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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유니클로 패션의 두가지 얼굴 | 김홍기 패션큐레이터 | 세바시 87회


강연 소개 : 럭셔리 브랜드 샤넬과 매스티지 브랜드 유니클로, 현대의 패션시장을 구성하는 두 개의 큰축을 통해 패션에 대한 소비자의 정신적 태도와 입장을 살펴봅니다. 프렌치 시크의 시원에서부터 명품에 끌리는이유, 또 다른 한쪽에선 단순함과 기능성으로 어필하는 SPA 문화가 기존의 패션계를 뒤집고 있는 이유등. 두 브랜드의 양면적 가치가 함께 공존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옷을 선택해야할까에 대해 말해봅니다.


게시일: 2011. 12. 20.



안녕하십니까. 패션큐레이터 김홍기입니다

저는 패션큐레이터입니다

뭘 하는 직업이냐면 패션을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일을 합니다

근데 사람들이 이런걸 잘 모르구요

혹시 '올해 유행색이 뭐에요?' '어떤 스타일이 유행이에요?' 이런 걸 묻습니다

보시다시피 옷을 잘 못입어요

(ㅎㅎ)

오늘은 여러분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번 하려고 합니다

제가 몇일 전 미국 출장가기 전에 선배가 전화를 해요

'야, 너 형수가 백하나 가지고 싶단다

미국가서 사면 좀 싸다며 명품백 하나 사와라' 이럽니다

이런 부탁 참 많이 받습니다

참 뒤집어 보면 우리는 굉장히 뭐랄까요

명품을 왜이렇게 좋아하게 됐을까에 대해 자문해봐야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인간은 역사에서 언제부터 이렇게 신상을 득템하고 명품을 사는 걸 좋아하게 됐을까

이런 역사를 살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맨날 말끝마다 '프렌치 시크'이러는데 도대체 프렌치 시크의 뜻은 무엇이며

우리가 왜 이런 것에 홀리는지, 이런 역사들을 미술을 통해서 살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자, 여러분 그림 속의 주인공을 한번 보시죠

루이14세 입니다. 바로크시대에 군주였죠

항상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였던 남자였습니다

단, 키는 156 루저여서

그래서 항상 자신의 키를 가리기 위해서 힐을 신어야했던

멋진, 스타일리쉬한 군주였습니다

제가 루이 14세 이야기를 왜 하냐면요

항상 이 사람의 시대에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치에 대한 개념

럭셔리에 대한 개념들이 잡혔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왕의 옷을 한번 보세요

안감을 확 뒤집어서 입었죠?

저게 바로 에르민이라고 불리는 흰 담비털입니다

이 당시만해도 저게 워낙에 고급소재여서요

왕과 종교계의 수장만이 저 소재를 써서 옷을 입을 수가 있었습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뭡니까

옷에서 어떤 특정 소재들이 계층을 계급을 구분하는 수단이 되었던 시대라는 뜻이지요

이 루이14세 시대에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적인 의미의 패션의 모든 산업의 개념들이 잡혔습니다

이때만해도, 사실 루이 이 전만해도 우리는 물건, 좋은 물건에 대한 철학이 좀 달랐어요

그때만해도 물건이라는 것은 오랫동안 사용해서 자연스럽게 인간의 손때가 묻어나오는 것

그것을 명품이라고 했거든요

하지만 이 루이시대가 되면 사치가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라고 하는 철학이 유럽을 휩쓸게 되면서

사람은 소유물에 대한 철학을 바꾸게 됩니다

신상을 많이 사는 것이 왕에 대한 충성을 보이는 표시이고

자기가 귀족임을 바깥에 공표하는 그런 기능을 하게 된 것이죠

우리가 지금 명품을 사고 럭셔리를 사지 못해 안달하는

이런 모습과 상당히 닮아있는 시대의 모습입니다



그 시대를 조금 넘어가면 바로 루이15세의 부인이었던 퐁파두르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퐁파두르 부인은요 바로 그 당시에 패셔니스타였습니다

그리고 이미 이당시에 이런 개념이 있었습니다

패셔니스타라는 개념도 있었고

그리고 개인에 어떤 아우라를 응축한 패션

그것을 흔히 룩이라고 하죠?

