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8시간 자도 피곤한 진짜 범인은 코 | 세바시 2069회

반응형

2026. 1. 13. | 세바시 2069회 |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여덟 시간을 꼬박 잤는데도 아침이 개운하지 않고 머리가 멍하다면, 그 원인은 뜻밖에도 여러분의 코일 수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는 비염과 코골이가 밤사이 우리의 뇌와 기억, 미래까지 조용히 훔쳐가는 도둑이라고 말합니다. 성적과 전두엽, 심지어 치매까지 좌우하는 숨쉬기의 과학, 그리고 오늘부터 꿀잠을 되찾는 세 가지 필살기를 소개합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여덟 시간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면, 범인은 코일 수 있다
2. 코골이는 뇌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비상 사이렌이다
3. 성적과 전두엽, 치매까지 훔쳐가는 도둑
4. 필살기 1: 코 속 소화기, 비강 분무 스테로이드
5. 필살기 2: 침실을 숙면 발전소로 디자인하라
6. 필살기 3: 옆으로 자는 자세와 좋은 도구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의 세바시 강연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의 세바시 강연

 

 

여덟 시간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면, 범인은 코일 수 있다

 

여덟 시간을 푹 잤는데도 아침이 찌뿌둥하고, 밖에 나서면 머리가 꽉 막힌 듯 개운하지 않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누가 방금 한 말도 금세 잊어버려 '혹시 나 치매인가' 하고 걱정한 적은 없으신가요.

이러한 여러 증상의 범인은 어쩌면 여러분 안에 숨겨진 알레르기 비염일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의 꿀잠과 숙면을 훔쳐가는 조용한 도둑, 바로 비염과 코골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나는 비염도 없는데 남 얘기 아니냐'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텐데, 사실 그 생각이 가장 무섭습니다.

어릴 때부터, 혹은 십 년 이십 년 비염을 앓아온 분들은 코가 시원하게 뚫린 상태를 겪어본 적이 없어 '인간은 원래 이 정도'라고 여깁니다.

바로 그 익숙함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자신이 비염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치료도 받지 않은 채 살아갑니다.

눈이 자주 가렵고, 코딱지가 자주 생기고,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 가래가 끼는 증상이 있다면 모두 비염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낮에는 견딜 만하지만, 이 증상들은 밤사이 여러분의 뇌와 미래의 기억까지 훔쳐갈 수 있습니다.

 

코골이는 뇌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비상 사이렌이다

 

코 막힘은 단순히 불편한 증상이 아니라, 서서히 여러분의 뇌를 질식시키는 질병입니다.

누워 있으면 중력 때문에 머리와 코로 피가 몰려 누구나 코가 조금씩 막히고, 원래 비염이 있는 분은 새벽에 염증이 심해져 더 막힙니다.

코가 막히면 살기 위해 입을 벌리게 되고, 턱이 내려가면서 혀가 뒤로 말려 숨구멍이 더 좁아집니다.

결국 코골이는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라, 지금 뇌에 산소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비상 사이렌입니다.

심해지면 10초 이상, 심한 경우 1분 넘게 숨을 멈추는 수면 무호흡증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깊은 잠에서 뇌가 얕은 수면으로 잠깐씩 올라오는 '미세 각성'이 보통 사람은 하룻밤에 다섯 번 정도지만,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 열 배인 오십 번까지 늘어납니다.

옆 사람이 십 분마다 툭툭 깨우는 것과 똑같은 상태로 밤을 보내는 셈입니다.

우리가 숙면할 때 뇌는 '글림프 시스템'이라는 하수 처리장을 가동해 하루 동안 쌓인 노폐물을 씻어냅니다.

그런데 잦은 미세 각성이 이 청소를 방해해, 코골이와 비염이 심한 사람의 뇌에는 쓰레기가 계속 누적됩니다.

 

뇌 전용 하수도라 불리는 '글림프 시스템'을 설명하는 뇌 시각화 화면
뇌 전용 하수도라 불리는 '글림프 시스템'을 설명하는 뇌 시각화 화면

 

 

성적과 전두엽, 치매까지 훔쳐가는 도둑

 

이런 상태는 낮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비염과 코골이가 있는 초등학생은 국어, 수학, 과학 모든 과목에서 성적이 나쁠 위험이 4배 높았고,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는 날 시험을 보면 성적이 추락할 확률이 40퍼센트나 더 높았습니다.

요즘 흔한 ADHD 역시 비염이 있는 아이에게서 위험이 4배 높게 나타납니다.

코골이가 심한 아이들의 뇌를 MRI로 찍어보니, 충동을 억제하고 집중과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실제로 물리적으로 쪼그라들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비염 약이나 아데노이드 수술로 코골이를 개선하면 성적이 오르고 집중력도 회복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의 문제는 머리가 아니라 숨길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성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우울증 위험이 2배, 수면 무호흡이 있으면 2.5배 이상 높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치매입니다.

치매 환자를 조사하면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이 있을 확률이 5배 높고, 비염 환자를 오래 관찰하면 치매가 생길 확률이 2배 높습니다.

글림프 시스템이 멈춰 뇌에 쓰레기가 쌓이기 때문입니다.

 

비염 있는 아이가 ADHD 진단 위험이 4배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이 B-roll 자막
비염 있는 아이가 ADHD 진단 위험이 4배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이 B-roll 자막

 

 

코골이 아이의 전두엽이 위축돼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이 B-roll 자막
코골이 아이의 전두엽이 위축돼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이 B-roll 자막

 

 

비염과 코골이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을 최대 2.5배까지 높인다는 자막
비염과 코골이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을 최대 2.5배까지 높인다는 자막

 

 

필살기 1: 코 속 소화기, 비강 분무 스테로이드

 

이제 꿀잠을 되찾을 세 가지 필살기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비염이 있는 경우 가장 강력한 무기, 바로 코 속에 뿌리는 '비강 분무 스테로이드'입니다.

