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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한수현, 쓰레기 유튜브에서 재미보다 큰 것을 찾다 | 세바시 207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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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 21. | 세바시 2074회 | 한수현 (나의 쓰레기 아저씨 유튜브 작가)

 

 

20년차 방송 작가 한수현은 배우 김석훈과 함께 만드는 환경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의 작가입니다. 재미만이 콘텐츠의 전부라고 믿었던 그는 쓰레기가 흘러가는 현장을 따라다니며 재미로는 설명되지 않는 세계를 만납니다. 한탄강 절벽을 뒤덮은 스티로폼 조각과 사라지는 꿀벌 앞에서 절망하면서도, 그는 '회복은 된다'는 한 문장에서 희망을 붙잡습니다. 자연이 살아 있는 한 우리도 살아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20년차 방송 작가가 '유튜브 작가'가 되기까지
2. 방송은 '재미'였지만, 유튜브는 달랐다
3. 쓰레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쫓아다닌 2년
4. 한탄강 절벽을 뒤덮은 '자연인 척' 스티로폼
5. 사라지는 꿀벌, 그리고 '회복은 된다'는 한마디
6. 자연이 살아 있는 한, 우리도 살아 있다

 

 

나의 쓰레기 아저씨 작가 한수현의 세바시 강연
나의 쓰레기 아저씨 작가 한수현의 세바시 강연

 

 

20년차 방송 작가가 '유튜브 작가'가 되기까지

 

안녕하세요.

저는 '나의 쓰레기 아저씨'라는 유튜브 채널을 제작하는 작가 한수현입니다.

방송 작가로 20년 정도 일을 해왔고, 요즘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시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유튜브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는 '무엇이든 물어보살' 같은 프로그램의 서브 작가로 3년 정도 일했습니다.

그 시절 저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습니다.

워킹맘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도 일과 육아 모두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연차는 쌓여가고 업무는 너무 익숙해져서 정체기가 왔다고 느낄 때쯤, 유튜브 채널 기획에 참여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방송이나 유튜브나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걱정도 없이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소파에 앉은 남성 출연자의 방송 인터뷰 장면과 '절망감을 꿰뚫는 질문' 자막
소파에 앉은 남성 출연자의 방송 인터뷰 장면과 '절망감을 꿰뚫는 질문' 자막

 

 

방송은 '재미'였지만, 유튜브는 달랐다

 

현장에서 하는 일은 실제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방송은 길게 만들어야 하지만 유튜브는 짧아도 괜찮고, 방송은 시청률이 중요하지만 유튜브는 구독자와 조회 수가 중요하다는 정도의 차이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느낀 결정적인 차이는 따로 있었습니다.

방송 작가로 일할 때 저는 오직 재미만 쫓았습니다.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튜브를 만들면서 깨달았습니다.

재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요.

저는 일을 넘어 제 삶과도 직결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배낭을 멘 출연자와 지구·재활용을 그린 '나의 쓰레기 아저씨' 채널 배너 일러스트
배낭을 멘 출연자와 지구·재활용을 그린 '나의 쓰레기 아저씨' 채널 배너 일러스트

 

 

쓰레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쫓아다닌 2년

 

'나의 쓰레기 아저씨', 줄여서 '쓰저씨'는 홍길동 하면 떠오르는 배우 김석훈 님과 함께 환경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지금은 환경을 다루지만, 기획 초창기에는 환경과 정말 거리가 먼 상태였습니다.

프리랜서였던 저는 재미있게 만들어 이 일자리를 오래 지키고 싶은 마음에 재테크 콘텐츠를 회의 자료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석훈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유튜브를 하면 쓰레기에 관한 걸 하고 싶다, 쓰레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 싶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주제였고, 환경에 관심이 거의 없던 저는 사람들이 이걸 볼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첫 촬영 편집본을 보고 느낀 것은, 걱정보다 훨씬 재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희는 헌옷 수거함을 열어 그 안을 확인해 보고, 버려진 중고 물건을 찾아 재사용하고, 폐플라스틱이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담배꽁초로 막힌 빗물받이 청소와 다회용기 배달 방법까지 다양한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 진정성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늘어 지금은 2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채널이 되었습니다.

