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5. | 세바시 2064회 | 송길영 (마인드마이너·작가)
아마존은 3만 명의 화이트칼라를 정리하겠다고 하고, 해외 로펌은 신입 인력을 아예 뽑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마인드마이너 송길영 작가가 지난 8월 한 달 동안 직접 겪은 변화들입니다. 교육·법률·광고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동시에 밀려온 AI, 그가 말하는 '경량 문명'은 무엇일까요. 두려움을 넘어 이 흐름 위에 올라타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3개월 만에 닥친 변화, 무언가 오고 있다
2. 교육 현장에 이미 균열이 생겼다
3. 계약서와 광고까지 넘어온 AI
4. 왜 조직은 가벼워지는가
5. 노트북 하나로 시작하는 핵개인
6. 흐름에 올라타라, 따뜻한 경량 문명

🌊 3개월 만에 닥친 변화, 무언가 오고 있다
아마존처럼 큰 기업이 무려 3만 명이나 되는 화이트칼라를 정리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분위기가 두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건 시작에 불과하고 지금 60만 명을 이야기하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해외 로펌들은 새로 들어오는 인력, 보통 패러리걸이라 부르는 분들을 아예 뽑지 않겠다고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AI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일이 올 8월 한 달 동안 제가 직접 겪은 일들입니다.
여러분, 무언가 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거의 모든 분야에 동시에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 '시대예보'라는 타이틀로 연작을 내고 있는데, 이번에 새로 낸 주제이자 제목이 바로 '경량 문명의 탄생'입니다.
가벼워지는 세상 속에서 조직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그리고 그때 개인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8월 말쯤 '무언가 오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기고를 하나 남겼습니다.
여러분에게 엄습하는 변화를 잘게 쪼개어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교육 현장에 이미 균열이 생겼다
첫 번째 사례는 교육입니다.
중·고등학생 자녀의 수행평가를 도와준 적 있느냐 물으면 대부분 손을 들지 못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과학 문명이 인류 발전에 끼치는 영향을 고민하고, 가설 설정과 변인 통제의 정확성, 탐구 방법 순서까지 따지는 과제가 일주일에 몇 개씩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 분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고등학생 자녀가 방학이 끝났는데 울고 있더랍니다.
과제가 너무 많은데, 하지 않으면 내신에 반영돼 대학을 못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가 도와주려 해도 너무 어려워 결국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냥 챗GPT랑 해." 부모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채점마저 챗GPT가 할 수 있다면 이 공부를 왜 하느냐는 물음이 남습니다.

어느 졸업생은 졸업식 날 노트북을 들고 나와 이렇게 적었습니다.
"고마워요 챗GPT, 덕분에 졸업했어요." 교육 시장에서는 이미 이 친구의 도움을 상당히 받고 있고, 우리가 세웠던 교육의 목표와 방법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뜰 것은 면접입니다.
써 온 글을 믿을 수 없으니, 일어나서 직접 말해 보라고 하게 될 것입니다.
🤖 계약서와 광고까지 넘어온 AI
두 번째는 제 이야기입니다.
외국계 기업과 작은 계약을 하게 됐는데, 계약서가 너무 두껍고 전부 영어에 법률 용어였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데 사인은 해야 하니 무서웠습니다.
로펌에 맡기면 수임료가 계약액보다 커서 포기할까 하다가, 챗GPT에 넣어봤습니다.
그러자 일곱 개의 독소 조항을 바로 뽑아 주었습니다.
끝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문장이 "그 일곱 개 조항을 수정한 영문 레터를 써드릴까요?"였습니다.
바로 눌렀고, 3분 안에 끝냈습니다.
이제 법률 시장도 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는 제 친구 노홍철 씨 이야기입니다.
올해 5월쯤, 이번 CF를 들고 온 곳이 광고 대행사가 아니라 메타였다고 합니다.
원래 광고주–대행사–제작사–특수효과–미디어랩–매체로 6단계가 넘는데, 이번엔 매체가 직접 온 것입니다.
고객을 이미 알고, 제작은 AI가 하고, 플랫폼은 메타가 가졌고, 결과 보고서까지 AI가 냅니다.
혼자 할 수 있으니 가운데 있던 회사들은 일을 얻지 못했습니다.
9월에 다시 만났더니 더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찍지 않은 광고가 나왔다는 겁니다.
이제는 아예 AI로 만들어, 촬영하지 않아도 모델료를 받는 세상이 열린 것입니다.
해외에 나가 있어도 IP만 주면 광고를 찍을 수 있습니다.
대신 촬영 감독과 현장 스태프,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전부 일을 잃었습니다.
이 모든 일이 불과 3개월 만에 벌어졌습니다.

