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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557회 | 한마디 말로 사람은 성장해요 | 이금희

이금희 아나운서

 

한마디 말로 사람은 성장해요

 

한마디 말로 사람은 성장해요

 

공부가 기쁜 사람이 있다니까요. 

논문을 이렇게 하는데 코피가 밤에 이렇게 ... 와 코가 약했던 거죠.

예 어린 시절의 비밀이 있는데 지금 상상할 수 없지만 매우 약했어요.

제가 안 죽고 살아남은 게 어머니한테는 너무 다행이었어요.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그렇게 해주신 어머니의 한마디, 한마디 말로 사람은 성장을 하더라.

 

 

한마디 말로 사람은 성장해요 ❘ 이금희 ❘ 세바시 1557

 

저를 아시는 분 손 한 번만 들어봐 주시면 고맙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먹고 살았습니다. 

 

꽤 오랫동안 방송을 해왔잖아요.

저는 저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해 주는 사람이다."

저는 그게 제 역할이라고 믿고 무려 33년을 해왔습니다.

33년간 방송을 하면서 그리고 그간에는 아마 여러분이 떠올리실 만한 토크쇼 진행을 한 18년 보름 동안 하면서,

그 프로그램에서만 제가 한 2만 3천400여 분을 인터뷰했다고 해요.

많은 분들을 만나고 보니 들은 얘기가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오늘 제가 들었던 얘기를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1. 콩나물 시루에 물 주는 겁니다.

2. 교차로에서 잠시 만난 겁니다.

3. 자존감 다이어리를 써보세요.

4.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겁니다.

5. 그냥 놔두세요. 재미있잖아요.


1.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겁니다. 

첫 번째 들려드리고 싶은 말은 60대 여성 어른께서 해주신 말이었어요.

꽤 오래전이니까 지금 아마 이분이 한 칠팔십대가 되셨을 것 같은데요.

 

 

지금 여러분 보시는 거 뭔지 아시죠? 콩나물 시루 아세요?

예전에는 할머니 댁에 가셨을 때 생각해보면 콩나물 시에 저렇게 물을 줘서 콩나물을 키워서 직접 먹었습니다.

그쵸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겁니다. 

이 얘기는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60대 여성 어르신이 해주신 얘기였어요.

 

예전에는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학인 분들도 많았어요. 

저희 제가 진행하는 토크쇼 프로그램에 나오셨던 60대 여성 어르신이 무학이셨어요.

그런데 아주 지혜로운 분이었죠. 남편은 중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퇴직을 하셨어요. 

예전엔 그런 경우 많이 있었습니다. 

남편도 이제 정년퇴직을 하고 나도 이제 뭐 살림으로부터도 좀 해방이 되고 자녀 교육으로부터도 해방이 되니까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과정부터 배웠는데 너무 기쁘신 거예요.

그렇게 평생 해보고 싶은 공부를 ...

여러분 공부가 기쁜 사람이 있다니까요.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공부를 하게 되고 학교를 가게 된 거예요.

너무 기쁘게 하셨고, 초등학교 과정을 잘 마치셨어요.

그런데 문제는 중학교 과정 

뭘 배워요? 영어 // 뭘 배워요? 수학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그죠? 

특히 이제 중간고사 이렇게 시험 기간이 되면 단어장을 들고 이제 밭일을 나가시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김매다가 영어 단어 외우고 ... 

이제 그 정도 연세가 되면 냉장고 문을 열고 내가 뭘 꺼내려 그랬지? 아니면 뭘 넣으려고 그랬지?

이거 헛갈리는 연세잖아요.

그러니 아무리 단어를 달달달 외고 김매고 으샤 일어나면

네. 열심히 외웠다 생각하고 집에 오면 ...

그렇죠.

너무 속상한 거예요.

내가 젊은 시절에 공부만 할 수 있었어도, 이렇게 단어를 금세 잊어버리지는 않을 텐데. 그죠? 

너무 속상해하고 실력이 느는 것 같지가 않고 아무리 외워도 영어 단어가 외워지지 않으니까 아 ... 막 자책을 하신 거예요.

아우 나는 공부할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막 그랬는데 어느 날 남편이 그러시더래요.

"여보." // "네"

"콩나물 알죠?" // "네"

"콩나물 시루에 물 줘봐줘봤죠?" // "네."

"콩나물실에 물 주면 어떻게 돼요?" // "물을 주면 물이 빠져요."

아무 보람이 없죠. 그죠? 얘가 물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모르게 그냥 쑥 빠져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어떻게 돼 있죠? 콩나물이 자라 있어요.

공부도 그런 거예요. 

할 때는 해도 해도 안 내는 것 같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 같지만,

결국은 콩나물이 쑥 자란 것처럼 실력도 쑥 느는 거예요.

