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막 세바시 55회 밥집이 꿀 수 있는 꿈의 크기 | 한영미 공동대표


강연 소개 : 밥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밥을 짓는 일 외엔 쉽게 떠올려지지 않기도 합니다만, 밥을 팔아 돈도 벌고, 농사도 짓고, 콘서트도 하고, 학교도 만들고, 새로운 마을을 만드는 일을 밥집에서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마을들, 곧 커뮤니티와 커뮤니티가 만난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바꿀만한.


게시일: 2011. 10. 9.



안녕하세요

음.. 식사하셨나요?

아직 못하신 분들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한 번 거른 끼니는 영원히 다시 찾기 어렵다고 하거든요

요기는 안되시겠지만 간단한 쿠키를 준비했는데요

저희와 함께 일하고 있는 러시아 직원이 계세요


아 이 쿠키는요

'담스케에발츠키'라는 이름의 쿠키입니다


담스케에발츠키

러시아어로 '여인의 손가락'을 의미하며 밀가루 반죽에 수제 잼을 넣어 만든 러시아식 디저트


러시아 사람들은 이런 베이킹 종류들을 호밀로 많이 먹는다고 해요


맛이 어떠신가요?

(맛있쪄요~)

네...다행입니다

기분도 좀 좋아지시죠?

그걸 바로 의도한 거고요


예 저는 밥집을 하고 있습니다

밥집에서는요 밥하는게 일이구요

그리고 밥 먹는게 또 일이죠

그리고 밥으로 또 돈도 벌구요


근데, 돈버는 일 외에 먹는 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먹는 것으로 시작해서 확장을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그게 과연 뭘까

그 상상을 오늘 여러분들하고 나누려고 합니다


음식은요 사람을 이렇게 모이게 하죠 그리고 즐겁게 하잖아요

대가족 사회에서는 가족들이 다 모였을 때 진짜 상 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차렸죠 우리 어머니들이요, 힘들게

그럴때는요 사실 저희는 굉장히 신났어요

굉장히 들뜨구요 마음도 넉넉해지구요

괜히 너그러워지고 그랬죠


근데 그런 풍경이 요즘은 사실 굉장히 보기 드물어졌죠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고 바쁘게 돌아가고

가족의 수는 또 줄어들구요 그리고 그 줄어든 가족들도 만날 일이 별로 없어요 

서로 바쁘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우리 시대에는

또다른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가족의 형태 그런 인연으로 맺어지는 가족의 형태

여러분들은 누구랑 가장 밥을 많이 드시나요?

친구? 직장동료? 그렇죠 가족하고 많이 드시지 않죠

네, 가족보다도 내 직장동료와 많이 먹게됩니다


그래서 어쩌면 진짜로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저희는 한달에 한번씩 이런 오~라잇 테이블을 엽니다

카페 슬로비에서 여는 테이블인데요

'오~라잇'은 여러분 잘 아시죠 오라이~

옛날에 버스 안내양들이 하던 오라이~ 그거에요

괜찮다, 좋구나 뭐 이런 뜻입니다


누구나 유리할 수 있고요 누구나 화려하고 대단한 요리가 아니어도

자기의 삶의 여정 속에 있는 요리를 가지고 나와서 다른 이와 함께 나누는 공동의 식탁의 의미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그 식탁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한 식구가 되어보는 거죠

이거는 저희가 굉장히 친하게 함께하고 있는

일본의 푸드디자이너 나카야마 하루나씨가 있는데요

저희의 오랜 친구이죠


이분이 지난 7월에 카페 슬로비의 키친에 오셔서

일본식 여름 밥상을 이렇게 차려주셨어요

맛있어 보이나요?