 

'쓰레기는 미래다' 슬로건과 배우 김석훈 소개가 적힌 프로그램 소개 슬라이드
'쓰레기는 미래다' 슬로건과 배우 김석훈 소개가 적힌 프로그램 소개 슬라이드

 

 

'쓰레기 줍게 된 사연은?' 자막과 탕후루를 먹는 장면이 담긴 두 분할 화면
'쓰레기 줍게 된 사연은?' 자막과 탕후루를 먹는 장면이 담긴 두 분할 화면

 

 

한탄강 절벽을 뒤덮은 '자연인 척' 스티로폼

 

정말 재미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일까, 구독자분들이 이 채널을 보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을 깨닫게 된 순간이 있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한탄강에서 카약을 탔던 에피소드입니다.

한탄강은 맑은 물줄기와 바위를 깎아 만든 웅장한 협곡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쓰레기를 주우려 강을 이동하던 중 김석훈 님이 절벽의 한 지점을 가리키셨습니다.

처음엔 초록색 이끼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바위 사이에 하얗고 작은 알갱이들이 수천 수만 개씩 빽빽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그 알갱이들은 바로 스티로폼 조각들이었습니다.

강물에 버려진 스티로폼이 떠내려오며 잘게 부서졌고, 그 조각들이 이끼처럼 보일 만큼 절벽을 빽빽하게 뒤덮고 있었습니다.

강물이 차오르면 높은 곳까지 붙어 있어 떼어내거나 처리할 수도 없었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자연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들여다보니 인공의 조각들이 자연인 척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이것이 보여줘야 할 이야기인가, 누군가의 생각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카약에 쓰레기 봉투를 싣고 촬영하는 '한탄강 쓰레기섬' 야외 장면
카약에 쓰레기 봉투를 싣고 촬영하는 '한탄강 쓰레기섬' 야외 장면

 

 

 

숲속에서 두 팔 벌린 아이와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절망' 자막
숲속에서 두 팔 벌린 아이와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절망' 자막

 

 

사라지는 꿀벌, 그리고 '회복은 된다'는 한마디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가을과 겨울이 온다는 당연한 믿음의 균형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뜨거워진 지구, 기후 위기로 인류가 사라진다는 두려운 이야기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자연 때문에 갑자기 죽을 수도 있나, 아직 어린 우리 아이는 어떤 환경에서 살게 될까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습니다.

다행히 저에게는 희망도 있었습니다.

이상기후로 생태계에 꼭 필요한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을 연구하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찾아갔습니다.

사과, 배, 딸기, 커피 등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식량 대부분은 꿀벌이 꽃가루를 옮겨주지 않으면 자라지 못한다는, 생태계의 가장 기초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상황을 정말 되돌릴 수 있을까 하는 불안 속에서, 김석훈 님이 절망감을 깨뜨리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각하고 바뀐다면 벌이 늘고 생태계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흐름만 늦춰질 뿐 계속 끝으로 가는 것인지 물으셨습니다.

이때 정수정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회복은 된다.

이 말씀은 제가 쓰저씨를 통해 들은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자연이 살아 있는 한, 우리도 살아 있다

 

저는 여전히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끝없는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흔들리고 어떤 날은 단단해지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생각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자연이 살아 있는 한 우리도 살아 있다고 말입니다.

자연은 오늘도 버텨내고 있습니다.

예측은 불가능해졌지만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고 계절도 바뀌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갑니다.

쓰러진 나무 사이에서도 싹을 피우고 타버린 숲에서도 다시 꽃을 피우며, 자연은 언제나 자신이 살아내는 방법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쓰저씨에 남겨주신 댓글을 빠짐없이 읽는 편입니다.

그중 '아이들과 봐도 무해하고 유익한 영상 감사합니다, 유일하게 좋아요를 누르는 채널'이라는 댓글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 보니, 아이와 함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채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고요.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단순히 재미있는 영상이 아니라, 우리 아이를 포함한 누군가의 내일을 지켜줄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저는 재미만 찾는 작가가 아니라 재미도 희망도 전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희망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연과 환경에 한 번 더 관심을 두게 만드는 것, 그 작은 관심이 모인다면 자연이 살고 결국 우리도 살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재미만 쫓던 방송작가가 환경 유튜브에서 찾은 희망 | 세바시 207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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