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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세바시 32회 당신에게 한 페이지가 주어진다면? | 피터 싱클레어 편집인


강연 소개 : 당신에게 한 페이지가 주어진다면, 딱 한 페이지가 1년에 6번 주어진다면 거기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으세요? 소설을 편지를 사진을 음악을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당신들은 보내주었습니다. 그걸 모아서 그냥 묶어서 두 달에 한 번씩 잡지로 만드는 작업을 지난 12년 동안 해 왔네요. 그리고 그 덕분에 저는 하루에 한 장씩 이면지 뒤에다 글을 쓰는 취미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꼭 제게 그날 한 페이지만 주어진 것처럼. 당신에게 그날 딱 한 페이지만 주어진다면 거기에 무엇을 담겠습니까? 그게 아마도 당신이 삶 전체를 통해 가지고 가고 싶은 일지도 모릅니다.


게시일: 2011. 8. 15.



프로필만 보면 노래 한 곡 하고 시작해야 될 거 같은데요 



당신에게 한 페이지가 주어진다면 거기에 무엇을 담겠습니까 


당신에게 한 페이지가 주어진다면
국내도서
저자 : 월간싱클레어 편집부
출판 : 월간싱클레어 200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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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가 사실 오늘의 어떤 핵심적인 이야기인데요 

과연 나한테 한 페이지가 주어지면 내가 무엇을 담을까?

이걸 한번 생각해 보자는 거죠 


실제로 그걸 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한 페이지를 이렇게 내놓으면 그 ... 긴장을 합니다 저처럼 

이렇게 긴장을 하면서 

원래 이렇게 우스운 이야기를 많이 하던 사람이 갑자기 자기 삶의 어두운 이야기를 끌어내죠 

그리고 그 뭐 맛집 이라든가 연극 이라던가 영화 이런거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이 

갑자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잘못 됐다는게 아니고요 

그만큼 우리는 자기가 온전히 채워야 하는 빈페이지가 주어지면 어떤 무거운 책임감 같은 걸 느끼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사실 시작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을 못하는 분들한테 저희가 잘 얘기하는게 

어떤 것을 쓰고 싶은 어떤 것이 있다면 편하게 한번 편지처럼 써보시라는 거예요 

일기가 아니라 편지처럼 이죠 

일기는 본인이 배경을 좀 잘 알고 있고 그 다음에 그 사건에 대해 목격자이기 때문에 

중간 중간 비약이 좀 있어요 

그래서 나중에 자기가 보면 되게 재밌는데 남의 읽으면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를때가 많이 있지요 


그런데 편지는 그래도 처음부터 누군가의 대상으로 하고 쓰기 때문에요

남의 읽어도 좀 이해할 수 있는 부분 폭이 넓어지게 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나 아니면 자기가 지금 생각나는 거를 편지를 써 보라고 이야기를 하지요 

실제로 저희한테 편지를 보내 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현재처럼 써 보라니까 편지를 쓰는 건 당연하죠 

그리고 사실 이런 페이지들 이런 편지들 속에서 그런 어떤 실마리를 찾기 시작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거 같습니다 



여행 이야기로 이어져 볼게요 

우리가 이렇게 다른 지역에서 자란 그러니까 나랑 고향이나 이런게 다른 그런 사람을 만날 기회가 

보통 대학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남자들의 경우는 군대 가면 그런 사람들은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군대 이야기는 아닙니다 

군대 이야기하기에는 시간이 짧아서 


제가 처음 잡지를 처음 만들기 시작할 때 

어떤 친구가 종이를 한 장 보여 줬어요 

부산에 여행을 가게 됐는데 생전 처음 부산에 간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과에서 부산 출신인 친구한테 부탁을 한 거예요 

'내가 하루 놀러 가는데 좀 좋은 곳 좀 소개해 줘라' 이렇게 얘기를 했더니

이 친구가 되고 꼼꼼한 친구였던거죠 

한장 에다가 빼곡히 편지를 썼어요 

가면 이제 도착하자마자 

밥은 어떻게 먹고 

중간중간 간식은 뭘 사 먹으면서 

돌아다닐 동선에 대한 그런 빼곡한 편지를 쓴 거죠 


제가 아직도 기억하는 인상적인 글귀가

어디 김밥 집에가 가지고 김밥을 한 줄 사서 그 옆집 식당에 가서 국물이 있는걸 시켜서 

그걸 같이 먹으라는 거예요 많이들 그렇게 한다고 

그래서 사실 이 페이지를 보고 나서 

저희 네 번째 잡지에다가 '부산에 가면'이라는 제목으로 그 편지를 온전히 실었습니다 


나중에는 '포항에 가면' 이런 것도 실어서

'가면 시리즈'는 제가 실제로 다 가봐서 검증을 해 봤습니다 


처음에 부산에 가면은 2002년도에 실렸던 건데요 

포항에 가면이 2009년도에 실렸던 거예요 버전업이 되서

요즘은 지도에다가 이렇게 표시도 해 줍니다 


이런 걸 해 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생각하는게 비슷해요 어떤 거냐면 

내가 되게 좋아하고 소중한 사람이 내가 잘 아는 곳에 가는 거예요 

'그 곳에 가서 좀 헤매지 않고 즐겁게 하루 좀 보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편지를 쓰면 누구나 굉장히 알찬 이야기를 쓰게 되죠 