일본하고 저희는 기후도 비슷하고 식재료도 굉장히 비슷해요

근데 조리법이 조금 다르죠

그러면서 일본의 여름 밥상은 과연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 나카야마 하루나씨가 저희 슬로비에서 보여줬습니다


저희는 사실 매일같이 한국식 여름 밥상을 차리고 있거든요


이분은 홍콩분이에요

홍콩베로니카 유 라는 젊은 친구인데요

굉장히 밝아요


이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대가족에서 살았어요

그러면서 굉장히 화기애애한 가족 속에서 살다가 유년시절에 벤쿠버로 이민을 가게 됩니다, 그 식구들만

그러다가, 그립죠 자기의 정체성이 뭔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근데 그 어린 시절을 찍었던 가족들의 사진속에 사실은 항상 음식이 등장하는 거죠

그리고 홍콩사람들도요 굉장히 푸짐하게 차려놓고 먹더라구요 사진을 보니까요


그런데 그 음식을 보면서, 그 음식을 통해서

자기의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게됐다고 해요

그래서 내 가족 사진 속 홍콩요리 라는 오~라이 테이블베로니카 유가 열어주셨습니다


이게 바로 저희 슬로비 카페인데요 어떠신가요?

괜찮은가요?

저희 식탁은 그렇게 화려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솔직하고 그리고 소박한 그리고 건강한 그래서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그런 식탁

그런 밥상을 차리는 것이 저희의 꿈이구요

그러한 공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카페 슬로비를 오픈하게 됐구요


저희 슬로비의 모토가 있죠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세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하나는 요리 그리고 또 하나는 사람 그리고 또 하나는 문화입니다

건강하게 요리하고 정직한 식재료로 그리고 사람이 성장하는 공간

그리고 문화도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희가 교육하고 있는 청소년 요리사, 영 쉐프입니다

소위 말하는 취약계층인데요 전부 다 그런 건 아니고요


어려서부터 돌봄 없이 해체 가정에서 자라서 보육원 그리고 자립생활관, 쉼터 이런 곳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대부분이에요

경제적인 자본 없고 문화자본 없죠 학력 자본도 없습니다


이 청소년들이 요리로 인생을 바꾸고자 모였죠

그리고 물론 주도적으로 탈학교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슬로비는요 이 청소년들을 위해서 인턴십을 할 수 있는 현장

자립할 수 있는 그런 현장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꿈이 있어요

내년 하반기 그리고 내후년 상반기 정도에는요

이 영 쉐프들을 위한 청년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또 하고 있어요


또 하나의 꿈이 생겼습니다



저희는 이주여성들 하고도 함께하고 있는데요

왼쪽의 사진이 아까 드신 쿠키 담스케에발츠키를 만드는 장면이에요

저희 직원 알료나씨구요 되게 잘 만들죠

그리고 되게 아름답습니다


저희가 이주여성들하고 일을 하다 보니까요

여러가지 일도 겪게 되고 또 배우는 점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이주여성들과 함께하고

성장하는 공간이 되고자 슬로비는 또 생각하고 있고요


이런 이주여성들과 또 영 쉐프들 어떻게 연결이 될까요?

저희가 연결이 되는 건 역시 밥이에요

같이 밥을 짓고요 같이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일상적으로 저희의 일터에서 밥을 하죠

그리고 한달에 한번씩은 가게문을 닫아요

그날은 돈 안법니다


그리고 농사지로 가죠



이천에 있는 콩 세알 나눔마을이라는 곳에 가서 같이 진짜 진탕 땀흘리고

어떻게 씨를 뿌리고 어떻게 수확하는지를 배웁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한솥밥을 지어 먹죠


그런 과정들이 저희한테 뭔가 끈끈한 새로운 가족, 가족애 이런 것들을 느끼게 합니다

저희는 이런 관계들이 모여서 결국은 슬로비라는 커뮤니티 공동체를 만든 거에요

수익사업 하는 공간이죠 밥도 팔고, 

근데 우리 삶을 이렇게 지탱해주고 그리고 뭔가 삶이면서 일터면서 그리고 휴식공간이 되는

그런 공간을 바로 이 카페에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결국은 대안이 뭘까

외식업을 하고 있는데 슬로비 같은 컨셉으로 외식업을 하면 백이면 백 다 망할 거라고 얘기하죠

저희 손님들 중에는요 이미 팬들이 많이 생겼어요

손님들이 굉장히 걱정해주세요

손님이 없을 때, 텅텅 비었을 때 저희보다 더 걱정해 주세요

"어떡해요, 슬로비 어떡해요" 이렇게 걱정해주시거든요 실제로

저는 "괜찮아요, 기다리면 돼요"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데

재밌는 일은요 돈이 안되더라구요 실제로, 경험해보셨죠?


