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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미, 사라진 54만 청년을 세상으로 잇는 법 | 세바시 20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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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 31. | 세바시 2077회 | 박은미 (니트 생활자 대표)

 

 

직장 내 괴롭힘 끝에 방 안으로 사라진 청년, 눈만 높다는 편견 속에 숨어버린 청년. 우리 사회에는 '쉬었음' 상태로 사라진 청년이 54만 명에 이릅니다. 니트 생활자 대표 박은미 님은 이들을 실패자로 낙인찍는 대신, 백수들을 위한 가상의 회사 '니트 컴퍼니'로 다시 세상과 연결합니다. 관계를 되찾을 때 청년도, 사회도 어떻게 회복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고 싶던 마음
2. 사라진 54만 명의 청년들
3. 백수들의 가상 회사, 니트 컴퍼니
4. 취미가 꿈이 되고, 꿈이 일이 되기까지
5. 자연이 건넨 회복의 감각
6. 관계를 되찾을 때 사회도 회복된다

 

 

박은미 니트 생활자 대표가 세바시 무대에 올랐다
박은미 니트 생활자 대표가 세바시 무대에 올랐다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고 싶던 마음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다 부당해고를 당한 뒤, 1년 반 동안 방 안에서 은둔하며 지냈습니다.

그는 자신이 너무 쓰레기처럼 느껴져서, 스스로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고 싶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는 상태를 '논다'고 여기고, 노는 사람을 쓸데없는 존재로 인식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에서 사라진 청년들을 연결하는 비영리 스타트업 '니트 생활자'를 운영하고 있는 박은미입니다.

 

사라진 54만 명의 청년들

 

사회에서 사라지는 청년들, 이른바 '쉬었음' 상태의 청년이 54만 명에 달한다는 기사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들은 정말 사회에서 사라진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걸까요?

팔다리가 멀쩡한데 눈만 높아서 문제라고, 요즘 청년들은 정신이 약해 빠졌다고 말하며 우리 사회는 무업 기간을 보내는 청년을 실패한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저 역시 여러 번의 무업 기간을 보냈습니다.

쉬었음 상태에 있다는 건 소속이 사라지고 역할도 사라지고 갈 곳도 없어지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사회에서 있을 곳이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밖에 나가지 못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수록 저는 더 우울해지고 위축되며 고립감을 느꼈습니다.

 

"오늘도 그냥 쉽니다"…'쉬었음' 청년 50만 명 시대를 전하는 기사 제목들
"오늘도 그냥 쉽니다"…'쉬었음' 청년 50만 명 시대를 전하는 기사 제목들

 

 

백수들의 가상 회사, 니트 컴퍼니

 

그래서 저는 나와 비슷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019년, 백수들을 위한 가상의 회사놀이 서비스 '니트 컴퍼니'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니트 컴퍼니는 온라인으로 매일 출퇴근을 합니다.

자기에게 필요한 업무를 스스로 정하고, 일상의 루틴을 만드는 연습을 합니다.

무엇보다 동료를 만나며 '내가 혼자가 아니었구나' 하는 연결감을 갖게 합니다.

성별도 나이도 배경도 다른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넓어집니다.

여기서는 무엇이 되지 않아도, 자기를 포장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인정받고 존중받습니다.

 

취미가 꿈이 되고, 꿈이 일이 되기까지

 

첫 번째 청년은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 사람들과 관계 맺는 법조차 막막했습니다.

글 쓰는 작가를 꿈꿨지만 생계를 위해 해온 단기 일들은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어느 순간 모든 꿈을 포기해 버렸습니다.

니트 컴퍼니에서 쌓은 관계망과 그 안에서 받은 지지가 다시 용기를 주었고, 지금은 1인 출판사를 창업해 은둔과 고립을 주제로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갑니다.

고립 중인 사람도 연결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가진 권리이자 능력입니다.

두 번째 청년은 바리스타 일을 몸이 아파 그만둔 뒤 니트 컴퍼니에 들어와, 취미였던 뜨개질을 매일의 업무로 삼았습니다.

손재주가 좋아 동료에게 기술을 알려주고 직접 만든 제품을 팔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독립출판과 전시, 플리마켓 기획까지 다양한 시도가 쌓이자, 꿈이던 소품 창업이 어느새 수월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하다 보니 제가 꿈꿨던 것들이 큰일이 아니라, 그냥 하면 되는 것이었구나 싶었어요." 2021년 참여자였던 그는 2025년에는 운영진이 되어, 지금은 서너 가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백수들을 위한 가상의 회사놀이 서비스, 2019년 시작된 '니트컴퍼니' 소개 슬라이드
백수들을 위한 가상의 회사놀이 서비스, 2019년 시작된 '니트컴퍼니' 소개 슬라이드

 

 

매일의 업무 인증 글과 사진이 모인 니트컴퍼니 미션 인증 콜라주
매일의 업무 인증 글과 사진이 모인 니트컴퍼니 미션 인증 콜라주

 

 

자격도 조건도 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인정받는 공간
자격도 조건도 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인정받는 공간

 

 

회사생활 속 관계의 확장, '사내클럽'과 넷커넥트를 소개하는 슬라이드
회사생활 속 관계의 확장, '사내클럽'과 넷커넥트를 소개하는 슬라이드

 

 

자연이 건넨 회복의 감각

 

마지막 청년은 직장 내 괴롭힘 끝에 부당해고를 당하고 1년 반을 은둔했습니다.

자신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고 싶을 만큼 무너졌던 그를 다시 일으킨 건 가족의 도움, 그리고 니트 컴퍼니 동료들과 함께한 감자 심는 텃밭 활동이었습니다.

밖에 나가 햇빛을 쬐고 흙냄새를 맡으며 땀 흘리다, 물을 잘 주지 않아도 병충해를 견디고 쑥쑥 자라는 상추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너도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이렇게 자라는데, 나도 죽지 말고 살아야겠다."

자연을 통해 느끼는 회복의 감각, 그리고 관계의 따뜻한 연결이 이 청년을 살렸습니다.

이후 그는 도시 농부에 관심이 생겨, 요즘은 농업 관련 기관에서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관계를 되찾을 때 사회도 회복된다

 

세 청년의 변화는 모두 사람들과의 연결, 즉 관계의 회복에서 시작됐습니다.

오랜 고립을 겪은 청년에게 관계 회복은 무엇보다 중요한 열쇠였습니다.

'누군가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구나' 하는 감각에서 사회로의 회복이 시작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최근 6년간 니트 컴퍼니를 거쳐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관계가 유지된 54%의 청년은 그렇지 않은 청년보다 자아존중감과 진로 탄력성, 삶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취업이나 창업이라는 결과만큼이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관계를 잃었을 때 불행했고, 관계를 되찾았을 때 사회도 회복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모든 걸 해내는 능력이 아닙니다.

어려울 때 도와달라 요청할 수 있고, 누군가 필요할 때 기꺼이 손 잡아줄 수 있는 관계망을 가졌는지가 중요합니다.

서로 신세를 좀 지면 어떻습니까.

인간이 흩어지지 않고 모여 사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큰일이 아니었구나, 나도 할 수 있었네"…막막했던 내일에 구체적인 동력을 더하다
"생각보다 큰일이 아니었구나, 나도 할 수 있었네"…막막했던 내일에 구체적인 동력을 더하다

 

 

 

사라진 54만 청년을 연결하는 니트 컴퍼니 | 세바시 20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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