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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라도 상처를 주면 안 됩니다 | 황영진 개그맨, 기자 | 세바시 909


강연 소개 : 30년 넘게 성평등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일하며 가장의 역할을 하시고, 어머니도 그런 아버지를 보좌하며 가정을 돌보는 가부장제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대로 보고 자라온 저는 연애를 할 때도, 개그맨이 되어 일할 때도 남성 우월주의적 사고관을 가진 채 행동했습니다. 그런 제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웃음을 주고자 했던 일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단 사실을 안 후, 성평등 교육을 받으며 상처 주지 않는 개그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조금씩 변화한다면 개그계는 물론 세상에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게시일: 2018. 4. 17.



반갑습니다

여러분 의 ? 남 

황 황 영진 

황영진 입니다


저는 개그맨겸 기자를 하고 있습니다

일명 개기자 라는 새로운 장르를 제가 개척하고 있습니다



오늘 정말 많은 분들 오셨습니다 

특히 여성분들 정말 미인 분들이 많습니다 

미인이시고요 

미인이시고 

렛미인 이시고 

여자 분이시죠 ?

아나운서 닮았습니다 전현무씨 약간 닮았내요


오늘 스타일보니까 남자분들 스타일 좋으신분 많습니다 

여기 남자분은 미국에서 먹힐 스타일 

오우 저기 중국에서 먹힐 스타일 

여기는 괴물한태 먹힐 스타일 


제가 했던 이 유머 어떠셨습니까? 

재미있으셨나요 ? 

(아니요~)

일명 남을 까는 개그 

일명 얼굴을 까는 개그를 해봤습니다 


그동안 이런 개그에 많이 익숙해 진거 같아요 저 역시 이런 개그를 참 많이 했었습니다 

예 ... 반성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날 잘못된 저에 개그를 반성하는 시간을 좀 가지려 합니다 

무척힘듭니다 여러분들 



이 얼굴이라는 단어는 순수한글인거 아시죠 ?

얼이 담긴 꼴, 영혼을 담은 그릇이라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얼굴은 되게 소중한거에요 여러분들 

근데 그런 얼굴을 제가 

까면서 비유 하면서 웃겼던거 

아 ... 정말 제가 개그맨이다 보니까 얼굴만 보면 입이 근질근질 합니다 

절대 인제 그런 개그는 하지 말아야겠지요 



저는 성평등 하지 못한 삶을 30년간 살았습니다 

저는 남자는 강하고 여자는 약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은 성평등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저희 아버지는 남성우월주의 아이콘이자 선구자 정말 쩔었습니다 

(박수)

박수 받을 일은 아닙니다 ... 저의 아버지 자나요? 

저희 아버지는 정말 남자가 남자다워야 남자지를 외쳤고 

그리고 저희 아버지는 남자다운 생색을 많이 내셨어요 

형광등을 그냥 갈아 줄 때도 그냥 갈으면 되는데 

그 남자 다움을 


햐 ~ 햐 ~ 햐 ~ 

세상 밝아보인다 

이래서 집에 남자가 있어야 돼 ~ 

햐 ~


1년에 한 번 설거지 할 때도 


햐 ~ 

내가 남잔데 별에 별 짓을 다해본다 

마누라 너 만나서 내가 별에 별 짓을 다해 


저에 아버지에 남성우월적 

이게 재일 심한날은 바로 월급날입니다 

월급날이 되면 저의 아버지는 

남자보다 더 한게 나와요 

현관문을 이렇게 열지 않고 꼭 이쁘게 발로 여십니다


햐 ~

나 오늘 월급받았어 조용해 

여보 누구때매 이런집에 사로 

누구때매 이런 으리으리한 집에 사로 

나니

조용해 나 오늘 월급 받았어 


참고로 저의 아버지가 말한 으리으리 한 집 저희는 반지하에 살았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마치 맨박스에 갖힌것처럼 

남자다움에 정말 남자라는 것만 추구했죠 



저희 어머님도 성평등 하지 못했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저희에게 


남자가 능력이 있어야 되 

남자는 돈을 많이 벌고 집안을 일으 켜야되 

남자거 분홍색 입으면 꼬추 떨어진다 


오늘 저 ... 분홍색을 입었지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 아버지는 그 어머니에게 애정표현 사랑표현 할 때도 그 남자다움은 늘 있었어요 


