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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951회 | 힘을 뺄 때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 무대 위에서 "떨려요"라고 말한 기타리스트 | 장하은

"잠깐, 머리 묶고 하면 어때요?"

보헤미안 랩소디 도입부,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댓글창엔 "연주자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 그 머리카락이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 너무 긴장해서 손가락이 안 움직였던 것.

📌 한 줄 요약

4천만 뷰 버스킹, 카네기홀, 슈퍼밴드 2 — 화려한 이력 옆에 공황장애와 멈춘 연주가 함께 있었던 기타리스트의 긴장 극복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때, 긴장은 친구가 된다."

⭐ 추천 점수 : ★★★★½ (4.5 / 5)

👥 추천 대상

· 발표·면접·무대 앞에서 손이 떨리는 분
·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려다 지치는 분
·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점점 헷갈리는 분

📑 목차

1. "머리 묶고 하면 어때요?" — 모든 게 시작된 그 순간
2. 음악가의 숙명 같은 동반자, '긴장'
3. 부산에서 강남까지 — 열등감의 시작
4. 4천만 뷰, 카네기홀, 슈퍼밴드 2 — 그리고 공황장애
5. 멧돼지가 사자를 만나면 — 본능 vs. 무대
6. "불안해 하는 것도 너고, 무서워하는 것도 너란다"
7. 세 가지 마음가짐 + 📝 블로거 후기

세바시 1951회 — 힘을 뺄 때,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머리 묶고 하면 어때요?" — 모든 게 시작된 그 순간

보헤미안 랩소디 도입부, 분위기를 잡고 아주 조용하게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유희열 님께서 "잠깐, 머리 묶고 하면 어때요?"라고 했다. 그 장면이 화제가 됐고, 댓글창엔 "연주자에 대한 예의가 없다, 흐름을 끊는 게 말이 되냐"는 비난이 떠 있더라.

그런데 — 그게 머리카락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너무 긴장해서 손이 잘 안 움직였고, 살짝 실수를 한 거였다.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손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어쩌면 유희열 님은 그 긴장을 알아채시고, 나를 위해 일부러 멈춰주신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JTBC 슈퍼밴드 2 보헤미안 랩소디 — 유희열 "머리 묶고 하는 게 어때요?"
JTBC 슈퍼밴드 2 보헤미안 랩소디 — 유희열 "머리 묶고 하는 게 어때요?"

 

 

 

 

장하은 기타리스트 강연자 소개 — 힘을 뺄 때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장하은 기타리스트 강연자 소개 — 힘을 뺄 때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음악가의 숙명 같은 동반자, '긴장'

이 자리를 빌어 유희열 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 덕분에 조회수가 잘 나왔다(웃음). 긴장이라는 녀석은 정말 끈질기고 집요하다. 음악가로 사는 동안 평생 따라다닌 숙명 같은 존재였다.

근데 음악가만 이런 긴장을 느끼는 건 아닐 것이다. 여러분도 긴장 경험이 정말 많을 것이다. 긴장은 마치 원래의 나를 가로채 가버린다. 잘할 수 있었던 나를, 어설프고 실수투성이인 나로 만들어버린다.

"긴장을 풀려면 힘을 빼야 한다"는 말, 맞는 말이다. 그런데 — 힘 빼는 게 말처럼 쉬운가?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출발한 질문 하나. "어떻게 하면 힘을 빼고, 본래의 나, 자연스러운 나로 있을 수 있을까?"

 

 

세바시 강연장을 가득 채운 청중 (강연 시작)
세바시 강연장을 가득 채운 청중 (강연 시작)

 

 

부산에서 강남까지 — 열등감의 시작

나는 클래식 기타를 15살에 시작했다. 늦은 출발이었다. 3, 4살부터 시작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늘 조급함에 시달렸고, 고등학생 때 입시에 뛰어들면서 조급함은 열등감으로 바뀌었다.

부산에 살다 음악 배우러 서울로 올라왔는데, 레슨받는 곳이 드라마에서나 보던 강남·대치동. 레슨 가는 날엔 속이 뒤집혔고, 친구랑 같이 연습할 땐 서툰 실력을 들킬까봐 늘 구석에서 등 돌리고 연습했다. 목표는 단 하나 — "쟤보다 더 잘 치는 것."

하루를 10분 단위로 쪼개 연습 계획을 세우고, 정해놓은 8시간을 못 채우면 "나는 잠 잘 자격도 없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그 결과 손가락 하나가 끝까지 구부러지지 않게 됐다. 그래도 쉬는 법을 몰랐다.

새 연주 스타일도 시도했다. 드럼처럼 기타 바디를 두드리는 퍼커시브 연주. 그런데 어떤 선생님께서 그걸 보고 한마디 — "겉멋 들어서, 너 제대로 음악이나 하고 있는 거냐." 빠상. 그 말이 너무 큰 상처가 됐다.

