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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검찰개혁 하던 그가 기후에 뛰어든 이유 | 세바시 20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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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 16. | 세바시 2071회 |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 전 법무부 장관)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대표는 어디를 가나 같은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검찰개혁을 하던 사람이 왜 환경을 이야기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뀌었고, 이제 '모든 문제의 첫 번째는 지구'라고 말한다. 기후변화가 시작된 시대에 태어난 미래 세대에게 그가 전하는 지구 공동체 이야기다.

 

📖 이 강연의 순서
1. 기후변화가 이미 시작된 시대에 태어난 세대
2. 33년 전 리우의 약속, 그리고 무너지는 1.5도
3. 1만 1천 년의 안정을 100년 만에 까먹고 있다
4. 인간 너머의 존재까지, 지구 공동체를 생각하라
5. 생각은 지구적으로, 행동은 로컬로
6. 책 한 권이 바꾼 인생, 46억 년 서사 속의 나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의 세바시 2071회 강연 타이틀카드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의 세바시 2071회 강연 타이틀카드

 

 

기후변화가 이미 시작된 시대에 태어난 세대

 

법무부 장관을 하고 검찰개혁을 하던 사람이 왜 환경을 이야기하는가.

강금실 대표가 가장 많이 받아온 질문이다.

그 역시 처음에는 기후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평생 법만 다뤄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청중에게 먼저 짚는 사실이 있다.

보통은 산업 문명 이후에 지구 온난화가 진행됐다고 말하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또렷하게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라는 점이다.

1990년대 전후에 태어난 세대라면, 기후변화가 이미 진행 중인 시대에 태어난 것이다.

이미 기후변화가 시작된 시대에 여러분이 태어난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정의한 자막. 미래세대의 요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현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개발이라는 문구가 리우 UN 회의 사진 위에 담겨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정의한 자막. 미래세대의 요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현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개발이라는 문구가 리우 UN 회의 사진 위에 담겨 있다.

 

 

33년 전 리우의 약속, 그리고 무너지는 1.5도

 

33년 전인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첫 지구정상회의가 열렸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지속가능발전을 하자고, 미래 세대를 걱정하고 지구를 아끼자고 합의한 자리였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것이 바로 이때다.

지속가능발전의 정의는 이렇다.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현세대의 필요도 누리되, 미래를 위해 지구를 남기자는 것.

경제 성장을 하되 환경을 보존하고 세대 간 형평을 기하자는 내용으로, 오늘날 기업들이 말하는 ESG의 뿌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때 처음 언급된 '미래 세대'가 바로 지금의 젊은 세대다.

기후 위기가 다 해결되어 여러분에게 안정된 지구를 물려주었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상황은 악화됐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라는 말이 '기후 위기'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 2018년부터다.

이미 2015년 파리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모든 나라가 1.5도를 넘으면 정말 안 된다고 합의했지만, 작년부터 지구 기온은 그 1.5도를 넘어서고 있다.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2015 파리기후협약을 설명하는 자막.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2도 밑으로 유지하고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COP21 현장 사진 위에 담겨 있다.
2015 파리기후협약을 설명하는 자막.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2도 밑으로 유지하고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COP21 현장 사진 위에 담겨 있다.

 

 

1만 1천 년의 안정을 100년 만에 까먹고 있다

 

왜 평균 기온 상승이 이렇게 중요한가.

지구는 원래 빙하기를 오가며 요동치던 행성이었다.

안정된 평균 기온에 접어든 것이 1만 1천 년 전이고, 그때부터 인류는 정착하고 농경을 시작하며 지금의 문명 시스템을 이뤄왔다.

과학적으로 홀로세라고 부르는 시기다.

기온이 흔들리면 이 모든 것이 함께 흔들린다.

그런데 화석연료 에너지를 쓰기 시작한 1920년대 전후부터 기온이 급격히 상승했다.

몇만 년은 갈 수 있었던 지구의 안정을 인류가 단 100년 만에 스스로 소진하며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수만 년 갈 시간이 100년으로 줄었다는 이 빠른 속도가 제일 큰 문제다.

그로 인해 바다와 빙하, 숲까지 모든 조건이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해결해야 하는가.

동물도 식물도 아닌, 위기를 만든 우리 인간 말고는 해결할 존재가 없다.

집의 바닥이 흔들리면 그 위의 모든 것이 무너지듯, 우리의 모든 과제는 지구의 문제와 연결해 통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AI 시대에 들어선 지금,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AI를 오히려 지구 문제를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도구로 통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연재난을 넘어 식량난과 그로 인한 기후 난민 문제를 심각하게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이 강연에서 단 하나만 기억한다면 이것이다.

모든 문제의 첫 번째는 지구다.

 

녹아내리는 빙산을 담은 영상 위 자막.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선 '생명 거주 불가능'의 위기를 경고한다.
녹아내리는 빙산을 담은 영상 위 자막.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선 '생명 거주 불가능'의 위기를 경고한다.

 

 

인간 너머의 존재까지, 지구 공동체를 생각하라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에는 가족이 있고 지역, 사회, 국가, 글로벌 사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지구 공동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산다.

각자의 문제만 해결하며 사는 것도 버거운 삶이기에, 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지구 공동체까지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놓치게 되는 것이다.

지구 공동체는 인간 공동체보다 범위를 더 넓히는 개념이다.