재미있는 일은 절대 돈이 안돼요

근데 그게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돈도 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돈을 목표로 하면 뭔가 가슴뛰는 일이 될까요?

돈을 많이 벌면 가슴이 뛸까요?

실제로 장사하시는 분들, 현금장사 하시는 분들이요

현금을 긁어모으는 재미가 엄청나다고 해요

저도 제가 그렇게 큰 돈을 많은 돈을 한꺼번에 본적이 사실 없어요

혹시 그럴지 모르죠 그걸 보면 벌렁벌렁할지도 몰라요

근데 적어도 내가 하는 일이 좋은 일이고

그리고 그것이 돈도 되는 일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외식업을 하고 있는데요 어쨋든

영쉐프들 이주여성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이

건강하게 그리고 인간적인 대우받으면서

일하는 현장들을 만드는 데에 이 일터가 하나면 별로겠죠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게 바로 대안적인 외식업의 생태계죠

거창한데요 슬로비라는 공간이 있고

그리고 우리와 함께 뭔가 좋은 식재료로

사람을 성장시키는 이런 의미있는 일을 함께 하고자 하는 외식업장들이 연대하는 거예요

연합체를 이루는 거죠

이게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요

내가 여기서 슬로비에서 2~3년 동안 일했는데 일하다보니까 너무 루즈(loose : 느슨)해졌어요

그러면 아 내가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

근데 이 외식업의 연대 안에 저쪽에 있는 업장에서 뭔가 도전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때에 진출할 수 있는 거죠

그 로테이션에 허락을 하는 거에요 이 생태계 안에서

사람이 성장할 수 있게 같이 연대하는 그림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어떨까요? 고객들은

이런 외식업을 이용하면요 요즘 소셜 커머스가 많죠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지는 전자상거래로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는 것이 특징


슬로비를 오픈하고 나서 하루에 서너 회사가 왔습니다

함께 해달라고, 함께 하자고 했지만 제가 다 돌려보냈어요


저희는 그럴 생각이 없고 아직은 아닙니다

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정말로 할 생각이 없거든요


소설커머스는요 반값 후려치기 정책이에요

이렇게 작은 업장들은 도산하고 말죠. 소셜하지 않아요 전혀 

이런 외식업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요

정말 그야말로 소셜한 네트워크, 커머스가 만들어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구체적으로는 고객들한테 통합적인 마일리지 제도를 적용시켜 주는 거예요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또 하나는 이 외식업체들이 지양하고 있는 이 지향점

사회적 가치를 고객들에게 함께하게 하는거죠

이 사회적 기업의 동참하게 하는 베네핏을 드리는 겁니다

이게 저희가 꿈꾸는 대안적인 외식업의 생태계입니다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고요 

이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요

각각의 외식업장들이 직거래 농가를 만나게 되죠

직거래 농가들이 많아지겠죠 활성화되겠죠

그리고 로컬 푸드를 생각하게 됩니다


기후변화 문제, 식재료 문제 앞으로 더 심각해질거에요

지금부터 시작해야 되겠죠

그리고 얼굴을 아는 거래를 해야된다는 거죠

그리고 또 이것을 엮어주는 착한 유통이 나와야 됩니다

이것이 전국의 생산자 네트워크까지 연결되는거죠

이 그림이 아주 작은 밥집에서 꾸는 꿈입니다

가능할까요? 

(네~)

감사합니다


끝난건 아니구요 이게 꿈이구요

저희는 그래서 밥을 짓고 농사를 짓고 그리고 학교도 만들고

좋은 회사도 만들고 커뮤니티도 만들고

대안적인 외식업의 생태계를 만드는 일을

지금부터 더 본격적으로 하려고 하구요


아주 작은 규모의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부터 아주 작은 일이라도 먼저 시작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가렛 메디의 말씀을 인용하자면요

세상을 바꾸는 데에 아주 소규모의 무리가 세상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해요

그 말씀을 잊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세요.


추신 : 여러분의 공감 클릭은 제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