이 바로크시대에 룩이라는 개념도 이미 나왔고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상품을 살까 더 소비할까를 고민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게절별로 상품을 쪼개서내면 되겠죠?

그래서 패션에서 흔히 말하는 s/s, f/w라고 하는 시즌개념이 이미 이때에 만들어졌습니다



자 여러분들이 지금 보시는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거울의 방은요

사실은 춤추는 곳이 아니라 저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신상들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서 물건을 전시하던 장소였습니다

왕의 벽난로를 장식하던 저 장식품은 어떻습니까?

포푸리를 담아서 두던 두개의 병과

가운데에 있는 계란모양의 병은요 시계입니다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는지 그림을 일단 한번 주목하십시오

제가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바로 루이14세 시대가 되면

지방각지에 흩어져 있던 장인들을 모아서요 한 곳에 모읍니다

그래서 그들을 통해서 왕궁의 제품들을 만들어서 납품을 하게 하죠

드디어 다양한 기술을 가진 장인들의 한땀한땀이 결합이 되어

드디어 오늘날 우리가 알고있는 저 명품의 개념을 만들게 되는 겁니다

이럴 때 한마디 해줘야죠. '이뻐~' 라구요

자, 다음에 또 보시는 저 여행용 면도기세트입니다

왕과 귀족들은요 저렇게 아주 화려한 면도기 세트를 들고

자신의 귀족됨을, 사치스러움을 바깥에 공표하면서 자랑도 했었을겁니다

이건 더 멋지죠. 정말 '예뻐'를 남발하게 됩니다

바로크시대, 로코코시대의 200년은요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탐하던 탐미의 시대였습니다

거기에 맞게 장인들은 최고의 기예를 콜라보를 통해서

협업을 통해서 만들어내게 되었죠

저건 코담배입니다. 초록색은 뭐냐면요 보석이에요

보석덩어리를 통째로 깎았습니다

대단하죠? 눈으로만 보십시오. 가질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럭셔리'이거든요




이제 이 탐미의 시대가 끝나고 로코코가 끝나면 잔혹한 피의 세대가 시작됩니다

드디어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구귀족들이 쓰러져갑니다

이제 혁명이 일어난 후에 패션을 한번 보세요

굉장히 단순하죠? 그 이전시대에 퐁파두르의 옷은 너무나 화려했건만, 어쩜 이렇게 간결할까요

이때만해도요, 이제 다시 그리스시대에 어떤 여신들의 옷을 본딴 드레스들이

인간의 역사에 스며들어옵니다

아마 지금 이당시에 SNS가 있었다면 여러분 그렇게 썼겠죠?

'님아 여신 등극'이라고. 뭐 이런 시대입니다

자 이렇게 검정색드레스에 아주 포인트를 두기 위해서요

알록달록 예쁜 캐시미어 숄로 포인트를 줍니다

아주 근대적인 멋진 패션코디를 보실수가 있어요

자 그럼 안타깝게 여기서 한마디를 해야됩니다

저 캐시미어 숄은요 안타깝게 정품이 아니라 짝퉁이었습니다

왜일까요? 왜 짝퉁이었을까요?

이 당시에 여인들은요

저 숄은 무조건 패션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에 영국과 프랑스사이에 전쟁이 있어서요

저 원래 가격이 너무나도 앙등해버린거에요

그러니까 실제 원제품을 가지기에는 너무 가격이 높았던겁니다

자신의 귀족여성의 이미지를 투사하는

사회적인 이미지를 소비하기 위해서 물건을 사던 시대인데, 이미 이 때가

물건이 값이 너무 높으니까 택할 수 있는 길은 딱 한가지죠

뭐에요? 짝퉁을 사는 것

이때의 심리와 지금 우리가 당장 프랑스발 럭셔리 브랜드에서 나오는 제품들을 사지 못해서

인천공항 왜 맨날 나오고 눈 모자이크처리해서 나오는 분들 있잖아요

짝퉁들 나오고, 그런 현상과 맞물려있다라고 하는 것을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자, 좀 말이 길었는데요