제가 이 페이지를 들고 가서 실패한 여행이 없었습니다 




그런 마음들에 페이지를 모은게 사실은 제가 만들고 있는 잡지인데요

부치지 못한 편지나 

아니면 아까 전에 얘기했던 그런 여행에 관련된 편지나 

아니면 40대 주부에 배낭 여행기 라던가 

꼬마아이의 꿈 이야기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은 모아서 

하나씩 하나씩 모아서 페이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막상 그렇다고 해도 실제로 그 주제를 잡기는 쉽지가 않아요 

한번 상상을 해 보시면 

내 앞에 빈페이지가 있으면 

이것도 쓰고 싶고 저것도 쓰고 싶고 이런 생각을 하지 

과연 이 안에다가 큰 주제를 가지고 뭘 써야 될지에 대한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페이지 처럼요 

사실 한 사람이 점심을 먹으면 그냥 하나의 사진으로 지나치는 건데 

그 페이지를 다 모으면 이렇게 하나의 페이지가 음식에 대한 페이지가 되죠

아마 이 페이지를 만드셨던 분은 마음속에 레스토랑이 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그런 흩어져 있는 주제들 그런 주제들을 하나로 한번 모아보는 건데요 


저희가 잘 쓰는 방법이 이걸 1년동안 쓴다고 한번 상상해 보라는 거예요 

그럼 매일 이렇게 한 장씩 쓰면 한 권의 책이 되겠지 이런 건 아니구요 

저희 잡지가 2개월에 한 번씩 나오기 때문에 

1년에 한 여섯번을 내가 쓴다고 생각을 하면 

'과연 어떤 주제를 계속 이어 쓸 것인가' 라고 한번 상상을 해 보이는 거죠 

그러면 잔 가지들이 다 쳐지고 내가 정말 관심 있는 분야가 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사회학을 공부하는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서 택한 주제가 화투 에요 

농한기에 어르신들 뒤에서 이제 어렸을 때부터 많이 보고 자란 그런 소재 였죠 

그래서 이 친구한테는 이 소재가 굉장히 익숙한 그런 소재 였었는데


화투를 가지고 할 수 있는 6가지 이야기로 저희 잡지에 연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다양한 놀이를 재밌게 할 수 있는지 몰랐었는데 

그 중에 한 구절을 보면 



우연에 따라 패는 이미 돌려 졌고 

그것은 판의 상당 부분을 조건지어 놓았다.


게임에 룰을 설명하는 거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대게 일상적인 거라든가 아니면 사회문제들을 이 이야기에 담고 있었어요

이 친구는 나중에 갑자기 학자의 길로 들어서겠다고요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만약에 전체적인 주제를 잡게 되면 

그 다음 단계로 굉장히 중요한게 바로 자신한테 맞는 화법이에요 

그 말은 뭐냐면 가장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말하는 방법이죠 


제가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랑 

일 년에 한두 번씩 여행을 가는데요 

옛날에는 인천에 덕적도 라든지 지리산의 왕시루봉 같은 곳을 갔었는데 

최근에는 그 남해 진도 앞바다에 나비도(?)라는 곳을 다니고 있어요 

그곳이 사실 굉장히 좀 오지 여서요 

전기도 좀 안 들어오고 그다음에 물도 좀 부족한 그런 곳인데 핸드폰도 통화가 잘 안 되고 

사실 핸드폰 통화가 잘 안 돼서 편히 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같이 갔다 온 사람들은 '참 잘 쉬었다 온다' 고 얘기를 합니다 



저는 이곳에 갔다 와서 이런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평소에 하던 대로 그냥 이면지 뒤에다가 사진 한장 붙이고 

이제 편하게 손으로 편지를 쓰듯이 글을 쓰는 거죠 

그때 같이 갔던 어떤 가수는 다른 형태로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짙은 <나비섬>


원래 나비도인데 나비섬이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어떤 사람은 똑같은 곳에 가도 사진을 찍어서 그 페이지를 만들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은 를 쓰기도 하고 그다음에 짧은 소설을 쓰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그 시멘트를 개워 가지고 거기에 뭔가를 만들어 놓고 오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이렇게 영상을 만들어서 영상 페이지로 그때 어떤 기억들을 기억하기도 하지요

