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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461회 |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이유ㅣ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이유

 

 

  • 2021년 한국의 청년 중 80%는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합니다.
  • 대기업 정규직이 100의 임금을 받을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4.5를 받습니다.
  •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이유도 청년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OOO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20%만이 좋은 일자리를 얻는 현실을 바꾸는 방법

 

안녕하세요.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김용기입니다.

 


저는 오늘 아주 흔한 유명 인사들의 얘기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빌게이츠 ❘ 스티브잡스 ❘ 래리페이지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 레디 페이지 

제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고 여러분께 물어보면 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시겠죠?

세계 최고의 부자, 글로벌 기업의 창업자 하지만 저는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20세기 후반, 미국의 백인 남성

 

이들은 모두 20세기 후반 미국 사회에서 태어난 백인 남성들입니다.

자 여기서 여러분들께 진짜 질문을 하나 던져볼게요.

 

빌게이츠가 미국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어느 내전 중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요?

만약 빌게이츠가 창업에 너그럽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안전망을 갖춘 미국 사회의 일원이 아니었다면,

또 PC의 선두 주자였던 IBM이 있었던 나라에 살지 않았다면,

그 아이비엠이 윈도의 전신인 도스라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운영 체제를 채택하지 않았다면,

그래도 빌게이츠의 성공이 과연 가능했을까요?

 

빌게이츠의 성공은 물론 그의 재능과 노력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의 재능이 그의 성공에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우리의 성취는 각자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속한 사회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환경은 각자의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오늘 여러분과 제가 같이 고민하는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이유도 저는 청년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좋은 일자리를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내고 있지 못한 그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일자리가 무엇이죠? 

적절한 보상, 자기 개발과 성장의 가능성, 일과 가정의 양립 그런 일자리를 말하는데요.

흔히들 300인 이상의 민간 대기업 그리고 공공 부문에 정규직 일자리를 가지면 좋은 일자리를 가졌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청년은 20%에 불과해요.

아무리 노력을 해도 2021년 한국의 청년 중 80%는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합니다.

 

 

80%의 청년은 대기업의 비정규직으로 일하거나 정규직으로 일해도 중소기업에서 일할 수밖에 없고 이들과 대기업 정규직 간의 임금 고용 안정성에서 너무나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기업 정규직 대비 임금격차

 

대기업 정규직이 평균적으로 100의 임금을 받을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4.5를 받습니다.

근데 이건 평균일 뿐이에요. 실제 격차를 보면 훨씬 심각합니다.

국제 비교도 말씀드릴게요. 

 

OECD 상하위 10% 임금 격차

 

한국의 하위 10% 상단의 근로자 임금과 상위 10% 하단의 임금의 격차는 4.3배입니다.

다시 말해 100명 중에 10번째는 월 860만 원을 받고 100명 중에 90번째는 월 200만 원을 받는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격차는 오이시디 37개 국가 중에서도 네 번째로 높은 아주 큰 격차입니다.

복지국가 스웨덴은 이 격차가 2.1배에 불과합니다.

 

자 우리가 서비스업에 비해 그래도 제조업 일자리는 괜찮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전체 제조업 일자리 중에서 250인 이상 대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의 비중은 이십칠 퍼센트에 불과해요.
오이시디 평균은 40퍼센트입니다. 

 

국내 대기업의 일자리 비중은 OECD의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상황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높은데 그들이 만드는 일자리는 적다는 겁니다.

결코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대기업과 다수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것입니다.

자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혁신 역량이나 생산성이 대기업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 전체로 수도권뿐 아니라 지역 전체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만 20%가 아닌 다수의 청년들이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광주형 일자리

 

여러분 캐스퍼 아시죠?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만들어진 경량 SUV입니다.

GGM이라는 회사에서 만들었고요. 

저는 이 공장이 마침내 준공되던 지난 4월 말 그리고 캐스퍼 1호차가 출시되던 지난 9월 중순에 이 공장을 방문했는데요.

정말 젊은이들이 가득 찬 공장이었어요.

 

 

570명 생산직 직원의 평균 연령이 28세였고요.

주 44시간 기준의 평균 연봉이 3,500만 원짜리 일자리입니다.

광주시가 이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월세를 지원하니까 이들 청년들은 주거비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질 좋은 식당, 출퇴근, 버스 제공 등 복지 혜택도 좋았고요.

이런 뒷받침 속에서 지지엠 청년 직원들의 근무 시간 집중도가 상당하더라고요.

일하는 동안 절대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지난 4월 대통령님과 함께 공장 준공 행사장에서 이들 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임현우 매니저 31살인데요. 그의 말이 생각납니다.

 

저희 지역에는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을 준비했는데 광주에서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20대 때 광주를 떠났고 부산 고흥 등지에서 일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광주를 떠났는데 이제 다시 광주로 돌아와서 정년도 보장받고 사원 복지도 훌륭해서 아 정말 기대감이 크다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CASPER

 

캐스퍼는 사전 예약 첫날 1만 9천 대가 인터넷으로 구매 예약되어 현대차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계획대로 연간 7만 대를 생산하면 천 명까지 직접 일자리가 늘어나고요.