요번 그림을 한번 보시죠

어라? 옷이 다시 화려해졌습니다

혁명의 기운이 조금조금 지나가면서 다시 인간은 화려함에 눈을 뜨게 되었죠

그림 속 7명의 여인들

뭔가 한명은 공주이고 나머지는 무수리일 것 같은 느낌

그러나 옷들이 너무 화려해서 누가 공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아름다운 옷들이 눈에는 예뻐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한 5kg정도? 6kg정도 됩니다

굉장히 무겁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옷을 입고 살림하다가 불이 붙으면

까딱하다가 불에 타서 그자리에서 죽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있었구요.

그랬던 시대입니다. 여인들에게는 잔혹한 시대였죠


하지만 저 그림 속에 보이시는 저 제일 위에 있는 하얀색 드레스를 입은 외제니라는 황후입니다

나폴레옹 3세의 부인이었는데요

이 분이 아주 노화와 미백을 동시에 잡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했고

옷을 너무 좋아했어요

'한번 입은 옷 다시 입지 않는다'를 철학으로 했던

여인의 모든 로망을 매일 일상에서 실천하셨던 분입니다


그녀를 위해서 그녀가 여행을 갈 때 혹은 남편을 따라서 여러나라를 순방할 때

보통 300여벌의 옷을 챙겨서 갔는데요

그 옷을 구기지 않게 튼튼하게 담아낼 수 있는 트렁크를 만드는 장인이 있었으니

바로 그가 삼초백이라고 불리는 뭡니까 루이비통입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프랑스발 명품의 어찌보면 시초죠

가죽장인이에요. 그래서 제품들을 보십시오

저 정교함. 차구세트와 책을 담아가던,

뭐 심지어는 펼치면 침대가 되는

그런 기능성 트렁크를 만들던 장인의 제품입니다




자, 이렇게 우리가 장인의 시대를 넘어서 드디어 1800년대 후반으로 와요

세상에, 이 짧은 시간에 300년을 넘게 봅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그림입니다

<그랑자트섬의 오후>라고 하는, 쇠라의 그림이죠

저는 이 그림을 통해서 여러분들이

딱 두가지의 사항을 한번 꼭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뭐 일요일 오후라 가족들끼리 나와가지고 휴식을 보내고 있는 장면입니다

물론 그 커플들이 꼭 부부가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거는 불편한 진실이라 제가 말하지 않아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그림속에 보이는 여인들의 옷을 보면 대체로 공통된 스타일이라는 겁니다

앞은 평평하고, 뒤는 풍성한 바로 버슬 스타일(Bustle style)이라는 것이 유행을 했었는데요

여기서 더 재미있는 것은 여인들의 옷들이 어떻습니까?

하나같이 다들 알록달록 샤링샤링 예뻐요

왜 그럴까요? 이렇게 컬러감이 좋습니다 왜 그럴까

이 당시에 인공염색기술이 드디어 나왔구요

재봉틀이 발명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백화점이 만들어져서 사람들은 옷을 편하게 살 수가 있었죠

뒤집어 말하면

이 그림 속에 있는 여인들의 옷이

어떤 부인은 비싼 디자이너 의상실에서 산 옷일수도 있고

또 어떤 옷은 그 스타일을 그대로 흉내낸

저렴한 백화점 의상일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제가 하나 또 물어야죠 왜 이렇게 스타일들이 다 똑같은가요?

바로 하나의 지배적인 스타일을 많은 동시에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채택하는 현상

이게 뭡니까? 패션에 가장 움직이는 힘. 유행입니다

그 유행을 설명하는 그림이라는 것을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에 대해서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있겠죠

저기엔 뭔가 인간의 체온도 없고, 장인의식도 없다

이 그림 속, 한번 유심히 보시죠

여인이 입고 있는 옷. 어떻습니까? 초록색 옷입니다

약간 구립니다.칙칙하고

그런데 여기서 하나 물어야죠

아니 같은 시대인데

앞에 있는 그림 속 여인들은 화려하고 알록달록한데

여기서는 이렇게 칙칙할까요?

