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바시 1850회 | 외면하고 싶은 곳에 당신의 길이 있습니다 | 정마리아 톤28 대표

728x90
반응형

외면하고 싶은 곳에 당신의 길이 있습니다

 

  • 아름다움을 위해서 화장품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나를 공격해 왔고, 아름다움을 추구했는데, 그건 쓰레기였습니다.
  • 그리고 실제 사전을 찾아보니 아름답다는 OO라는 뜻이더라고요.

 

우리가 아는 아름다움은 쓰레기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쓰레기를 줍는 뷰티회사 톤28 대표 정마리아입니다.

지금도 세바시 강연 보러 왔다가 피부 좋아지는 법, 옷 올리 옹 세일 추천템 다 해서 신상 

이런 키워드에 이끌려서 나도 모르게 지금 구매 링크를 누르고 계시지 않나요?

제 인생도 뷰티를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향작학을 전공했고 10년 넘게 화장품 뷰티 회사를 다니면서 정말 수도 없이 많은 화장품을 사보고 써보고 또 써보게 만드는 직장인이었어요.

20~30대 때 정말 오직 화장품만을 바라보고 소형 자동차 한 대 값에 화장품을 써본 것 같아요.

그런데 40살 제 인생의 위기가 한꺼번에 닥쳐왔습니다.

80만 원짜리 고가의 화장품을 쓰다가 갑자기 얼굴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자극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그 후 어떠한 화장품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치 음식을 하는데 미각을 잃은 것과 같은 충격적이었어요.

그러다가 또 어느 날 회사 대표님께서 저를 부르셨어요.

"회사가 너를 감당할 수가 없다."

"네 무슨 말씀이시지?"

제가 주관이 너무 뚜렷해서 우리 회사에 맞지 않을 것 같다.

직원들도 부담스러워한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맞아요. 나가라는 말이었어요.

그렇게 쫓기듯 퇴사하고 나서, 또 몇 달간 여러 회사를 지원했는데 면접을 보러 오라는 것이 없더군요.

피부는 망가지고, 또 권고사직 당해서 취업을 할 수 없었던 제 나이 40살.

 

내 나이 마흔, 나는 필요 없는 사람이 되었구나

 

 

난 이제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이 되었구나. 

억지로 밀쳐낸 세상에 지하철에 다시 타기 위해 몸을 밀어 넣는 제 자신이 한없이 비참했습니다.

제가 개발한 제품을 소개하는 홈쇼핑 방송조차 보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다 너무 힘을 얻고 싶어서, 16년 3월에 영화 조이를 보러 갑니다. 영화 보셨나요? 

 

조이

 

여성 창업가의 도전과 성공 스토리를 보면서 힘을 얻고 싶었는데, 

사실 영화가 이미 끝났지만 정말 질질 짜며 우느라고 그 어두운 극장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 저에게 반전이 나타납니다.

별다방 테이크아웃 컵을 든 20대에 너무도 아름다운 여성이 제 눈앞에 딱 보였어요.

제가 봐도 홀릴 만큼 너무 아름다운 여성이었는데 아마도 그 당시 제 상황이 너무 극적으로 반대되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홀려서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여자분이 먹다 남은 케이크아웃 컵 안에 빨대를 구겨 넣고,

가방에서 쓰레기를 막 주섬주섬 꺼내 넣더니 컵에 넣고 휙 던지고 가버리는 거예요.

분명 너무 아름다운 여성이었는데,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이거 뭐지? 이건 무슨 느낌일까? 

그리고 실제 사전을 찾아보니 아름답다는 뜻은 조화롭다는 뜻이더라고요.

 

'아름답다'는 '조화롭다'였다

 

 

아 내가 생각했던 이쁘다와 아름답다는 다른 거구나.

나만 꾸미는 것은 이쁘다 말할 수 있지만,

나와 환경까지 조화롭게 하는 것이 진정한 큰 아름다움이지 않을까?

이것이 아름다움의 본질이지 않을까?

길을 잃은 상황 속에서 정말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와 주변의 사람 그리고 나를 둘러싼 이 환경까지 조화롭게 하는 아름다움,

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내가 만들어 가보면 어떨까 결심하게 됩니다.

그때 가진 돈 몇 푼 없고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해야 되는데 이상하게 힘이 나기 시작했어요.

아름다움을 위해서 화장품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나를 공격해 왔고,

또 아름다운 용기가 지구에게는 아름답지 않더라고요.

결국 아름다움을 추구했는데 그건 쓰레기였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요. 

그렇게 결심을 했는데 동시에 피하고 싶은 마음 또 넘어야 할 여러 한계들이 막 떠오르는 거예요.

그래서 사진에 보이는데 저는 쓰레기를 먼저 줍기 시작했어요.

웬 쓰레기?

 

 

어떤 쓰레기가 가장 많은 줄 아세요?

침 묻은 담배꽁초 그리고 먹다 남은 테이크아웃 컵

그리고 그 담배랑 먹다 남은 음료가 뒤섞인 페트병 저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사실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생기더라고요.

일단 줍고 나서 보니까 용기가 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까 소개해 드린 것처럼 2016년 8월에 쓰레기를 줍는 뷰티 회사를 창업하게 됩니다.

네 일단 생각을 멈추고 무엇이든 어디서든 해야 했어요.

그때 2천만 원이라는 전 재산을 들고 버려진 창고 건물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버려진 창고 건물에서 시작한 사업

 

당연히 냉난방 안 되고

또 해가 지면 너무 무서워요. 사람이 안 다니는 외진 곳이었거든요. 