이런 식으로 자기가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 페이지를 한번 표현해 보는 겁니다




실제로 이제 그곳에 갔다 와서 

사람들한테 알람을 울리듯이 이런 편지를 보내요 편집하기 전에 

이렇게 보내면 이제 사람들이 그걸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어떤 일상적인 거를 다시 한번 나의 페이지로 만들어 보겠다는 

그런 생각을 잠시동안 하게 되는 거지요 



이런 일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 가요 

나이에 대한 이야기에요 

어떤 사람은 나이 먹어 가지고 이런걸 하나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이런걸 하기엔 굉장히 어리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들을때마다 나이에 대한 얘기를들을 때마다 

그 떠오르는 그런 잡지가 한 권 있어요 


1908년에 일본을 유학하던 어떤 학생이 잡지를 한 권 창간을 하게 됩니다 

소년(小年)

1908년 11월 최남선이 19살에 창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

그 잡지 이름이 이제 소년이고 

그걸 만든 사람이 육당 최남선 이라는 사람인데요 


자기 혼자 90페이지 되는 그 잡기를 다 글을 썼었어요 

이곳에 이제 우리가 잘 아는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시가 실려 있는데요 

제가 이거 영인본을 가지고 있는데 이 표지가 원래 표지에요 칼라로 표지를 찍었었죠 


더 놀라운 지점은 

최남선이 이제 일본에서 퇴학을 당하고 한국에 오면서 이 잡지를 창간 했는데 

퇴학을 당해서 남은 학비를 가지고 인쇄기를 사 가지고 와요 

그래서 직접 본인이 인쇄까지 하죠

최초의 월간지이기도 하지만 최초의 개인잡지이고 또 독립잡지이기도한 그런 잡지 인데요

이 안에 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아마 청년들에게 어떤 희망을 던져 주기 위해서 만든 잡지이기 때문에 웅대한 뭔가를 보여 주고 싶었나봐요 

그래서 밑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 이 야 가 라

이런 ...  당시에 표기법으로 

이런 사진이 이 안에 실려 있습니다 



사실 한 페이지를 만드는데도 굉장히 많은 걸림돌 들이 있지요 

그러한 걸림돌들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그런 거인 거 같아요 

그런데 과연 일상에 어떤 순간을 소소한 그 순간을 페이지로 만들어 놓느냐 

그 다음에 그 순간을 그냥 스쳐 지나느냐는 큰 차이를 불러 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앞에 얘기했던 걸 좀 정리하자면 

그런 페이지를 만드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고 우리가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지만 

편지를 쓰듯이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 쓰듯이 

그리고 이게 한 번에 끝나는 편지가 아니라 일 년에 한 6 번 정도 쓰듯이

그리고 자기가 쓸 수 있는 가장 편한 화법으로 그걸 쓴다면 

그런 페이지 그 페이지 안에 분명히 당신이 원하는 당신이 찾고 있는 어떤 삶의 실마리가 담겨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면서 그 질문을 잠깐 바꿔 보자면 

그 당신에게 만약에 15분에 주어진다면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할 것 같습니까? 

대부분 '에이 ... 전 하기 싫어요 정말 못해요'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주로 인제 전철을 타고 다니거나 카페에 많이 앉아 있는데요 

저희 나라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고 참 말씀을 잘 하세요 1시간 반이 모자랄 정도로 

약간 분위기를 바꿔봐서요 

그걸 듣는 사람이 내가 모르는 사람이고 낯선 그런 관객들이 아니라 

제가 상상하는 것처럼 오늘 이 자리에처럼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허허 웃어 줄 것 같은 그 굉장히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상상을 해 보는 겁니다 

그러면 그렇게 상상할 때 얘기할 수 있는 짧은 시간 15분 동안 얘기할 수 있는 그것을 한번 페이지에 담아보는 거죠 

그러면 그 안에는 분명히 여러분이 찾고있는 아니면 여러분이 정말 원하는 그런 것에 실마리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많이 하다 보면요 굉장히 잘 할 때가 있어요 

한 몇 장 쓰다 보면 자기도 깜짝 놀랄 정도로 '어우 내가 이런 걸?' 할 때가 있어요 

그런게 있으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스캔을 하기로 해서 블로그에도 올리고 

더 생각이 난다면 저희 잡지에 보내주시면 좋은 자리를 마련해 해서 

여러분의 그런 좋은 순간을 소중하게 페이지로 만들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한 페이지가 주어진다면
국내도서
저자 : 월간싱클레어 편집부
출판 : 월간싱클레어 200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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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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