이 옷은 바로 천연염색을 한 옷입니다

바로 유기농. 그다음에 '패션의 의식적 소비'라고 하는

슬로우 패션을 보여주는 그 당시의 그림이에요

여러분 지금 저희가 근대패션 전까지 왔는데 이미 이 현상 가운데 뭐가 다 있어요?

우리가 지금 명품을 둘러싼 우리들의 고민 짝퉁을 둘러싼 우리들의 모든 고민들이

여기에 다 담겨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시지 않습니까?

아까전에 루이 14세를 통해서 그 당시에는 왕과 황후가 패션의 중심이었다면

이제 그 패션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로 패션의 축이 옮겨갑니다

바로 디자이너의 시대가 열린거죠




그림 속 주인공, 누굽니까? 외치십시오. 샤넬입니다

저 샤넬직원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샤넬은 굉장히 실용적이고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우아함을 표현하는 옷들을 만들었습니다

1930년대 저 여인의 벨트를 보십시오

지금도 가지고 싶죠?

저 코트는 어떻습니까

당시에 코르셋으로 몸을 죄던 6kg짜리 옷을 대체했던

그래서 근대적인 그러면서도 약간 미소년의 느낌이 나는 여성의 미

독립된 여성들, 남자에게 매이지 않는 강인한 여자들을

자신의 몸으로 디자이너가 하나의 브랜드를 체현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거죠

그래서 올해 최근에 미국의 대중 백화점과 샤넬이 콜라보했던 작품인데요

이게 100불정도밖에 안합니다

굉장히 가지고 싶죠? 그럴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명품을 대중화시켜서 소유하고 싶게끔 만드는것

이런 전략을 통해 럭셔리브랜드들이 자꾸 자신의 영역들을 확장해가는 것이죠


그런가하면 또 한편에는 아주 싸게 기능성에서 오곤하는 SPA브랜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흔히 매스티지(Masstige)라고도 하지만 꼭 그런 이야기보다는

기능적이고 다양한 옷의 종류들을

계절의 변화에 많이 맞추어서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일주일 혹은 이주일 정도면 옷의 구색이 확 바뀌잖아요

이런 속도로 우리에게 어필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들입니다


그런데 이 슬로우패션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흔히 말하는 유니클로가 대표하는 패스트패션은요 비난을 많이 받았습니다

왜냐면 환경오염의 주범이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요즘 최근에는 H&M;에서는 환경을 의식하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명품을 사는것이 그럼 옳은거냐

아니면 이런 대중적인 브랜드를 사는 것이 옳은것이냐

그 어떤 것도 도덕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두개의 운동이 미치게 된 사회적 영향을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구요

그 영향에 미쳐서 우리가 의식적인 소비를 하는 거에요



여러분 제가 쉬크(Chic)의 개념을 마지막으로 밝히고 끝을 내겠습니다

쉬크를 단순하게 우아하다 멋지다라는 뜻으로 알고 계신데요

원래 루이14세 시대에 쉬크라고 하는 것은 법정용어였습니다

재판에서 나를 옭아매는 상대의 궤계를 통찰할 수 있는

미리 알아볼 수 있는 통찰력을 의미하는 것이었어요

그런관점에서 본다면 정말 쉬크한 당신은 누군가요?

샤넬과 유니클로의 그 사이에 서서 나 자신의 기억을 입고 나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는

그러면서 사회공동체를 생각하는

그런 의식적인 패션소비를 하는 여러분이 진정한 쉬크가 아닐까요

그것이 될 때, 아침시간 화장하고 꾸미는 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15분에서 18분이랍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여러분의 외양을 가꾸는 시간에 투자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세상이 바뀔 겁니다

강의 마치겠습니다


패션큐레이터 김홍기였습니다


- 한글자막 : 임선희







END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 듣고 잘못 옮겨 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에 댓글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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