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9. | 세바시 2061회 |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
AI는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미디어보다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전기의 발견에 맞먹는 이 변화 앞에서 청년 일자리는 소멸하고, 우리는 사고할 힘마저 빼앗기고 있습니다. 박태웅 의장은 이것이 '축복으로 가장된 저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질문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길이 있습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인터넷보다 7배 빠른 AI, 전기에 맞먹는 변화
2. 자동화가 증강을 추월하다
3. 청년 일자리가 소멸하고 있다
4. 사고를 빼앗기지 마라
5. 축복으로 가장된 저주
6. 질문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 인터넷보다 7배 빠른 AI, 전기에 맞먹는 변화
안녕하십니까, 박태웅입니다.
AI는 지금까지 나타난 어떤 미디어보다도 빠릅니다.
인터넷이 8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데 13년이 걸렸지만, 오픈AI의 챗GPT라는 서비스 하나가 8억 명을 모으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년 반입니다.
최근 구글도 자사 사용자가 6억 명이라고 발표했으니, 산술적으로 인터넷보다 7배 이상 빠른 셈입니다.
저는 AI가 전기의 발견과 맞먹거나, 어쩌면 전기보다도 더 근본적으로 사회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변화입니다.
더 놀라운 점은 발전 속도가 조금도 느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플 벤치 같은 지표는 오히려 그래프가 위로 꺾이고 있고, 얼마 전 나온 구글 제미나이 3 프로는 기존보다 훨씬 큰 격차로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미지 생성 모델의 완성도 또한 놀라운 수준입니다.

📊 자동화가 증강을 추월하다
앤트로픽이 지난 9월 내놓은 그래프는 의미심장합니다.
인간을 '도와주는' 증강(augmentation)을, 인간을 '대신하는' 자동화(automation)가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것입니다.
설명을 요청하는 것이 증강이라면, 엑셀이나 그래프를 대신 만들어 달라는 것은 자동화, 곧 인간을 대체하는 일입니다.

챗GPT가 내놓은 벤치마크도 있습니다.
AI가 인간의 일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를 측정한 GDPval인데, 가장 높은 점수를 낸 클로드 오퍼스 4.1이 47.6점으로, 10~15년 경력의 인간 전문가와 거의 비겼습니다.

다시 말해 그 분야에서 10년, 15년씩 일해 온 인간 전문가보다 AI가 더 나아질 날이 몇 달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경계에 서 있습니다.

📉 청년 일자리가 소멸하고 있다
미국에서 경기 호황은 늘 일자리 증가를 불러왔습니다.
주가지수 그래프와 구인 그래프가 거의 똑같이 움직였죠.
그런데 챗GPT가 나온 2022년 11월 30일을 기점으로 이 동조화가 깨졌습니다.
경기는 미친 듯이 좋아지는데 구인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시니어 일자리는 부활하는 반면 청년 일자리는 소멸합니다.
원인은 AI입니다.
예전에는 시니어 한 명이 주니어 서너 명을 데리고 가르치며 일했지만, 신입이 제 몫을 하기까지는 보통 3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AI가 주니어의 일을 더 잘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시니어에게 돈을 조금 더 주고 AI를 데리고 일하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주니어를 뽑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10년 차 경력자를 한 명도 뽑을 수 없게 됩니다.
부분 최적화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큰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기업이 풀 수 없는 문제라면,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합니다.
🧠 사고를 빼앗기지 마라
내년부터 본격화될 AI 안경을 쓰면 영어 책이 한글로 번역되고, 물건을 조립할 때 어떤 부품을 어디에 꽂을지 다 지시해 줍니다.
편리하지만 무서운 대가가 따릅니다.
한창 뇌를 개발해야 할 어린 사람들이 이런 도구에 기대면, 생각할 시간을 잃고 사고를 빼앗깁니다.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일어나는 일입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서 AI로 커닝을 하다 큰 물의를 빚었습니다.
시험은 본래 '네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안다, 이해한다, 응용한다는 학습의 세 단계 가운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해 다음 단계로 이끄는 도구여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 교육은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급 매기듯 시험을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데 써 왔습니다.
이번 사태는 학생들에게 양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교육이 AI 시대와 얼마나 맞지 않는지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입니다.
사고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배운다는 것은 뇌 안에 새로운 뉴런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AI는 헬스클럽의 유능한 트레이너처럼 써야 합니다.
내 조건에 맞는 운동 레시피를 짜 달라고 하는 것은 좋지만, 쇠를 대신 들어 달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트레이너에게 운동을 대신 시키면, 6개월 뒤 건강해지는 것은 트레이너이고 내 뇌는 순두부처럼 물러집니다.
AI는 사고를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내 사고를 단련시키는 트레이너여야 합니다.


⚠️ 축복으로 가장된 저주
이런 도전들이 있습니다.
AI는 불평등을 키우는 증폭기입니다.
AI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 AI를 가진 나라와 갖지 못한 나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입니다.
지금도 몇 안 되는 슈퍼 엘리트들이 세상의 AI가 갈 방향을 마음대로 정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는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AI는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므로,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AI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현대 AI는 그 레시피를 아무도 알지 못하고, 거대 기업들은 윤리 원칙조차 사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습니다.
알 수 없는 레시피에 인류가 이끌리며 사고까지 빼앗기는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면, AI는 축복으로 가장된 저주가 될지도 모릅니다.
✨ 질문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지금은 질문의 시간입니다.
답은 AI라는 블랙박스 안에 다 들어 있습니다.
정말 훌륭한 질문, 최고의 질문, 궁극의 질문을 할 수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양의 복권이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풍부한 교양이 없으면 좋은 질문을 할 수 없고, AI가 훌륭한 답을 내놓아도 이해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나열하고 검토하는 일에서 인간은 AI를 이길 수 없지만, '최고 질문 책임자'로서의 지위는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대 교육의 목표는 주입식 암기가 아니라, 자기 주관을 가지고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 내는 것이어야 합니다.
개인이 풀 수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일자리 감소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풀어야 합니다.
인간 노동의 역사는 곧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입니다.
세탁기와 식기세척기가 고된 일을 덜어 주었듯, AI도 인간을 위해 일하는 도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신안군에는 태양광 연금이 있습니다.
공동체가 함께 투자해 지금 가구당 500만 원씩 받고, 풍력까지 돌아가면 수천만 원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전국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유일한 군이 신안군입니다.
태양광으로 되는 일이라면 AI로도 됩니다.

유권자로서, 시민으로서 정치와 사회에 요구해야 합니다.
AI가 사회를 위해 일하게 하고, 청년 일자리의 사회적 안전판이 되게 하자고 말입니다.
요구하지 않은 것을 그냥 준 사례는 인류 역사에 없습니다.
AI 윤리의 투명성과 책임성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이 주체적으로 질문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AI가 아니라 AI 할아버지가 온다 해도 그 도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YouTube > 세바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배경제, 인류학 박사가 글로벌 CEO 된 경계인 커리어 비결 | 세바시 2063회 (0) | 2026.07.06 |
|---|---|
| 경제학자 김현철, 확증 편향의 시대를 반전시키는 법 | 세바시 2062회 (1) | 2026.07.06 |
| 주승훈 금산간디학교 교사, 사막에서 깨달은 진짜 혁신 | 세바시 2060회 (1) | 2026.07.05 |
| 문정인 교수, '괴물들의 시간' 미중 사이 한국의 생존법 | 세바시 2059회 (1) | 2026.07.05 |
| '사내뷰공업' 김소정 PD, 쓸모없던 알바가 18억 조회수 된 비결 | 세바시 2058회 (0) | 2026.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