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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400회 | 배우자의 꿈을 아시나요? | 김현영 '분명히 신혼여행이라고 했다' 저자, ‪@doitbubu‬

배우자의 꿈을 아시나요?

 

 

  • 신혼여행이라고 해서 왔는데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을 수 없었고요.
  • 그러니까 신랑한테 반 사기당한 것처럼 분노로 치밀기 시작했죠.
  • 그래서 저는 결국 결심했습니다.

 

 

355일 간의 신혼여행으로 깨닫게 된 충격적(?) 진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한 지 3년 차가 된 아내 김현영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비록 저희가 결혼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어요.

그런 신혼부부이지만 저희 부부는 조금 더 성숙한 사랑을 위해서 신혼여행을 조금은 과감하게 다녀왔습니다.

바로 1년 동안 신혼여행으로 세계 일주를 다녀왔습니다.

 

355일 동안 24시간을 함께 붙어 다니면서, 배낭을 메고, 총 28개국에 다녀왔습니다.

그럼 모두들 다들 물어보는 생각들이 하나 뇌리에 스치실 거예요.

 

저도 그런 질문 많이 받았는데요. 쟤네 돈 많구나라고요. 그리고 신랑이 부자구나? 이 질문도 꼭 빼놓지 않더라고요.

아니요. 오히려 저희는 가지고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다 내려놓고 떠날 수 있었습니다.

단지, 열심히 서로 일해서 차곡차곡 모아뒀던 결혼 자금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신랑이 제게 무릎을 다 꿇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우리 결혼하고 신혼여행으로 함께 세계 여행을 가지 않을래?"

그게 남편의 프로포즈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었대요. 그게 바로 세계 일주였는데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30대 후반의 나이에 잘 다니고 있던 대기업을 과감히 그만둡니다.

그런데 남편은 여기에 제게 한 가지의 조건을 덧붙입니다.

"사실 내가 세계 여행을 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봉사 여행을 하고 싶었거든. 

우리 함께 해보지 않을래? 대신에 부담 갖지 마. 짧게 2주 정도씩 말이야."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봉사?

 

굳이 신혼여행을 가서 봉사를 하자고 저는 그런 신랑이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여행이 좋은데 봉사 생각해 보면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고요.

또 한편으로는 2주라고 생각하니까 우리 왜 봉사하면 있잖아요.

그 짧은 시간 잠깐 하고 나서 봉사단원들끼리의 그 저녁 시간 더 끈끈해지거든요.

그래서 더 친해질 수 있겠다는 그런 아주 가벼운 생각으로 제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 당신의 꿈이라니까 한번 가보지 뭐"

라고요. 근데 솔직히 고백할게요. 그때는 그냥요. 세계 일주에 더 제가 집중이 됐던 것 같아요.

내 인생에 1년 동안의 세계 일주라 너무 기대되는 거예요.

출발하기 전이었는데요. 신랑이 슬로건 한 주를 딱 정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저에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바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성숙한 부부가 되자였습니다.

성숙한 부부 저희가 사실 그 시점이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연인 관계에서 준비를 했다 보니까요.

성숙한 부부? 이 키워드에 전혀 몸으로 체감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 뭐 일단 해보고 싶은 대로 일단 가보자라고 가볍게 웃어넘겼습니다.

세계 일주를 간다는 그 기대감에 부풀어서 배낭 안에 비키니 그리고 챙 넓은 모자 있잖아요.

그렇게 신혼여행 필수템이라고 하는 것들을 하나 둘 다 꺼내어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희의 신혼여행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바로 꺼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이 비키니 신혼여행 필수품들 어떻게 됐을까요?

이미 배낭 저 깊숙한 곳에 있었고요. 

향수 대신 모기 기피제를 뿌려야만 하는 곳에 저는 이미 도착해 있었습니다.

 

 

저희의 첫 봉사 여행지 여러분 어디였을까요? 바로 인도였어요.

 


실제로 그 열악한 빈민가 슬럼가 지역에서 비위생적인 곳에 탁 제가 도착을 하는 그 순간 그냥 말문이 턱 막히더라고요.

그리고 짜증 지수 있잖아요. 여러분 

짜증 지수가 극도로 치미는데, 분명히 신혼여행이라고 했는데,

아 이건 그냥 가볍게 하는 봉사가 아니잖아?

온종일 이 습하고 덥고 냄새나는 곳에서 아이들을 이렇게 만나서 이렇게 안아주기가 너무 거북스러웠고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마음에 내키질 않았습니다.

저는 계속 시계만 하염없이 바라봤고요. 

SNS 속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게 됐어요.

하염없이 부럽더라고요.

그냥 서글펐어요. 

신혼여행이라고 해서 왔는데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을 수 없었고요.

