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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미닛 허가윤, 폭식증과 불면증 끝에 발리로 떠난 이유 | 세바시 20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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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 14. | 세바시 2070회 | 허가윤 (가수,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저자)

 

 

 

 

포미닛으로 7년간 무대에 섰던 가수 허가윤은 어느 날 한국에서의 삶을 잠시 내려놓고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났다. 30년 넘게 통제와 강박 속에서 자신을 몰아붙이다 폭식증과 불면증, 자가면역질환까지 얻었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오빠의 유품을 정리하며 '당장 내일 죽어도 후회 없이 살자'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성공과 명예가 아니라 오늘의 행복을 위해 살기로 한 그의 이야기는, 먼 미래의 목표 때문에 현재의 나를 작은 방에 가둬 둔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다. 세바시 2070회 강연을 정리했다.

 

📖 이 강연의 순서
1. 발리에 사는 전직 아이돌, 한국을 떠난 이유
2. 얼굴만 빼고 때려줘, 꿈이 전부였던 시절
3. 포미닛 7년이 끝나고, 멈추자 몸이 무너졌다
4. 꼭두새벽에 걸려온 전화, 오빠의 죽음
5. 미루지 말고 아끼지 말자, 그래서 발리로
6. 휴식에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세바시 2070회 허가윤 편 타이틀카드, 내일의 성공을 위해 오늘을 불사르고 있는 당신에게 꼭 하고픈 말
세바시 2070회 허가윤 편 타이틀카드, 내일의 성공을 위해 오늘을 불사르고 있는 당신에게 꼭 하고픈 말

 

 

발리에 사는 전직 아이돌, 한국을 떠난 이유

 

허가윤은 최근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라는 에세이를 펴낸 가수다.

지금은 한국에서의 삶을 잠시 내려놓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살고 있다.

발리에 산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왜 갑자기 발리로 갔지?'라며 궁금해하는데, 그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부터 짚어야 한다.

그는 자신의 한국 생활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한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통제와 강박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꿈은 단 한 번도 바뀐 적 없이 가수였다.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아기 때부터 들리는 대로 노래를 따라 불렀고, 조금 커서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집으로 불러 모아 놓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친구들을 따라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운 좋게 캐스팅되어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가수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 하나로 채웠던 셈이다.

 

에세이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책 소개 슬라이드.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서핑하는 항공샷 표지와 '가장 조용한 순간에 써 내려간 허가윤의 솔직한 에세이'라는 소개 문구가 담겨 있다
에세이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책 소개 슬라이드.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서핑하는 항공샷 표지와 '가장 조용한 순간에 써 내려간 허가윤의 솔직한 에세이'라는 소개 문구가 담겨 있다

 

 

얼굴만 빼고 때려줘, 꿈이 전부였던 시절

 

그 간절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주는 사건이 있다.

학창 시절 다른 학교 학생과의 싸움, 지금으로 말하면 학교폭력에 휘말린 일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가 자기 이야기를 안 좋게 하고 다녔다며 싸움을 걸어왔다.

당시 연습생이었고 치아 교정 중이었던 그는 얼굴에 티가 나면 소속사에 알려져 꿈에 문제가 생길까 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안 싸울 테니 그냥 얼굴만 빼고 때려 달라고.

그렇게 머리채를 잡힌 채 계속 맞기만 했다.

나중에는 상대가 오히려 민망했는지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을 때리라고 할 정도였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이 사건은 큰 트라우마로 남아, 혼자 다니는 것을 무서워하고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게 됐다.

10대 시절은 매일 학교가 끝나면 곧장 회사로 가서 연습하고 레슨을 받는 날들이었다.

스무 살에 데뷔하기까지 6년의 연습 기간 동안 한 회사에 머문 것도 아니었다.

치열한 평가와 경쟁에서 밀려 회사를 떠나기도 했고, 어른들의 정치 싸움에 휘말려 이유도 모른 채 잘리기도 했으며, 유명 선배와 연습생이 많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없어져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는 통보를 받은 적도 있다.

친구들은 어떻게 그렇게 한 우물만 파냐며 독하다고 했지만, 그에게 쉰다는 것은 곧 회사에서 잘리는 것이었고, 쉬면 꿈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교문 앞에서 한 소녀가 겁먹은 소녀에게 손가락질하며 다그치는 일러스트. 자막 '난 싸우기 싫어 대신 얼굴만 빼고 때려줘'
교문 앞에서 한 소녀가 겁먹은 소녀에게 손가락질하며 다그치는 일러스트. 자막 '난 싸우기 싫어 대신 얼굴만 빼고 때려줘'

 

 

포미닛 시절 무대 위에서 춤추는 공연 사진 슬라이드. 자막 '독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결국 이뤄낸 데뷔의 꿈'
포미닛 시절 무대 위에서 춤추는 공연 사진 슬라이드. 자막 '독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결국 이뤄낸 데뷔의 꿈'

 

 

포미닛 7년이 끝나고, 멈추자 몸이 무너졌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은 끝에 포미닛으로 데뷔했고 7년을 정말 열심히 살았다.

