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도 안 해봤는데 네가 임신에 대해 뭘 말하냐."
"자궁도 없는 게 네가 월경통 알아?"
진료실 문이 익 하고 열렸을 때, 그분은 저를 보고 놀랐습니다. "어, 남자네." 쾅 — 그렇게 문이 닫혔습니다.

📌 한 줄 요약
환자 0명에서 시작해 30만 구독자 의사 유튜버가 된 남자 산부인과 의사의 분투기. 그리고 평균연령 54세, 폐업률 100%로 향하는 한국 산부인과의 위기.
⭐ 추천 점수 : ★★★★½ (4.5 / 5)
👥 추천 대상
· 편견·인식의 벽에 막혀 본업이 잘 안 풀리는 분
· 의료·보건 분야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 학부모
· 동네 산부인과의 현실과 미래가 궁금한 분
📑 목차
1. 강연자 소개 — 여성이 건강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2. 가족 전체가 산부인과 + 첫 인상 "헐"
3. 개원 첫날, 환자 0명 — 그리고 진료실 "쾅"
4. 위기(危機)의 '기'는 기회의 '기'
5. 우리 동네 산부인과 — 누적 조회수 1억 회
6. 이러다 산부인과가 사라질 판 — 역대급 위기
7. 한 발씩, 그리고 📝 블로거 후기
여성이 건강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성이 건강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믿는 산부인과 전문의 추성일입니다. 헤스티아 여성의원 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30만 구독자를 둔 의사 유튜버, 처음 하는 이야기
30만 구독자와 함께하는 의사 유튜버이다 보니, 유튜브에서는 건강 이야기를 진짜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어디서도 한 적 없는, 남자 산부인과 의사인 제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자녀가 있고 성적이 된다면 의대에 보내고 싶다 하시는 분, 손 들어주세요. … 그럼 그 자녀가 산부인과 전문의를 하겠다고 한다면요? 만약 아들이라면, 똑같이 찬성하실 수 있을까요?

가족 전체가 산부인과에 올인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분만 병원 아래에서 약국을 운영하시고, 저는 개원해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제 아내는 산부인과 후배입니다. 심지어 제 쌍둥이 동생도 산부인과 의사이고, 그 동생의 와이프도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이 정도면 가족 전체가 산부인과에 올인한 셈이죠.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왜 산부인과 했어요?" 사실 의대 졸업 후 인턴 첫 달에 배정된 곳이 산부인과였습니다. "그럼 첫사랑이 된 거네요"라고들 하시지만, 제 첫인상은 한마디로 — 헐이었습니다.
피 장사라 불리는 그곳에서
분만장의 양수 냄새, 피 냄새, 비명 소리가 범벅이었습니다. 암 수술과 항암 치료로 눈물 범벅이 된 보호자와 환자분들을 보면 정말 쉽지 않았어요. 산부인과는 "피 장사"라 불릴 만큼 출혈이 많아 인턴과 학생들이 픽픽 쓰러집니다. 친구도 몇 명 쓰러졌어요. 저는 안 쓰러졌습니다 — 쓰러지면 일으켜 줄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산부인과 — "축하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과
이상하게도 막상 과를 정할 때가 되니 또 산부인과가 떠올랐습니다. 산부인과는 환자에게 "축하합니다, 임신 축하합니다"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과입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지키고, 두 생명을 살리겠다고 뛰어다니고, 난임 부부를 돕고, 출생 신고서부터 사망 신고서까지 쓰는 — 그 유일한 과.
이 정도면 조금 매력 있지 않나요?
"의사로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 — 행복했던 대학병원 시절
결국 산부인과 전공의가 되었습니다.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여성이 건강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배우던 시절이었습니다. 도와드릴 환자도 많았고, 의사로서 배움이 정말 많은 시기였어요.
일은 비록 힘들었습니다. 사진들이 작아 잘 안 보이지만, 대부분 웃고 있어요. (사실은 웃을 때만 골라 찍은 거지만요.)

개원 첫날, 환자 — 빵 명
대학병원을 나와 제가 처음 본 환자가 몇 명이었을까요? 빵 명, 빵 명이었습니다. 진료시간 개선, 노력, 강의, 직접 찾아가기 — 다 해봐도 환자는 안 왔어요. "남자 의사라서 그런가, 너무 젊어 보여서 그런가?" 흰머리 염색조차 끊고 갖은 시도를 다 했습니다.
지금도 대표 원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함께 일하는 여자 원장님보다 환자가 적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안 오는 환자보다 와주신 분들 더 열심히 보면 되니까요. 그런데 가끔 — 진료실 문이 익 하고 열린 다음 "어, 남자네" 하고 쾅.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있습니다. 그 쾅에 제 마음도 쾅 합니다.
유튜브 댓글창엔 "임신도 안 해봤는데", "자궁도 없는 게", "남자가 무슨 피임을 하라 말라야" 같은 악플이 기본이었습니다.
"환자 없어서 편하고 좋잖아" — 위로가 위로가 아닐 때
"성적이 안 좋아서 산부인과 갔으니 응당 받아야 할 죄다." "환자 없으니 편하고 좋잖아, 좀 놀아라." 위로처럼 들리지만 위로가 아니었습니다. 뒷목 잡히는 소리였죠.
의사 면허는 배움의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허준이 동의보감을 쓰고 나서 허준이 된 게 아니라, 허준처럼 환자를 많이 봐 왔기에 동의보감을 쓸 수 있었던 것처럼요. 환자가 없다는 건 의사로서 자라날 토양이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 위기가 닥쳤구나.
위기(危機)의 '기'는 기회의 '기'
한문으로 위기의 '기(機)'는 기회의 '기'와 같은 글자입니다. 그 순간이 저에게는 기회였습니다.
여자 선생님들과 같은 노력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더 많이, 더 깊게, 더 다양하게 — 그래야 남자 산부인과 의사를 향한 편견을 넘을 수 있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음악 콘텐츠, 글쓰기, 그리고 일주일에 세 편씩 유튜브 업로드를 시작했습니다.
의학밖에 모르던 제가 코딩, 딥러닝, 마케팅, 브랜딩, 출판 공부까지 — 책 수백 권, 강의 수십 개를 들으며 닥치는 대로 공부했습니다.
흩어진 글을 한곳에 — 책과 포이휴먼닷컴
흩어졌던 글들을 모아 책을 출간했고, 산부인과 원장님들의 정보를 한 곳에서 보실 수 있도록 포이휴먼닷컴이라는 홈페이지도 직접 열었습니다. 가르쳐 줄 사람이 옆에 없었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길이 열리더라구요.