약간 신랑한테 반 사기 당한 것처럼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있었던 그런 사랑이 점차 미움으로 바뀌었고, 

남편이 계속해서 아이들과 행복해하면 행복해할수록 그 웃는 모습이 저는 굉장히 얄밉더라고요.

왜냐면 나만 혼자 불행한 것 같았거든요. 

괜히 왔다

괜히 봉사하자고 했다.

 

 

하염없이 한국행 티켓을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신랑은 봉사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면 또 유튜브를 올리겠다고 영상 편집을 그렇게 성실히 하기 시작했어요.

열심히 다녔던 회사원이 맞더라고요. 

정말 성실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오히려 버럭 화를 내는 거예요. 

"아니 왜 당신 블로그를 안 올려?? 글을 써야지 글을!!"

 

 

저는 봉사 끝나면 당연히 우리만의 시간을 갖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저를 신경도 쓰지 않더라고요.

그저 비즈니스 파트너가 비즈니스 파트너처럼 대하는 이 남편에게 굉장히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배신감에서 분노로 치밀기 시작했죠.

그래서 저는 결국 결심했습니다.

여권을 들었고요. 

가출했습니다. 

 

"내가 진짜 한국을 가고 말지 왜 여기에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이놈아"

하면서 제가 문을 박차고 나와버렸습니다.

더 놀라웠던 사실은요. 

제가 나온 지 2시간이 되었는데도 연락 한 통이 없는 남편이었어요.

남편은 편집에 집중하느라 제가 나간 줄도 몰랐다고 합니다.

저도 더 오기가 나서요. 

영화관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영화 2편을 연달아 끊었고요.

아예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습니다. 

그렇게 영화 두 편이 다 끝이 나니까 컴컴한 밤이 되었는데 슬슬 저 혼자 있는 이 느낌이 굉장히 무서웠어요.

'안 되겠다 그냥 이 늦은 밤에 숙소에 돌아가야겠다' 하면서 숙소에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었는데요. 

그때 신랑과 딱 마주하는 그 순간 신랑은 엉엉 울더라고요.

미안하다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면서 펑펑 우는데, 제가 그 남편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이 제 사진을 이렇게 들고 이곳저곳을 다 뛰어다니면서 저를 찾아다녔더라고요.

 

근데 그때부터 신기하게도 남편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남편은 제가 사라짐으로 인해서 이건 나만의 꿈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해나가야 할 꿈이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느끼고 난 후에 영상 편집도 일주일에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였고요.

저희는 책상에서 보다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좀 더 많아진, 비로소 신혼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꿈꿔왔던 이 세계 여행 중에 봉사는 계속됐습니다.

 

슬로건의 한 문장대로 저희의 여행은 다른 여행자들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인도 봉사를 마치고 저희는 아프리카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도 2주만 다녀오자라고 저와 약속을 단단히 했고요.

그리고 아프리카로 탁 들어간 첫날 우리는 50여 명의 보육원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이 머리카락이 살로 이렇게 파고 들어가기 때문에 성별에 상관없이 머리를 빡빡 깎아야만 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처음 본 낯선 동양인의 여성의 긴 생머리 어땠을까요?


여러분 너무 신기했을 테죠. 저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와 안기는 그 사랑스러운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이 고사리 손을 내밉니다. 그리곤 제 머리카락을 이렇게 쓰다듬어주는 거예요.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제게 말을 건네왔습니다.

"잘 왔어요. 싸만다. 모든 게 다 잘될 거예요. 괜찮아요"라고요.

제게 마치 위로를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너무 좀 신기했던 것 같아요.

가슴이 확 뜨거워지면서, 저도 모르게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눈물이 와르르 쏟아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오히려 사랑을 주러 갔는데, 이 주러 갔던 아이들에게 되려 위로를 받는 순간이었거든요.

그동안 제가 너무 고생했다고 저를 위로해 주는 아이들, 제가 그렇게 위로를 받던 그날 저는 남편에게 제안을 하나 합니다.

"여보 우리 아프리카에서 최대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며칠이야?"

남편은 당황하면서 막 봉사 비자를 막 꺼내더라고요.

그러면서 "3개월 3개월 동안 있을 수 있어."

"그럼 우리 3개월을 다 채우고 가자. 아이들에게 2주는 너무 짧은 것 같아.  또 한 번 이별을 겪는 느낌일 것 같아."

저는 그렇게 저도 모르게 제안을 했고요. 

남편은 그 순간 흐뭇한 미소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오랜만에 이 생기 돋는 저의 눈빛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저희만의 유쾌한 나눔 프로젝트는 시작됐습니다.

 

 

 

먼저 보육원에 열악했던 화장실을 남편과 함께 지었습니다. 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여러분 사진에 나오네요.

 

처음에는요. 이렇게 근사한 화장실까지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났냐면요. 