여보 ~ 불꺼봐 

여보 ~ 누워봐 

ㅆ ~ 어~디! 남자가 얘기하는데 


그런 모습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저는 나중에 커서 여자에게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해봤습니다 

여자친구가 물병을 못 할 때면 


'오빠야 ~ 남자니깐 내가 따준다 ~' 

'알바? 그냥 살림만해 내가 벌어 줄게'


요렇게 하면 정확히 일주일만에 깨끗히 해어집니다 

반성합니다 그때 여자분들에게 죄송하고 정말 반성합니다 



개그맨 생활을 할 때도 저는 정말 남성우월적주의가 좀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개그맨 정말 힘들게 됬어요 

개그맨 시험을 8번 봤습니다 

8번 봐서 8번 떨어졌어요 솔직히 말하면 근데 

합격했던 한 사람이 시험을 포기하면서 제가 정말 어렵게 개그맨이 된겁니다

근데 ... 저는 합격을 하고나서 이런생각을 했어요 

아니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길래 내가떨어질까 얼마나 개그를 잘하길래 ? 한번 봤어요 

저정도 실력으로 날 떨어뜨려 ?

특히 남자보다는 여자를 보면서 


햐 ~ 저것도 개그라고


그렇게 무시했던 여자개그우먼은 지금의 김신영입니다 

신영아 미안하다 ... 

내가 그때 너 개그 보고 저것도 개그냐는 생각했었다 

반성합니다 



개그코너를 짤때도 주인공역활은 무조건 남자가 해야 되고 

여자는 남자를 받쳐주는 그런 역할이었어요 

특히 저는 뚱뚱한 여자 분하고 많이 했습니다 

왜냐면 뚱뚱한 여자 분들 옆에 있으면은 그냥 톡하면 빵 터집니다 그냥 

뭐 그냥 와 ~ 크다 ~ 이러면 터져요 

그리고 엄마가 요리산가봐요 ? 어쩜 이렇게 밥을 맛있게 하셔서 캬 ~ 커졌어요

뭐 이런 개그를 했었습니다 

정말 반성합니다 여러분들 



그렇게 뚱뚱한 여자와 얼굴 비난하고 남을 까는 개그를 한참 하고 있던 시절에 

웃찾사에 

나이가 좀 지극히 드신 어머니뻘 되시는 분이 저한테 와서 

자기 딸이 너무 팬이라고 저한태 싸인해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물어봤죠 

'아니 따님이 오시지 왜 어머님이 오셨어요?' 라고 하자 

어머님의 그때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지시더니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우리 딸이 굉장히 뚱뚱하다고 황영진씨가 늘 방송에서 놀리던 뚱뚱한 여자하고 

괴물한테 먹힐 스타일이 내 딸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를 너무 좋아하는데 제가 놀릴까봐 

나중에 살을 빼고 예뻐지면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었을때 정말 너무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사람을 웃길려고 일을 했는데 

제 말 때문에 상처를 받는 분이 있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그 이후로 저는 남을 비방하거나 뚱뚱한 여자를 웃기는 개그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메시지가 있는 개그를 만들려고도록 했어요 

근데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정말 많은 아이들을 냈지만 

한 1년 동안 방송을 못 할 정도로 굉장히 힘든 일이 였어요 


그리고 탄생한 개그가 바로 '홍하녀'라는 코너입니다 

이 코너는 집주인이 하녀에게 성희롱을 하는 코너에요 

성희롱 하면 이 하녀가 집주인에게 복수하는 코너입니다 

그러니까 전형적인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직장에 성희롱을 담은 코너죠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이 코너는 반응이 좋았고 

저는 그 해 코메디부분 최우수상을 받습니다 여러분 !

(박수)

메시지가 있으니까 상을받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1년 4번에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서 

개그맨 최초 연애인 최초 성희롱 예방 강사도 되었습니다

(박수)



아 ... 처음에 인제 제가 성희롱 예방 강사를 한다고 했을때 

많은 그 ... 사람들이 이상하게 봅니다 특히 개그맨 동료들이 많이 좀 놀렸어요 


'야 성희롱 하는 거 알려 주는 거야?'