🏭 왜 조직은 가벼워지는가
드디어 단계가 축약되고 가볍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이 열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경량 문명이라 부릅니다.
가장 먼저 벌어지는 일은 기존의 일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구조를 단출하게 바꾸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대규모 감원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많은 조직이 내부 구조를 간소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출발은 아담 스미스였습니다.
장인이 물건을 만들면 복잡한 공정을 혼자 하니 오래 걸리고, 양성에도 오랜 시간이 들어 늘 물자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일을 쪼개자고 했습니다.
각자 한 가지 일만 반복하면 빠르고, 짧게 교육해도 충분히 일할 수 있다는 것, 바로 분업화입니다.
단점도 있었습니다.
김 사원이 일을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품질 관리를 하던 장인과 달리, 생각 없이 일할 수 있기에 김 부장님이 등장합니다.
이것이 막스 베버가 말한 관료제입니다.
분업화와 관료제, 이 둘이 지금의 대량 생산 자본주의를 만들었고 우리 삶은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량 생산 시스템에, 사람이 아니라 기계인 AI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 노트북 하나로 시작하는 핵개인
예전에 책은 비싼 물건이었습니다.
그만큼 지식은 중요한 경쟁력이었고, 정보의 비대칭이 나의 생업과 경쟁력을 키워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20불만 내면 얻을 수 있습니다.
좋은 점은 모두가 현명해지는 것이고, 어려운 점 역시 모두가 현명해진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나 혼자 우위를 점할 수 없습니다.
한 10대 창업자는 친구 둘과 만든 앱으로 한 달 매출 10억 원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생산의 전제가 거대한 조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헛간 같은 창고에서 창업한 이유는 공간과 동료가 필요했기 때문이지만, 이제는 노트북 하나면 혼자 만들 수 있습니다.

음악가 멘델스존은 10대 때 만든 곡을 연주하려고 부모가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줄 만큼 부유했습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창작이 가능했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지금 열아홉 살의 한 창작자는 프로크리에이트로 표지를 그리고, FL 스튜디오로 음악을 만들고, 스플라이스로 샘플링하고, 세럼2로 신시사이즈를 합니다.
조회수는 130만을 넘겼고, 디스트로키드로 글로벌 유통을 해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에 올리고, 유튜브와 디스코드로 팬덤을 관리합니다.
기획사 없이 혼자 갑니다.

AI로 무장한 핵개인이 마치 거대한 군단처럼 강해지면서, 큰 조직과 경쟁을 시작한 것입니다.
⛵ 흐름에 올라타라, 따뜻한 경량 문명
새로운 문명이 왔는데 우리는 정말 몰랐을까요.
5년 전 세바시 강연에서 저는 이미 분화하는 사회, 장수하는 인간, 비대면의 확산, 인공지능 자동화가 일어날 것이라 말했습니다.
일어날 일은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변화에 휩쓸릴 것인가, 나만의 가치를 만들 것인가의 선택에서 주도권을 놓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무동력 요트는 모터 없이 세계 일주를 합니다.
멋진 일이지만 절대 거스르면 안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해류입니다.
이를 거스르는 순간 아무리 노력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흐름이 명확하다면 몸을 맡기고 그 위에 올라타야 합니다.
항해에는 해도와 나침반, 망원경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GPS, 즉 더 나은 기술이 오면 그것을 현행화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AI입니다.
예전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기술을 내 안에 내재화해야 합니다.
AI는 옵니다.
저항하지 말고 그냥 하십시오.
더 효율적이고, 우리에게 자유를 주기 때문입니다.

창업이 어렵던 시절도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도구가 돕습니다.
문득 김 부장님의 꿈을 생각했습니다.
그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수능 때문에, 탈락 때문에, 공채에 못 들어서 꿈을 접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할 수 있습니다.
경량 문명은 가볍기에 효율적일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꿈이 허락되기에 따뜻한 문명입니다.
출발은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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