비염은 말 그대로 코 안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염증이고, 이 약은 그 불을 꺼주는 소화기와 같습니다.

먹는 약이 아니라 코 안에 소량 뿌리는 약이라 전신 영향이 거의 없고, 간에서 99퍼센트 분해되어 만 2세 어린이는 물론 임산부가 써도 안전합니다.

'스테로이드는 나쁜 약'이라는 오해 때문에 처방을 받고도 쓰지 않는 분이 너무 많아 안타깝습니다.

다만 이 약은 오늘 한 번 뿌린다고 코가 바로 뚫리지 않습니다.

매일 꾸준히 써야 가장 효과가 좋은 전문의약품이라, 심할 때만 쓰다 버리면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일주, 이주, 삼주 꾸준히 누적해 쓰면 비염이 좋아져 코 막힘이 해결됩니다.

 

수면 도둑 잡는 필살기1, 코 속 염증을 잠재우는 '비강분무 스테로이드'
수면 도둑 잡는 필살기1, 코 속 염증을 잠재우는 '비강분무 스테로이드'

 

 

필살기 2: 침실을 숙면 발전소로 디자인하라

 

두 번째 필살기는 침실을 숙면 발전소로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알레르기 비염의 가장 큰 원인은 집먼지 진드기이고, 이들은 침구류에 가장 많이 삽니다.

듀폰의 타이백 같은 재질의 알레르기 예방 커버를 씌우면 진드기 서식을 막을 수 있고, 그 위에 라이오셀이나 텐셀 같은 부드러운 천연 재질을 한 겹 더하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침구는 60도 물로 자주 세탁하면 진드기가 사라집니다.

집먼지 진드기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비염이나 천식이 있다고 무조건 켜는 가습기는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침실은 약간 시원하게 유지하는 편이 낫습니다.

숙면을 위한 최적의 온도는 약 20도로, 조금 서늘한 정도가 오히려 깊은 잠을 보장합니다.

잠들기 한두 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샤워하면 체온이 빨리 떨어져 더 빨리 잠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뜨거운 물로 씻으면 수면의 질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으니 밤에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명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하얀 LED 형광등은 낮에는 좋지만 밤에는 숙면을 방해합니다.

침실은 오렌지색이나 진한 노란색 불빛으로 어둡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격렬한 운동은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므로 잠들기 세 시간 이내에는 피하고, 낮에 하는 편이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집먼지진드기를 차단하는 초고밀도 소재 '듀폰 타이벡(DuPont Tyvek)' 매트리스 커버
집먼지진드기를 차단하는 초고밀도 소재 '듀폰 타이벡(DuPont Tyvek)' 매트리스 커버

 

 

'가습기 사용은 집먼지진드기 서식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화면 자막
'가습기 사용은 집먼지진드기 서식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화면 자막

 

 

'실내는 어둡게 유지하기'라는 자막이 얹힌 어두운 거실 화면
'실내는 어둡게 유지하기'라는 자막이 얹힌 어두운 거실 화면

 

 

'자기 전 격한 운동은 삼가기'라는 자막이 얹힌 러닝머신 B-roll
'자기 전 격한 운동은 삼가기'라는 자막이 얹힌 러닝머신 B-roll

 

 

필살기 3: 옆으로 자는 자세와 좋은 도구

 

마지막 필살기는 잠자는 자세와 좋은 도구입니다.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은 똑바로 누울 때 혀가 뒤로 말리며 숨길이 막혀 생깁니다.

그래서 옆으로 자면 혀가 말리는 것을 막아 호흡이 한결 좋아집니다.

큰 베개나 쿠션을 안고 다리 사이에도 하나 끼우면 편하게 옆으로 잘 수 있습니다.

옆으로 잘 때는 허리 부위는 단단하고 어깨와 엉덩이 부위는 알맞게 꺼지는, 부위별로 지지력이 다른 조닝 시스템 매트리스가 도움이 됩니다.

베개의 목적은 목뼈의 각도를 바르게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옆으로 잘 때 어깨 폭보다 얇은 베개를 쓰면 목이 꺾여 아프고 숨도 잘 통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척추 각도가 유지되도록 베개 높이를 적극적으로 맞춰야 합니다.

많은 비염 환자가 익숙함 때문에 코가 막힌 줄도 모르고 살아갑니다.

그 익숙한 코 막힘이 수면의 질과 학업 능력, 미래의 기억까지 훔쳐가는 도둑입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제대로 치료받으면 훨씬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확실하게 뚫린 호흡기는 꿀잠을 보장하고, 꿀잠은 여러분의 미래의 행복과 기억을 지켜줄 것입니다.

 

'코골이·무호흡 환자는 옆으로 누워서 주무세요'라는 자막
'코골이·무호흡 환자는 옆으로 누워서 주무세요'라는 자막

 

 

부위별 하중에 맞춰 구역별 탄성을 다르게 설계한 '조닝 시스템(Zoning system)' 설명 자막
부위별 하중에 맞춰 구역별 탄성을 다르게 설계한 '조닝 시스템(Zoning system)' 설명 자막

 

 

'수면 자세에 따른 적절한 높이의 베개를 사용하세요'라는 자막
'수면 자세에 따른 적절한 높이의 베개를 사용하세요'라는 자막

 

 

꿀잠을 훔쳐가는 조용한 도둑, 비염과 코골이 | 세바시 2069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