실제로 그 한마디가, 남편의 한마디가 그 여성 어르신을 성장시켜서 대입시험까지 마치고 나오셨어요.

우와 ~


2. 교차로에서 잠시 만난 거예요

이거는 방송에서 들은 말은 아니고 사석에서 들은 말인데 이 말이 저를 조금 성장시켰던 것 같아서 소개해 드리려고요.

제가 퇴근길 생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날 하루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은 분들이 그렇게 사연을 많이 보내시고 그분들 중에 대부분은 부장님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세요.

제가 전국의 부장님들께 너무 죄송합니다만, 저는 그걸 부장님 증후군이라고까지 이름을 붙였어요.

부장님은 왜 퇴근하기 오분 전에 일을 주실까요? 그쵸? 그죠? 진짜죠?

부장님은 왜 내가 말을 못 알아듣느라고 맨날 화를 내실까요? 그죠? 

 

근데 제가 만났던 예전에 그 부장님도 그러셨어요.

그 부장님은요. 이걸 안 보시겠죠? 그냥 얘기를 해도 될까요? 네 

너무나 차가우시고 3년 넘게 같이 일을 했는데, 웃으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리고 단 한 번도 누구를 칭찬하지 않으세요? 야단은 너무 잘 치세요.

야단 맞고 울었던 후배들도 많이 있었어요. 저는 다행히 울지는 않았어요.

근데 그분이 보통 1년이나 2년 지나면 인사이동으로 다른 부서를 가시잖아요.

1년이 지났는데, 안 가시는 거예요.

2년이 지났는데 계속 계시는 거예요.

3년이 됐는데, 제가 그만두고 싶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제가 어느 날 후배 피디랑 밥을 먹다가

'아 나 정말 우리 부장님 때문에 했더니..

어~ 근데 선배 제가 군대 때 들은 얘길 좀 해드릴게요.

어머 선배 그냥 교차로에서 잠시 만난 것뿐이예요.

 

"교차로에서 잠시 만난 거예요"

 

그래서 무슨 교차로 그랬더니 저는 제 길을 가잖아요.

이렇게 쭉 가요. 앞으로 가요. 이렇게 가고 있었어요.

어디서 만나요? 교차로에서 만났어요. 

근데 무슨 교차로가 3년이 걸리냐구요.

 

하지만 이 말은 저에게 매우 도움이 되었어요.

왜냐하면 그 교차로를 지나쳐서 가면

나는 내 갈 길을 가요. 부장님 부장님 갈 길을 가시겠죠. 

그러면 우리는 교차로를 지나간 다음에는 서로 만나려야 만날 수도 없는 사이에요.

아 예전에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고 저를 생각하실지도 모르고, 오늘 이 방송을 보실지도 모르고.

예전에 그 부장님이 계셨다고 저는 이렇게 또 기억을 합니다만,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갔어요.

그래서 교차로가 지나고 나니까 추억이 되거나 기억이 됐어요.

덤으로 저는 그 부장님과 3년 6개월 정도 일을 하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우리 회사에서 제일 힘든 부장님이랑 3년 반을 일했는데 누구랑은 일을 못할까. 누구든 할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교차로에서 잠시 만난 것뿐이니까요. 


3. 자존감 다이어리

근데 이제 아나운서가 되고 보니까 제 후배들이 눈에 보이는 거예요.

저처럼 아나운서가 되고 싶거나 꿈을 이루고 싶거나 하여간 취준생 대열에 들어섰는데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그런 학생들에게 제가 하는 말이 있어요.

그 후배가 들려준 얘긴데요. 

이 친구는 대학교 일학년 때부터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했대요.

왜냐하면 요즘은요. 백대일 이백 대 일이 아니라 천대일 이천 대 일이에요.

그래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준비를 하다 보니까 4학년쯤 되면 자신감이 뿜뿜이 아니라, 자존감이 바닥을 치더래요.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될 수 있을까?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자존감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대요.

어떻게?

우리 생활 계획표 짜죠? 일주일치를 짜는데요.

아주아주 하기 쉽게,

예를 들면 매일매일 토익 공부 10분 하기, 매일매일 한국어 능력시험 10분 하기

그렇게 내가 늘 동그라미를 칠 수 있는 다이어리 생활 계획표를 만드는 거예요.

그러면 일주일에 다 동그라미예요. 10분씩이니까 매일매일 

그다음 주가 되면 12분으로 늘려볼까? 이렇게 해서 1년 내내 조금씩 조금씩 늘려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익숙해지니까 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결론적으로 그 다이어리에는 뭐가 제일 많아요?

동그라미가 제일 많아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면접 관련해서 상식 문제, 아니면 면접에서 나올 만한 얘기 그런 것들을 또 적어놔요.

 

면접 준비를 왜 그렇게 했느냐?

면접 보러 갈 때 들고 가는 거예요.