'모어 댄 휴먼', 즉 비인간 존재라는 표현처럼 인간이 아닌 동물과 식물, 여러 존재들이 함께 생존하는 공동체를 말한다.

비인간 존재와 지구를 도외시하면 그 화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가장 큰 각성의 계기가 코로나였다.

전문가들은 남쪽에 살던 박쥐들이 온난화로 북상해 중국 중부 어딘가에 자리 잡았고, 인간이 생태계를 파헤치면서 접촉하게 된 것을 원인으로 본다.

동물 이동에 따른 바이러스 감염 위험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

대구가 유명했던 사과 산지가 횡성 등 중부지방으로 올라온 것처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많은 생명체들이 이동하며 고통을 겪고 있다.

지금 제주도에서 진행 중인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움직임은, 한국 최초로 비인간 존재를 생각하고 지구 공동체를 보존하려는 뚜렷하고 가시적인 긍정적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AI가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언론 기사 제목 모음. '기후위기 메시아로 떠오른 AI', '기후위기 대응, 데이터와 AI가 답이다' 등이 나열되어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AI가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언론 기사 제목 모음. '기후위기 메시아로 떠오른 AI', '기후위기 대응, 데이터와 AI가 답이다' 등이 나열되어 있다.

 

 

'인간 중심에서 비인간 존재(more-than-human) 중심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인간이 정점에 선 피라미드가 인간과 동식물이 대등하게 연결된 원형 관계망으로 바뀐다.
'인간 중심에서 비인간 존재(more-than-human) 중심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인간이 정점에 선 피라미드가 인간과 동식물이 대등하게 연결된 원형 관계망으로 바뀐다.

 

 

'지구를 외면한 대가, 코로나19'라는 자막. 사람 실루엣 사이로 바이러스가 퍼지는 그래픽이 담겨 있다.
'지구를 외면한 대가, 코로나19'라는 자막. 사람 실루엣 사이로 바이러스가 퍼지는 그래픽이 담겨 있다.

 

 

박쥐에서 천산갑·낙타·사향고양이 등 중간 숙주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되는 SARS-CoV-2, MERS-CoV, SARS-CoV의 감염 경로 도식.
박쥐에서 천산갑·낙타·사향고양이 등 중간 숙주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되는 SARS-CoV-2, MERS-CoV, SARS-CoV의 감염 경로 도식.

 

 

생각은 지구적으로, 행동은 로컬로

 

강금실 대표는 '지구와사람' 포럼을 하며 지구를 생각하는 의식을 직업으로 만든 젊은이들을 많이 만난다.

극단 차이무에서 5년간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문화예술 플랫폼 '지구와' 대표가 된 강영덕 씨는 연극 '흰코뿔소 만델라'를 만들었다.

만델라는 실제 우리나라 동물원에 있는 멸종위기종 흰코뿔소의 이름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만델라 대통령과 연결해 평화와 인권, 생명을 주제로 풀어낸 작품이다.

2015년 파리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에 대학생으로 참가했던 임재민 씨는 지금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에너지 분야에서 에너지전환포럼 활동과 경기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을 겸하며 꾸준히 전문가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26살인 리플라의 서동은 대표는 17살에 회사를 세워 미생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 출발점이었다.

내가 가진 관심에서 출발해 세상과 연결하고, 계속 탐구하며 길을 만들고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그 자리에서 성공이 돌아온다.

관심 있는 곳에서 시작해 전문화의 경로를 밟고, 시야는 지구까지 넓히면서 다른 주제들과 연결하고 네트워크하며 함께 성장하라는 것이다.

시야가 넓어지면 삶의 여러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는 지혜가 생겨 덜 부대끼고, 다양한 시각과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가 제안하는 슬로건은 이것이다.

생각은 지구적으로, 행동은 로컬로.

지구를 생각한다고 지구 전체를 떠다닐 수는 없다.

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되 전 지구적으로 사고할 때, 그 성과들이 조각보처럼 모이고 이어져 새로운 지구 공동체가 가능해진다.

 

책 한 권이 바꾼 인생, 46억 년 서사 속의 나

 

강금실 대표 자신도 계획하고 시작한 길이 아니었다.

2009년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서 생명문화학 석사를 하며 '6도의 악몽'이라는 책을 만났다.

지구 기온이 1도씩 6도까지 오를 때마다 예측되는 재난 상황을 다룬 책이었다.

그 책을 보며 처음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나가는 책 한 권도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지구와사람'이 벌써 10년이 됐고, 그동안의 경력을 인정받아 국가기후환경회의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지금은 경기도 기후대사로 일하고 있다.

이제는 기후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됐다.

경력이란 흔들리지 말고 자기 관심에서 시작해, 생각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더 큰 범위에서 생각을 나누며 한 땀 한 땀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영역의 전문가가 되어 있는 것이다.

지구의 역사는 46억 년, 생명의 역사는 38억 년이다.

직립하는 존재가 나온 것이 300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는 30만 년 전이다.

이 어마어마하게 오래되고 장엄한 역사 속에 태어났는데, 우리는 분 단위를 다투며 너무 급하게 산다.

나는 사회가 규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래된 진화의 발자국 속에서 우주로부터 태어난 존재다.

그런 자부심으로 아름다운 발자국을 남기고, 지구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 모든 존재와 우리 자신에게 물려주고 보존해 나가는 멋진 존재가 되자는 것이 그가 남긴 마지막 당부다.

 

모든 문제의 첫 번째는 지구다 | 세바시 20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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