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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851회 | 이제 진정한 과학적 건강관리와 질병 치료가 가능해집니다 | 이정석 KAIST 교수, 이노크라스 공동 창업자

우리는 DNA로 질병을 본다

 

  • DNA란 단어를 들으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 첫눈에 널 알아보게 됐어~♬ 서로를 불러왔던 것처럼~ ♬ BTS는 언제나 말이 됩니다.
  • 환자분은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 DNA 혁명의 시대가 왔습니다.
  • 여러분 참여하고 싶지 않습니까?

 

당신의 평생 질병과 건강의 미래가 이미 여기에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DNA로 질병을 이해하는 의사입니다. 이상한 의사죠? 그래서 이런 걸 학교에서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운 좋게 친구한테 어깨너머로 배웠고, 물론 그 친구는 대단한 학자입니다.

지금은 같이 창업을 했습니다. 

저만 배워서 몰래 쓰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특히 모든 의사들이 이걸 사용하게 만들어보겠다고 8년 전 처음 마음먹었습니다.

 

오늘은 DNA를 길잡이 삼아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 여정을 떠난 특이한 사람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DNA란 단어를 들으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첫눈에 널 알아보게 됐어 ~♬ 

서로를 불러왔던 것처럼 ~♬

내 혈관 속 DNA가 말해줘 ~♬
내가 찾아 헤매던 너라는 걸 ~♬  

 

이 아름다운 노래 가사는 가까이 있는 제 딸들부터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BTS의 DNA라는 제목의 노래 가사죠.

어떻게 혈관 속 DNA가 사랑하는 사람까지 찾아준다고 말할까요?

이게 사실 굉장히 과학적으로는 맞는 얘기입니다.

도대체 DNA가 뭔지 제가 잠시 소개해 보겠습니다.

 

DNA

 

인간이 DNA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건 이제 70년쯤 되었습니다.

보통 이 베베 꼬인 그림을 많이 떠올리시죠.

그런데 이걸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당시에 큰 충격에 빠졌어요.

DNA에 생명 현상의 모든 설계도가 담겨 있었는데 그게 ATGC 4 글자의 조합으로 된 디지털 정보였거든요.

 

A 아데닌, T 티민, G 구아닌, C 시토신

 

마치 게임 개발자가 코딩을 프로그래밍하듯 DNA에 생명이 코딩되어 있었던 것이죠. 약간 소름 돋나요? 

 

조금 더 이야기해 보면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통해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 혹은 모든 생물은 DNA 보존을 위해 프로그래밍된 기계에 불과하다고도 했습니다.

 

사랑이 유전자 보존을 위해 필요하다면, 노래 가사 내용이 맞죠?

BTS는 언제나 말이 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처럼 완벽하기만 할 것 같은 내추럴 디지털 정보인 DNA가 계속 변합니다.

USB에 가만히 저장해 놓은 것이 아니라 DNA는 세포에 저장돼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 몸은 사실 세포 덩어리입니다. 

살아있는 내내 우리는 이 세포를 분열시키고 DNA를 복사해서 나눠 갖습니다.

 

 

그런데 복사기를 못 쓰고 일일이 벗겨 적는 방식으로 이걸 복제해요.

오타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때는 자외선, 방사능 같은 환경적인 것들에 의해서 왕창 오타가 생깁니다.

책에 커피 쏟는 것 같은 사고이죠. 

이렇게 나이 들어가며 오타가 쌓이다가, 어느 날 이 책의 내용이 완전히 이상하게 해석될 정도로 바뀌기도 합니다.

"사랑해"라고 쓰여 있던 것이 "미워해"로 읽힐 정도로 바뀌는 날 우리는 암에 걸립니다.

암은 DNA가 망가져서 생기는 병이고 정확히는 DNA 오타의 결과입니다.

 

암은 DNA 오타의 결과입니다

 

담배 피워서 폐에 오타를 잔뜩 쌓으면 폐암이 되고,

자외선을 많이 쐬어서 피부에 오타를 잔뜩 쌓으면 피부암이 되는 것이죠.

 

DNA는 그래서 이 모든 역사가 담깁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준다던 그 DNA가 암에도 걸리게 하고 이런 양면성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그런데 여기 한 번 더 반전이 있습니다. 

이 DNA 오타는 그냥 자연의 실수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DNA 오타가 바로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진화의 메커니즘이거든요.

 

DNA 오타는 '진화의 매커니즘'

 

어느 날 치명적인 전염병이 이 세상에 돌아도 희한하게 전염병 안 걸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DNA 복제 과정의 오타가 사실은 사람들의 유전적 다양성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죠.

만약 이런 다양성이 없었다면 인류는 금방 멸종했을 겁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중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다양해졌습니다.