부품 업체 고용까지 합치면 1만여 명의 고용이 창출됩니다.

고향을 떠나 타지를 돌아다니면서 비정규직으로 불안해했을 임현우 매니저는 이제 더 이상 광주를 떠나지 않아도 되겠죠.

 

그런데 이 임현우 매니저가 정착하게 된 GGM은요.

한국에서 23년 만에 처음 만들어진 완성차 공장이에요.

자 내연기관 자동차는 약 3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집니다.

완성차 공장이라는 거는 그 부품을 여러 개 모아서 모듈을 만드는데 그 모듈을 조립하는 곳입니다.

한국은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인데요. 

지난 23년간 완성차 제조 공장을 설립하지 못한 나라입니다.

모두 해외에 세워졌기 때문이에요. 

내수 시장 규모가 작은 점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근로자 임금이 1억 원에 가까웠던 겁니다.

 

한국,독일,일본 완성차업계 임금 현황

 

그래서 자동차는 많이 생산되었는데 일자리는 해외에서 만들어지고 국내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무려 23년 동안이나 말이죠. 

지역의 노사민정이 협력하고 그래서 취약한 부분을 양보와 타협으로 보완하고 정부가 지원해서 국내에서 투자와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 이게 바로 상생형 일자리 사업입니다.

 

상생형지역일자리 사업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이 현재 전국 9군데에서 51조 원의 투자와 1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20여 곳은 아직 시작하지 못했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위원회에는 중앙 정부의 통합 지원 조직이 설치되어 전국 지자체가 노사민정 협력을 도모하며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도록 컨설팅을 제공하고 중앙부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원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하니까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는 세금만 쓰는 가짜 일자리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활력만 지원해 주면 된다'

그런 주장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안전과 보건뿐 아니라 보육, 요양과 같은 돌봄, 공공 서비스 일자리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런 공공 일자리가 경제 활동의 지속을 가능케 하는 우리 사회의 아주 근본적인 인프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가 시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소유권을 보장하고 교육을 통해 인력을 공급하고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게 없으면 시장은 아예 작동할 수 없겠죠.

 

그뿐인가요?

 

혁신적인 기술 또한 대개 사회가 공동으로 만든 것입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는 12가지의 혁신 기술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는 인터넷은 물론이고 '시리'로 불리는 음성 인식 서비스가 애플이 아니라 미 국방부가 개발한 기술이라는 건 알고 계신가요? 그 기술을 하나의 제품으로 통합하고 예쁘게 디자인한 게 애플이란 민간 기업이 한 일입니다.

물론 민간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폰이 지닌 그 12개의 모든 기술은 미국 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해 만든 것입니다.

 

정부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좋은 기술이 있어도 기술을 상품화해야 하는데 민간 자본은 상업화가 확실해진 거의 마지막 시점이 되어서야 투자를 결정합니다.

결국 그 이전에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벤처 기업을 만들고, 육성하는 대부분의 몫은 정부와 사회가 부담하는 것이죠.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스케일업 하는 거 이것 또한 정책 금융의 역할이고요.

규제와 지원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는거 이것도 정부의 일입니다.

전기차, 풍력 발전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부는 또한 정부조달을 통해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갖추어 품질과 수요를 높여 국제 경쟁력을 갖게 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자 이제 정리해 보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좋은 기업이 만들어지기까지 특정 민간 기업만이 아니라 혹은 혁신적인 기업가 한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성장한 민간 기업이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근본을 흔들고 있는 좋은 청년 일자리 부족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청년들의 문제의식과 감시 촉구 이러한 것이 정부와 민간 기업이 자신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이 자리에 서 보니까 저의 청년 시절이 생각납니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의 일이에요.

저는 그때 무엇을 정부에 기대했을까요? 

사실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저를 쫓아다니고 잡아가지나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전두환 군부 독재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수배되고

결국 잡혀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고, 그 후 10개월간 감옥 생활을 했습니다.

감옥에서 나온 이후에도 아시안게임 등 행사가 있거나 일본 수상이 서울을 방문할 때 경찰의 사전 검속을 피해 도망 다녀야 했어요. 그때부터 아주 얼마 전까지 저는 늘 가위에 시달렸습니다.

꿈속에서 저는 누군가에게 쫓기며 계속 도망다녔고, 

바깥에서 누군가가 창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것을 막으려 애쓰다가 깨어나는 그런 가위에 눌리며 살아왔습니다.

그랬던 제가 이제 정부의 일원으로,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 가위에 눌리는 청년을 도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은 임기 중에도 쉬지 않고 우리 사회의 격차를 줄여 청년들이 좋은 꿈을 꿀 수 있는 살맛 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좋은 일자리야말로 우리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합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