 

 

10분 단위 연습 계획표 — 2011~2013 입시 노트 콜라주
10분 단위 연습 계획표 — 2011~2013 입시 노트 콜라주

 

 

4천만 뷰, 카네기홀, 슈퍼밴드 2 — 그리고 공황장애

나를 작게 보면 긴장이 커진다. 반대로 나를 과대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튜브 버스킹 영상이 거의 4천만 뷰를 찍었다. 남한 인구 거의 대부분이 내 연주를 봤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덕분에 꿈의 무대 카네기홀에서 공연했고, 슈퍼밴드 2에 출연하며 갑자기 유명세를 탔다. 이쯤 되니 어깨에 뽕이 좀 들어가더라. "이거 나 좀 뜬 거 아니야?"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이 찾아왔다. "내가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지? 사람들을 실망시키면 어쩌지?" 어느 공연에서 내 순서를 기다리는데, 손끝부터 찌릿찌릿하더니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공황장애였다.

그날 첫 곡은 클래식 기타를 배우면 가장 처음 배우는 로망스 — 너무 쉬운 곡. 그런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여기를 어떻게 쳤더라, 새끼손가락이 7프렛이었나 8프렛이었나…" 결국 연주를 중간에 멈췄다. 그날 이후 무대가 너무 무서워졌다.

멧돼지가 사자를 만나면 — 본능 vs. 무대

어느 날 다큐를 보다 멧돼지가 들판에서 사자를 만나는 장면을 봤다. 그 순간 멧돼지의 심장은 더 빨리 뛰고 혈관은 팽창한다. 도망갈 때 필요한 근육에 산소를 풍부하게 공급하려고. 다른 시스템은 다 셧다운된다. 결국 멧돼지의 불안이 자신을 사자로부터 살린다.

그런데 사람은 반대다. 무대에 서는 순간 우리도 사자를 만난다. 불안하고 도망가고 싶다. 그래서 온몸을 긴장시키고 힘을 넣는다. 하지만 도망갈 수 없다. 무대에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니까.

"불안해 하는 것도 너고, 무서워하는 것도 너란다"

어느 날 평소 존경하던 선생님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놨다. 그 선생님 말씀이 — 그동안 내가 불안을 소화하지 못하고 괜찮은 척 외면했기 때문에, 마치 체한 것처럼 불안이 내 안에 쌓여 있다는 것이었다. 선생님께서 주신 조언:

"불안해 하는 것도 너고, 무서워하는 것도 너란다."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뜻이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발표하는 자기 모습을 영상으로 다시 보라고 하면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시선을 피하고 싶다. 그런데 그 모습조차 진짜 내 모습인데, 우리는 자꾸 스스로의 이미지를 취사선택한다. 잘한 부분은 "이게 나야" 자랑스러워하고, 실수한 부분은 "오늘은 손이 시려워서, 컨디션이 안 좋아서"라며 외면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진짜 나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 긴장은 더 커진다. 몸에는 더 힘이 들어간다.

세 가지 마음가짐 + 📝 블로거 후기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해 나는 이런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1. 척하지 않는다. 멋져 보이려고, 잘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그 순간 — 이미 그건 내가 아니다.
2.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를 믿는다. 더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불안과 긴장이 찾아온다.
3.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인다. 불안하면 "아, 지금 내가 긴장하고 있구나" 인정하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모습까지 나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짜 나로 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여러분, 제가 좀 떨리거든요." 그러면 이상하게 긴장이 풀린다. 내 모습을 숨기지 않을 때, 내 안에 쌓인 불안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기타를 잘 치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보다, "떨린다"고 고백할 수 있는 그 자유가 더 행복하다.

"하루하루 버거운 날들을 / 힘 빼고 천천히 그리 흘려보내는 거야 / Get out of that box, we forgot to fly / Into the sky with your heart / 조금 더 편안히 슬로 슬, 유유히 플 플, 그렇게 흘러가는 거야."

즐거웠습니다. 장하은이었습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긴장은 마치 원래의 나를 가로채 가버린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진짜 나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긴장은 더 커진다."

"기타를 잘 치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보다, 떨린다고 고백할 수 있는 자유가 더 행복하다."

📝 블로거 한 줄 후기

강연을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4천만 뷰·카네기홀·슈퍼밴드 2라는 화려한 이력 옆에 공황장애와 멈춘 연주가 함께 놓여 있다는 사실이었다. 외부에서 보는 모습과 내부의 떨림은 늘 별개. "내가 너무 긴장해서 손이 안 움직였다"고 무대 위에서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흔치 않다. 솔직함이 무기가 되는 순간을 본 느낌.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다음에 발표·면접·중요한 모임에서 떨림이 올라올 때, 마음속으로 단 한 줄만 인정해보자. "아, 지금 내가 떨리는구나." 부정하지 않는 그 한 줄이 의외로 큰 힘이 된다. 떨림은 사라지지 않지만, 나와 함께 무대 위에 같이 있는 친구가 된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 JTBC Voyage 〈슈퍼밴드 2〉 장하은 보헤미안 랩소디 영상 — 강연에서 언급된 "머리 묶고" 그 무대.
· 장하은 버스킹 영상 — 누적 4천만 뷰의 그 영상.
· 유튜브 검색: "장하은 기타", "무대 공포증 극복", "긴장 푸는 법" 키워드로 깊게 들어가 보기.

이 글이 마음에 닿았다면 ♥ 한 번 부탁드립니다. 떨리는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도록.

 

세바시 1951회 마무리 — 황혼의 서울 풍경
세바시 1951회 마무리 — 황혼의 서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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