우리 동네 산부인과 — 누적 조회수 1억 회
산부인과 의국 선배님들과 함께 시작한 "우리 동네 산부인과" 채널이 너무 잘 됐습니다. 이번에 보니 누적 조회수가 벌써 1억 회더라고요. 영상 시청 시간을 합치면 800년 — 세 명이 나눠도 한 사람당 250년입니다. 의사 한 명이 다양한 방법, 다양한 주제로 250년 치 의학 정보를 환자에게 전달한 셈이죠.
"영상이 너무 큰 도움이 됐다"는 댓글이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해외 지역에서 가장 많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1인 의사로서 해야 할 기본은 다 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뿌듯했습니다.

"상가 임대를 의사에게 하면 대박" — 그 말이 씁쓸했던 이유
한 부동산 강의에서 들었습니다. "상가 임대를 의사에게 하면 대박이다." 임대료를 잘 올려준다는 뜻이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의사라는 직군이 어딘가 호구로 비치는 게 씁쓸했습니다. 십 년 넘게 공부하고 진료만 보다 보니, 의사가 모른 채 당하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의사는 조금 당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는 당하면 안 됩니다.
이러다 산부인과가 사라질 판 — 역대급 위기
산부인과는 다른 과 대비 병원 운영이 훨씬 어렵습니다. 수가는 안 올라가고, 법적 소송 위험은 높고, 의사도 간호사도 기피 1순위입니다. 결과적으로 개업 대비 폐업률은 거의 100%.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는 250명에서 100여 명으로 반토막 났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54.4세. 세 명 중 한 명은 60대 이상입니다. 10년 뒤엔 70대가 됩니다. 그때가 되면 분만할 곳, 산부인과 진료 받을 곳이 남아 있을까요?

"산부인과 의사가 행복해야 환자에게 더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더 많이, 더 깊게, 더 다양하게 노력해야 한다."
"여성이 건강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산부인과 의사가 행복해야, 여성이 건강해진다
가뜩이나 상황도 안 좋은데, 산부인과 의사가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이 없었습니다. 저는 의사가 진료 외의 일에 신경을 안 써야 좋은 진료가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의사가 행복해야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개원 의사회에서 산부인과 선생님들을 위한 일들을 하고, 병원 행정 업무를 대행해 원장님들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게 돕는 사업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안심하고 좋은 진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한 발씩, 계속 — 그러면 예상치 못한 기회가 옵니다
환자 명단이 텅 비어 좌절했던 저처럼, 여기 계신 분들도 예상과 다른 사회 반응에 당황하거나 힘들었던 순간이 있지 않으세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계속해도 되나, 잘못된 길을 선택한 건 아닌가" — 그 순간 간절한 마음으로 뭐라도 하나씩 해보자고 마음먹으면, 생각지 못했던 기회가 옵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2026년에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한번 시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온 세상이 나를 외면하는 것 같고, 성별처럼 넘지 못하는 벽으로 막혀 있더라도 — 한 발씩 계속 움직이다 보면 예상치 못한 기회와 연결되더라구요.
앞으로도 저는 "여성이 건강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믿음으로, 남자 산부인과 의사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블로거 한 줄 후기
강연을 보며 가장 의외였던 건 "환자 0명에서 시작한 의사"라는 사실이었다. 누구나 처음엔 자기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만, 의사조차 그렇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로가 됐다. 그리고 통계 — 산부인과 전문의 평균연령 54.4세, 폐업률 100% — 는 별표 치고 메모해둘 만한 사회 현실. 강연 내내 따뜻한 톤이지만 메시지는 묵직하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오늘 가족·지인과 함께 가벼운 질문 하나만 던져보자. "내가 사는 동네에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몇 군데나 남아 있을까?" 답을 듣고 나면 이 강연의 통계가 단순한 숫자가 아닌, 우리 생활의 일부라는 것이 보인다.
📚 더 읽어보면 좋을 자료
· 유튜브 채널 "우리 동네 산부인과 우리동산" — 강연자가 운영하는 30만 구독 채널. 누적 조회수 1억 회.
· 헤스티아 여성의원 네트워크 — 강연자가 대표로 있는 산부인과 네트워크.
· 보건복지부 분만 의료기관 현황 자료로 산부인과 위기 통계 직접 확인.
· 유튜브 검색: "세바시 추성일", "여성 건강", "산부인과 위기" 키워드.
이 글이 공감되셨다면 ♥ 한 번 부탁드립니다. 가까운 분들과 산부인과 위기를 화두 삼아 이야기 나눠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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