차에 타면 자고, 문이 열리면 내려서 춤추고 노래하고, 다시 차에 타면 잠드는 생활이었지만 머리만 대면 잘 정도로 잠도 잘 잤다.

7년의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는 배우라는 새로운 꿈에 도전했다.

데뷔 후에도 회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케줄이 없는 시간에 입시를 준비해 연극학부에 다녔을 만큼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배우로 시작하며 본 오디션은 셀 수 없이 많았는데도, 답이 없는 시험처럼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다.

일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자 문제가 생겼다.

쉬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이 많아지며 잠을 못 자고, 밤을 지새운 다음 날에는 며칠 굶은 사람처럼 무서울 정도로 먹었다.

배가 터질 것 같아야 멈추는 폭식 후에 퉁퉁 부은 자신을 거울로 보며 울고, 다음 날은 굶은 채 미친 듯이 운동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어느 날 아침에는 온몸에 빨갛게 전신 알레르기가 올라왔다.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류마티스 혈관염과 갑상선 기능 저하.

호르몬을 조절하는 기능과 자가면역 체계가 무너져 몸이 스스로를 공격하는 상태라고 했다.

많은 약을 먹고 여러 병원을 다녀도 낫지 않았고, 폭식증과 불면증은 점점 심해져 제대로 자거나 먹은 날이 거의 없었다.

 

소파에 앉아 과자와 초콜릿을 집어 먹는 여성의 B-roll 영상. 자막 '번아웃 끝에 찾아온 폭식증, 스스로를 더 탓하게 됐습니다'
소파에 앉아 과자와 초콜릿을 집어 먹는 여성의 B-roll 영상. 자막 '번아웃 끝에 찾아온 폭식증, 스스로를 더 탓하게 됐습니다'

 

 

무대 스크린에 드라마 출연 장면과 함께 '7년 간의 포미닛 활동 종료 후 배우로 새로운 도전'이라는 슬라이드가 떠 있는 장면
무대 스크린에 드라마 출연 장면과 함께 '7년 간의 포미닛 활동 종료 후 배우로 새로운 도전'이라는 슬라이드가 떠 있는 장면

 

 

침대에서 이불을 끌어안고 있는 여성의 B-roll 영상. 자막 '류마티스 혈관염과 갑상선 저하증, 몸과 마음은 점점 무너졌습니다'
침대에서 이불을 끌어안고 있는 여성의 B-roll 영상. 자막 '류마티스 혈관염과 갑상선 저하증, 몸과 마음은 점점 무너졌습니다'

 

 

꼭두새벽에 걸려온 전화, 오빠의 죽음

 

여느 때처럼 밤을 꼬박 새우고 얕은 잠에 들었던 어느 꼭두새벽,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와 달리 담담한 목소리, 그리고 대화 사이의 낯선 침묵.

듣다 보니 오빠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오빠는 의료 회사에 다니며 늘 바빴다.

가족 외식에 못 오거나 밥만 먹고 바로 일어나는 날이 많았고, 목표한 만큼 돈을 모으면 독립도 해보고 장기 여행도 가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런데 그 첫 번째 소원이던 독립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난 것이다.

혼자 살던 오빠의 집에서 유품을 정리하는데 온통 새것이었다.

가전제품도, 새로 산 전자기기도 포장지 그대로였다.

이 모든 것을 한 번 써 보지도 못하고 떠났다는 사실이, 그리고 일만 하다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지 못한 채 갔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안타까웠다.

그때 처음으로 인생이 참 허무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됐다.

그래서 결심했다.

당장 내일 죽어도 후회 없이 살자.

나의 성공과 명예가 아니라 진짜 행복을 위해 살아 보자.

미루지 말고 아끼지 말자.

 

흐린 하늘에 새 떼가 날아가는 전체화면 카드. 자막 '꼭두새벽,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 오빠가 세상을 떠났어'
흐린 하늘에 새 떼가 날아가는 전체화면 카드. 자막 '꼭두새벽,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 오빠가 세상을 떠났어'

 

 

관 위에 흰 장미를 헌화하는 장례식 B-roll 영상. 자막 '그날 이후 계속 떠오르는 생각. 진짜 인생 허무하다...'
관 위에 흰 장미를 헌화하는 장례식 B-roll 영상. 자막 '그날 이후 계속 떠오르는 생각. 진짜 인생 허무하다...'