면접 보신 적 있죠?

기다리는 시간이 절반이에요. 그래서 기다리는 시간에 그걸 보는 거예요.

나 이렇게 열심히 했네. 그래 다 동그라미잖아. 일년간 정말 나 최선을 다했네.

그 증거를 보면서 내가 나를 믿게 되는 거죠. 

자존감 다이어리를 쓰세요.


4. 공부는요. 엉덩이로 하는 겁니다.

제가 학부에서는 정치외교를 전공을 하고 재수해서 입사한 후 방송 일을 하다 보니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뒤늦게 석사 과정을 밟았어요. 

논문을 이렇게 하는데 코피가 밤에 이렇게 떨어진 뭔지 아시죠?

우와~ 코가 약했던 거죠. 예

그래서 제가 아 나는 박사 과정은 절대로 안 들어갈 거야 했는데 금방 또 들어갔어요.

그리고 논문을 쓰면서 후회했죠. 근데 사실 저는 공부하는 게 좋긴 했어요.

책 읽는 것도 즐겁고 하긴 했는데 자신이 없었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정말 고민이 됐어요. 근데 교수님이 저에게 그러셨어요.

근데요. 공부는요. 엉덩이로 하는 겁니다. 제가 그거 하나는 자신이 있거든요.
오래 앉아 있는 거 막 36시간을 앉아 있었어요. 주말에 

사람이 다급하면 그렇게 되더라고요.

제 논물에 8할은 커피가 써줬고 2할은 초콜릿이 써줬어요.

보통. 그래서 논문을 쓰고 나면 허리가 상하거나 머리가 샌다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머리도 안 새고 허리도 멀쩡했어요.

돌아보니 네 이렇게 됐더라고요.

 

 

그렇지만 그냥 엉덩이로 할 수 있어서 끝까지 해냈어요.

 

엉덩이로 하는 일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도 결국 계속 앉아서 그리는 거고요. 공부도 그렇고요. 

세상에는 머리로 하는 일보다 어찌 보면 엉덩이로 하는 일이 훨씬 더 많아요.

그거 할 수 있더라고요.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5. 그냥 놔두세요. 재미있잖아요

마지막으로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그렇게 해주신 어머니의 한마디.

저희는 딸들이 많았고요.

가정 형편은 예전엔 다 어려웠어요.

모두가 어려웠기에 특별히 우리만 어렵다고 느끼진 않았는데 우리는 좀 더 어려웠던가 봐요.

제가 딸 다섯 중에 넷째였는데, 유치원을 못 갔어요.

근데 하필 우리 집에서 창 너머로 보면 유치원이 보였어요.

늘 저는 혼자 수업을 따라 했어요. 

엄마는 속이 터졌겠죠.

늘 혼자 율동을 따라 ... 너무 가고 싶어서. 근데 보낼 돈은 없고,

그래서 엄마가 예전에는 그런 게 통했어요.

지금은 말도 안 되지만 제가 12월생인데 2월생으로 바꿔서 6살 3개월인데 저를 학교에 넣었어요.

특별히 우수해서가 아니라, 유치원 못 가니까 학교라도 가라. 이런 분위기로

저는 학교 가는 게 너무 좋았어요.

학교 수업하는 동안 너무 신나게 수업을 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때부터 엄마한테 중계방송을 하는 거예요.

저녁 먹을 때까지 중계방송을 하는 거예요. 

근데 생각해 보면 저희 어머니는 그걸 네 번을 들으셨잖아요.

제 위로 새 언니가 있었잖아요. 

네 번째 재방송을 저한테 들으신 거죠.

그런데도 다 들어주셨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예전 어른들은 그랬어요.

밥 먹는데 얘기하면 복 달아난다고 근데 어머니가 늘 그러셨어요.

"놔둬요. 재밌잖아요."

뭐가 재밌었겠어요? 네 번째 재방송인데, 근데 그냥 들어주신 거죠.

사실 제가 출생의 비밀은 아니고, 어린 시절의 비밀이 있는데 지금 상상할 수 없지만 매우 약했어요.

안 믿어지시겠지만 매우 약해서 얘 오래 못 산다 그랬대요.

그래서 사실은 제가 안 죽고 살아남은 게 어머니한테는 너무 다행이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들어주셨던 것 같아요. 


이렇게 별 말 아니죠.

 

"콩나물 시루에 물 주는 겁니다. "

"교차로에서 잠시 만난 겁니다."
"자존감 다이어리를 써보세요. "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겁니다."
"그냥 놔두세요. 재미있잖아요. "

 

이런 말들이 제가 오늘 여기서 

이 귀한 시간에 이 귀한 자리에서 이 귀한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만들기도 하고 

그리고 또 저 자신을 성장시키기도 하고 

오늘 여기서 이런 얘기를 들으시고 어느 분에겐가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