정말 사업을 한다라는 거는 치열하다 못해 정말 처절합니다.

 

 

 

과정은 예상처럼 전혀 아름답지 않았어요. 

초기에는 저희 보고 새마을 운동하냐? 환경단체냐? 너희 너무 뾰족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어떤 심사 현장에서 나이가 지긋이 드신 심사위원이 저보고 당장 꺼지라고 그랬어요.

그렇게 꾸역꾸역 버티며 사실 6년간 적자로 내일모레가 월급날인데 통장 잔고에 3원이 찍혀 있는 거예요.

그날의 막막함 그리고 창고 천정에서 스프링클러가 터져서 그날 전 제품이 침수가 되었어요.

그날 바닥에 물이 흥건하고 전기 콘세트에서 전기 스파크가 튀기는데, 감전이 두렵지가 않은 거예요.

제품 하나라도 살리고 싶어가지고, 근데 결국은 단 한 개도 살릴 수가 없었어요.

전량 폐기를 했습니다. 

이때 후회도 정말 많이 했어요.

내가 무슨 사업을 한다고 왜 하필 비누야.

그런데 이렇게 생존에 부딪히면 많이들 환경을 수단으로 밀려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 순간에 저는 다시 결심을 하게 됩니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경을 위해 행동합니다 

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환경을 위해 행동합니다


말이나 환경이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에 반대하겠다는 저의 선언이자 결심이었어요.

 

 

 

근데 희한하게 그렇게 환경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두고 보니,

기존 방식에서 조금 더 개선된 친환경 제품이 아니라,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미 경험해 본 분들도 계시지만 또 아직 모르는 분들도 많아요.

 

샴푸 바
설거지 바

 

 

샴푸 바, 설거지 바 이런 고체 형태의 제로 플라스틱 제품들이었습니다.

샴푸 바와 설거지 바는 액상 세제와는 달리 플라스틱 용기가 애초에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고

쓰면 쓸수록 닳아져서 없어지기 때문에 자연의 생분해가 되어서 남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전 방식보다 극도로 환경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지 않을까?

해결책이라고 저는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회사들이 왜 거의 시도하지 않았을까? 거기에는 몇 가지 우려들이 있었는데요.

우리는 편리한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불편할 것 같다? 

그러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죠.

네 고체 뷰티는 불편할 것 같다라는 인식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비누 형태이다 보니까 제 값을 받을 수 없다는 경영적인 우려도 같이 있었어요.

 

 

 

몇 년 전 대기업 임원분께서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비누 팔아서 얼마나 번다고 우리는 그런 거 안 해 

제 가슴을 후벼파는 말이긴 했지만 환경을 목적으로 두었을 때 이러한 우려들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여러분 고체 뷰티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가장 앞서 있어요.

 

 

샤부바, 설거지 바와 같은 그 고체 형태의 제품들을 저는 지금까지 누적 200만 개 이상 판매를 했고, 이는 곧 200만 개의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1인 평균 연간 페트병 사용량? 109개

 

여러분 평균 1년간 한 명이 109개의 페트병을 소비한다라는 통계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씻을 거리를 이런 고체 형태로 바꿔서 1년간 사용한다면 전체 소비량의 10%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이런 다양한 생활제를 고체로만 바꾼다면 전체 소비량의 무려 23%를 줄이는 기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고체 생활제 사용 →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 23% 감소

 

그리고 저희는 쓰레기 줍기를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생산한다라는 것 자체가 친환경적일 수 없다는 제 마음에 불편함이 계속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쳐보자.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혼자 쓰레기를 주었던 그 한 번의 행동이 지금은 전 직원이 도시에서 쓰레기를 줍게 되었습니다.

 

네 저희 전 직원들이 성수에서 플로깅 활동하고 같이 춤을 추었던 기억이 나고요. 

또 그렇게 바다에서 해양 쓰레기를 죽게 되었습니다.

 

네 지금은 4년 넘게 2300명의 크루들과 함께 국내 해외에서 쓰레기를 같이 줍고 있습니다.

네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계시죠. 

처음에는 다들 꺼려했어요.

근데 지금은 언제 플로깅 키트를 받을 수 있냐?라고 대기도 해 주시고,

이제는 먼 나라 아프리카 또 일본에서도 같이 쓰레기를 줍겠다고 신청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제가 쓰레기를 주우면서 깨달은 게 있는데요.

생각이 행동을 바꾸는 게 아니라 우선 행동을 하면 생각이 바뀐다라는 거예요.

 

행동을 하면 생각이 바뀐다


쓰레기를 줍는 순간 정말 불이 딱 켜지듯이 알게 됩니다.

쓰레기를 줍는 순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쓰레기를 줍는 순간 어떻게 더 오래 쓸 수 있을까?

쓰레기를 줍는 순간 어떻게 더 나눌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이 바뀌고 태도가 바뀝니다.

이제 이렇게 살다가도 사실은 뜻 모를 비난 또 비웃음 받게 돼요.

"너희 어차피 돈 벌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진짜 가식적으로 잘 꾸며서도 하네. 언제까지 하나 두고 보자."

저도 처음에는 상처를 받았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 한 번 하면 행위지만, 비록 보여주기식 행위일지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행동이 될 거야.

여러분 새로운 시작을 할 때 그 불편한 마음을 외면하지 마세요.

때로는 하기 싫은, 그 외면하고 싶은 곳에 여러분의 길이 있습니다.

우리 각자 다른 분야에서 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에게 다 적용된다라고 봅니다.

여러분 우리 아름다워 집시다. 

감사합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