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진승 정신과 전문의, 갓생 살다 대상포진 걸린 이유 | 세바시 2067회

반응형

2026. 1. 9. | 세바시 2067회 |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남들은 다 달려가는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아 불안한 시대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를 운영하는 오진승 원장도 SNS 속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며 갓생에 도전했다가 대상포진을 얻었습니다. 부족함도 병이지만 지나침도 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겪은 그가, 성장보다 먼저 회복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쉬는 게 불안한 시대, 나도 갓생을 결심했다
2. 갓생을 살다가 대상포진에 걸렸습니다
3. ADHD가 아니라, 너무 열심히 살아서입니다
4. 수면 1시간이 줄면 몸이 치르는 대가
5. 성장 루틴은 있는데 회복 루틴이 없었다
6. 열심히 살아야지 대신, 열심히 쉬어야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 세바시 강연 타이틀카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 세바시 강연 타이틀카드

 

 

쉬는 게 불안한 시대, 나도 갓생을 결심했다

 

 

#오운완 #갓생, 출근 전 새벽 6시 기상·주5회 운동 인증 SNS 스토리
#오운완 #갓생, 출근 전 새벽 6시 기상·주5회 운동 인증 SNS 스토리

 

저는 의학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를 운영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오진승입니다.

요즘은 쉬는 것 자체가 어쩐지 불안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남들은 다 성취를 위해 달려가는데 나만 멈춰 있고 뒤처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소에 이 정도면 나름 성실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SNS를 보면 정말 열심히 사는 분들이 많더군요.

저는 멋진 옷이나 외제차, 좋은 호텔 사진에는 큰 자극을 받지 않는데, 맛있는 음식 사진과 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유독 크게 자극을 받습니다.

2년 전, 열심히 사는 분들의 SNS를 보다가 문득 결심했습니다.

그래, 나도 갓생 한번 살아보자.

평소 일주일에 두 번 하던 운동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새벽 6시에 주 5회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마치면 7시라 병원에도 두 시간 일찍 출근하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오운완 인증도 올렸습니다.

 

갓생을 살다가 대상포진에 걸렸습니다

 

 

'내가 그동안 열심히 안 해서 아픈가보다!' 통증을 참는 만화풍 일러스트
'내가 그동안 열심히 안 해서 아픈가보다!' 통증을 참는 만화풍 일러스트

 

 

'갓생'의 결과는 대상포진, 붉은 발진이 돋은 피부 사진
'갓생'의 결과는 대상포진, 붉은 발진이 돋은 피부 사진

 

2, 3주쯤 그렇게 살다 보니 기분은 좋았지만 이상하게 옆구리가 계속 아팠습니다.

걱정보다는 오히려 뿌듯했습니다.

근육통이 심한 걸 보니 그동안 너무 살살 운동했구나, 이것만 넘기면 몸짱이 되겠다며 그 통증을 성장통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통증의 양상이 독특했습니다.

근육통이라기보다 화끈거리고 콕콕 찌르는 느낌이었고, 전신 운동을 골고루 했는데도 옆구리만 계속 아팠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피부과 친구가 저를 보더니 한마디 했습니다.

야, 이거 대상포진이야.

그때 깨달았습니다.

부족함도 문제지만, 지나침도 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생전 처음 겪는 극심한 통증이었습니다.

항바이러스 약물과 마약성 진통제까지 복용하며 주 5회 운동은 종료되고 한 달간 강제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12시가 되면 무조건 자고, 술자리도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푹 쉬고 나니 아침에 덜 괴롭고 머리도 맑아졌으며, 면역력도 완벽하게 돌아왔습니다.

 

ADHD가 아니라, 너무 열심히 살아서입니다

 

 

성인 ADHD 자가진단 테스트 항목이 적힌 슬라이드
성인 ADHD 자가진단 테스트 항목이 적힌 슬라이드

 

정신과 의사로 일하다 보면 요즘 20대, 30대 직장인들이 집중력이 부족하고 업무 능력이 떨어졌다며 혹시 ADHD가 아니냐고 찾아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눠 보면 ADHD가 아닌 분들이 제법 됩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상사에게도 인정받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예전에는 하나의 일에 100%를 쏟았는데 요즘은 집중이 안 된다고 호소합니다.

그런데 이건 당연한 일입니다.

일이 한 가지일 때는 100을 쏟지만, 일이 다섯 개가 되면 그 100을 나눠 써야 하니 한 가지에는 20밖에 못 쓰는 것입니다.

환자분이 더 열심히 못 살아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열심히 살아서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집중력에 그치지 않습니다.

감정 조절이 안 되고 예민해졌다며 찾아오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고 이유 없이 우울하고 불안하다고 합니다.