 

 

미루지 말고 아끼지 말자, 그래서 발리로

 

그 결심은 그를 아무 고민 없이 발리로 떠나게 했다.

집도 차도 정리하지 않은 채, 이미 끊어 둔 비행기 표대로 떠났다.

발리에서는 가고 싶은 곳에 다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다 먹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

예전에는 칼로리와 영양 성분, 당 함량을 일일이 확인하고 제로 칼로리 식품만 찾아 먹었지만, 발리에는 그런 것이 팔지도 않으니 아무 신경 쓰지 않고 먹게 됐다.

한국에서는 혼자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셔 본 적이 없을 만큼 혼자 하는 일을 무서워했는데, 발리에서 처음으로 혼자 카페에 가고 혼자 밥을 먹었다.

남 신경 쓰지 않고 추리닝에 맨얼굴로 다니는 하루하루가 너무 편안하고 행복했다.

쉬는 날에도 피부 관리나 다이어트 운동으로 채우며 스스로에게 풀어질 허락을 해 본 적 없던 그에게, 통제해야 할 것이 없는 하루는 처음 맛보는 자유였다.

그러자 잠이 잘 오기 시작했고, 혼자 있으면 어김없이 터지던 폭식도 잦아들었다.

몸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게 됐다.

발리라서 가능했다기보다, 어쩌다 보니 그 장소가 발리였을 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엄마와의 관계도 회복됐다.

오빠를 먼저 보낸 직후 발리로 떠나겠다는 딸을 엄마는 가장 반대했고, 갈등을 풀지 못한 채 떠났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혼자 딸의 집을 정리하러 갔다가, 이 집에서 네가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얼마나 괴로웠으면 몇 년을 못 자고 폭식증이라는 병까지 얻었겠냐고 오히려 다독여 준 것이다.

 

노을 진 발리 해변에서 사람들이 뛰노는 실루엣 전체화면 카드. 자막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아끼지 말자. 그래서 발리로 떠났습니다'
노을 진 발리 해변에서 사람들이 뛰노는 실루엣 전체화면 카드. 자막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아끼지 말자. 그래서 발리로 떠났습니다'

 

 

일출의 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여성의 실루엣. 자막 '발리에서 찾은 편안함은 진짜 행복을 찾아주었습니다'
일출의 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여성의 실루엣. 자막 '발리에서 찾은 편안함은 진짜 행복을 찾아주었습니다'

 

 

휴식에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지금까지 그는 달려야 할 때와 쉬어야 할 때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달릴 때이고 쉬는 것은 나중이라고.

오디션과 데뷔, 더 큰 무대를 향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고,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가는데도 꿈을 위해서라며 계속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건강과 바로 지금 오늘의 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휴식에는 적당한 시기도, 완벽한 타이밍도 없다.

쉼은 우리 삶과 분리된 언젠가 할 일이 아니라, 삶 속에 녹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창 일이 풀리지 않아 힘들던 시절, 엄마는 이런 말을 했다.

꼭 가수나 배우로 성공해야만 행복한 것이냐고, 일상 속에서 또 다른 행복을 느껴 봤으면 좋겠다고.

그때는 포기하라는 말로 들려 싸우기까지 했지만, 자신을 보살피고 자신에게 집중하며 지내는 지금은 그 말이 온전히 이해된다.

많은 돈을 벌지 못하고 보장된 미래가 없어 불안할 때도 있지만, 잡히지 않는 것을 잡으려 자신을 혹사하기보다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려 한다.

그는 묻는다.

먼 미래의 꿈이나 목표 때문에 스스로 만든 작은 방 안에 자신을 가둬 두고 있지는 않은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

당장 내일 이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후회 없는 삶을 살기를, 그리고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로 강연은 끝난다.

 

노을 해변을 걷는 뒷모습과 바다에 편안히 떠 있는 모습의 분할 화면. 자막 '번아웃과 폭식증, 그 끝에서 깨달은 오늘의 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
노을 해변을 걷는 뒷모습과 바다에 편안히 떠 있는 모습의 분할 화면. 자막 '번아웃과 폭식증, 그 끝에서 깨달은 오늘의 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는 여성의 실루엣 전체화면 카드. 자막 '미래를 위해 오늘의 나를 강박과 통제 속에 가둬두고 있진 않나요?'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는 여성의 실루엣 전체화면 카드. 자막 '미래를 위해 오늘의 나를 강박과 통제 속에 가둬두고 있진 않나요?'

 

 

포미닛 허가윤이 발리에서 찾은 진짜 행복 | 세바시 20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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