아이들에게 어떤 게 필요할까 진짜 관심을 가지고 좀 더 들여다보게 되니까 그 보육원의 현실이 굉장히 참혹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제가 SNS 속 지인들에게 작은 모금 활동을 펼쳤는데요. 커피 한 잔 값을 내어주세요.

아이들을 도와주세요라는 가볍게 작게 프로젝트를 펼친 하쿠나 마타타 프로젝트를 만들었습니다.

 


근데 너무 놀라웠어요. 일주일 동안 저희가 SNS에 피드만 올렸었는데 700만 원이라는 큰돈이 모였고요.

세상에 그래서 화장실부터, 곳간에, 정말 한 달 남짓 별로 남지 않았던 곡식들, 그 곡식들을 6개월어치나 먹을 수 있도록 풍부하게 채워줬고 공책 등을 지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이런 적이 있었어요. 

길을 가는데 쓰레기 더미에 아이들이 신나게 장난감을 만들어서 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들여다봤더니 오렌지 주스 꽉 있잖아요.

거기에 플라스틱 뚜껑 4개를 붙여서 자동차 장난감을 만들어서 놀고 있더라고요.

 

 

그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답게 유쾌하게 우리 장난감 대회를 한번 열어보자 저는 그런 아이디어를 냈고요.

아프리카 언어인 스와일리어로 제가 일일이 다 번역해 가지고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벽보를 하나씩 만들어 붙였습니다.

근데 얼마나 모였는지 아세요?

그렇게 모인 121명의 아이들이 모였고요. 

아이들이 사실 그 동네에 시계가 없잖아요.

동이 트자마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쓰레기 장난감을 다 들고 이렇게 모였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가지고 있던 이 장난감을 또 대회를 연다고 하니까 얼마나 신이 나요?

참여한 모든 아이들에게 저희는 쌀을 선물로 나눠주는 우리만의 유쾌한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해낼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남편의 나눔이라는 이 꿈이 저의 꿈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함께 꿈을 이뤄가고 있었습니다. 

봉사가 꿈이라는 남편의 꿈,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꿈이 온몸으로 체감이 되면서 이해가 됩니다.

1년에 세계 여행, 아니 봉사 여행 덕분일 테죠.

그래서 남편에게 참 고맙습니다.

힘들고 힘들었던 신혼여행을 제안해 줘서요. 

덕분에 우리는 힘든 과정을 함께 겪어낸 끈끈한 전우애가 생겼고요.

비로소 한 곳을, 같은 곳을 향해 바라보게 됐습니다.

 

 

 

 

사랑이라는 정의 사실 우리에게 막연하잖아요.

저는 그냥 마냥 로맨틱한 단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좀 더 저에게는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사랑이란 ❘ 서로의 꿈을 함께 바라보는 것

 

서로의 꿈을 함께 바라보는 거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입니다.

보통의 부부는 1심 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각자 30여 년을 독립적으로 살아온 두 남녀가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가 아니고요. 둘이라는 것을 비로소 인정할 때 진정한 부부가 되지 않을까요?

상대의 고유함을 인정하고, 상대의 꿈을 아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사실 1년 동안 세계 여행을 다녀와도요. 사실은 변한 게 없습니다.

여전히 남편은 양말을 빨래통에 뒤집어놓고 가고요.

저는 아프리카 아이들과 3개월을 그렇게 부딪히면서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밥을 꼭 한 숟가락씩 남깁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가 하나 변한 게 있다면요.

상대의 꿈을 인정하고 그 꿈을 향해 함께 달려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꿈은 아주 잘 다행히도 잘 향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부는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 팀이 되는 것입니다.

세바시 강연에 제가 부부 대표로 이 자리에 서게 되었는데요.

남편이 오늘 무대에 서는 저에게 이 이야기를 꼭 하나만 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세상의 모든 남편들에게 좀 외치고 싶다고 합니다.

아내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요. 

아내가 처음엔 변하길 기대하면서 세계 여행을 계획했던 순간도 있었대요.

그런데 제가 가출을 했던 그 순간 느꼈다고 합니다.

아내가 지금 내 옆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그리고 정말 지금까지도 제게 무언가를 원하거나 바꾸려 노력하지 않고요.

있는 그대로 봐주려 노력합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의 꿈에 함께 동승해 보세요. 함께 성숙해져 갈 것입니다. 

어느새 그가 만든 슬로건 한 줄은 진정으로 우리의 슬로건이 되어 있었어요.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성숙한 부부가 되자

 

 

저희는 앞으로도 진짜 행복을 하나씩 찾아가며 나눔을 실천하는 성숙한 부부가 되는 꿈을 지속적으로 이뤄가면서 살아가려고요. 여러분은 여러분의 배우자의 꿈을 알고 계시나요?

지금까지 강연의 김현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