사람들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일들을 듣고 만나게 될 테니까요.
작고 모호한 학교 폭력들은 정말 흔하게 일어나요.
작은 장난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다수라서 특정 짓기 어려운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직접적인 폭력 사건들은 사실 분명 줄어들고 있다고들 하지만, 학교 폭력의 형태가 오히려 간접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해요.
은근히 따돌리고 뒷담화를 하는 거,
온라인을 통해 학교 바깥까지 이어지는 학교 폭력 사건들,
상처를 주고 받으며 어쩔 줄 모르는 우리 아이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아이들도 있죠.
목격자들 또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혹시 아시나요?
심하게는 그 스트레스의 수준이 천재 지변과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 준한다고까지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거기에 개인의 정의감을 강조하면서 '방관자가 되면 안돼' 이러길 바라기에는
옳은 일을 고르는 게 어른들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아니까요.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 많은 이들이 고통받는 이 학교 폭력의 장면 안에서 주변 사람들 또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학교 폭력 피해자의 가족들이 얼마나 큰 충격과 고통을 받을지 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데요.
그러면 또 가해자의 가족이나 주변인들은 어떨까요?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분명 모두가 아픈 시간을 보낼 거예요.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에서 더 나아가 피해자의 가족 가해자의 가족 그리고 그 외 주변 모든 인물들까지.
사실 피해자는 훨씬 더 많습니다.
학교 폭력의 무서운 점은 이게 끝이 아닙니다.
조금 더 깊고 넓게 들여다보면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여 버리는 경우도 많아요.
대표적으로 가해자가 과거에 다른 학교 폭력에서 피해자였던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피해자가 어느새 또 다른 사건의 가해자로 바뀌어 버리는 경우들도 있죠.
학교라는 공간은 굉장히 닫혀 있는 사회거든요.
그리고 이게 12년이나 이어지니까
게다가 학교 폭력을 한 번 겪은 아이들이 폭력이 어떤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는 그런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또 주변 사람들이 2차 가해자가 되는 일도 있습니다.
먼저 가해자의 가족들이 대표적이죠.
혹시 여러분 내가 가해자의 가족이 되는 경우를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실까요?
학교 폭력을 두려워하는 분들도요.
그 경우까지 생각해 보시는 경우는 많지 않으신 것 같아요.
근데 가해자는 보통 다수고 피해자는 소수잖아요.
그러면 만약 내 아이가 가해자라면 앞서 언급한 영화에서 벌어진 일들 그런 일들이 현실에서도 실제로 자주 일어납니다.
아이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부모도 두렵거든요.
원래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잖아.
피해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으니까 그렇지 않았겠어?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이런 합리화를 하다가 본인도 함께 가해자가 되어 버리는 거죠.
이런 잘못된 대처는 피해자를 더욱 상처 입힐 뿐만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폭력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아이를 더 나쁜 길로 이끌어버리고 그들의 공감 능력을 더욱 더 결여시켜 버립니다.
아이의 잘못을 인정하는 부모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올바른 대처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제일 큰 문제는 이 학교 폭력의 원인을 가해자 개인의 특성에서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사실 학교 폭력은 가정, 학교, 사회 굉장히 복합적인 요소들이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해자 역시 그 배경을 살펴보면 구조적인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런데 단순히 꾸짖고 벌을 주고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을 아이에게 가함으로써 이를 해결하고자 하니까 전혀 해답이 되지 않는 거죠.
피해자를 아끼는 주변 사람들이 2차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걱정되고 위하는 마음에 도움을 주려다가 그렇게 되기도 해요.
대표적으로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던지는 말들
"그러게 왜 그랬어 "
"그럴 때 너도 이렇게 이렇게 하지 그랬어 "
이런 말들이요.
피해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분노, 적개심 이런 감정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면 이 친구들이 어느새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혹은 내가 그때 이렇게 이렇게 했다면 하면서 본인에게서 이유를 찾게 돼요.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스스로를 탓하고 스스로를 미워하는 지경까지 이릅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우리가 무심코 던진 위로의 말들이 그 생각에 기름을 붓고 마는 거죠.
비극이에요.
차라리 무슨 만화 영화처럼 악역, 나쁜 역할과 착한 우리 주인공이 뚜렷하게 구분되면 좋을 텐데 현실은 도무지 그렇지가 않습니다.
대체 우리는 누구를 미워하고 누굴 탓하면 좋을까요?
모두가 피해자가 되었다가 어느새 또 가해자가 되어 버리는
마치 이 영화처럼 지독하게 얽혀 있는 이야기들은
우리 주변에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어날 겁니다.
어떠세요?
여전히 학교 폭력의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시나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이 영화 시사회에서 김홍파 배우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아드님이 학교에서 본인을 괴롭히던 한 친구를 때렸다는 소식을 들으셨대요.
아이가 피해자면서 가해자인 그 상황에 잘했다고 할 수도 없고 굉장히 난감했다고 하시면서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결국 어른들의 문제가 아닐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왔고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면서 살았는지를 돌아봐야 하는 것 같다 라고요.
들으면서 저도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 폭력은 학교에만 국한된 이야기 학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되고, 우리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
학교 폭력을 일부 문제아들의 이야기로 여기는 그런 생각에서 우리는 이제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어른인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생각을 사회 전체가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동 청소년기에는 두뇌가 한창 성장 중이라 주변 환경과 인간 관계가 이 두뇌에 끼치는 영향이 성인에 비해 엄청나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아이들은 점점 살과 살이 부대끼는 그런 만남보다는 혼자 고립되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디어에서는 폭력이 자꾸만 묵인되고 미화되고 있고 아이들은 그걸 계속해서 소비해요.
폭력에는 갈수록 무뎌지고 공감 능력을 자꾸만 상실합니다.
게다가 갈수록 부추겨지는 경쟁의 분위기, 성취감은 커녕 자신을 자꾸만 부정당하는 그런 순간들
부모님과 선생님의 조건부 사랑
이런 어른들의 무심함이 아이들을 또 결국 우리 스스로를 학교 폭력의 늪으로 계속 끌어들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른들이 먼저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바뀔 거라고 생각합니다.
칭찬, 인정,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들이 올바른 자아 정체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올바른 의사소통 능력과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타인의 욕구와 내 욕구를 조율해 보는 경험과
그리고 스스로 그걸 성찰해 보는 기회들을 충분히 제공해야 합니다.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미디어의 폭력성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른과 제도를 믿을 수 있도록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이 의지하고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우리가 앞장서서 옳은 모습을 보여야겠죠.
학교 폭력을 예방하려는 노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사건이 벌어졌을 때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또 인식을 제고하는 것 또한 필요하겠습니다.
더 이상 상처를 주고받으며 아파하는 아이들이 없는 그런 멋진 세상이 오길 바라며
당장 우리의 이야기 학교 폭력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지금까지 달지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