'야 니가 했던 개그 중에 제일 웃긴게 바로 성희롱 예방 강사야'

'와 ~ 진짜 웃기다'


이렇게 뭐 조롱꺼리가 됐었죠 

근데 저는 성희롱 예방 강사 제가 된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전 성희롱 피해자 였거든요 

신인 시절에 전는 여자동기 하고 밥을 먹고 방송국에 갔는데 한 선배가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야 영진아 너 밥먹고 또 얘랑 뭐 했지? 너 얘랑'

'너 얘한태 열달동안 밥줬지'

'했쟎아 ~'

'귀 만져보면 알아'

'했네 했네'


처음으로 느꼈던 성적수치심과 굴욕감 이였습니다 

그리고 개그를 하면서 선배들이 제 엉덩이를 만지고 제 몸을 터치했을때 

정말 놀라웠던게 그렇게 밝았던 제가 그런 상황이 되니까 아무말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더 놀라운 사실은 주변에 동료들이 저를 걱정 하긴 커녕 오히려 


'재밌다 웃기다' 

'햐 ~ 재밌겠다' 


이런 식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중에 제가 선배가 된다면 

이 개그맨 문화를 꼭 바꿀 거란 생각을 했고 

선배가 되고 나서 

이 개그맨 문화를 바꾸기 시작합니다 

제일 먼저 개그맨 회식 


이 개그맨회식은 정말 수위가 엄청 높습니다 

정말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난장판이란 표현을 쓰고 싶어요 

어떤 사람이 위에 옷을 벗으면 

더 하려고 바지를 벗고

더한것도 벗고 

그리고 수위가 점점점 올라가죠 


저는 선배가 되고 나서 이거는 하지 말자 이거 절대 하면 안돼라고 얘기했고 

인제 개그맨 회식문화는 가족과 함께 하는 레크레이션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박수)

물론 ... 

안 좋은 점도 있습니다 

개그맨 일부 동료들이 저희가 늘 얘기해요 


'야 그 재밌는걸 너때매 지금 못본다고' 

'야 그 얼마나 야한게 재밌는데' 

'야 너 왜그러냐 진짜' 


심지어는 제가 있으면 야한 얘기를 못한다고 

단톡방에서 강퇴당한적도 있습니다 


저는 배운대로 했는데 저는 점점 왕따가 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프로그램에서 성 평등 하지 못한 얘기를 하길래 

제가 '거 젠더 의식이 없어요' 라고 해서 그 프로그램에서 불편해진 적도 있고 

그리고 송년회 회사 행사에서 제가 

사장님이 야한 얘기하길래 

사장님 그거 성희롱이에요 

행사에서 짤린적도 있습니다

너무 나섰나봐요 


근데 제가 이런 힘든 일을 하는 이유는 

작은 성과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후배들이 저에게 와서 개그맨 회식할 때 야한걸 안해서 좋다고 얘길하구요 

프로그램에서는 작가님들이 저에게 영진씨 있으니까 이상한 얘기 안 해요 

그리고 송년회 회사에선 이제 건전한 행사로 바뀌고 있습니다 



저는 얼마전에 남자가 앞장서서 남녀평등을 외치는 성평등 보이스에 가입을 했습니다 

성평등 보이스를 하면 할수록 

많은 여자 분들에게 박수를 받고요 

많은 남자 분들에게 욕을 먹습니다 


어떤 분은 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너 때문에 ~ 어 ? 

너가 여자 편에서가고 뭐하는 거냐고

니가 남자 망신 다시킨다 고 얘기를 합니다 

근데 ~ 세상은 변하지 않는거 같습니다 

정말 힘든 일이에요 

성평등이라는거 무척 어렵고 외롭고 힘든 일입니다 




세상이 조금씩 변해가는거 같아요 

내가 바뀌면 세상도 변하고 생각합니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라도'라도 바뀐다면 

세상은 바뀔 것 같습니다 

(박수)


아 저는 이성평등과 이런 그 ... 제가 조금 변화가 된지 5년 정도 된 거 같은데 

그 5년 동안 결혼을 했고요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됐습니다 

제가 꿈꾸는 사회는 이렇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남녀가 행복한 사회 

남녀가 평등한 사회 

남녀가 성희롱이 없는 사회 


나중에 4살된 우리 아들과 2살된 딸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으면 좋겠어요 

아빠 아빠 옛날에는 성희롱이란게 있었다매 그게 뭐야 ? 그게 뭐야 ?

아빠 아빠 옛날에는 남자 여자 하는 일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면서? 

우와 ... 진짜 옛날은 옛날이다 ... 


이런 사회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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