그 대신 우리 개인 각각은 암에 걸릴 위험을 감수하게 되었습니다.

 

인류는 진화의 매커니즘에 따라 생존력이 강해졌지만 개인은 암에 걸릴 위험을 감수하게 됐다

 

저는 지금 진짜 DNA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크게 두 가지 혁명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이게 가능해졌습니다.

 

우리 옛날에 인터넷이 집에서도 초고속으로 된다고 좋아했던 때를 기억하시죠? 

그게 대략 2000년 전후입니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나와서 놀라움을 줬고,

2016년에 알파고가 이세돌 구단을 이겼죠.

최근에는 비로소 Chat GPT 같은 거대 언어 모델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이제 AI가 뭔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DNA 시대의 첫 번째 원동력은 이 IT의 발전입니다.

 

DNA 시대를 이끈 첫 번째 원동력 : IT의 발전

 

이제 우리에게 도저히 다룰 수 없을 것 같이 방대했던 인간의 DNA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죠.

 

 

 

두 번째 IT 기술의 혁신 포인트마다 뒤따라서 DNA 정보를 읽어내는 인쇄술 시퀀싱이 저렴해졌습니다.

 

DNA 시대를 이끈 두 번째 원동력 : 저렴해진 DNA 정보 인쇄술, Sequencing

 

25년 전 단 한 명의 DNA를 읽어내는데 10년간 수천억 원이 들던 것이 이제 누구나 100만 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1~2주면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홀게놈 시퀀싱' 분석 발전 추이


이는 마치 이동통신 사업이 3G, 4G, 5G를 거치면서 점점 빨라지지만

우리는 오히려 많은 데이터를 값싸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제 이 거대 데이터가 AI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다시 제 이야기를 조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왜 저는 질병을 DNA를 통해 보겠다고 다짐했을까요?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테니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게 큽니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한 일화가 있습니다. 

 

제가 약 8년 전에 유전체 학자인 제 친구와 함께 어떤 희귀한 유전질환을 가진 어린 환자의 DNA 서열을 몇 달 동안 분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동일한 암환자의 유전정보

 

당시에는 병원에 도입되지 않은 유전자 완전 검사, 다른 말로 전장 유전체라는 데이터를 통해 분석을 했습니다.
의사 둘이서 한 명을 위해서 몇 달을 꼬박 썼습니다.

 

 

그런데 정말 DNA 안에 답이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몇 달 동안 그 학자인 제 친구와 함께 분석하면서 너무 어렵다.

이거 사람들이 내가 이해 못하는데 의사들이 쓸 수 있겠느냐?라는 투덜거림을 많이 했지만,

결국 그 돌연변이를 발견하고 나서 정말 흥분이 되고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바꾸는 데까지는 좀 더 많은 증거가 필요했고, 이후에 결국 1~2년이 더 필요했습니다.

그 사이에 굉장히 안타깝지만 환자분은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의사로서 내가 최선을 다하면 알아낼 수 있었던 것들, 

많은 자원과 시간을 쓰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시간이 부족해서 자원이 부족해서 못했구나

그게 안타까워서 창업을 해서 해결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십 명의 젊은 의사들, 특히 어릴 때부터 숨 쉬듯이 IT 기술을 보면서 함께 성장한 첫 세대들의 과학자들이 모여서 인생을 걸고 이런 일을 해보고 있습니다.

엉터리 유전자 검사가 아니라 한 번의 유전자를 완전하게 읽고 평생 쓸 수 있는 자산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와 미국에 앞서 나가는 병원에서 이 결과물을 환자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INOCRAS

 

DNA 혁명의 시대가 왔습니다. 

여러분 참여하고 싶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러한 DNA는 우리가 아플 때만 봐야 할까요?

의사들만 봐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나라 정부도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100만 명 정도의 유전자 완전 검사 데이터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퇴원하기 전 산전 진단부터 결혼할 때 나이 먹다 갑자기 뱃살이 나올 때, 

그리고 큰 병에 걸려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각 인생주기에 따른 다양한 DNA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유전자 완전검사 데이터의 이용

 

저희가 암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암은 어쩌면 가장 마지막 쓰임새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 DNA를 여러분도 스스로를 위해 이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DNA 혁명의 시대를 저와 여러분이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아픈 아이 한 명을 위해 젊은 의사 과학자 둘이 했던 일들을 이제 여러분 모두를 위해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본인과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유전자 완전 검사를 할 때입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건강검진기관에서도 전장 유전체 검사를 할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든 의학 발전이 늘 그래왔듯이 여러분의 참여로 이렇게 쌓여가는 데이터들은 미래 세대에 더 나은 건강을 위해 쓰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