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2. | 세바시 2057회 | 김태원 (이노레드 대표)
우리는 왜 이토록 AI에 열광할까요? 김태원 이노레드 대표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산업이 같은 도구를 쓰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구글에서 18년을 일한 그가 '관점'과 '경계'라는 두 키워드로 AI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이야기합니다. 지금은 가장 기술적인 시대이자, 가장 인문학적 질문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구글 18년, 계획대로 되지 않은 커리어
2. 알파고 이후, AI가 바꾼 질문
3. 관점: 홍수가 나면 마실 물이 귀하다
4. 경계: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5. 시간을 돌려받는 시대를 준비하라

🌱 구글 18년, 계획대로 되지 않은 커리어
우리는 왜 이렇게 AI에 관심이 많을까요?
저는 어쩌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산업이 같은 도구를 쓰는 시대를 맞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AI 시대인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질문이 필요한 시대이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태원입니다.
저는 어릴 때 경북 상주의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 살았습니다.
동네 친구도 별로 없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집에서 키우는 개들과 논밭을 뛰어다니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인 시간이었죠.
이 아이는 훗날 대학을 졸업하고 구글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될 줄 몰랐을 겁니다.
그때는 구글이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구글에서 18년을 일했고, 지금은 광고 마케팅 애드테크 회사인 이노레드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계획을 세우지만 그중에서도 진로와 커리어는 특히 계획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 20년 동안 전국의 많은 학생들, 특히 지방에 있는 학생들을 만나 왔습니다.
예전에는 '구글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연봉이 얼마인가요' 같은 질문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질문을 받습니다.
바로 '미래에 사라질 직업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 검색을 가장 많이 하는 세대가 바로 10대입니다.
정말로 의미 있는 변곡점은 우리에게 좋은 질문을 던집니다.
🌊 알파고 이후, AI가 바꾼 질문


제 커리어를 변곡점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2006년 구글에 입사했을 때는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전환하던 디지털 퍼스트의 시대였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모바일 퍼스트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있을 무렵, 구글은 이미 'AI 퍼스트 회사'라고 선언했습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보며 사람들은 놀라고 두려워하기도 했지만, 저는 그때의 진짜 속마음은 '이번엔 아니겠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괜찮겠지, 내 직업은 괜찮겠지, 나는 괜찮겠지.
너무나 신기한 기술이지만 저 먼 바다에서 일어난 파도 같아서, 육지에 있는 나는 안전하다고 느낀 것이죠.
그런데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AI는 먼 바다가 아니라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이미 많은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커리어에 또 한 번의 변곡점이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의미와 일의 의미에 대한 전 세계 검색량은, 우리가 생성형 AI를 처음 만났을 때 폭증했습니다.
기술이 이렇게까지 발전했다면 도대체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일의 의미는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기술적인 시대이자, 가장 인문학적 질문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 관점: 홍수가 나면 마실 물이 귀하다

첫 번째 키워드는 '관점'이고, 부제는 '홍수가 나면 마실 물이 귀하다'입니다.
예전에 부산의 한 대학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강의 후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지만, 예매한 KTX 시간이 다가와 양해를 구하고 부산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승차장에서 처음 보는 학생 두 명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모두 줄을 설 때, 이 친구들은 제가 강의 중에 흘리듯 말한 기차 시간을 '반드시 부산역에 간다'는 신호로 읽고, 승차 시간과 승강장을 확인해 길목에서 기다린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충분히 대화하고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기차 시간 이야기는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했습니다.
대부분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지만, 두 학생에게는 미래와 기회를 여는 신호였습니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사는 것 같지만, 어떤 관점을 갖느냐에 따라 사실은 다른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입니다.
AI의 아웃페인팅 기술로 화가의 화풍을 그대로 따라 하며 자연스럽게 확장한 것이죠.
AI는 창의력의 확장이자 프로세스의 민주화이며, 우리의 생각과 가치 사이의 거리를 좁혀 줍니다.
이제는 엔지니어가 아니어도 코딩을 하고,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AI로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좋은 생각과 창의력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기회와 가치로 이어지는 시대입니다.
지금은 AI 시대인 동시에, 생각의 시대입니다.
그래서 기술은 도구가 아니라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지식을 쌓고 도구를 잘 다루고 정답을 찾는 것은 사실 AI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이제 사람은 창의력과 디렉팅에 집중해야 합니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때도 도구로만 접근하다 마실 물이 부족했듯, AI 홍수 속에서 마실 물을 늘리려면 도구적 세계관을 넘어선 문화적 세계관이 필요합니다.
🌸 경계: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두 번째 키워드는 '경계'입니다.
어떤 사람이 뛰는 모습처럼 보이는 이 영상은 사실 맛있는 스포츠 음료 게토레이로 만든 것입니다.
천장에 수많은 게토레이 병을 거꾸로 매달고, 각 병에서 떨어지는 방울의 속도를 조절해 만든 광고죠.
기술적 요소가 들어가자 광고가 예술 작품처럼 보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끕니다.
예전에는 광고 업계에서 일하려면 광고홍보학과에 가라는 진로 지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문학을 공부해도, 공대를 가도 됩니다.
경계가 명확한 선형적 세계관에서, 기술과 AI가 경계를 흐리는 입체적 세계관으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건너는 다리는 과연 안전할까요?
다리 위를 지나는 차는 점점 무거워지고, 안전을 점검하는 센서는 유지 비용이 비쌉니다.
센서조차 없는 다리가 미국에만 수만 개라고 합니다.
우리는 보통 이 문제를 토목업이나 건설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과학 잡지 네이처에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습니다.
다리를 지나는 운전자들의 스마트폰 가속도계 데이터만으로 다리의 흔들림과 진동을 측정해 안전을 진단하고 예측할 수 있으며, 여기에 AI를 적용하면 다리의 수명을 약 30%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리는 어떤 산업일까요?
이제 다리는 건설업일 수도, AI 산업일 수도, 소프트웨어나 데이터 산업일 수도 있습니다.
하드웨어를 팔면서 안전을 진단하는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파는 시대가 온 것이죠.
모든 산업이 같은 도구를 쓰기에, 경계를 넘어 배우고 지식을 공유하며 협업하는 문화가 중요합니다.
한민복 시인의 시집 제목처럼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말이 이 시대를 잘 설명합니다.
이전에는 경계와 경계 사이에 벽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사이에 다양한 꽃이 피고 있습니다.
✨ 시간을 돌려받는 시대를 준비하라

우리는 어떤 시대를 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제가 학생일 때는 100세 시대나 글로벌 시대를 준비하라는 답을 들었지만, 저는 요즘 '시간을 돌려받는 시대'를 준비하라고 말합니다.
AI의 발전을 통해 더 많은 시간이 우리 삶으로 돌아올 것이고,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새로운 산업이자 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저는 한 장의 사진으로 답을 대신하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종군 기자 로버트 카파의 사진입니다.
그는 전장에 직접 뛰어들어 사진을 찍었고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끝내 전장에서 지뢰를 밟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대상에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발전해 만나지 않아도, 경험하지 않아도, 가보지 않아도 생생한 정보를 얻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가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직접 경험해야 할 시대에 오히려 AI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시간이 돌아온다면, 데이터화되기 이전의 여러분만의 온전한 질감을 느끼는 경험에 그 시간을 써 보길 바랍니다.
그런 경험이 쌓여 이 시대를 해석하는 독창적인 언어가 되고, 그 언어가 여러분의 세계관을 넓혀 더 많은 기회를 열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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