이분들에게 부족한 것은 평정심이나 인격이 아니라 바로 잠입니다.

줄일 수 있는 게 잠밖에 없다고 여겨 새벽 2, 3시까지 일하고 서너 시간만 자는 것이 원인입니다.

 

수면 1시간이 줄면 몸이 치르는 대가

 

 

치매가 아닌 뇌의 과부하 상태, 회사·육아·집안일·자기개발이 쳇바퀴처럼 도는 도표
치매가 아닌 뇌의 과부하 상태, 회사·육아·집안일·자기개발이 쳇바퀴처럼 도는 도표

 

 

뇌도 수면으로 재부팅 해야 합니다, 잠든 사람과 머리맡의 휴대폰
뇌도 수면으로 재부팅 해야 합니다, 잠든 사람과 머리맡의 휴대폰

 

 

연령대별 권장 수면시간과 실제 수면시간을 비교한 그래프
연령대별 권장 수면시간과 실제 수면시간을 비교한 그래프

 

 

수면·식습관을 안 지키면 심혈관 질환 11퍼센트 당뇨병 9퍼센트 증가한다는 통계
수면·식습관을 안 지키면 심혈관 질환 11퍼센트 당뇨병 9퍼센트 증가한다는 통계

 

기억력이 떨어졌다며 혹시 치매가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현관 비밀번호나 아이디가 생각나지 않고 업무에 실수가 잦아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정이 있는 분들은 퇴근 후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집안일과 자기계발까지 하느라 매일 새벽 1시에 잠들고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1년 넘게 해온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기억력 같은 인지 기능을 서서히 떨어뜨립니다.

이분들은 치매가 아니라 뇌에 과부하가 걸려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를 보면 하루 7시간에서 8시간의 수면이 성인 건강에 가장 좋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권장 수면 시간이 1시간만 짧아져도 심혈관 질환은 11%, 당뇨병은 9% 증가합니다.

단 1시간만 부족해도 말입니다.

 

성장 루틴은 있는데 회복 루틴이 없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기개발로 채웠던 루틴을 그린 일러스트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기개발로 채웠던 루틴을 그린 일러스트

 

 

성장은 있지만 회복은 없는 루틴이라는 자막
성장은 있지만 회복은 없는 루틴이라는 자막

 

얼마 전 40대 남성 직장인 한 분이 오셨습니다.

밤마다 피곤과 싸우며 자기계발서를 읽고 새벽에 운동을 나가고 주말에는 영어 회화 스터디까지 다니는 분이었는데, 집중이 안 되고 머리가 멍하며 불안감이 커졌다고 했습니다.

제가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 보라고 하자, 그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빼곡한 일주일을 설명했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회사에 갔다가 퇴근 후 자격증 공부와 자기계발서, 일기까지.

루틴은 있었지만 그 안에 언제 어떻게 얼마나 쉴지에 대한 계획은 없었습니다.

성장 루틴은 있는데 회복 루틴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처방을 내렸습니다.

몇 주간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일찍 주무시라고요.

쉬면 더 불안해질 것 같다며 당황하셨지만, 딱 2주만 속는 셈 치고 따라와 달라고 했습니다.

세 번째 진료에서 그분은 말했습니다.

생산적으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잠을 잘 자니 오히려 머리가 잘 돌아갑니다.

 

열심히 살아야지 대신, 열심히 쉬어야지

 

 

책상에 엎드린 사람 위로 갓생·미라클모닝·4당5락 글자가 떠 있는 화면
책상에 엎드린 사람 위로 갓생·미라클모닝·4당5락 글자가 떠 있는 화면

 

 

회복 전략이 곧 성장 전략이라는 자막
회복 전략이 곧 성장 전략이라는 자막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 성공하려면 잠을 줄여라.

최근에는 갓생이, 그 전에는 미라클 모닝이, 훨씬 전에는 4당 5락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도 솔직히 그런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갓생을 살던 저는 대상포진에 걸렸습니다.

우리는 성장을 위한 전략은 짜지만 회복을 위한 전략은 세우지 않습니다.

사실 회복이 있어야 성장이 있는데도 그것을 간과합니다.

우리 뇌는 스마트폰과 비슷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능이 나와도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재부팅이 필요하고, 저는 수면이 바로 그 재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회복 전략이 곧 성장 전략입니다.

쉬는 것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뇌는 하루 동안 들어온 정보를 정리하고 감정을 재처리합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열심히 살아야지 대신 열심히 쉬어야지라는 말을 자주 해주셨으면 합니다.

잘 쉬는 사람만이 더 오래, 더 단단하게 성장합니다.

조금 더 쉬어도 괜찮습니다.

 

열심히 사는 당신에게 필요한 건 휴식 | 세바시 2067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